소설리스트

oraTio-84화 (84/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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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신입인가요?

    제가 그렇게 지크씨는 더 이상 묻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시면서 다시 앞을 바라보셨습니다.

    「꽤나 어둡고.. 음침한 느낌이 드는 복도일까요.」

    「.. 그렇네, 꽤나 넓은데도 빛이 안들어오니까 말이야. 여름인데도 조금 서늘한 느낌마저 들 정도.」

    저는 지크씨의 말에 동감을 표했습니다. 확실히, 아까부터 덥다고는 느끼지 못했으니까 말이에요.

    조금 걷다보니까 꽤나 많은 방문들이 나왔습니다.

    지크씨는 가장 먼저, 오른쪽에 있는 손잡이가 조금 녹슬어있는 문을 열었습니다. 저는 지크씨의 뒤에서 살짝 방 너머를 엿보았습니다.

    「어라..?」

    보이는 것은 바닥에도 책상에도 쌓여있는 종이서류들. 저는 딱히 위험해보이는 물건이 없었기에 지크씨보다 먼저 방에 들어갔습니다.

    「지크씨, 보세요. 이렇게 종이가 한가득.」

    제가 바닥에 널려있는 종이 중 하나를 집어서 지크씨에게 보여드리고, 곧 눈을 종이에 써져있는 내용으로 돌렸습니다.

    그러자 종이에 적혀있는 영어들이 한순간에, 읽을 수 있도록 한글로 바뀌었습니다. 어디보자, 그럼 한번 읽어볼까요...

    제일 먼저 왼쪽 위에 있는것은 누군가의 사진. 검은 생머리를 하고있는 여자아이.. 응? 그 옆에 이름하고 나이같은 인적사항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밑에 적혀 있는 건...

    -루벤 고아원

    에?

    「고아원...?」

    저의 중얼거림에 지크씨께서도 종이를 들여다보고 계시다가 놀란 표정으로 저에게로 급하게 다가오시더니, 거의 뺏다시피 해서 저의 종이를 보시는 것이였습니다.

    저는 놀라서, 물러나다가 지크씨께서 떨어트린 종이를 보았습니다.

    지크씨께서는 왜 놀라셨던 걸까요..? 저는 걸어가서 조용히 지크씨께서 흘렸던 종이와 다른 곳에 떨어져 있는 종이 2장을 더 주워 들었습니다.

    그리고 일어나서 다시 읽는데, 저는 곧 지크씨같은 표정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 지크씨.. 이건...」

    「...」

    지크씨의 표정이 놀람에서, 곧 심각한 표정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모든 종이에 아이들의 얼굴과 인적사항, 그리고 그 밑에는 고아원의 이름과 전화번호와 주소가 써져 있는 것이였습니다.

    전에 어렴풋이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가끔씩 이런 비도덕적인 실험을 실행하기 위해서, 저항도 없고 데려오기도 쉬운.. 고아원의 아이들을 사용한다고.

    그 생각을 하자마자 저는 온몸에 소름이 확 돋아버려서 종이를 던지듯이 떨어트려 버렸습니다.

    「..여기 쌓여져 있는 것은 이미 데려오게 된 아이들인것 같아.」

    저는 지크씨의 말에 놀라서 달려갔습니다. 몸을 숙이고 지크씨께서 찾으신 종이에 눈을 고정시키는데, 저는 숨을 집어 삼켰습니다.

    그 종이에 있는 얼굴은 리리비안씨의 얼굴이였던 것이였습니다.

    무언가의 표시인지, 다른 종이와는 달리 위에 빨간색 펜으로 동그라미를 그려 놓았습니다.

    그리고 리리비안씨의 종이가 있던 곳을 조금 뒤져보니 거기에 쌓여있는 종이들의 위쪽에는 모두 동그라미 표시가 있었습니다.

    「...」

    지크씨는 아무말 없이 종이 세장 쯤을 드시더니 몇 번 접어서, 주머니에 집어 넣으셨습니다. 저는 그 행동을 의아하게 쳐다보고 있다가, 곧 지크씨께서 일어나자 말을 걸었습니다.

