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72화 (7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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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신입인가요?

그렇게 더욱 많은 레몬을 가져오려는 빅터씨를 애써서 말리고, 호빈씨가 코를 훌쩍거리시며 방에 삐지신 듯 들어가시고 나서야 저는 식당을 떠날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하아, 뭔가 노곤하네요.」

저는 노곤노곤한 몸을 이끌고 방으로 향하던 도중, 급하게 정장을 입고 뛰어가시는 레인씨와 마주했습니다.

「레인씨, 어디 가시는 건가요?」

「아, 린나야.」

그리고 레인씨의 뒤에는 지크씨도 계셨습니다. 어라? 봄인데 지크씨가 또다시 목도리를 매고 계셨습니다. 기억에 익숙한 빨간 목도리 말이에요.

「지크씨도... 같이?」

지크씨가 고개를 끄덕끄덕하십니다. 지크씨는 언제나 그렇듯 무표정이신데, 레인씨는 굉장히 안절부절하시는 모습이셨습니다.

「사실은 지금 뭐라고해야할까, 그러니까 긴급상황인것 같은데 뭐라고해야할까.」

레인씨는 철두철미한 평소의 모습과는 달리 막상 급한 상황이오면 안절부절 바둥바둥거리시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크씨가 그런 레인씨를 보다못했는지 직접 나서서 얘기하십니다.

「아까 그거.」

「어? 어?」

지크씨가 슥 손을 뻗어 레인씨의 휴대폰을 손에 드시더니 뭔가를 조작하십니다. 그리고는 레인씨의 휴대폰을 제 귀에 대시는 것이였습니다.

응? 하면서 제가 의아해하고 있는데 저의 귀로 매우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살려, 살려주세요.. 모두가 죽어가고 있.. 앗, 싫어, 저리가아아아아!!」

목소리는 작고 애처롭고 위태로웠습니다. 마지막의 절규에서 제가 깜짝 놀라면서 뒷걸음치자 지크씨는 휴대폰을 제 귀에서로부터 떼어내 레인씨에게 돌려드렸습니다.

「..레인한테 이런 전화가.」

「레인씨한테 이런 전화가 걸려온건가요?」

레인씨가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장난전화..가 아닐까요?」

요즘의 장난전화는 정도가 굉장히 심하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있던 저는 살짝 얘기해보았습니다. 하지만 레인씨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셨습니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어. 하지만 이 휴대폰의 번호는 '실험'에 관련된 사람들만이 알고있는 번호이고, 위장용 휴대폰이 따로 있기 때문에 이 번호로 장난전화같은게 올리가 없고. 또, 위치를 추적해봤더니 여기서부터 좀 멀리 떨어져있는 oraTio의 실험기관에서 걸려온 전화야.」

「실험기관...?」

실험기관이라는 이야기를 듣자 무언가가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레인씨도 저와 똑같은 생각이신것 같습니다.

「그래서 한번 방문을 해 볼 생각이야. 제이슨이랑 지크와 같이.」

「엣, 지크씨도 가시는 건가요?」

지크씨가 고개를 끄덕이십니다.

저는 그런 지크씨를 바라보았습니다.

「소, 소녀도...」

「안돼.」

「엣.」

아직 말도 다 안꺼냈는데, 지크씨가 단호하게 딱 잘라 거절하셨습니다.

「음.. 안되는건가?」

레인씨가 지크씨를 바라보았으나, 지크씨의 눈빛이 매우 단호했기에 레인씨도 저도 포기했습니다. 지크씨가 한번 마음을 정하면 절대로 굽힐 수 없는것을 모두가 알고, 또 지크씨가 마음을 정하셨을 때는 그것이 옳은 방법이라는 것도 알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가지 못하는건 조금 아쉬워요. 그곳에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건지 알고싶은데...

아무 일도 없었다면 좋겠네요.

「그럼, 다녀올게 린나야.」

「네! 다녀오세요, 지크씨도 조심히 다녀오세요.」

레인씨에게, 지크씨에게도 인사하자 지크씨가 고개를 끄덕이시며 저의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조금 빠른 걸음으로 멀어져가는 것을 저는 바라보았습니다.

「무슨일이야?」

「아, 그게 레인씨의 휴대폰으로... 으엣!?!?」

저는 갑자기 저의 옆에 누군가가 와서 말하는것에 대꾸하다가 뒤늦게 놀라 폴짝 뛰었습니다.

「호, 호빈씨?! 방에 계셨던게 아닌가요!?」

「응, 아까까지만 해도 그렇지. 마리가 좀 더 곳곳을 돌아다녀보라고 말해서 말이야.」

벌써 호빈씨는 마리씨의 이름 뒤에 아무런 호칭을 붙이지 않으시네요! 하지만 그것이 나쁜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고, 오히려 조금 친근했어요.

