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60화 (6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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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familia

    「저.. 저기..!」

    저는 황급히 문에다가 귀를 대며 말을 재촉하듯 말했습니다.

    「당신은.. 누구신가요..? 거기에 계신것이 맞나요..?!」

    하지만 이상해요. 전에 왔을땐 이곳에 아무것도 없었을 터.

    제가 잘못 보기라도 한 걸까요..?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 문 너머에서 또다시 아까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나..? 나는.. 에이미라고 하는데..」

    에이미.

    네이샤씨의 말씀이 맞았어요. 저는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네이샤씨는 어디론가 사라져 계셨어요. 그래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네이샤씨를 찾고 있는데 에이미씨가 또다시 말을 거셨습니다.

    「너는 누구야..? 이곳에 오는건 마리랑 사장님밖에 없어..」

    에..? 마리씨랑 사장님께서는 알고 계신건가요..? 그런데 어째서. 아아 의문투성이에요.. 일단 저는 에이미씨의 질문에 먼저 대답하기로 했습니다.

    「소녀는 린나라고 해요. 린나 브루스에요.」

    「..처음들어보는 이름이네.」

    「그런가요..? 저기, 에이미씨는 왜 위층으로 나오지 않고 이곳에만 계시는 거에요? 여기 어둡고.. 또 공기도 안좋은 것 같은데..」

    저는 깜깜한 복도와 빛이 새어나오지 않는 문틈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그러자 에이미씨의 말이 잠시 끊기더니, 곧 이어졌습니다.

    「...비밀이야.」

    「엣, 어째서인가요?」

    「별로 말하고 싶지 않으니까.. 어쨌든 나는 여기에서 나가면 안돼.」

    설마 감금?! .. 은 아니겠지요..? 불안한 마음으로 슬쩍 물어봅니다.

    「혹시 원하지 않는데 갇혀 있다거나 하신건 아니지요..?」

    「아니야.」

    다행이네요.. 그런데 그렇다면, 에이미씨가 원하기 때문에 이곳에 있다는 것?

    「.. 나도 내가 갇혀있어야 한다는 것 쯤은 알고 있어. 그렇기 때문에 딱히 나가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는걸.」

    「그래도 답답하지 않으신가요..?」

    「괜찮아, 태어날때부터 나는 여기에 있었으니까.」

    「태어날때부터?!」

    저는 놀라면서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문 너머의 에이미씨도 놀라셨는지 귀여운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런데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니.. 소녀라면 절대로 나가고 싶을 거에요.」

    「그런가..?」

    에이미씨는 그렇게 말하신 후에 조금 있다가, 한번더 그런가.. 하고 가녀린 목소리로 중얼거리셨습니다.

    「그래도 마리랑 사장님 의외의 사람이랑 만난것은 처음이야.」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요..」

    「그러니까 그게, 이야기 좀 해주지 않을래?」

    에이미씨의 조금은 갑작스러운 부탁에 저는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이야기라면 지금도 하고 있는데요?」

    「그게, 그렇지만.. 린나의 얘기를 해줬으면 좋겠어. 아무거나 좋으니까.」

    「소녀의 얘기인가요..?」

    저는 조금 막막했습니다. 에이미씨 엄청 간절한 목소리로 부탁을 하고 계신데. 도대체 어떤 얘기를 해드려야 에이미씨가 기뻐하실 수 있으실까요? 음..

    「그게 그러니까.. 소녀는 사실 한국인이에요.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태어났어요.」

    「한국? 그게 뭔데?」

    「하나의 나라랍니다. 이곳 미국은 서양인데, 한국은 동양이라서 아마 에이미씨와 저는 좀 다르게 생겼을 거에요. 소녀는 그곳에서 태어났어요.」

    에이미씨의 말소리가 갑자기 들리지 않습니다. 아마 이야기에 집중하시기 시작한 모양이에요.

    「에.. 그러니까, 소녀는 그곳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어요. 아버지는 아무래도 소녀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신 듯 해요. 어머니도 소녀가 10살이 되는 해에 돌아가셨지만.. 그래도 마을사람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소녀는 살아가고 있었어요. 」

    음.. 막상 또 이렇게 말하고 보니까 그때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기 시작하네요.

    「그러다가 어느날 oraTio의 레인씨와 제이슨씨가 찾아오셨어요. 그리고 소녀를 다짜고짜 데려가시게 되서.. 그때는 정말 놀랐답니다. 납치라도 당하는 줄 알았어요. 그리고 이곳 oraTio에 와서 소녀가 능력자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린나의 능력은 뭔데?」

    「염력이에요. 손을 사용하지 않고 물건을 옮길 수 있는 능력이지요!」

    그러자 문 너머에서 호오 하는 신기해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지크씨와 많은 분들을 만나고.. 또 oraTio와 비슷한 기업인 Diara에도 납치당해보고.. 생명의 위협도 느껴보고..」

    「지크?」

    「네, 지크씨요?」

    제가 말을 쭉 나열하고 있을때 에이미씨가 지크씨의 이름을 중얼거리셨습니다. 어라? 에이미씨, 혹시 지크씨를 아시고 계신 걸까요?

    「나, 그 이름 들어본 적 있는데..」

    「지크씨의 이름 말인가요?」

    「응.. 어디선가.」

    하지만 지크씨는 에이미씨를 모르시고 계신 것 같던데.. 아니면 지크씨가 숨기시던 것이 혹시 이것인가요?

