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55화 (5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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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familia

    「그나저나 왠지 모르게 레인씨를 이용해버린 듯한 느낌이..」

    저는 버릇으로 입 주변을 만지작 거리면서 중얼거렸습니다. 레인씨는 귀신을 정말 무서워하시니까 말이에요. 아까도 엄청 당황하셨고..

    그래도, 뭐 결국에는 레인씨가 허락하셨을 정도라면 지하 4층에 별 대단한 것은 없다는 말이겠죠? 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딱 귀신씨가 있는지 없는지만 알아보고, 바로 돌아오도록 해요.

    무엇보다...

    「..추워.」

    지크씨가 추운시지 잠시 몸을 부르르 하고 떠십니다. 레인씨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곳 4층은 몇개의 방에서 연구를 하고 있는 곳인데, 그 방 외에는 딱히 쓸 이유가 없어서 복도 같은 곳에는 히터가 틀어져 있지 않아요. 그리고.. 약간 공기도 냉랭하구요.

    「음..」

    그리고 지크씨가 끙 하고 신음을 내시더니 곧 눈이 빛나십니다. 그리고는 편안한 표정을 지으셨어요. 추위를 능력으로 이기시는 지크씨.

    저는 나름 추운것도 좋다면서 거절했지만 말이에요.

    「그래서, 귀신이란건 진짜 있는건가.」

    「네, 있답니다. 미국에서도 귀신에 관한 여러 이야기들이 많지 않나요?」

    「그건 그렇지만 전부 허무맹랑해서.」

    나중에 이곳의 귀신 이야기들을 한번 읽어봐야겠어요. 재밌을 것 같아요.

    「물론 그런 이야기들은 사실이 아닌 경우가 많아요. 보통 귀신이라고 하면, 이 세계에 한(恨)이 남아서 성불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존재들이니까요.」

    지크씨가 저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십니다. 어느새 계단을 내려와 지하 4층에 도달했어요.

    「음-..」

    「왜그래?」

    「딱히 이상한 점은 없는 것 같은데요?」

    그러자 지크씨는 그런가- 하고 중얼거리시면서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아까부터 지크씨, 뭔가를 계속 생각하고 계시.. 아니 지크씨는 언제나 무언가를 생각하시고 계시죠? 생각이 많으신 분이세요.

    「별로 느낌이 느껴지질 않아요. 역시 그저 착각이였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일단 레인씨를 안심시켜드려야 하니까.. 퇴치했다는 셈 치고 부적이라도 붙여둘까요?」

    「부적이라니.. 그런것도 가지고 다닌건가.」

    웃으면서 품속에서 부적을 꺼내 보여드리자 지크씨는 더욱 더 흠칫 놀라셨습니다. 부적을 그리는 일도, 어머니께 배운 것이에요. 이곳에 와서는 쓸 일이 없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언제나 가지고 다니던 것이지요.

    뭐, 저로서는 아직 그저 단순한 흉내내기밖에 하지 못하지만..

    「여기가 좋을 것 같아요.」

    저는 부적을 '폼으로서' 붙이기 편할 것 같은 아무것도 없이 비어있는 깨끗한 벽을 발견해서 다가갔습니다. 여기에다가 붙여두면 되겠지요?

    「영차..」

    좀 위에다가 붙이려고 했는데, 키가 닿질 않아서 열심히 발돋움질을 하자 지크씨께서 저를 들어주셨습니다. 에헤헤, 이제 붙일 수 있게 되었네요!

    그래서, 삐뚤어지지 않게 꼼꼼히.. 붙이려고 하는데.

    『안돼..!』

    「..?!」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와 느껴지는 한기. 저는 그만 놀라 중심을 잃고 공중에서 비틀거렸습니다.

    「..! 린나!」

    다행히 지크씨가 제대로 잡아주셔서 떨어지지 않았어요. 하지만 저는 지크씨에게 감사인사를 하는 것도 잊어버린채 재빨리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확인했습니다.

    하얀 형체.

    집중해서 바라보니 그곳에는 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아니라는 것. 그것은 직감으로, 오감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있습니다.」

    「..아.」

    지크씨도 저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에?

    「지크씨, 보이는 건가요!?」

    「에..? 아, 아니.. 몰라.」

    하지만 지크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부정하셨습니다. 조금 하얗게 빛을 내는 여성인듯 한 귀신씨는 곧 어두운 복도 깊숙한 곳으로, 점점 사라져갔습니다.

    「쫓아가죠. 부적은 확실치 않아서 직접 만나 처리하는것이 훨씬 효율이 좋으니까요.」

    저는 조금 놀란 지크씨의 손을 덥석 잡아서, 그리고 제가 앞장서서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귀신이야?」

    「네, 귀신이에요. 느낌상 처녀귀신은 아닌것 같고.. 지박령? 어쨌든 이곳에 뭔가 이유가 있어서 있는 것이겠지요. 퇴치한 다음에 귀신이 꼬인 원인을 찾을 수 밖에.」

    귀신의 흔적을 쫓아 성큼성큼 따라가고 있는데. 어쩐지 지크씨의 표정이 조금 심상치가 않았습니다?

    「신기하네.」

    「네?」

    「아니.. 그냥, 평소와는 조금 성격이 달라졌다 싶어서.」

    성격? 저의 성격... 말인가요?

