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57화 (57/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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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familia

    「뭔가 기분이 굉장히 묘한 날이네요.」

    제가 인상을 찌푸리면서 조금 부루퉁하게 말하자 옆에 계시던 메이씨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저와 눈을 맞추며 얘기하셨습니다.

    「왜그래? 어디 아프기라도 한거야?」

    「아니요, 소녀는 건강하답니다.」

    「그럼 무슨일? 그날인가?」

    그리고 메이씨의 옆에 서 계시던 빅터씨가 웃으면서 끼어들어오시다가 또다시 메이씨에게 짤랑짤랑 목을 졸리게 되었어요. 응? 그날이라는 건 무엇일까요?

    「그날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에? 모르는거야?」

    그러자 빅터씨와 메이씨의 눈동자가 단숨에 휘둥그레집니다. 소녀가 말을 잘못하기라도 한 것일까요? 그리고 곧 메이씨와 빅터씨는 스스슥 뒤로 물러나시더니 본인들끼리 뭐라고 소곤소곤 주고받기 시작하십니다. 그리고 잠시 뒤, 메이씨가 저에게로 또각또각 우아한 걸음으로 힘차게 걸어오셨어요.

    「아냐, 아무것도 아니니까 무슨 이유인지 말해 줄 수 있겠어?」

    「음.. 이유라고는 딱히 없지만요. 그냥 기분이 뭔가 묘할 뿐이에요. 좋은쪽이 아니라 나쁜쪽이긴 하지만.」

    그러자 빅터씨가 말씀하셨습니다.

    「보통 그럴 때 있지 않아? 아무것도 안했는데 굉장히 기분이 찝찝한 날 말이야. 아니면.. 밖에 비가 와서 그런건가?」

    그 말에 저는 고개를 들었습니다. 밖에 비가 오고 있었군요. 저는 지하에서 나가는 것이 임무 빼고는 허락되지 않은지라 역시나, 비가 오는지도 모르고 있었어요.

    「소녀는 비를 싫어하지 않아요.」

    제가 웃으면서 싫어하자 메이씨의 눈이 왠지 반짝 하고 빛났습니다. 초능력을 쓸때와는 다른 반짝임이에요.

    「그렇지? 비는 정말 좋은거야~」

    「난 찝찝하던데..」

    빅터씨가 조그맣게 부정하는 말에 메이씨가 매서운 눈빛으로 빅터씨를 한껏 째려보시고는, 다시 저에게로 시선을 돌리셨어요.

    「정 기분이 안좋다면 기분전환을 해보는 건 어때? 막 한가한 사람을 찾아서 수다떨며 논다거나, 맛있는 것을 먹는다거나.」

    「음.. 후자는 지금 하고 있지만 말이에요.」

    저는 이미 다 비워진 케이크 접시를 보여드렸습니다. 그러자 메이씨는 흠 하는 소리를 내며 조금 고민하시는 것이였습니다.

    「감사해요, 소녀에게 신경을 써 주셔서.」

    「아니 당연한건데 뭘. 어디가?」

    「메이씨의 말대로 한가한 분을 찾아서 이야기를 나눠보려구요.」

    저는 빅터씨와 메이씨의 배웅을 받으면서 자리를 떴습니다. 저 두분은 항상 같이 계시네요? 언제나 티격태격 싸우면서도 사이가 굉장히 좋아요. 마치 제이슨씨와 레인씨처럼 말이에요. 아, 혹시 제이슨씨와 레인씨처럼 저 두분도.. 아니, 그건 역시 아닐까요.

    「블레어씨, 어서오세요.」

    그러다가 막 임무를 마치고 oraTio에 되돌아온 블레어씨와 마주치게 되었어요. 언제나처럼 고개를 숙이면서 얌전히 인사하자 블레어씨도 언제나 그렇듯 상냥한 손길로 저의 머리를 쓰담쓰담, 주시는 것이에요.

    「임무는 잘 마치셨나요?」

    「뭐, 그렇다고 치자.」

    뭐죠 그 애매한 대답은?!

    블레어씨는 저를 빤히 바라보십니다.

    「그러고보니 린나는 임무를 나가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네.」

    「아직 어려서 상황판단력이 미숙하다고 섣불리 보내는 것은 위험하대요. 나중에 소녀가 크게 되면 그때 되서야 많은 일에 나서게 될 거라고 마리씨가 말씀해주셨어요.」

    「지금이 좋은거다. 임무란거 얼마나 귀찮은지.」

    블레어씨가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픽 내쉽니다. 블레어씨도 여러모로 힘든 일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지크씨도 언제나 임무를 다가오시면 한숨을 픽픽 내쉬시던데.. 뭔가 힘을 내게 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말이에요.

