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66화 (66/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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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5 - Epilogue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제가 이야기를 다 듣고 입을 열었을 때, 마리씨는 조용하게 고개를 끄덕거리셨습니다.

설마 레이븐씨와 에이미씨에게 그런 사정이 있었을 거라고는 저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레이븐씨는 어째서 에이미씨를 만나지 못하시는건가요?」

「그건.. 사장님의 명령이니까요. 레이븐의 업무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며.. 그 뒤로 레이븐에게 기억소거작업을 하려고 몇번 시도했지만, 레이븐이 필사적으로 거절했다고 해요.」

「..소녀라도 분명 거절했을 거에요.」

제가 그리 얘기하자 마리씨는 그런 저를 이해한다는 듯 바라보셨습니다.

「에이미의 능력은 아직 확실히 판명난 것이 없어요. 하지만 에이미의 몸에 닿은 생물들은 죽게 되요. 하지만 그것도 에이미의 의지에 따라 조종할 수 있는것 같아요.」

「조종하다니..?」

「그러니까 에이미가 원하지 않는다면 능력이 발동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에요. 추측에 불과하지만..」

에? 그렇다면?

「그럼 에이미씨가 밖으로 나와도 괜찮지 않은가요?」

제가 묻자 마리씨는 살짝 놀라시더니 이윽고 슬픈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그건.. 역시 불가능해요.」

「어째서죠?」

제가 바로 안된다고 대답하는 마리씨에게 울상을 지으며 묻자, 마리씨는 조용한 목소리로 대답하셨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위험해요. 에이미의 머리카락 한올만 닿아도 바로 죽음으로 이를 수 있는데, 에이미가 능력을 잘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도 정신이 흐트러지면 바로 물거품이 되버려요.」

그 말을 듣고 저는 아.. 하고 아는 소리를 흘리면서 다시 털썩 앉았습니다.

분명 얘기한 것은 레이븐씨와 에이미씨의 이야기인데, 어째서인지 마리씨와 제 사이의 공기도 적막하고 어색한 분위기가 되어갔어요. 저는 테이블을 손으로 만지작거리다가 침묵을 깨기 위해서 물었습니다.

「레이븐씨는 에이미씨를 아직도 보고싶어 하실까요..?」

그러자 마리씨의 망설임없는 대답이 들려왔습니다.

「당연하죠.」

제가 고개를 들자, 마리씨는 당연한 것을 말하는 듯 확연한 표정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절대로 변하지 않아요.」

그리고, 마리씨는 뜸을 들이시더니.

「어떤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말이지요.」

라고 중얼거리셨습니다.

저는 그러다가 알게되었습니다. 마리씨도 분명 레이븐씨와 에이미씨를 만나게 해주고 싶은 것일거에요. 하지만 전 사장님의 명령을 사장님도, 마리씨도 따르고 있는것이니까 마리씨로서는 그것이 불가능한 일일거에요.

그리고.. 솔직히 레이븐씨가 에이미씨 앞에 서면 어떤반응을 보일지, 감정에 휩싸이셔서 무슨일을 저지르실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리움이 너무나도 깊어지면 그것은 이윽고 병이 된다고 옛날에 어머니께서 저에게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레이븐씨는 에이미씨가 있는 곳을 알고 있나요?」

「아니요, 대략 지하에 숨어있다는 것만 알고 정확한 위치는 모를거에요.」

그리고, 저는 마음을 결정했습니다.

이대로 그냥 떠나버리기에는 뭐해서, 저는 마리씨에게 에이미씨에 대한 것 몇가지를 더 질문하였습니다.

「에이미씨는 그 방에서 무슨일을 하시고 있으시나요?」

「음.. 주로 능력제어에 대한 연습일까요. 실험용 쥐나 토끼같은 작은 동물들을 넣어놓고요. 그리고 또 동화책도 많이 갖다놓았으니 책도 많이 읽을거에요. 글자는 제가 가르쳐주었어요. 」

저는 마리씨의 말을 듣다가 말했습니다.

「어차피 에이미씨는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데, 어째서 능력제어 연습같은 것을 하는거죠?」

저의 말에 마리씨의 몸이 크게 움찔 떨렸습니다. 그리고 이윽고 저희 둘은 다시 입을 다물었습니다.

「...글쎄요.」

마리씨가 먼저 입을 여셨습니다.

「저도...모르겠어요.」

그렇게 조용히 말씀하시는 마리씨의 표정이, 너무나도 슬퍼보였습니다.

「죄송해요, 곤란한 질문을 해버려서. 소녀는 이만 자리를 떠날게요. 안녕히 계세요-」

저는 의자에서 폴짝내려와서, 마리씨를 향해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였습니다. 그러자 마리씨는 조금 놀라면서 얼떨결에 손을 바이바이하고 흔드셨고, 저는 그대로 마리씨의 방을 빠져나왔습니다.

