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78화 (78/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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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신입인가요?

    눈을 뜨자 몇년째 보고있는 천장이 눈에 띄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도, 익숙하지만 낯선 광경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슨말이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이렇게 답해요.

    눈을 떴을 때, 오늘은 어떻게 하루를 보내야할지 막막한 생각이 들지 않아서 정말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여기서 몇년이나 있어도, 자리를 안 옮겨도 되는게. 너무나도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이였습니다.

    저는 여름이 되자 바뀐 얇은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립니다. 몇분이 지나자 이불속의 몸에서 열이 나며 땀이 나려고 하는것을 느껴, 저는 다시 이불을 옆으로 치웠습니다.

    일어나야 해요.

    이곳은 저의 집. 그래요, 이제 한국에는 돌아갈 일이 없어요.

    거기다가 오늘은 호빈씨와 리리비안씨의 첫 훈련이 있는 날이라서, 저는 일찍 일어날 의무가 있었습니다. 일어나서 곧바로 욕실로 향합니다. 개운하게 모두를 맞이하고 싶어서에요.

    막상 이렇게 한국을 생각하고 나니, 지금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해왔던 일들이 모두 한국이랑 연관되어 보이기 시작합니다. 옷을 벗고 있을 때, 갑자기 옆에 귀신씨들이 나타나지 않는것에 저는 지금도 익숙해지지 않아요.

    모든곳에 귀신. 즉 혼령들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다만 이곳은 터도, 그리고 워낙 살고 계시는 분들의 기운이 강하기 때문에, 쉽게 접근하지 못했다고 생각이 들어요.

    물론 네이샤씨는 예외이셨습니다. 이 장소에 억울함을 품고 계셨던 분이셨으니까요.

    저는 더워서, 약간 시원하게 물을 틀어볼까 했다가 차가운물에 호되게 혼이 납니다. 다시 따뜻한 물로 온도를 맞추면서 저는 저의 고향인 한국에 대해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쁜 추억들이 많네요.」

    하지만 전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저으며 다시 말을 바꿉니다.

    「아뇨, 나쁜것도 좋은것도 추억은 추억이에요. 이렇게 넘어가 버리면 안되요.」

    이것은 혼잣말이였습니다. 혼잣말이면서도 저의 다짐이였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고향이잖아요? 타지에서 사는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가끔씩 고향이 그리워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저는.

    「'어머니가 살아 계셨을 때의 고향'이 그리워요..」

    감정이 서글퍼집니다.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드는거죠? 이렇게나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는데도, 어째서 이런 슬픈 감정들은 저의 마음 한구석에서 비키지 않는 걸까요.

    어머니는 홀로 저를 키워주셨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태어나고 한살을 채우기도 전에 돌아가신 듯 하십니다. 전 아버지의 얼굴을, 때가 탄 앨범에서 만지작거리면서 느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희 집은 꽤나 시대와 동떨어져 있는 듯 했습니다. 이장님 댁에서 보았던 텔레비전에 비춰진 서울의 모습은, 제가 상상도 못했던 신세계였습니다.

    반면 저희 마을도 그렇고 그 중 산속에 있었던 저희 집은, 매일 지붕이 낡아 이상한 소리가 났고 마루 밑에서는 쥐가 돌아다니며 소란을 피웠습니다.

    하지만 저는 괜찮았습니다. 오히려 좋았어요. 모든것은 상냥하신 어머니가 있으셨기 때문이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의 일은 생각하기가 어렵습니다.

    몸의 비눗기를 씻어내면서 저는 물줄기를 빤히 바라보다가, 한번 저의 능력으로 물줄기가 저의 몸을 피해 양 옆으로 갈라지도록 만들어봅니다.

    어머니께서는 저의 능력은 위험하니 절대로 쓰지 말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어머니의 말을 어기고 있는것 같아서, 저는 능력을 쓸 때마다 조그맣게 움찔거립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지내려면 능력은 필수적입니다. 한국과는 상황이 달라요. 이곳은 저같은 능력자분들이 모이신 곳.

