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51화 (5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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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 그 날

「.. 린나가 사라졌어.」

레인이 모두를 모아놓고 꺼낸 이야기는 무척이나 갑작스러운 얘기로, 심지어는 사장님조차 레인의 이야기를 바로 믿지 않았다.

「.. 레인, 아무리 그래도 농담은 삼가주게.」

「제가 이렇게 모두 모아놓고 농담하는것을 본 적 있으세요?」

레인이 사장님의 말에 눈빛을 흘기면서 뭔가 급한 목소리로 소리치자 사장님은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확실히 레인은 평소에 농담을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였고, 또 린나와 관련된 이런 심각한 농담을 할 사람도 아니였다. 그러자 모두의 마음속에서 슬슬 불길한 느낌이 스물스물 올라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모두들 정작 생각은 다른곳에 있었다.

분명 린나도 걱정이였다. 레인의 말을 들어보니 린나는 Diara에서 린나를 만나러 온 능력자들에게 납치당한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Diara쪽에서 설마 린나에게 손을 댈리는 없다고 모두는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목적이라고 해봤자 자신 쪽으로 끌어들이는 것 뿐이겠지.

문제는 지크의 쪽이였다.

지크는 갑작스레 큰 변화를 일으키더니 린나를 죽기살기로 아꼈었다. 그렇게 린나를 소중히 여기는 지크가, 이 말을 듣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두는 꿀꺽 긴장된 침을 삼키고는 슬쩍 눈빛만으로 지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의외로, 지크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그저 아까와 똑같은 자세로 턱을 괴고는 깨작깨작 음식을 먹으면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눈빛. 그것 뿐이였다.

「.. 린나는 무사할까.」

혹시 못들었나 싶어서 레인이 일부로 다시 되말해보아도, 지크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상하리만치.

보다못한 사장님께서 지크에게 말을 걸었다.

「지크, 괜찮은건가?」

그러자 지크는 무슨일이냐는 듯 태연한 표정으로 사장님을 바라보았다. 사장님의 종이봉지에 그려진 눈이 지크의 눈과 마주쳐서 둘은 뜷어지게 서로를 바라보고, 사장님은 그대로 말했다.

「Diara쪽에서.. 린나를 데려갔다네.」

그러자 지크는 끄덕이면서 방금까지 들고 있었던 포크를 살짝 소리나게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작지만 금속이 부딪히는 날카로운 소리에 모두가 몸을 움찔하고 떨었는데, 지크는 그럼에도 아무런 반응 없이 그저 골똘히 뭔가를 계속 생각할 뿐이였다.

「자네는 린나를 많이 소중히 여기지 않았던가?」

그러자 지크는 맞다는 듯이 사장의 말에 끄덕 하고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그런데 왜? 모두의 마음속에 의문을 커져갈 뿐이고. 분위기가 산만해지자 레인은 큰 목소리로 모두에게 잘 들리게 말했다.

「사실 Diara의 약속을 우리가 어겼어.」

그러자 순식간의 레인이 진정시킨 분위기가 산만하게 변했다. 모두가 놀란 듯 웅성거리면서 레인의 말을 다시 되말하며, 당혹을 표하고 있었다. 사장님은 지크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캐치했다. 아마 지크도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지크를 데려올 때 약속했거든. 나는 몇년이 지나고 나서 들은거지만.. 지크를 이쪽으로 넘기는 대신 우리쪽의 기술을 몇개 넘기고, 또 지크같은 타입B의 확보를 도와주겠다고.」

「..그런거였군, 하긴 Diara도 바보가 아닌 이상 지크같은 녀석을 그냥 넘길리가 없지.」

메이가 아름다운 문양이 그려져 있는 부채로 입을 가리면서 도발적으로 말하자 레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때 Diara는 아마도 지크를 과소평가 한 듯 싶지만 말이야. 지금 말하는건데... 사실 린나는 타입B라는 거야.」

「뭐..?!」

모두의 놀란 숨소리가 식당가에 퍼져 나간다. 어느새 베스테도 몸을 빼고 이쪽의 이야기를 잘 듣고 있었다. 몇몇은 사실을 알고 있는 듯 했지만, 그래도 거의 다는 모르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 내가 린나를 타입A로 표기했어.」

레인이 약간 불안한 듯한 목소리로 조용히 중얼거리듯 말하자 마리가 어디선가 모습을 드러내더니 끼어들었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들'이지요. 레인, 어째서 그렇게 혼자 죄 지은 사람처럼 말하는거에요.」

마리가 날카롭게 말하자 레인은 아무말 없이 입술을 꼭 악물었다. 사장님은 지크를 한번 바라보고는, 몸을 일으켜서 레인의 옆으로 다가갔다. 레인은 사장님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렇게, 사장님은 모두의 앞 중심에 서 있게 되었다.