「딱히 이야기를 들을 생각은 아니였어.」

「괜찮아요, 못 들을 이야기도 아니니까 말이에요.」

「헤에, 그렇구나.」

호빈씨는 생글생글 웃으셨습니다. 그러더니 조금 뒤 갑자기 저에게 물어오셨습니다.

「그 형은 누구야?」

「그 형..?」

「왜 그, 까만 수트입고 빨간 목도리 두른 신기한 머리색깔의 형 말이야.」

아, 지크씨에 대해서 이야기하시는 거네요!

「아, 그 분은 지크씨이세요. 지크 레비어스.」

「앗, 그 형이 레비어스야? 나 처음봤어.」

「에..? 지크씨를 알고 계신건가요?」

호빈씨는 음- 하는 소리를 내셨습니다.

「그야, 유명한 사람이잖아? 내 실험을 해준 연구기관에서도 온통 그 형 이야기로 가득했어. 엄-청 대단하고 신기한 사람일 줄 알았는데, 막상 이렇게 보니까 평범한 형처럼 보여서 조금 놀랐어.」

「그렇군요.. 지크씨는 엄청 유명하신 분이군요..」

「지금 그 형하고 레인누님은 그 아까 말한 곳으로 가는거지? 나중에 돌아오면 한번 얼굴이라도 보고싶네. 뒷모습밖에 보질 못했어.」

저는 호빈씨의 말에 에헤헤 하고 웃고, 말했습니다.

「엄청나게 아름다우신 분이세요.」

「에? 아름답다? 남자면 잘생겼다고 하는게 아닌가?」

「네, 분명 잘생겼다는 말이 맞는것이겠지만... 그래도 소녀는 왠지 지크씨를 바라보면 아름답다는 말이 먼저 떠올라서.」

「린나가 그렇게 말하니까 더 궁금한데.」

호빈씨가 장난스럽게 말하시고, 저는 그 말에 다시 조그맣게 웃었습니다.

「그렇네요, 그러고보니 지크씨도 호빈씨와 만나신적이 없는것이네요! 나중에 돌아오면 서로서로 소개하도록 해요. 친해지는건 좋은일이니까요!」

「그렇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게 친구니까.」

저는 그렇게 말하시는 호빈씨의 옆얼굴을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그러자 호빈씨가 저의 시선을 느끼셨는지 저와 눈을 맞추시며 왜? 하고 고개를 갸웃하셨습니다.

「호빈씨는 소녀와 친구인것일까요?」

「그건 당연하지!」

호빈씨가 당연한것을 왜 묻냐는 듯 시원스럽게 얘기하자 저는 기뻐서 방방 뛰었습니다.

「그, 그럼 소녀와 함께 oraTio를 돌아다녀요! 이미 안내를 받으셨지만 그래도 구석구석 oraTio에서 소녀가 알게 된 것을 알려드릴게요!」

「정말이야? 예를 들면 뭐가 있는데?」

음.. 저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하나를 떠올려 냈습니다.

「예를든다면, 주방의 베스테씨에게 애교를 부리면 맛있는 것을 주신다는거에요!」

「엣, 린나 애교 부린거야!?」

「후후후-」

그렇게 이곳 저곳 돌아다니면서 호빈씨에게 제가 아는것 본것 들은것들을 재미있게 얘기하고 있을 때, 레인씨 일행이 돌아왔다는 말이 들려 저와 호빈씨는 마중을 하러 갔습니다.

「레인씨 지크씨 제이슨씨! 다녀오셨어요?」

「응, 린나야.」

레인씨가 언제나 그렇듯 저를 껴안아주셨고, 지크씨는 저의 옆으로 오셨습니다.

그런데 어라? 레인씨의 품에 안겨있다가 저는 레인씨의 몸에 가려진 채 뒤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살짝 고개를 빼꼼 내밀어 그것이 누구인지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어라..?」

마치 햇빛을 오랫동안 보지 못한 듯 창백한 피부에 마르고 병약해보이는 몸. 무언가가 불안한 듯 주춤주춤 움직이는 녹안에 정돈이 안되있고 윤기가 흐르지 않는 구불구불 웨이브진 연두빛 머리카락.

처음보는 소녀분이셨습니다.

제가 의아한 눈빛으로 레인씨를 바라보자 레인씨는 뭔가 측은한 눈빛으로 소녀분을 바라보셨습니다. 그러더니 저에게 소녀분의 소개를 해주셨어요.