    제가 능력을 써도 아무런 문제가 될 게 없습니다. 저는 고개를 끄덕거립니다. 손가락을 원을 그리듯이 빙글빙글 그립니다. 물 줄기가 빙그렇게 휘어지며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며 튑니다.

    「괜찮아요.」

    모든게 다 괜찮아요, 문제가 될 것은 없어요. 저는 샤워기의 작동을 멈췄습니다.

    오늘은 사장님께서 저에게 선물해 주셨던, 한복과 비슷한 레이스가 달린 옷을 입습니다. 꽤나 치마가 짧긴 하지만 예쁜 옷이라고 생각해요.

    방을 나서면서 문을 열쇠로 잠그고, 저는 변함없이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오늘은 많은 분들이 안계셨습니다. 있는것은 테이블에 엎드려 주무시고 계시는 빅터씨와, 레인씨와 호빈씨. 그리고 리리비안씨였습니다.

    「아, 린나야 왔어?」

    레인씨가 저에게 오셔서 상냥하게 맞이해주셨습니다. 저는 레인씨와 굿모닝 포옹을 한 뒤에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습니다.

    「오늘은 꽤 있는 분 수가 적네요..?」

    「아아, 그건 오늘 단체임무가 있어서 그래.」

    저는 눈을 동그랗게 뜹니다.

    「에.. 단체 임무라고 말씀하신다면, 위에서 내려온 명령이라는 뜻인가요?」

    「그렇지, 사장님께서 내리신 명령이지.」

    저는 꽤나 놀랐습니다. 단체임무라고 하면 꽤나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거든요. 그만큼 진지하고, 꽤나 위험한 일일 때가 많습니다.

    「뭐, 한 저녁쯔음에는 돌아올 거라고 생각해. 나도 자세한건 몰라서 미안해 린나야.」

    「아뇨, 레인씨가 미안해 하실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레인씨에게 미소를 지어보입니다. 그리고는 호빈씨에게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호빈씨, 오늘 첫 훈련이라고 소녀는 들었습니다만..」

    「응? 응, 맞아. 」

    호빈씨는 전혀 긴장한 기색없이,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저는 처음 훈련을 받을 때 굉장히 긴장하고 그랬었는데, 역시 호빈씨는 대단하신 분이세요...

    「오늘 그럼 호빈씨도 랭크가 정해지시는 것이지요?」

    레인씨에게 물으니, 레인씨가 고개를 끄덕이십니다. 아무래도 올해의 신입 훈련 담당은 레인씨로 계속 가는 것 같아요. 레인씨, 여러모로 바쁘시네요...

    「응 그렇지, 하지만 잘 모르겠어. 호빈이같은 능력자는 oraTio에서는 처음이라, 랭크를 매기는 기준을 다시 한번 읽어봐야지.」

    「헤에, 기준도 있었구나.」

    「당연하지, 기준없이 어떻게 매길만한게 아니니까 말이야.」

    저는 제가 말해놓고도, 조금 바보같은 말이라고 생각해서 앗차 하고 입을 손으로 막았습니다. 하지만 레인씨는 그런 저를 보고는 소리내어 웃으시더니, 저의 머리를 쓰담쓰담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리리비안씨는 그런 저희를 신기하게 바라보셨어요.

    「역시 두 사람, 처음부터 가족인 것 처럼 보여요. 생김새는 다르지만..」

    리리비안씨의 말에 저는 살짝 놀랍니다. 제가 레인씨와 처음부터 어머니와 딸 사이로 보인다는 말인가요? 저는 레인씨의 표정을 살짝 살핍니다. 레인씨는 꽤나 기쁜 표정을 하고 계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레인씨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물론 전 레인씨를 부모에 대한 사랑으로 사랑하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아직까지도 레인씨를 어머니라고 한번도 불러보지 못했습니다. 레인씨는 그것에 꽤나 아쉬움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세요.