    「혹시 마리랑 친한사람이야?」

    저는 잘 모르지만, 마리씨와 지크씨는 딱히 싸우시는 것도 없고 그래서 고개를 끄덕이며 '네' 라고 대답했습니다.

    「응.. 아마 마리가 나한테 얘기해줬을거야.」

    「마리씨가..?」

    애초에 마리씨는 에이미씨가 이곳에 혼자 이렇게 계신것을 아는 것이지요? 저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아는 상냥하고 지적이시고, 그리고 또 아름다우신 마리씨라면 에이미씨를 이런 어둡고, 또 공기도 안좋은 곳에 두실리가 없는데.. 아니면 무언가 이유라도 있어서 이런 것일까요..?

    저는 온갖 생각을 하다가 머리가 아파져서 끄응하고 작게 신음했습니다.

    그렇다고 마리씨에게 직접 물어볼 수는 없는데.. 아니 오히려 직접 물어보는 것이 더 나으려나? 으으..

    어쨌든 현재로서 알 수 있는 것은 에이미씨에게는 어떤 비밀이 있다는 것이겠네요.

    안그러면 이런 곳에 태어날때부터 계실리가 없어요!

    「이야기 더 해주면 안되는 거야?」

    「생각해보니까 조금 치사해요!」

    「엣?」

    제가 갑자기 이리 말하자 에이미씨가 놀라신 듯 얼떨떨하 소리를 내셨습니다. 저는 최대한 부루퉁한 소리로 말했습니다.

    「에이미씨가 소녀에게 비밀을 가르쳐주시지 않으니까, 섭섭한 걸요! 그러니까 너무 섭섭해서 소녀 이야기를 못할 것 같아요.」

    「에..엣.」

    저의 말에 에이미씨가 곤란해하시는 것이 단번에 보였습니다. 에이미씨, 죄송해요! 모든것은 소녀의 호기심 탓이니까요..!

    「하지만.. 하지만 마리가 절대로 말하지 말라고.. 아니, 절대로 다른사람하고 이야기도 나누지 말라고 했는걸..!」

    「마리씨가..」

    「..그리고.. 나도 말하기 싫은걸...」

    에이미씨의 그렇지 않아도 조용한 목소리가 더 조용해지면서 추욱 쳐집니다. 에이미씨, 정말로 말하기 싫으신것처럼 보여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제가 알아도 딱히 뭐가 되는 것이 아닌데.. 그냥 이대로 가버리는 것이 오히려 더 낫지 않을까 하고.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짓은 그저 단순한 민폐가 아닐까..

    「사실 농담이에요, 에이미씨. 소녀 섭섭하거나 하지 않아요. 누구나 비밀정도는 있는 법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제 생각을 접고, 말을 바꿔버렸습니다. 애초에 이곳에 온 목적은 네이샤씨의 부탁으로, 에이미씨의 친구가 되는 목적이니까 말이에요.

    「그래도 에이미씨의 얼굴을 못보는 것은 조금 아쉽네요..」

    「나도, 린나의 얼굴을 한번 보고싶어. 린나뿐만 아니라.. 마리도, 사장님도. 목소리만으로는 상상하기 힘든걸.」

    그 말에 저는 에이미씨가 안쓰럽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에이미씨의 부탁대로, 이야기를 더 들려주었어요. 제가 oraTio에서 겪은 일들을 에이미씨가 이해하실 수 있게 최대한 풀어서. 에이미씨도 기뻐하시는 것 같고, 저도 나름 기분 좋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돌연 에이미씨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린나.. 내 비밀이 그렇게 궁금해..?」

    「네? 물론 궁금은 하지만, 소녀는 에이미씨가 싫으시다면 딱히..」

    「아니, 나 린나가 궁금하다면 보여줄게.」

    그러자 밑에 있는 일종의 투입구와도 비슷한 구멍에서 뭔가가 불쑥 튀어나와서 저는 외마디 비명을 지르면서 뒤로 고꾸라졌습니다.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어버려서 아픈 신음을 내면서 몸을 일으키고 있는데.

    찍찍, 하는 낯익은 소리에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쥐..?」

    oraTio에 와서는 한번도 본적이 없는 쥐. 하지만 하얗고 눈이 빨간, 자그마한 귀여운 쥐였습니다. 투입구에서 튀어나온것은 뽀얗고 작은 손. 아마도 에이미씨가 몸을 숙여서 투입구로 손을 내밀으셨나봐요. 그런 에이미씨의 손 위에 쥐가 있었습니다.

    아니, 어째서 저런 쥐를 에이미씨가..

    그런데, 잠시 후 저는 놀라서 숨이 턱 막혀버렸습니다.

    잠시동안 에이미씨의 손 위에서 얌전히 있던 하얀 쥐가, 손에서 탈출하려는 듯 몸을 움직이는 순간.

    찍-!!! 하는 쥐의 비명도 잠시.

    에이미씨의 손에서, 쥐가 순식간에 말라비틀어지더니 뼈로 변해버린 것이였습니다...!

    너무나 놀라고 무서워서, 비명도 못지르고 떨리는 숨을 간신히 붙잡고 있는데. 에이미씨의 낭랑한 목소리가 투입구를 통해 들려왔습니다.

    「..이거, 내 능력.」

    ============================ 작품 후기 ============================

    여러분 오랜만이에요 ㅜ 귀차니즘때문에 이제야 왔음..

    <리코멘리코멘!>

    하얀하늘빛님-왜 숨기려고 했을까요! 는 이제 이해하셨을 듯..

    외로운사신님-그렇답니다?!

    비공사-린나가 좀 색다른 맛이 있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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