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80화 (8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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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신입인가요?

    레인씨는 한동안 아무 말 없으셨습니다. 그에따라 저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호빈씨만이 애가 타는듯 그 자리에서 거대한 몸으로 빙글빙글 걸어다니 실 뿐이였습니다.

    「린나야.」

    「엣, 네!」

    레인씨는 스윽 몸을 일으키더니 파악하기 어려운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시며 말하셨습니다.

    「나 잠시만 옷 가지고 올테니까 여기서 기다려.」

    「..네!」

    레인씨가 문으로 나가시고 저는 호빈씨를 바라보았습니다. 호빈씨도 번뜩이는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셨습니다. 전 레인씨가 쓰시던 마이크에 입을 대고 말했습니다.

    「호빈씨, 그 모습으로도 말이 통하는 거에요?」

    호빈씨, 정확하게 말하면 호랑이의 고개가 끄덕 하고 흔들립니다.

    「신기하네요.. 」

    뭔가 그르릉 하는 울음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레인씨가 옷을 가지고 돌아오신다고 하셨어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호빈씨의 고개가 다시 끄덕여집니다. 저는 웃음을 지으면서 마이크에서 떨어졌어요.

    레인씨는 금방 오셨습니다. 그러더니 호빈씨가 있는 쪽으로 옷을 던지셨어요. 호빈씨는 그것을 사냥감을 낚아채듯 입으로 덥석 물어 받으시더니 곧 구석쪽으로 어슬렁 어슬렁 걸어가셨습니다.

    그런데 어라? 호빈씨는 또다시 구석에서 서있기만 할 뿐, 아무것도 하지 않으시는 것이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레인씨와 제가 또 눈을 깜빡이고 있자 호빈씨가 옷을 바닥에다가 놔두시고는, 우리를 빤히 쳐다보시면서 뭔가 전하려고 하는 듯 천장쪽을 계속 쳐다보시며 돌아다니셨습니다.

    「뭐야, 또 문제라도 있는거야?」

    레인씨가 호빈씨의 메세지를 알아들으시려고 노력했지만, 아무래도 무리인 듯 했습니다. 호빈씨는 그런 저희들의 대응이 불만족이신건지 어흥 하고 소리를 내지르셨고, 그 덕분에 레인씨와 저는 매우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턱을 잡고 곰곰히 생각했습니다. 옷도 받으셨는데, 호빈씨는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요? 호빈씨가 바라보는 것 처럼 천장을 바라보았는데, 밝은 빛 때문에 조금 눈가를 찌푸렸습니다.

    엣, 잠깐... 빛?

    「레인씨! 그거에요!!」

    「뭐?! 그거라니 뭔데!!」

    저는 팔까지 열심히 흔들어가며 레인씨에게 호빈씨가 원하는 것을 설명했습니다.

    「빛 때문이에요! 이대로 호빈씨가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오시게 된다면 이 밝은 빛 때문에 저희들에게 맨 몸을 보여주시게 되니까요!」

    에, 너무 큰 소리였을까요? 제가 말하고 조금 민망해져서, 호빈씨의 눈치를 쓰윽 살폈더니 다행히도 호빈씨는 별 신경 안쓰시는 듯 하셨습니다. 오히려 저의 말이 맞는지 열심히 고개를 끄덕끄덕 흔들고 계셨어요. 뜬금없지만, 그 모습이 귀여워요!

    레인씨는 또다시 얼이 빠진 듯한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그러고는 마이크에 대고 조그맣게 중얼거리듯이 말하셨어요.

    「미안.」

    그러더니 레인씨는 왼쪽 벽 쪽으로 걸어가셨습니다. 그리고 그 벽에 있는 여러 스위치 중에서 제일 위에 있는 스위치를 누르셨어요. 그러자 호빈씨가 있는 쪽의 불이 완전히 다 꺼져서, 저희쪽에서 호빈씨가 뭘 하는지 전혀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됬네요, 이걸로 해결이에요! 저는 레인씨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렇네.. 뭐라고 해야할까, 옷 같은 문제를 완전히 잊고 있었네.」

    레인씨는 한숨을 픽 하고 내쉬었습니다. 저는 에헤헤 하고 웃었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문제잖아요?」

    「그래, 어쩔 수 없는 문제이긴 한데. 그 말은 능력을 전신으로 확장시킬 때 마다 입고 있는 옷이 북북 찢어진단 말이지?」

    그 말에 저는 의문을 표했습니다.

