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56화 (56/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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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familia

    「아..」

    눈을 떴을 때는 저의 몸이 돌덩이처럼 무거워서 깜짝 놀랐습니다. 머리도.. 굉장히 아파요. 지끈지끈 거립니다. 저는 이마에 손을 올리면서 일어났습니다. 다리에 사락사락하고 느껴지는 익숙한 감촉이.. 이불..?

    살짝 손으로 이불을 들어보고, 그리고 주위를 한번 둘러봤을 때 책상 위에 놓여져있는 제가 아침에 개 놓은 한복을 보고 저는 이곳의 저의 방이라는 것을 눈치 챘습니다.

    제 방이라는 것을 깨닫는 동시에 바로 전의 기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에? 저는 분명.. 지하 4층에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을 듣고 그 진상을 확인해 보려고 지크씨와 함께 갔을 터인데.. 아, 그리고 진짜로 귀신은 있었어요! 뭐라고 해야할까, 기가 굉장히 약한 부적 하나만 붙여놔도 사라질것만같은 귀신씨였지만.. 그래도, 이상했지요? 이곳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귀신이 아닐까하고 저는 추측했었어요.

    그리고, 너무 깊숙히 들어가버려서.. 처음보는 곳이였어요. 저희들이 지내는 곳에서 엄청나게 동떨어져있는 한 방. 뭔가 물건만 집어넣게 만들어놓은 듯한 구멍이 문에 달려있었고, 그 문 속에는..

    「지크씨?!」

    그러고보니, 저는 그 뒤로 어떻게 된 것이죠?! 지크씨는 어디에 계신 것이에요!? 당황해하면서 무심코 지크씨의 이름을 소리쳐 불렀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지크씨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 아니겠어요!?

    「응?」

    「꺄아아?!」

    흠칫 놀라버려서 하마터면 침대에서 굴러 떨어질 뻔했어요. 떨어질것만 같은 간을 애써 부여잡으면서 저는 허우적거렸습니다.

    「지, 지크씨..? 어디에 계시는 거에요?」

    「..내 방?」

    아.

    그제서야 저는 깨닫게 말았던 것입니다.

    지크씨와 저는 그저 한 방 차이일 뿐이라는 것을...

    「그렇구나, 지크씨는 저의 옆방이셨죠.. 이렇게 얘기하면 들리는 것인가요?」

    「벽에 붙어서 말하면.」

    그리고, 아까부터 지크씨도 저도 목소리를 조금 크게 내고 있었어요. 그렇지 않으면 들리지 않거든요.

    「지크씨, 소녀 도대체 어떻게 된건가요? 그 방을 살짝 보고 나서부터 기억이 끊겨서..」

    저는 벽에다가 손을 대고, 지크씨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잠시 대화가 끊기더니, 곧 다시 지크씨의 목소리가 들려왔어요.

    「별로 아무것도 아니였어.」

    「네?」

    「그 방에는 아무것도 없어.」

    그 방? 아, 제가 안을 들여다보려고 했던 그 방 말인가요? 하지만 분명 소녀는 그 안에서 무언가를 본 것 같았는데..? 역시, 착각이거나 잘못 본 것이겠지요? 지크씨가 거짓말을 하시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으니까 말이에요.

    「근데 소녀는 왜 이곳에 있는 것일까요..」

    「.. 아마, 피곤해서 쓰러진 거. 그러니까 자.」

    「에? 하지만 소녀 전혀 피곤하지 않았는데..?」

    그러자 또다시 대화가 뚝, 하고 끊겼습니다.

    왠지, 지크씨.. 아까부터 계속해서 할 말을 찾고 계신 듯한..

    「피곤한거야.」

    「네?」

    「린나는 피곤한거니까, 자.」

    뭔가. 평소의 지크씨와는 조금 다룬 강압적인 말투에 저는 의아해 하면서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하지만, 별로.. 짜증이나 화를 내시는 것 같지는 않고. 오히려 뭔가를 숨긴다는 느낌이..

    「지크씨, 소녀에게 무언가 숨기는 것이 있나요?」

    「린나가 없을 때 유혹에 이끌려서 린나 케이크 위의 딸기 집어먹은거?」

    「몰랐어요 그런거?!」

    그래도 지크씨는 지크씨네요. 저는 픽 하고 한숨과도 같은 웃음을 지었습니다. 지크씨가 숨긴다고 하면 그건 그것대로 매우 중요한 일이겠지요. 제가 알아서는 안되는 일이기 때문에 숨기시는 것일수도 있으니까요. 아니, 애초에 지크씨가 소녀에게 무언가를 숨기는지 안숨기는지도 모르지만 말이에요.

    예전부터 저와 지크씨의 관계는 작은 '추측'들로 이루어지고 있었으니까 말이에요.

    「알겠어요. 그럼 소녀는 피곤해서 그자리에서 쓰러진 것이지요?」

    「응.」

    「그럼 소녀를 여기까지 옮겨주신건 지크씨인가요?」

    「..응.」

    역시나 그랬군요. 지크씨는 잠자는 저를 제 방까지 데려다 주시고 그대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신게 분명해요.