「이 아이는 리리비안이라고 해. 우리가 갔던 연구기관에서 데려왔어. 여기 이 아이는 린나 브루스. 내 양딸이야. 이 뒤의 남자아이는 강호빈이라고 얼마전에 온 신입이고.」

저와 호빈씨는 소개를 당하자 조금 흠칫 놀랐습니다. 갑작스러운 만남이라서 그럴까요?

「저기.. 그게.. 아, 안녕하세요..!」

리리비안씨의 몸이 약간 파르르 떨리더니, 곧 눈을 질끈감으시고는 소리치시듯 인사하셨습니다.

「앗, 아.. 리리비안씨, 잘 부탁드려요!」

「여, 잘부탁해.」

저와 호빈씨는 리리비안씨에게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했습니다. 그러자 리리비안씨의 표정이 약간 생기가 돈다 싶더니 또 다시 어두운 그늘이 생기는 것이였습니다.

어, 그러고보니 리리비안씨의 목소리가.. 아까 들었던 목소리와 비슷한데..

설마 레인씨에게 걸려온 전화는 리리비안씨가 걸은 것일까요? 도대체 무슨 사정이길래 이곳까지 오게 되신걸까요..

저는 슥 고개를 돌려 지크씨를 바라봅니다. 아무래도 리리비안씨의 등장으로 지크씨와 호빈씨의 서로서로 소개는 다음으로 미뤄진 듯 해요. 호빈씨도 그리 생각하는 듯 하셨습니다.

「지크씨, 무슨 일이 있었나요?」

「으응.」

지크씨가 고개를 끄덕거리십니다. 엣,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하지만 그 이상 지크씨는 이야기하시지 않았습니다. 어라라, 왠지 리리비안씨와 같이 지크씨도 뭔가 표정이 어두워요.

「지크씨?」

저는 슥 지크씨에게 다가가 지크씨의 얼굴을 살핍니다.

「지크씨, 얼굴이 창백하신데 몸이라도 안좋은 것인가요?」

그런데 제가 한 말에 뭐랄까, 제이슨씨와 레인씨가 지크씨의 눈치를 살피시는 것이였습니다. 으응..?

「린나.」

그때 지크씨가 조용하게 저의 이름을 부르시며 제 옷깃을 잡으십니다. 저는 지크씨를 다시 바라보았어요.

「네?」

「안아줘.」

지크씨가 조용히 금빛눈동자로 저를 바라보시는데, 왠지 그 눈동자가 무언가 슬픈일이 있어 엄마에게 안기고싶은 어린아이의 느낌이 들어서 저는 지크씨를 크게 꼬옥! 안아드렸습니다.

역시 무슨일이 있었던거네요, 안그럼 지크씨가 이런 행동을 하실리가.. 조용히 지크씨의 등을 토닥거리고 있는데, 저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호빈씨가 고개를 갸웃거리시며.

「린나랑 지크형은 사귀는 사이야?」

에? 사귄다가 무슨뜻이죠?

제가 호빈씨의 말이 의아해서 고개를 갸웃거리고만 있는데 어째서인지 그 자리에 있던 레인씨와 제이슨씨는 푸우우우우웁 하고 마리씨가 갖다주신 물을 뿜으시고, 마리씨는 그 레인씨와 제이슨씨가 뿜으신 물을 그만 얼굴에 직격으로 맞으시고, 지크씨는 갑자기 얼굴이 펑! 하고 붉어지셔서는 아니.. 그... 그게... 아니야... 하고 어버버버 거리시는 것이였어요.

그 자리에 있는 리리비안씨와 저만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을 뿐이였습니다.

============================ 작품 후기 ============================

새로운 아이의 출연입니다!

분위기메이커 호빈이

<리코멘트>

외로운사신님- 으... 흠흠..

비공사님- 으잌ㅋㅋㅋㅋㅋㅋㅋㅋ하지만 저는 그냥 계속 쓸려구요!

하얀하늘빛님- 아니아니아니에요! 작품을 보고 안보고는 독자님의 마음대로이니, 그냥 코멘을 달아주시면 기뻐서 날뛰는 작가의 마음이랍니다 ㅎ!!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선작/코멘트 부탁드려요! 이 작가는 코멘트 달아주시는 분 엄청사랑해요! 왜냐하면 이 작품을 아껴주시는 분들이 코멘트를 달아주시지 않는다면 저는 제 작품을 아껴주시는지 모를 수 밖에 없는데, 코멘트를 달아주신다는 건 제 작품을 oraTio를 아껴주신다는 것을 말하니까 기쁠 수밖에 없지요!

다음 주말에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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