    「.. 끔찍한 생각이에요.」

    지크씨의 표정은, 조금 복잡해 보였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지크씨께서 그렇게 답하시는 것이였습니다. 지크씨께서 여기서 이제 나가자면서 저의 손을 잡아 끌었습니다.

    복도로 다시 나오자마자, 지크씨께서 저와 눈을 맞추시며 말씀하셨습니다.

    「.. 역시 린나는 돌아가는게 좋아.」

    「어, 어째서 인가요?」

    「.. 생각해보았어, 아마 이 앞의 방들은...」

    지크씨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하셨습니다. 뭔가 말하려고 하시는데, 굉장히 괴로워 보였습니다. 말하려다가 말다가를 반복해서 하시던 지크씨는 결국 입을 다무시고 마셨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저는 억지로 고집을 부려서, 지크씨의 팔에서 빠져나와 이번에는 한칸 건너뛰어서 왼쪽의 있는 방문의 손잡이를 잡고 돌렸습니다.

    「린나..!」

    지크씨께서 놀란 목소리로 부르셨지만, 저는 막무가내로 문을 열어버린 것이였습니다.

    알고 있어요, 저도 저는 돌아가야 한다는 건 아닌데.. 어째서인지 고집부리고 싶어지는 걸요. 도대체 리리비안씨께서 어떤 고통을 당하신 건지, 상상도 할 수 없으니까. 그러니까 보고, 그걸 알고 싶어서..!

    그리고 저는 갑자기 몰려오는 비릿, 아니 비릿하다 못해 역겨울정도의 피의 냄새에 의해서 반사적으로 입을 틀어막고 몸을 숙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직감적으로 느꼈습니다.

    피 냄새. 비릿한 피의 냄새... 뭔가가, 다른, 썩어있는 듯한 냄새도 섞여서 후각을 무자비하게 침범해 왔습니다.

    저는 고개를 들어서 제 앞에 있는 광경을 보았습니다.

    이 방은 창문이 나져 있어서, 복도와는 달리 아름다운 햇빛이 은은하게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그 은은한 햇빛을 받고 있는 많은 '무언가'. 저는 중얼거렸습니다.

    「시... 시... 시체...」

    많은 유리상자들이 일렬로 늘어져서 3줄쯤 있었는데, 그중의 3분의 1은 비워져있고 대부분은 시체가 들어있었습니다.

    인간인지 무엇인지 괴상하게 생긴 시체, 형태도 모를정도로 몸이 부풀려져서 부패한 시체, 입에서 피를 흘린채로 죽어있는 시체, 시체, 시체....

    그리고 저는 그대로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린 것이였습니다.

    허공을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였습니다. 저의 단편적인 기억들이 영상처럼 눈 앞에 펼쳐지는 기분이였습니다.

    처음으로 oraTio에 와서 겁을 먹은 리리비안씨, 웃는 리리비안씨, 조금 지쳐보이는 리리비안씨..

    그리고 눈을 떴을 때에는 리리비안씨와 지크씨께서 저를 내려다 보시고 계셨습니다.

    「린나..!」

    둘이서 한 목소리로 저의 이름을 부르면서 리리비안씨는 저의 손을 잡으시고, 지크씨는 저의 얼굴을 살피셨습니다.

    「괜찮아?」

    리리비안씨가 울먹거리는 얼굴로 저의 손을 꼬옥 잡으셨습니다. 리리비안씨.. 저는 힘을 내서, 웃는 얼굴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네, 괜찮아요.. 죄송해요.. 소녀가 민폐를 끼쳐버리고 말았어요..」

    혼자서 멋대로 문을 열어버리고, 그대로 의식을 잃어 버리다니 정말로 바보같아요. 저는 그런 광경을 볼 준비가 안되어 있던 것이였어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괜찮다면서 리리비안씨가 겪은 일들을 알고 싶다면서 기고만장하게도..

