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65화 (6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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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븐 폴로스

    레이븐은 다른 능력자들과는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치유의 능력'. 원인만 안다면 손을 대는 것만으로도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미지의, 하지만 엄청나고도 대단한 그 능력은 비록 레이븐이 비밀에 부쳐진 능력자라고 할지라도 의학계에서 군침을 흘리며 주시할 정도였다.

    그래서 그는 능력자라는 것을 숨기고 의학계에서 활동, '신의 손'이라는 별칭까지 얻으면서 어떠한 환자라도 낫게 한다는 식으로 소문이 퍼져 순식간에 저명한 의사가 되었다.

    하지만 명성이 퍼질수록 퍼질만큼 레이븐에 대한 사람들의 감정은 의심으로 바뀌기도하였고, 또 그만큼 레이븐은 여기저기 혹사당할 수 밖에 없었다.

    레이븐은 전까지만 해도 사실 '거지'였다. '노숙자'라고도 하는, 거리에서 떠돌아다니면서 사람에게 구걸하는. 목표도 없이 매일매일 그저 살기위해 사는, 비참한 인생에서 자신을 구원해준 것은 바로 실험이였다.

    「당신의 인권을 '우리'에게 맡기는 대신 새 삶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당신의 인권을 지키는 대신 새로운 시작을 포기하시겠습니까? 선택은 자유입니다만, 기회는 한번 뿐입니다. 두번째 방법을 선택하셨을 경우에는, 기억소거작업이 이루어집니다.」

    아름다운 은발의 여성이 어느날 레이븐에게 찾아와서 한 말이였다.

    그 여성은 레이븐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겠다는 듯 앞에서 조금 생글거리며 서있었다.

    망설일 것도 없었다.

    레이븐은 선택했다.

    그리고 도달한 것이 지금의 상황이였다.

    능력의 발현은 사람마다 모두 다 다르다. 한마디로 랜덤. 누구에게 어떤 능력이 부여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였다. 심지어는 이 모든것을 만든 천재 과학자 윌리엄 어드마이스까지 능력을 원하는 것으로 정해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으니.

    유전자를 바꿔버리는 위험한 실험.

    자칫하면 부작용은 물론이고 목숨까지 잃어버리는 생존률 30퍼센트의 실험.

    그 실험은 성공적으로 끝나고, 레이븐은 그렇게 구원받아 다른사람을 구원할 힘을 얻게 되었다.

    의학 공부를 시작한 것도 이 능력을 얻고 나서였고. 의학에 관심을 가지고 총명한 머리로 공부를 하던 레이븐은 어느새 자신이 의사가 된 것을 깨달았다.

    비록 몸도 마음도 지치는 힘든 삶이였지만, 그래도 전의 삶이랑은 비교할 가치도 없을만큼 보람찬 삶이였다. 레이븐은 지금까지 사정상 병에 걸려도 치료 절차가 굉장히 까다로운 능력자들을 치료해주는 역할을 맡았다. 그것때문에 항상 출장이 연달아 이어졌다. 레이븐과 같은 치유능력자가 Diara에 한명 나타나고 나서야 레이븐은 숨을 좀 돌릴 수 있었다.

    그러다가 만났다.

    출장을 갔던 지방에 있던 oraTio 지사에서 레이븐은 처음으로 네이샤를 만났다.

    그때 치료했던 환자는 그녀의 친구였다. 그녀는 굉장히 소중한 친구인지 레이븐의 손을 잡고 몇번이나 고맙다며 눈물을 흘리면서 인사했다.

    그때 네이샤에게서 풍겼던, 향수인지는 모르겠지만 상큼한 오렌지의 향기를 레이븐은 잊을수가 없었다.

    아마도 그것이 작은 인연이 되었던 것 같다. 레이븐과 네이샤는 그때 일을 계기로 조금씩 만나기 시작해서. 이윽고 둘은 서로의 마음이 잘 통하는 것을 깨닫고. 좋은 친구가 되어서, 좋은 연인으로 발전했다.

    레이븐은 네이샤가 풍성한 금발을 찰랑거리면서 상큼한 미소를 지어주면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만성적인 우울증과 성급하고 불같은 성격이 가라앉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도 레이븐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기에, 레이븐은 자신의 인생에서 절대 하지 못할 것 같았던 결혼을 하게 된다.

    행복했다.

    곧 태어날 아이는 지크의 동생으로서 키우자고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행복이 있으면, 불행도 있는 법이였다.

    치유의 능력과 빛의 능력.

    부모가 실험체이면 아이도 능력을 가지게 된다. 사람들은 분명 두사람처럼 따뜻하고 다른사람을 구원해줄 능력을 가진 아이가 생길거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레이븐도, 네이샤도 분명 그렇게 생각했을 터다.

    하지만 새로 태어난 아이의 능력은...끔찍했다.

    네이샤가 원했던 에이미라는 이름을 가지고 레이븐의 딸은 태어났지만, 네이샤는 목숨을 잃었다.