사장님은 말했다.

「.. 나는 고민하고 있다네.」

오랜만에 들어보는 사장님의 진지한 목소리. 모두는 분위기를 눈치채고 조용하게 사장님에게 집중했다.

「Diara는 요즘들어서 사이가 먹먹해지긴 했지만 우리와 좋은 동맹관계로 꾸준한 교류를 유지하고 있었어. 그러나 지금 우리가 무리하게 린나를 되돌려달라고 요구하게 되면 완전히 관계가 나빠질 우려가 있어. Diara의 행위는 정당하며, 우리의 마음은 정당하지 않다. 자네들은 어찌 생각하나?」

모두는 고개를 숙였다. 단 한사람, 지크만이 고개를 숙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생각하고 있네. 린나는 이미 그런것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라고. 결코 잃어서는 안될, 가족같은 존재라고.」

「린나는 가족이야.」

사장님의 말에 누군가가 대꾸했다. 모두가 목소리가 난 쪽으로 주목하니 그곳에는 세라가 있었다.

「.. 나에게는 여동생같은 아이야.」

세라는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눈빛으로 자신의 팔을 다른 한손으로 꽈악 잡으면서 말했다. 그러자 타무라가 옆에서 세라에게 말했다.

「그건 모두 다 마찬가지야.」

타무라의 말에 몇몇이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사장님의 말대로 그쪽은 정당하게 린나를 데려간거잖아? 그리고 그렇다고 하면 린나에게 무슨 해를 끼칠 이유도 없고..」

그리고 타무라는 뭔가 중요한 말을 할려는 듯 잠시 뜸을 들이다가, 무언가 복잡미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조용하게 말했다.

「그리고 린나를 억지로 다시 데려왔다고 해도.. 린나가 그런 우리를 이해해줄까? 린나는 솔직하고 정직한 아이잖아.」

타무라의 말은 순진하고도 솔직했으나 곧 모두가 그것을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다시 들었다. 특히 지크가, 타무라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서 타무라는 린나를 데려오고 싶지 않다는 뜻이야?」

「아,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그냥..」

「나는 린나에게 미움받는다고 해도 린나를 데려오고 말거야!」

세라는 결심을 굳혔다는 듯이 눈썹에 힘을 팍 주며 타무라에게 소리쳤다. 타무라는 그런 세라의 기세에 눌려서 뒷걸음질 치다가 벽까지 내몰리고 말았다. 분명 세라도 린나와 굉장히 친한 사이였다. 모두는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세라를 말렸다.

「그래서 나는 두려워진다네.」

그리고 갑작스럽게 사장님이 자신의 심정을 고백하자 모두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언제나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은 나이므로, 나는 두려워진다네..」

항상 보던 사장님의 꿋꿋하고 기운넘치는 어깨가 오늘따라 굉장히 좁아보여서, 마리는 서글픈 표정을 지으면서 사장님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러자 사장님의 종이봉지의 표정이 의아하게 변했다.

「아니요, 이것은 우리 모두의 결정이에요. 무슨 결과를 초래하게 되던지, 저희는 당신을 믿고 따릅니다.」

마리가 웃으면서 말하자 사장님은 그런 마리를 빤히 지켜보더니 (종이봉지의 표정이) 방긋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모두를 향해 돌아보았다.

「아니, 사실 우리는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구. 언제나 어영부영한 우리를 대신해서 결정을 내려주니까, 우리는 맘 편하게 따를 수 있잖아?」

그때 갑자기 복도쪽에서 모습을 드러낸 누군가에 의해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루이스.. 랑 로이스인가.」

「후후, 사장 오랜만이에요. 모두에게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엄청 오랜만이네요? 이야기를 듣자 하니.. 누군가가 Diara쪽으로 갔다구요?」

루이스랑 로이스. oraTio의 쌍둥이 형제이다.

「아아.. 자네들은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어서 만날 일이 없었겠지만 예전에 왔었던, 굉장히 귀여운 여자아이라네.」

「실례에요, 우리들도 알고 있다구요. 린나라는 아이에 대해서는 말이지요.」

루이스가 상큼하게 눈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 로이스는 흥미롭다는 표정이였다.