    지금까지 리리비안씨의 일들은 너무, 가볍게 생각했어요.

    저는 고개를 살짝 움직여서 지크씨를 바라보았습니다.

    「지크씨, 죄송해요.. 소녀가,」

    「아냐.」

    지크씨는 그렇게 말하시고는, 조금 뒤에 '괜찮아'라고 덧붙여 주셨습니다. 저는 살짝 미소를 지었습니다.

    「여기는..?」

    저는 몸을 일으켜서, 제가 침대에 누워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물었습니다. 리리비안씨가 대답해 주셨습니다.

    「여기는 oraTio.. 린나의 침대야.」

    「엣, 소녀 돌아올때 까지 의식을 잃고 있던 것인가요.」

    살짝 놀라서 그렇게 말하자 리리비안씨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습니다.

    「아니, 우리는 린나가 쓰러져버려서 먼저 돌아온거야. 아직 레인씨와 다른분들은 안 돌아오셨어. 곧 돌아오신다고 지크씨한테 메시지가 왔어.」

    지크씨께서 고개를 끄덕이시면서 저에게 휴대폰의 화면을 보여주셨습니다. 레인씨의 문자였어요.

    내용은 저를 걱정하시는 느낌으로 가득이였어요. 갑자기 마음이 찡함과 함께 죄송스러움이 몰려와서, 저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습니다.

    「.. 많이 걱정해, 레인이.」

    「네..」

    지크씨께서 손을 뻗으셔서 저의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나중에 돌아왔을 때, 마중나갈 수 있겠어?」

    저는 고개를 번쩍 들고 소리쳤습니다.

    「그야 당연하죠!」

    「그래.」

    지크씨는 미소를 지으시면서도, 뭔가 다른 생각을 골똘히 하고 계시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지크씨도 분명히, 그 광경을 보셨을 거에요.

    지크씨는..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요..

    그렇게 생각하던 도중, 저의 방 문에 똑똑 하고 노크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누구세요?」

    리리비안씨가 저 대신 대답하시자, 꽤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나야 나, 강호빈!」

    「아, 호빈씨.」

    저는 리리비안씨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았습니다. 그러자 리리비안씨가 몸을 일으키셔서, 문을 대신 열어주셨습니다. 호빈씨는 방으로 들어오려고 하시다가 뭔가 움찔 하셨습니다.

    「왜 그러신가요 호빈씨?」

    제가 갸웃거리며 묻자 호빈씨는 아하하 하고 웃으시면서 머리를 긁적이셨습니다.

    「아니, 역시 신발을 안 벗고 들어가는게 익숙하지는 않아서 말이야.」

    저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소녀도 그랬던걸요. 사실 요즘에도 가끔씩 신발을 벗어버리고는 해요.」

    「그래?」

    호빈씨께서 장난스럽게 한번 더 웃으셨습니다. 호빈씨 덕분에 순식간에 몸에 활기가 불어넣어지는 듯 해요. 호빈씨께서는 저에게로 다가오시더니, 지크씨의 옆에 서셨습니다.

    「리리도 지크형도 어서와. 린나, 몸은 괜찮아?」

    「예, 보시는 대로.」

    「지금 소문이 쫙 퍼졌다고, 갑자기 지크가 너를 안고 들어오는데 자는가 싶었더니 기절했다고 해서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호빈씨의 표정은 정말로 걱정스러워 죽겠다는 표정이셨습니다. 저는 약간 미안한 듯이 웃으면서 사과했습니다.

    「죄송해요, 소녀 뜻하지 않게 모두를 놀라게 하고 말았군요..」

    「그래도 이제 괜찮다고 하니까 다행이다, 그래서 모두들 어디 갔다 온거야?」

    호빈씨의 질문에 저는 조금 움찔하면서 리리비안씨를 바라보았습니다.

    ============================ 작품 후기 ============================

    충격적인 광경을 봐버린 린나.

    <코멘트 답>

    외로운사신님- 꽤나 안좋은 광경이 펼쳐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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