    「그, 그래도 소녀는 임무란 것을 해서 조금이라도 oraTio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기뻐요.」

    제가 그렇게 말하자 블레어씨는 뭔가 저의 눈동자를 신비한 보랏빛 눈동자로 빤히 마주치시더니, 곧 들릴듯 말듯 한 작은 목소리로 말하셨습니다.

    「글쎄.. 과연 정말로 그럴까.」

    「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린나는 3랭크인것을 다행으로 생각해.」

    뭔가 블레어씨가 알수없는 말씀을 늘어놓으십니다. 응? 무슨 뜻이지요? 제가 의미를 모르며 눈을 깜빡거리고만 있자 블레어씨는 그럼 나중에 보자 라고 말하신 다음에 저의 옆을 뜨셨습니다.

    「네..」

    저는 약간 의아한 목소리로 블레어씨를 배웅하는 것이였어요.

    흠- 확실히 정말로 제가 임무를 나가지 않는 것 같아요. 곰곰히 생각해보니 정말로 그런 것 같았습니다.

    예전에 레인씨의 친구분을 도와드리려고 임무를 갔을 때도 갑작스러운 무장강도들씨의 소동으로 인해서 지크씨가 나타나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큰일이 날 뻔했죠. 그 이후로 레인씨는 저를 임무에 보내는 것을 나중나중으로 미뤄두었다고 해요.

    딱히 레인씨는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아마도 그 때 레인씨는 뭔가 많은 생각을 하신 것 같으십니다.

    하지만 역시...

    「안돼.」

    레인씨의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호한 말에 저는 푸욱하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안되는 건가요..?」

    「안돼, 역시 린나에게는 위험해.」

    그래도 저는 이제 13살인데.. 는 아직도 어리군요. 제가 생각해도 저는 어렸습니다.

    「제이슨씨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당연하지.」

    옆에 계시던 제이슨씨도 레인씨의 말에 동의하시는 듯 했습니다. 저의 부모이자 저를 보호하시는 역할의 두분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야 어쩔 수 없지요..

    저는 마치 어미를 잃은 강아지마냥 추욱 쳐졌습니다.

    그러자 사무실에서 분주하게 돌아다니시던 마리씨가 저를 위로해주시는 듯이 말씀하셨어요 .

    「어쩔수 없어요. 린나는 우리 oraTio의 최연소 능력자라서 모두들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잘 모르기도 하거든요. 린나가 생각하는 만큼 임무는 만만한 것이 아니니까요.」

    「소, 소녀도 그정도는 알고 있지만..」

    저의 소심한 반항이였습니다. 저는 항의하듯이 중얼거렸어요.

    「그래, 린나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한 게 많다구. 예를들면...」

    레인씨가 예를 설명하려는 듯이 손을 드시면서 입을 여셨는데, 그보다 먼저 들려온 말이 있었습니다.

    「암살이라던가.」

    아.. 암살이라고요?!

    제가 얼굴빛이 새파래지는 동시에 레인씨와 제이슨씨도 놀란 듯 갑작스러운 말을 꺼내신 사장님 쪽으로 얼른 바라보셨습니다.

    「사.. 사장님?!」

    「내가 틀린말을 했나?」

    서류의 산에 쌓여있는 사장님께서, 팔랑팔랑 새하얀 서류를 잡고 흔드시면서 비꼬는 듯한 말투로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레인씨를 쳐다보았습니다. 나름 레인씨가 사장님의 농담이라고 말해주길 원했지만, 제가 원하는 대답이 들려올 일은 없었습니다.

    레인씨가 그대로 침묵해버리셨기 때문이에요. 입을 꼭 다무시고 말이에요.

    「레인씨..」

    제가 레인씨의 이름을 나지막하게 중얼거리자 레인씨는 저를 바라보셨습니다. 레인씨의 눈빛에는 당혹감이 역력했어요.

    「사장, 그렇다고 해서 린나에게 그걸 얘기할 필요는..!」

    「린나양도 알아야하지 않겠나.」

    사장님께서 휙 하고 의자를 타고 몸을 빙그르르 한바퀴 도십니다.

    「oraTio가 어떤 곳인지를 말이야. 아니면 평생 린나가 진실의 일부만을 보고 살아가기를 원하는 건가?」

    그 말에 제이슨씨도 입을 다무십니다.

    뭐, 뭐죠?

    갑작스럽게 바뀐 이 분위기는..