음- 아무래도 마음을 정했긴 하지만, 역시 쉽게 생각할 일은 아니네요. 그러니까 되도록 신중하게 생각하자, 신중하게 생각하자 하고 계속 머릿속에서 외쳤지만. 그래도 마음의 대답은 똑같았습니다.

만나게 하고 싶다 라고.

요즘 제가 너무 멋대로 행동하는 것 같다는 생각은 많이 들지만.. 그래도.. 이것만은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밤이 되었습니다.

지크씨에게 물었더니, 레이븐씨는 밤 늦게까지 잠을 안주무신다고 해요. 그래서 저는 이번에는 지크씨에게 최대한 들리지 않게 아주 살살 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벽에 숨어서 한참동안 저의 문 앞을 바라보았습니다.

음, 아무런 반응이 없는것을 보니 지크씨께서 제가 나오는 것을 모르시는것이 분명해요!

저는 그대로 종종걸음으로 레이븐씨의 연구실까지 걸어... 가려고 했지만 또다시 중간에 헤매어서 몇십분이나 걸려서 겨우 도착하였습니다.

아아, 힘들어라.. 숨을 고르고 똑똑, 하고 약간 빛이 새어나오고 있는 레이븐씨의 방문을 두드렸어요. 그리고 조금 뒤, 끼익 하는 조금 뻑뻑한 소리와 함께 레이븐씨께서 문을 여셨습니다.

「하아?」

레이븐씨는 저를 보시자마자 대뜸 귀찮은 표정부터 지으셨습니다.

「뭐냐 꼬맹이.. 이런 밤중에 다치기라도 한건가?」

그 말을 하시면서 레이븐씨는 저를 이리저리 살피셨는데, 제가 가만히 서있자 조금 의아해하시며 물었습니다.

「왜온거냐?」

저는 고개를 들어서, 레이븐씨의 푸른 눈동자를 가만히 응시했습니다. 레이븐씨는 제가 갑자기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니 약간 흠칫하시면서 이상하다는 듯 눈썹을 까닥거리셨습니다.

조금 긴장해서 말이 제대로 안나오네요. 저는 몇번의 중얼거림 끝에 마침내 말하고야 말았습니다.

「에이미씨를, 만나고 싶지 않으시나요.」

그 말과 동시에, 레이븐씨의 눈동자가 크게 뜨여집니다.

「너... 에이미를 어떻게...」

레이븐씨가 휘청휘청, 하고 황급히 몇발짝 저에게서 떨어져 뒷걸음질치십니다. 저는 그런 레이븐씨를 바라보며 한번 더, 말했습니다.

「만나고 싶지 않으신건가요..?」

그러자 레이븐씨가 뭔가 윽 하는 소리를 내시더니, 이윽고 소리치셨습니다.

「만나고 싶은게 당연하잖아!」

이런, 소리가 컸어요. 저는 삐질삐질 땀을 흘리면서 일단 조금 소리를 낮추라고 레이븐씨에게 당부하듯 말했습니다.

「그게, 소녀.. 에이미씨가 있는 곳을 알고 있으니까요.」

「그게 진짜야?!!」

레이븐씨가 제 말을 듣자마자 바로 달려오셔서 저의 어깨를 강하게 부여잡습니다.

「앗..!」

제가 갑작스러운 레이븐씨의 행동에 조금 휘청거렸지만 레이븐씨는 마다하지 않고 계속 재촉하듯 물으셨습니다.

「어떻게 네가.. 아니 상관없어!! 어디야, 대체 어디야. 제발 알려줘..!」

레이븐씨의 눈동자에 눈물이 살짝 고여있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점점 애처로워지는 레이븐씨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저는 대답했습니다.

「..대신 조건이 있어요!」

「조..조건..?」

「지금부터 소녀를 따라오시면 에이미씨가 있는 곳에 다다를 수 있을거에요. 레이븐씨, 절대로 섣부른 행동을 하지 않으시겠다고 약속해주세요!」

저는 끄응하고 힘을 써서 레이븐씨의 손을 저의 어깨에서 떼는것에 성공했습니다. 레이븐씨의 동공이 이리저리 움직이더니, 곧 레이븐씨는 급하게 고개를 끄덕이시면서 말하셨습니다.

「알았어, 약속할게. 그러니까..!」

레이븐씨, 무척이나 급해보이셔서.. 저는 바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하지만 지하 4층으로 내려가자, 레이븐씨의 표정에는 뭔가 불안함과 초조함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 같아요.

「레이븐씨, 괜찮으시나요..?」

뭔가 레이븐씨의 상태가 안좋은것 같아서 저는 살짝 레이븐씨의 옷깃을 잡고 물어보았습니다. 그러자 레이븐씨는 약간 멍을 때리다가 제가 한번 더 옷을 당기자 그제서야 저를 눈치채고 말하셨습니다.

