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48화 (48/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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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Diara

    「oraTio에 가고 싶은건가.」

    「에?」

    블레어씨가 태연하게 입밖으로 내신 말에 저는 깜짝 놀라면서 먹고있던 빵을 떨어트릴 뻔했습니다. 가,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거죠?!

    「왜, 왜 그런..?」

    「표정보면 알아.」

    「소녀의 표정에 뭔가 문제라도 있었던 것인가요?」

    그러자 블레어씨는 잠시 침묵하시더니, 고개를 돌리셨습니다.

    「아마 누구든지 너같이 생각할걸. 너는 oraTio의 일원이였으니까.」

    블레어씨의 앞에서 거짓말을 해봤자 이득은 없겠지요. 저는 약간 침울해하며 한숨을 내쉬듯 말했습니다.

    「..네, 솔직히 말하면.. 가고싶지만. 그래도 안되는 것이니까 어쩔수가 없어요.」

    「너는 너무 착해서 문제야.」

    「네?」

    블레어씨의 남색눈이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 아니 그냥 그렇다고.」

    「그래요?」

    블레어씨가 저렇게 얘기하신다는 것은 할 말이 없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 뜻을 알아듣고 떨어트릴뻔한 빵을 꽉 잡고 먹기 시작했어요. 빵을 우물우물 씹고 있으니 베스테씨의 생각이 났습니다. 우우, 베스테씨 보고싶어요..

    블레어씨는 이곳에서 나름 저를 챙겨주시는 분이십니다. 다행이에요.. Diara에도 아는 사람이 생겼다는 뜻이니까요. 저는 낯선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져있는 공간을.. 조금 내키지 않아하거든요.

    이걸 레인씨에게 말했을 때 레인씨는 '모든 사람이 다 그럴걸' 이라고 말해주셨지만, 글쎄요. 과연 그럴까요?

    「가지 그래?」

    「에? 하지만 불가능하다고 레일..씨가 말하셨어요.」

    그러자 블레어씨는 흘깃 저를 다시 쳐다보셨어요.

    「.. 아무래도 내 생각에는 곧 한바탕 일어날 것 같은데.」

    「뭐가 말이에요?」

    「oraTio의 사람들. 가만히 있지는 않을걸?」

    아, 저는 그제서야 뒤늦게 생각해냈습니다. oraTio의 분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계셨을까요? 음..

    「어쩔수 없다고 생각하시지 않을까요?」

    「아닐걸.」

    나름 제 생각을 말한건데, 순식간에 부정당하고 말았습니다. 블레어씨는 의자에 털썩 힘없이 등을 기대시더니, 천장을 올려다보면서 무엇을 생각하셨는지 묘한 표정으로 말하셨어요.

    「특히 그 사장 성격으로는.. 가만히 못있지. 절대로 온다.」

    「그 사장이라면.. oraTio의 사장님을 말하는 것인가요?」

    「그래.」

    사장님의 성격이라.. 음, 조금 특이하긴 하지만 그렇게 무모하신 분이신가? 저로서는 사장님에 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는지라 잘 모르겠네요. 일단 빵부터 해결하기로 결정해서 저는 우물우물 입을 움직였습니다.

    「..이 시간 이후로 일정. 레일한테 가는 것이였나.」

    블레어씨의 말에 또다시 저의 몸이 움직임을 멈춥니다.

    「..네.」

    「가지마.」

    이 무슨 단도직입적으로..! 저는 놀라서 딸꾹질을 할 뻔했습니다. 겨우겨우 넘어가려는 숨을 붙잡고 심호흡을 한 뒤, 저는 블레어씨를 바라보았습니다. 블레어씨의 표정에는 뭐랄까, 단호함 같은것이 비춰지고 있었습니다.

    「.. 가지 않는게 좋다.」

    「어째서인가요?」

    「..감?」

    아니, 그거는 별로 납득할 만한 이유가 되지 않아요-! 저는 아하하 하고 기운빠지는 웃음소리를 냈습니다.

    「내 감은 의외로 잘 맞는데.」

    블레어씨가 자신의 검은 머리를 만지시면서 중얼거리십니다. 저를 가지 못하게 하시려고 이러는 것인가요? 블레어씨, 뭔가를 알고 계신 건가?

    「..레일 그 사람, 딱히 곁에 있고 싶은 사람은 아니잖아.」

    「그것은-.. 납득할지도.」

    저는 조용한 소리로 중얼거렸지만 블레어씨는 저의 말을 알아들으시고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어쩐지 Diara의 분들도 레일에 관해서 긍정적인 태도는 아니였어요. 음, 어쩌면 그 사람만이 이상한 것일수도..