    「열쇠는 어떻게 찾으셨나요?」

    「그.. 주머니.」

    「아, 소녀 열쇠를 주머니에 넣어놓았었군요..」

    저의 옷은 귀신씨를 찾으러 갈때랑 똑같아서, 저는 침대에서 일어났습니다. 옷을 갈아입어야겠어요. 고개를 돌려서 작은 알람시계를 바라보니 시간은 새벽 1시. 잠잘 시간이에요.

    「지크씨는 자지 않으시는건가요?」

    「조금 있다가.」

    「그래도 일찍 자는게 키 많이 크는데요?」

    「나는 이미 다 커서 상관없어.」

    아, 지크씨는 지금도 충분히 크시니까 상관 없으려나요.. 저는 옷장을 뒤져서 잠옷을 꺼냈습니다. 그리고 벽에 붙어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그곳은 다시는 가지 말자.」

    「에? 어째서인가요?」

    그러자 지크씨는 잠시 말하는 것을 멈추시더니 다시 한번, 들릴듯 말듯한 조용한 목소리로 말하시는 것이였습니다.

    「..가면 안돼.」

    저는 그 말에 더이상 묻는것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어요. 지크씨가 정말로 부탁하듯이 말해오셨기 때문이에요.

    .. 모든것에는 뜻이 있는 법. 하지만 지크씨, 저와 함께 그곳에 갈때는 지크씨조차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시지 않았나요? 제가 잠든 사이 알게 되신 건지도 모르네요.

    「위험한.. 건가요?」

    「응.」

    「그렇다면 소녀, 가지 않을게요.」

    저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헤헤 웃었습니다. 그러자 지크씨가 벽 너머로 '착하다' 하고 속삭이듯 조그맣게 얘기하시더니, 곧 벽에 진동이 조금 느껴지면서, 똑똑 하는 두드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아마도 지크씨가 두드리신 것 같아요.

    「.. 이제 자.」

    「네.」

    「린나의 키가 걱정이니까.」

    「소녀, 많이 작나요?」

    「응.」

    진심 100%의 말에 저는 마음속으로 눈물을 삼키면서 이불을 끌어안고 침대 속에 드러누웠습니다.

    그리고, 조금 큰소리로 외치듯이 말했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지크씨.」

    「잘자.」

    「그런데 옆방이랑 이렇게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소리가 잘 통하면 방안에서 마음대로 할 수 없는게 되네요!」

    그러자 벽 너머에서 헉 하고 지크씨가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후후, 놀라는 소리에요.

    그래도 좋네요, 이렇게 옆은 아니지만 벽 너머에 누군가가 있다는 느낌은.. 정말로, 외롭지 않게 되요.

    안녕히 주무세요-

    정말로 몸이 피곤했던 것일까요, 저는 노곤한 몸을 이끌고 잠으로 빠져들었습니다.

    *********************************************************************

    「자네의 능력은 정말 편리하군. 설마 했던 방음까지 할 수 있다니 말이야.」

    「.. 그거, 사실?」

    「응? 무엇을?」

    방바닥에 종이봉지가 떨어져있는 것을 지크는 눈빛으로 훔쳐보면서 앞에 있는 마이렌한테 물었다.

    「.. 마이렌, 당신이 이야기해준 것.」

    「그럼 내가 언제 거짓말하는 거라도 봤나?」

    「많이 봤지.」

    「...」

    지크는 아까처럼 벽에 등을 기대고는 쓰러지듯이 주르륵 앉았다. 그리고는 여러가지 감정이 담긴 한숨을 푹 하고 내쉬었다.

    「.. 마리가 혼자서 움직일리는 없지. 모든것은 당신의 판단이구나.」

    「그럼 나 말고 누가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괜찮아. 나도 당신의 판단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러자 마이렌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것'을 린나가 알아버리면 분명 말려들게 뻔해.」

    「상당히 차분하구나? 그런것 치고는 아까 좀 화나보이던데.」

    「...」

    「아니야?」

    그러자 지크의 눈동자가 의아하다는 듯 동그래졌다. 그리고 지크는 내뱉었다.

    「...내가 왜 이러는거지?」

    「그야 나도 모르는거지. 하지만, 그 아이가 관련되면 무조건 성급해지고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이 너의 버릇이 되어버린 듯 해. 고치는게 좋을걸?」

    그러자 지크의 눈동자가 몇번 깜빡여 지더니, 곧 못 알아들었다는 듯이 에? 하고 소리를 내는 것이였다.

    ============================ 작품 후기 ============================

    한마디로 기분좋아서 혼자 방안에서 노래부르다가 옆방의 누군가가 들을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오메 무서워라

    <코멘트 답글>

    하얀하늘빛님- 후후후 이제 차츰 나오게 될 것입니당!

    외로운사신님- 사람이 무조건 착하고 상냥할수는 없는 법이지요!

    비공사- 컥.. 사...사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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