「어..? 어, 응... 괜찮을거야.. 아마.」

아마 라고 대답하신 건 레이븐씨도 본인의 상태를 잘 모르겠다는 것일까요? 겨우 13살에 불과한 제가 처음으로 자식의 얼굴을 보러가는 레이븐씨의 마음을 잘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지금 레이븐씨는 굉장히 휘청거리고 계신다는 것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에이미씨의 방에 저와 레이븐씨는 도착하였습니다.

「여기에요.」

「...」

레이븐씨는 이제 저의 말에 대답도 하지 않은채, 에이미씨의 방문만 뜷어져라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결국 제가 에이미씨의 방문을 똑똑, 두드렸습니다.

「에이미씨-.」

그러자 조금 뒤 도도도도 하고 달려오는 소리가.

「이 목소리는.. 린나다!」

그리고 에이미씨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에이미씨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레이븐씨의 몸이 굳는것을 저는 보았습니다.

「늦게왔네..」

에이미씨가 서글픈 목소리로 중얼거리셨습니다. 저는 대답했어요.

「에, 그러니까.. 그 대신 오늘은 다른 손님을 데리고 왔는걸요?」

「정말? 누구?」

제가 레이븐씨에 대해서 말하려고 하는데, 뭔가 몸이 문 앞에서 멀어졌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레이븐씨가 저를 손으로 밀어내신겁니다.

「레, 레이븐씨..?!」

그리고, 레이븐씨가 입을 여시더니.

「문 앞에서 떨어져!!」

에?

제가 당황할 시간도 주지않은채, 레이븐씨가 힘껏 문에 부딪히시는 것이 아니겠어요?!

저는 그제서야 상황을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레, 레이븐씨..!! 섣부른 행동은 안된다고 소녀가..!」

하지만, 레이븐씨는 제 말은 듣지도 않으시고.

쾅!

하는 큰 소리와 함께 에이미씨의 방 문이 떨어졌습니다.

「아...」

그리고 떨어진 문 바로 앞에는, 그토록 궁금했던 에이미씨의 모습이.

긴 금발을 양갈래로 묶고, 커다란 푸른 눈을 겁이난듯 크게 뜨고 있는 작은 소녀가 그곳에 있었습니다.

「앗..! 레이븐씨..!?」

그리고 저는 미처 말리지 못했습니다. 레이븐씨는 그대로 안으로 뛰쳐들어가시더니 있는 힘껏-

에이미씨를 껴안았습니다.

「아..!!」

저는 레이븐씨의 행동에 외마디 비명을 지르면서 참혹한 광경을 차마 보지못할것 같아서 눈을 꼭 감아버렸습니다.

이를 어떡해, 어떡해요.. 전부 저의 잘못이야..!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는데,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에..이미.. 에이미... 」

에이미씨의 이름을 계속해서 되말하는 눈물섞인 목소리.

저는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눈을 번쩍 떴습니다.

어..라..?

제가 상상했던 참혹한 광경은 그곳에 없었습니다.

오히려, 제가 그토록 보고싶어했던 따뜻한 광경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네이샤씨가 조용하게 레이븐씨의 어깨에 손을 올렸습니다. 비록 전해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네이샤씨는 조용히 고개를 돌려서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고마워요..」

활짝 웃으시며 아름다운 빛이 되어 사라지는 네이샤씨는 피로 물들여진 눈물을 더이상 흘리지 않았습니다.

「누구..세요..? 아.. 저기, 나 만지면 안되는데..」

레이븐의 품에서 빼꼼 얼굴을 내미는 에이미씨의 얼굴이 정말로 네이샤씨를 쏙 빼닮았다고 저는 느꼈습니다.

아아.

가족- 이네요.

지금은 비록 쌀쌀한 겨울날이지만. 어째서인지 이곳은 굉장히 따스한 온기가 퍼져나가고 있었습니다.

레이븐씨는 계속 흐느끼시고, 어쩔줄 몰라하는 에이미씨를 위해 저는 일단 레이븐씨의 어깨를 잡고 에이미씨에게서 살짝 떼어냈습니다. 그리고 웃으면서 말했어요.

「소개할게요, 에이미씨의 아버지 되시는 분이랍니다!」

만약 저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이제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저라도, 이 목숨이 사라질 수 있다고 해도.

사랑하는 딸의 온기를 느낄 수 있다면 마다하지 않았을테니까요.

============================ 작품 후기 ============================

가족만큼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으흐믛믐ㅎ 스토리가 뭔가 급마무리라고 느끼신다면 그것은 착각이 아닙니다.

모두 다 작가가 못나서 그런탓이니 자 어서 돌을 던져요! ㅠㅠㅠ

헑얽 어쨌든 다음부터는 새로운 에피소드가 일어나는데!

무려 린나가 14살! 그리고 개성넘치는 신입의 등장입니다?! 봐주시면 감사해요!

될 수 있으면 밤 12시에 의 프롤로그를 올리겠슘당!

<리코멘리코멘>

외로운사신님- 흐규흐귱.. 울지말아여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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