    「잘 들어, 린나양. 이 회사는..」

    「그 입 다무시지요!!」

    그때 사장님의 이야기를 날카로운 마리씨의 목소리가 단칼에 잘라버리셨습니다. 뭔가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과 함께, 순식간에 이 방안을 꽉 채운 미묘한 기운의 중심은 마리씨였습니다.

    그리고 사장님은 어째서인지 아무말도 하지 못하시는 것이였어요. 마리씨의 눈동자가 빛나고 있었습니다.

    「지금 사장님이 뭐를 저지르려고 하시는지 알고서는 하시는 말씀인가요?!」

    마리씨, 굉장히 화나신 듯 해요.. 평소의 마리씨가 아닌 듯, 마리씨의 높고 날카로운 목소리가 가득 울려퍼집니다.

    「마리..」

    제이슨씨와 레인씨도 마리씨를 바라보고 있으셨습니다. 마리씨는 그대로 세차게 몸을 돌리시더니 저에게로 다가왔습니다.

    「린나, 죄송해요. 아까 사장님이 말했던 이야기는 전부 잊는게 좋아요.」

    그 말과 함께 마리씨는 저의 어깨에 자신의 손을 살포시 올렸습니다. 그리고 이윽고, 갑자기 마리씨의 눈이 한번 더, 더욱 더 밝게 빛나고 뭔가 저의 정신속에.. 무언가가 들어오는 것 같은 이질감이 제 몸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 느낌이, 뭔가 느껴본 적이 있는 것 같아서 너무나 싫어서. 저는 있는 힘껏 외치면서 마리씨를 떨쳐내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 그만둬주세요!!!」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마리씨가 저에게서 떨어져 나가십니다. 저는 아무렇게나, 뒤에 계신 레인씨를 다짜고짜 끌어안았습니다. 레인씨의 몸이 잠시 움찔 떨렸으나, 곧 레인씨가 두 팔로 저를 감싸안으시고는 말하셨습니다.

    「마, 마리..」

    「.. 에..」

    마리씨도 만만찮게 당황한 듯, 얼빠진 소리가 살짝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마리씨는 평소의 목소리로 돌아와서는 얘기하는 것입니다.

    「미안해요, 그냥.. 솔직하게 말하면 린나의 이 기억을 지우려고 했어요. 느낌이 많이 싫었죠? 사과할게요. 그냥.. 아까의 이야기는 잊어줬으면 좋겠어요. 린나, 저의 말을 알아듣겠나요?」

    저는 대답하지 않고, 레인씨의 품에 얼굴을 묻은채 고개를 끄덕 하고 끄덕였습니다. 마리씨는 그런 저의 끄덕임을 알아보신 듯, 슥 하고 저의 곁에서 떠나가셨습니다.

    「일단 두분은 나가주세요. 저는 사장님과 할 얘기가 있으니까요.」

    마리씨의 단호하고도 엄한 목소리에 레인씨와 제이슨씨는 서둘러서 저를 데리고 사무실을 빠져나오셨습니다.

    대체, 갑자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암살? 암살이라고 하면.. 사람을 죽이는 일인거잖아요? 그걸.. oraTio에서..?

    조용하게 떨고 있는 저의 머리를, 레인씨는 아무말 없이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나중에 지크씨께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시고 나서야 저는 레인씨의 곁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

    지크씨는 갑자기 제가 이상해지기라도 한 듯, 뭔가 의아한 눈길로 저를 빤히 바라보시더니.

    「괜찮아?」

    라고 물으셨습니다. 사실 저도 제가 어떤지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저는 웃으면서 지크씨에게 말했습니다.

    「괜찮아요, 지크씨.. 저기, 안아주실 수 있으신가요?」

    저의 갑작스러운 부탁에 지크씨가 고개를 잠시 갸웃하시긴 했지만, 그래도 곧 지크씨는 두 팔을 벌렸고. 저는 그런 지크씨의 익숙한 품에 안기면서 지크씨의 따스한 체온을 느꼈습니다.

    그제서야 마음을 추스릴 수 있었던 것이였습니다.

    ============================ 작품 후기 ============================

    린나가 마음이 여려서 말 한마디로도 굉장히 충격을 많이받고 그래요.

    학교도 다녀본 적 없고, 사회란 것을 모르는 굉장히 순수한 13살 여자아이니까 말이에요.

    <코멘트 리코멘>

    비공사님- 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뿜었습니다 앞으로의 소설 전개를 기대해 주세요 !!

    하얀하늘빛님- 린나가 일단 지금으로서는 13살 지크가 21사.....

    외로운사신님- 걱정마요 밤에만 안하면 됨(므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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