    「작은 동물같은 것이면 상관 없지 않나요?」

    「근데 작은 동물은 뭐랄까, 임무에서 별로 쓸 데가 없는 것 같은데.」

    「그런가요..? 아, 쥐라던가 그런건 쓸수 있..」

    그때 호빈씨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무리야!」

    「엣?」

    저는 벽으로 달려가서 아까 레인씨가 누르셨던 스위치를 눌렀습니다. 그러자 불이 환하게 들어오면서 아까 레인씨가 던지셨던 옷을 입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호빈씨가 나타나셨어요. 호빈씨는 말을 이으셨습니다.

    「내 몸집보다 작은 동물로는 전신 변환이 안되는 모양이야.」

    「에? 어째서 일까요?」

    그러자 호빈씨는 어깨를 으쓱 하시더니, 뭔가 떠올리신 듯 자신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톡 치시면서.

    「이거의 문제가 아닐까?」

    「지능의 문제라는 거야? 확실히, 그럴듯 하기도 하고.」

    레인씨가 납득하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헤에, 그렇군요..

    레인씨는 호빈씨를 바라보시며 마이크에 대고 말하셨습니다.

    「마지막 항목인 동물 전신변환 중에서 다른 동물로 전신변환은 너가 빼달라고 한거지?」

    「응, 안되더라구.」

    호빈씨가 조금 아쉬운 듯 웃으셨습니다. 레인씨는 종이에 뭔가 체크하시더니.

    「그래, 그럼 테스트는 종료인걸로. 자, 일단 나가서 측정결과 알려줄 테니까.」

    말을 마치고 저와 레인씨, 그리고 호빈씨는 훈련장에서 나왔습니다. 리리비안씨의 훈련장 앞에서 리리비안씨를 기다리면서 레인씨는 호빈씨의 랭크 측정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짝짝, 축하해. 2랭크야. 보이지?」

    레인씨는 박수 치는 시늉을 하시더니, 종이를 뒤집으시면서 2RANK 라고 커다랗게 쓰인 글자를 저희들에게 보여주셨습니다. 첫 테스트인데도 2랭크라니, 굉장히 대단하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저는 아직 3랭크에요.

    호빈씨는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짓고 계셨습니다.

    「좋은거야?」

    레인씨가 눈 웃음을 지어보이시며 답하셨습니다.

    「좋은거지, 아니.. 좋다기 보다는 대단하다고 해야할까. 왜냐하면 oraTio에는 랭크가 1랭크부터 5랭크까지 있는데. 최고 랭크가 1랭크니까 2랭크도 만만치 않은 거야.」

    호빈씨는 레인씨에게 질문을 계속 하셨습니다.

    「랭크가 변동될 수는 있는거야?」

    「그래, 별로 일어나지 않는 일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그건 무슨 뜻?」

    「그야 대부분은 실험체, 타입 A의 능력자들이니까 말이야. 특성상 처음 정해진 랭크가 끝까지 가능 경우가 대부분이야. 어떤 상황이 닥친다고 해도 능력의 굴곡이 변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호빈씨는 레인씨의 말에 굉장히 집중하고 계셨습니다. 역시 그럼 처음부터 1랭크 판정을 받으셨던 분들은 처음부터 굉장하셨다는 말이네요..

    「하지만 꼭 그렇다는 건 아니야. 어디든지 예외란 건 있기 마련이니까 말이야. 내가 볼때는 호빈이 너는 충분히 1랭크의 가능성이 있어 보여.」

    호빈씨가 놀란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내가?」

    「그래, 오늘 처음 본거임에도 불구하고, 너의 능력 조절력은 탑 클래스에 들 정도로 훌륭해. 아마 몇개월이 지나서 재 테스트를 본다면, 랭크가 1랭크가 될 가능성도 있지.」

    호빈씨는 처음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만 계셨지만, 곧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시더니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그렇게 되면 기분 좋겠네.」

    라는 말을 하시면서요. 레인씨는 놓치지 않고 당부를 덧붙이셨습니다.

    「그렇지만 훈련을 게을리하면 안돼, 응용 방법이라던가 까먹게 되니까 말이야. 랭크는 올라가는 경우도 있지만, 내려가는 경우도 있어.」

    「잘 새겨들을게.」

    그때 리리비안씨가 훈련장에서 잔뜩 지친 얼굴로 나오셨습니다. 제이슨씨는 그 뒤를 따라오고 계셨습니다. 저는 반가운 얼굴로 리리비안씨에게 다가갔습니다.

    「리리비안씨!」

    「아, 린나.」

    리리비안씨가 저를 향해서 조금은 지친듯한, 미소를 지어주셨습니다.