「그래서 사장님, 어떤 결정을 내려주실까 정말 기대되는걸?」

로이스가 재촉하듯이 말하자 사장은 끄응 하는 소리를 내더니 갑자기 띠링 소리를 내면서 표정(종이봉지의 표정)이 단번에 밝아졌다. 모두는 알고 있었다. 저것이 사장님이 결정을 내렸다는 표시인것을.

「모두들, 들어보게나!」

사장이 두 팔을 넓게 벌리면서 소리쳤다.

「뭐, 우리가 처음부터 그렇게 깨끗하지는 않았지만 말일세. 그래도 모두들 착한 척 하는거 더이상 질리지 않았나?」

응? 의미를 알수 없는 말에 모두들 고개를 갸웃 하고 떨어트렸다.

「그러니까 마음 시원하게 악당이 되자구!」

「사장, 악당이라니..?」

「오히려 따지자면 악당 쪽이 더 속 시원하다니까? 딱히 죄책감도 느낄 필요 없구! 모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고! 어떤가, 우리 모두 린나를 위해서 악당이 될 생각은 없는가?」

그러자 사장님의 말뜻을 이해한 모두가 밝은 표정을 지었다.

「역시 사장님이야, 재밌겠는걸!」

「사장님, 그럼 인질 준비할까요?」

「아니 마리양.. 그건 좀 무서워.」

인질을 준비하려는 마리를 사장님이 필사적으로 말리고, 레인도 한결 속시원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면 먼저 소심한 악당이 되어야겠지? 간부들만 모아서 협박하러 가자-!」

「협박이라니?」

「아하하, 너희들 모르는거야? Diara의 사장이 좋아하는 남자가 우리 쪽에 있다는 것을!」

그러자 모두는 또다시 놀라면서 뭐야뭐야!? 라고 소리치며 떼거지로 좀비같이 레인에게 달려들었다. 레인은 쏙쏙 알아서 빠져나오면서 지크의 앞으로 다가왔다.

「지크는 여기에 있어.」

「..?」

레인의 말에 지크는 어째서냐는 듯 급한 눈빛으로 레인을 쳐다보았다. 지크의 몸이 일어나려는 듯 들썩 들썩 거리자 레인은 그런 지크의 어깨를 양 손으로 잡은 다음에 제지시켰다.

「이것 봐봐.」

레인이 말했다.

지크는 뭘 보라는 듯이 계속 들썩 들썩.

「동요하고 있잖아.」

「..」

그러자 지크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더니, 곧 고개를 숙여서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지크는 그제서야 자신의 몸이 떨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래도 너는 그쪽에 관한 안좋은 기억들도 많고. 그러니까 좀 안정을 취하면서 여기에 있도록 해. 우리가 꼭 린나를 데려올테니까 말이지. 정 안되면 정말로 인질이라도 잡지 뭐.」

그때, 지크의 목에서 땀이 한 방울, 흘러내리더니. 지크의 입술이 마치 뭔가를 말하려고 하는데 못하겠다는 듯 머뭇머뭇 거리며 움찔거렸다.

응?

레인이 그런 지크를 바라보고 있는데, 곧 식당가에 낯선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린나가 위험하다고!!!」

순식간에 떠들썩 하던 분위기가 얼음장처럼 가라앉고, 눈이 튀어나올것만 같이 크게 떠진 채로 지크의 어깨 위에 올린 손을 치우는 것도 잊은 레인과, 지크는 안쓰러울 정도로 크게 호흡하고 있었다. 침묵속에서, 지크의 숨소리만이 살짝 들리고. 지크는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은 채로 말했다.

「레일.. 코르버.. 」

지크는 흡 하고 숨을 들이마시더니, 이번에는 똑바로 레인을 바라보면서 또박또박 말했다.

「.. 그 사람한테 할 말이 있어. 데려가 줘.」

그러자 레인은 뻣뻣하게 굳어버린 고개를 애써 흔들면서 데려가 주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침묵 속에서 타무라가 조용하게 세라한테 '나 쟤 .. 그.. 말 못하는 그런 건 줄 알고 있었'까지 말하다가 두들겨 맞았다.

============================ 작품 후기 ============================

지크는 이때 레일이 린나한테 못다한 실험을 하려고 한다는 것을 눈치챘습니당.

<무려 리코멘>

하얀하늘빛님- 그러게 말입니다 ㅜ

외로운사신님- 저는 못봤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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