    벌써 저의 양어머니가 되신지도 몇년이 흘렀는데, 저는 아직까지도 레인'씨'라는 딱딱한 호칭으로 부르고 있으니까 말이에요. 내색은 안하시지만 분명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계신다고 저는 확신했었어요.

    하지만 저도 부르고 싶지 않아서 안 부르는것이 아닌, 어머니라는 말을 꺼내려고 할때마다 자꾸만 목에서 막혀버립니다. 자꾸만 한국의 친어머니가 떠올라서, 부르기가 어려워요.

    「린나야?」

    저는 호빈씨가 이름을 부르자 고개를 번쩍 하고 들었습니다. 갑자기 말이 귓가에 들어와서, 전 깜짝 놀랐어요.

    「왜그래? 꽤나 곰곰히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 것 처럼 보여서.」

    「예!? 아, 아뇨. 소녀는 아무것도 생각 안했어요!」

    저는 손을 내저으면서 답했습니다. 호빈씨는 그런 저를 빤히 바라보시더니, 곧 화제를 돌리셨습니다.

    「그래서, 어디서 훈련하는 거야?」

    「전에 린나가 훈련장 소개해주지 않았어?」

    「아, 거기구나. 미안미안 까먹었지 뭐야!」

    호빈씨는 에헤헤 하고 해맑게 웃으시며 머리를 긁적거리셨습니다. 그렇군요, 전 순간 훈련장에서 훈련하는게 아닌줄 알고, 꽤나 놀라려던 참이였어요..

    리리비안씨는 뭔가 조금 겁을 먹으신 표정이셨습니다.

    「엄청, 힘들것같아..」

    「뭐 힘들긴 하겠지?」

    그러고보니 두 분다 능력자가 되신지 얼마 안되는 분들이셨습니다. 엣, 혹시 거기서도 뭔가 차이가 나는 것일까요? 저는 태어날 때 부터 능력을 지니고 태어나서. 뭐랄까.. 조금 더 익숙한 걸까요?

    레인씨가 그런 리리비안씨를 보고 상쾌하게 웃음을 지으시며 말씀하십니다.

    「뭐, 적어도 죽을 정도로 힘들지는 않아!」

    「레인씨, 그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요!!」

    아니나 다를까 리리비안씨가 레인씨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깜짝 놀라시면서 얼굴에 겁먹은 표정을 가득 지으셨습니다. 으으, 레인씨도 장난끼가 넘치신다니까...

    저는 리리비안씨를 토닥이면서 진실을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아니에요 리리비안씨, 소녀도 할 수 있었는걸요? 하는 순간에는 힘들지만, 그렇다고 진이 다 빠지거나 쓰러질 정도거나 그런 정도는 전혀 아니에요!」

    그러자 리리비안씨는 저의 이야기에 조금 마음을 추스린 듯 했습니다. 호빈씨는 흐응 하고 흥미있다는 듯한 소리를 내셨구요.

    「자 그럼 이제 슬슬 이동해볼까?」

    「네! 가죠. 리리비안씨, 그리고 호빈씨!」

    이렇게 저희는 레인씨의 뒤를 따라서 훈련장으로 이동한 것이였습니다.

    ============================ 작품 후기 ============================

    작가가 면목이 없습니다... ㅠㅠ

    기다려 주신 분이 계신다면, 정말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예기치 못하게 너무 긴 잠수를 타 버린 것 같아요. 정말로 죄송합니다.. ㅠ

    이 못난 독자와의 약속도 못지키는 작가에게 돌을 던져 주세요. 엉엉...

    정말로, 앞으로는 이렇게 길게 잠수를 타지 않겠다고 약속 드리겠습니다. ㅠㅠ

    <리코멘트>

    외로운사신님-으아니! 제가 돌아왓습니다!

    비공사님-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 큰일은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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