    「많이 힘드셨나봐요..?」

    저는 리리비안씨가 걱정되서 물었습니다. 리리비안씨는 그 말을 듣고 손을 저으면서 아니라고 말하시다가, 결국에는 말을 바꿔서.

    「조.. 조금 지친 것 같기도.」

    라고 하셨습니다. 역시 지친게 분명하세요! 그런 리리비안씨의 어깨에 레인씨가 손을 올리시더니, 말하셨습니다.

    「그럼 일단 테스트는 끝났으니까 가서 푹 쉬어.」

    「그럼 실례하지만.. 그러도록 할게요.」

    리리비안씨는 고맙다고 말하시면서, 그대로 방으로 발걸음을 옮기셨습니다. 저희는 그런 리리비안씨의 뒷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혹시, 곁에 식물들이 없어서 저런 것은..」

    「그 문제는 아니야. 혹시나 그런것을 대비해서 훈련장에도 꽤나 많이 갖다두었거든.」

    제이슨씨, 꽤나 리리비안씨를 신경쓰신 듯 해요. 은근한 상냥함이 제이슨씨의 매력이지만 말이에요.

    「역시 몸 자체가 약한게 아닐까.」

    「엣, 그런 건가요?」

    「그야 충분히 보기에도 가련해 보이잖아?」

    저는 호빈씨를 조금 부루퉁하게 바라보았습니다.

    「호빈씨,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답니다!」

    「미안, 농담이야.」

    호빈씨가 하하 하고 소리내어 웃으시고, 레인씨는 제이슨씨와 이야기 하고 계셨습니다. 저는 살짝 제이슨씨와 레인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어요.

    「그래서 랭크는?」

    「4랭크.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이게 본 실력이 아닌것 같아.」

    「그게 무슨 뜻인데?」

    「글쎄, 그냥 한눈에 보기에도 능력에 대한 거부감이 좀 심한 것 같았어. 능력을 쓰는 것 자체를 꺼려한다는 느낌으로 말이야.」

    레인씨의 표정은 진지했습니다. 능력에 대한 거부감 말이네요.. 그 때 레인씨와 눈이 마주치려 해서, 저는 일부로 시치미를 떼며 호빈씨에게 말을 걸어 화제를 돌렸습니다.

    「저기, 호빈씨는 어째서 실험을 받게 되신 건가요?」

    호빈씨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얘기하셨습니다.

    「응? 간단해. 고아라서 갈 데가 없었거든.」

    그 순간 저의 심장이 쿵 하고 울리는 것 같았습니다. 어, 어, 어떡하죠..!! 제가 너무 무신경했어요..!

    「죄..죄송해요. 그러니까, 소녀는...」

    「응? 아냐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은데?」

    저는 그 말에 호빈씨의 표정을 살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일부로 말하는게 아닌 호빈씨는 태연해 보이셨습니다.

    「레인 누님에게는 감사하고 있어. 덕분에 여기까지 오게 되었으니까 말이야.」

    저는 뭔가 마음속에서 퐁 하고 떠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소녀도, 사실 레인씨와 제이슨씨 덕분에 이곳으로 오게 되었어요.」

    「린나도?」

    호빈씨는 처음 듣는 이야기인 듯 했습니다. 저는 이야기를 계속 했어요.

    「네, 소녀도 어머니와,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아.」

    호빈씨는 뭐라고 해야할까, 저를 빤히 바라보시더니 활짝 웃으시면서.

    「뭐랄까, 우리는 닮아있네.」

    저도 활짝 웃으며 답했습니다.

    「소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요, 제가 호빈씨에게 느낀 감정은 동질감이였습니다.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사람이라고. 그래서 더 이해할 수 있다는, 그런 느낌이에요.

    그때 레인씨께서 호빈씨와 저를 와락 하고 끌어안으셨습니다!

    「뭐 어때, 린나는 나랑 제이슨이 있고. 또 없다고 해도 여기 있는 모두가 가족인데 말이야!」

    레인씨 옆에 있는 제이슨씨도 고개를 끄덕이고 계셨습니다. 레인씨가 팔에 힘을 줘서, 호빈씨와 저는 끄으응 하는 소리를 냈습니다.

    하지만 역시, 행복해요! 모두가 웃는 것이였습니다.

    ============================ 작품 후기 ============================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과 선작, 코멘트 부탁드려요!

    이제 슬슬 이 에피소드도 막판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리코멘>

    외로운사신님: 옷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공사님: 순수와 4차원의 경계에 서있는 아이니까 말이에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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