    레이븐이 에이미를 보기도 전에, 사장의 판단으로 인해 에이미는 감금과도 같은 격리를 당하게 되었다.

    이보다도 더 슬픈 일은 없었다.

    이보다도 더 끔찍한 일은 없었다.

    웃는 얼굴로 oraTio에 만든 분만실에 들어갔던 아내는 영원히 돌아오지 않고,

    태어난 아이는 부모에게 안겨보기도 전에 깊숙한 곳에 격리되었다.

    레이븐에게.. 그것은 너무나도 큰 충격이었다.

    「어째서.. 어째서 얼굴도 보지 못하게 하는 겁니까.」

    레이븐의 처절한 물음에 마이렌의 아버지. 전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잊어버리게, 그 아이는 결코 가까이해서는 안돼. 아무리 부모라고해도... 분명 레이븐 자네는 그 아이를 보게 되는 순간 감정의 조절을 못할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자네는 전부 잊어버리게.」

    화가

    치미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고도.. 그러고도 당신이 부모야?!?」

    레이븐은 그날 처음, 사장에게 소리를 질렀다. 온몸의 핏줄이 뜨겁게 부글부글 끓고있는 것만 같았다. 주먹을 너무나도 꽉 쥐어 핏줄이 튀어나온것이 보였다.

    「에이미는.. 에이미는 내 딸이라고!! 잊을 수 있을리가 없잖아!! 부모가 자식을 잊는다는 것이 말이 되는거냐고!!」

    사장은 잠자코 레이븐이 하는 이야기를 잘도 듣고 있었다. 그러더니 조용하게 입을 열었다.

    「... 자네는 에이미를 사랑할 수 있는건가?」

    「뭐..?」

    「그야, 그렇지 않은가.」

    사장이 자세를 고쳐잡았다.

    「네이샤 양이 죽은것은 에이미때문이 아닌가.」

    1초.

    1초동안, 레이븐의 이상적 사고가 완전히 정지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의 손에는 어느새 사장의 멱살이 들려있고, 옆에서 사장의 아들인 마이렌이 레이븐을 말리고 있었다.

    「그만해, 레이븐..!! 아버지도 도대체 왜 이러시는겁니까!!」

    사장은 레이븐한테 멱살을 잡혀있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태연한 눈빛으로 레이븐을 가만히 응시하고 있을 뿐이였다.

    레이븐의 팔이 안쓰러울 정도로 덜덜덜 떨리더니,

    레이븐은 결국 손에 붙들려있던 사장님의 멱살을 놓았다.

    사장님은 그저 몇번 옷정리를 하더니, 말했다.

    「원한다면 기억소거작업을 해줄수도 있네.」

    레이븐은 사장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뒤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마이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몸을 돌려서, 사장실을 빠져나올 뿐이였다.

    레이븐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얄밉게도 적적한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다. 레이븐은 그딴거 상관하지 않고 그저 난관에 등을 기댔다. 옷이 축축하게 젖어내려가도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비가 내리고 있으니 담배가 펴지지 않는것도 당연했다.

    슥 고개를 돌려서 옥상 아래를 바라보았다. 회색빛 도시에, 회색빛깔의 차들이 쉴새없이 도로를 달리고 있는 것을 레이븐은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여기에서 떨어진다면.

    그리고 몽롱한 상태에서, 어쩐지 몸이 기울여졌다.

    「헉.」

    그러다가 자신의 배를 찌부라트릴 듯 강하게 부여잡는 힘에 레이븐은 정신을 차렸다. 축축하게 젖은 머리칼의 차가움에 놀라서 주위를 둘러보는데.

    그제서야 레이븐은 자신이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는 상태라는 것을 깨달았다.

    순간 눈앞이 아찔해졌다. 나는 지금 뭘 하려고 했던거지? 온갖 생각이 뒤죽박죽 섞여서, 어쩌지도 못할 감정들을 마구마구 만들어내고 있을 때.

    훌쩍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윽...읏...」

    최대한 숨을 죽여서 울음소리를 숨기려고 하는 소리가, 레이븐의 귀에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확하고 레이븐은 끌어당겨져서 비로 젖은 바닥에 철퍽 주저앉았다.

    그리고 레이븐은 깨달았다.

    지크가, 자신을 잡고 있었다.

    15살의 소년이, 23살의 남자를 잡고 있었다.

    레이븐과 같이 주저앉아서 서글픈 소리를 내고 있는 지크의 얼굴은 눈물인지, 비때문인지 온통 흠뻑 젖어있었다.

    레이븐은 울지 않았다.

    대신, 레이븐은 그대로 지크를 껴안았다.

    ============================ 작품 후기 ============================

    지크와 린나의 외출기를 적지 않은 이유는

    제가 한번도 남자와 같이 외출한적이 없어서요.

    .....

    <리코멘>

    하얀하늘빛님- 흑... 죄송합니다.. 쓸수가..없었어여...ㅠㅠ

    외로운사신님-는 시작되지 않았다

    비공사님- 제가 오늘 그랬다능. 계속 먹었다능

    선추코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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