    「그들은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자들이니까요. 간섭해서는 안될 현세의 인간을 무리해서 끌어들이려는 자들이에요. 봐줄수는 없는 법이지요.」

    「그런가..」

    「달려들지 않았다는 것을 소녀의 영력을 보고 놀랐다는 말. 그러므로 기운이 굉장히 약한, 금방이라도 사라질것만 같은 귀신인것이 분명해요. 딱히 어렵진 않을거라고 생각하지... 만?」

    저는 말을 이어가다가 앞에 보인 무언가 때문에, 걸음걸이를 멈추었습니다.

    「린나?」

    제가 앞장서다가 갑자기 멈춘것이기 때문에 지크씨의 몸이 잠시 흔들렸습니다. 지크씨의 목소리가 저에게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지크씨도 제가 바라보는 곳을 똑같이 바라보십니다.

    「.. 왜 저기에 서있는 거지?」

    저는 놀란 목소리로 중얼거렸습니다. 아까까지만 해도 저에게로부터 열심히 도망가던 귀신씨가 어떤 방 문에 서있었습니다

    「.. 린나, 너무 멀리 온 듯 해.」

    「소녀가 보기에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지요.」

    귀신씨가 슥 눈을 돌려서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육체가 없는, 새하얀 영혼의 눈. 악령이.. 아닌듯한..

    「혹시 저 귀신씨가 서있는 곳의 앞이 귀신씨가 이곳에서 떠도는 이유일지도 몰라요!」

    제가 깨달은 듯이 소리치자 지크씨는 저의 손을 살짝 놓으시더니, 갑자기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하셨습니다.

    「지.. 지크씨?!」

    깜짝 놀라서 지크씨를 말릴려고 했는데, 어찌된 일일까요. 귀신씨가 먼저 지크씨를 필사적으로 피하는 것이 아닌가요? 그리고 귀신씨는 저에게서 몇 미터 떨어진 뒤로 이동했습니다.

    응..?

    「.. 잠겨있어.」

    「열수는 없는 건가요?」

    아무래도 해를 끼칠 생각은 없는 듯 하니, 저는 귀신씨를 놔두고 지크씨에게 종종걸음으로 다가갔습니다.

    「여기에 뭔가, 투입구 같은게 있는데.. 아.」

    지크씨가 몸을 숙여서 문에 달려있는 무언가를 만지니 끼릭하고 소리를 내며 열렸습니다.

    「..? 들어갈 수는 없겠지만 볼수는 있을 듯 한데.」

    「소녀가 한번 봐볼게요.」

    저는 몸을 최대한 숙여서 조금 큰 하지만 머리를 넣기엔 역시 적은 구멍을 통해서 방 안을 바라보려고 애를 썼습니다.

    「역시 어둠밖에..아?」

    「아, 라니.. 뭔가 있어..?」

    「네, 그러니까.. 뭔가.. 긴 머리카락 같은 것이.. 노란색, 금발이에요.」

    지크씨, 이것이 어찌된 일일까요. 라고 물으려고 저는 구멍에서 떨어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잠드세요.」

    누군가의 목소리가 강하게 제 머릿속을 뒤집었고, 저는 그 사람의 말에 이끌리듯, 곧 정신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

    「?!」

    지크는 린나가 갑자기 정신을 잃고 픽 하고 쓰러지자 침착하게 능력을 이용해 뒤로 뛰어 거리를 유지했다. 그러나 정작, 지크의 앞에 있는 것은 뜻밖의 인물이였다.

    「마.. 마리? 어째서?」

    「미안해, 그저.. 너무 깊숙히 들어왔을 뿐이에요. 이곳에서의 일은 모두 잊어버리는 것이 좋아요.」

    「.. 린나의 기억을 지울 셈?」

    「적어도 린나의 기억만이죠. 지크, 당신의 기억같은건 지우려고 해도 도저히 못할테니까..」

    마리가 힘 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리듯 말했다.

    「마리, 마리야?」

    그리고 아까 린나가 들여다보았던 방의 문이 덜컹거리면서 전혀 들어본적 없는, 가련하고 높은 톤의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알겠어요? 절대로, 이곳에 대해 다른 곳에서 언급하지 말아주세요. 이건 부탁이 아니라, 협박이니까요.」

    「.. 나를 상대로?」

    그러자 마리는 슥 하고 몸을 숙여서 린나를 들어올렸다. 그 행동에 지크의 몸이 움찔 하고 떨렸다.

    「.. 알겠지요?」

    지크의 눈매가 마음에 안든다는 듯이 날카로워졌다.

    「.. 무슨 꿍꿍이 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러자 마리가 슥 하고 린나의 작은 몸을 살짝 내밀었다. 지크는 별 경계없이 다가가서 린나를 업고, 그대로 몸을 돌렸다.

    「너는 별 상관없어. 사장의 입을 찢어서라도 열게 해주지.」

    지크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몇 배는 차가워진 것 같았다.

    ============================ 작품 후기 ============================

    귀신 퇴치하러 왔다가 이게 무슨 개고생

    <리코멘>

    하얀하늘빛님- 하지만 귀신퇴치가 아니였다

    비공사님- 원래 좀 유머감각이 넘치는 애들이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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