    「그치만 가야지요.」

    「..그런가?」

    「뭔가 이유가 있어서 소녀를 부른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갈 수 밖에..」

    「레일은 너의 지금 임시 보호자야.」

    또다시 블레어씨가 날카롭게 저의 말을 끊고 들어오십니다. 저는 이번에는 놀라 혀를 깨물뻔했어요. 으아아..

    「보, 보호자라뇨?」

    「너를 이곳으로 데려오자고 처음으로 말한 것은 레일이였어. 그리고 너가 이곳으로 와서 너의 보호 권한을 레일이 가져갔지. 한마디로 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레일이 책임을 져야한다는 뜻이야.」

    「그것이..?」

    「.. 책임만 질 수 있다면, 레일 그 사람은 너에게 무슨 짓을 할지 몰라.」

    블레어씨가 애원하는 듯한 눈빛을 저에게 보냅니다. 호소하는 듯한 눈빛. 저는 살짝 곤란해 하면서 눈을 피했습니다. 그리고 살짝 물어보았어요.

    「브, 블레어씨는 어째서 소녀에게 이렇게 신경을 써주시는 건가요?」

    그러자 블레어씨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검은 머리를 꼬시더니, 곧 대답하셨습니다.

    「글쎄.」

    그리고 저는 결국에는 블레어씨가 그렇게 말림에도 불구하고 레일에게 가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도 불안하고 무섭지만, 그래도 그 사람에게 가는 것을 거부하면 마치 무섭다는 것을 말하는 꼴이 되지 않겠어요? 저는 적어도 그 사람 앞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습니다.

    .. 될수 있다면 말이에요.

    레일 그 사람 앞에만 서면 온 신경이 곤두서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몸이 긴장한 건지 식은땀이 흐르고, 머릿속에서는 할 말을 잃어버려요. 지크씨도, 그런 느낌이셨을까요?

    저는 살짝 문을 엽니다.

    레이븐씨의 연구실과 비슷한 냄새가 풍겨왔어요. 이것은 담배냄새? 조금 다르긴 하지만 아마도 그럴거에요. 저는 살짝 들어갔습니다. 문을 제대로 닫지 않은 이유는 혹시나 싶은 마음이였습니다.

    「응? 왔나.」

    익숙하지만 딱히 기억하고 싶지는 않은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저는 일부로 대답을 하지 않고 있었어요. 이윽고 하얀 연구원 복장을 한 레일이 나타났습니다.

    「이거이거, 귀한 몸이 나타나셨구만.」

    「볼일이라니 뭐지요? 되도록 빨리 끝내주셨으면 하는데.」

    제가 다른 곳을 바라보면서 말하자 레일은 어깨를 으쓱, 하시더니 곧 저에게 다가오셨습니다. 제가 그걸 보고 뒷걸음질 치려고 하자 레일은 저의 팔을 강하게 잡더니 다른 한 손으로는 난폭하게 저의 턱을 확 위로 들었습니다. 억지로, 눈을 마주치는 꼴이 되버린 것입니다.

    「놔.. 놔주세요!」

    「사람하고 대화를 할때는 눈을 바라보며 해야한다고 배우지 않은건가?」

    레일의 눈동자가 저의 속을 들여다보듯 가늘어졌습니다. 저는 최대한 표정을 찌푸리면서 탁 하고 세게 레일의 손을 쳐냈습니다. 레일이 잠시 제가 쳐낸 자신의 손을 바라보더니 곧 웃음소리를 냈습니다.

    「하하, 경계하는건가? 귀엽군. 하지만 나는 너에게 딱히 별다른 감정은 없어. 그때는 좀 아팠긴 하다만.」

    레일의 머리에 있는 붕대는 이제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너의 몸은 너무나도 귀해. 돌연변이는 어느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야. 모든 요인이 완벽하게 갖쳐줬을때 그제서야 나타나는 것이란 말이야. 그래서 연구란 것이 필요한거야. 그래야만 정확한 진실을 알 수 있게 되니까.」

    「내 몸을.. 연구할 작정인가요?」

    「응? 아하하, 미안하게 됬군. 연구는 거의 완료했어.」

    저는 뜻밖의 말에 고개를 들었습니다.

    「지크의 도움이 많았지. 체취한 혈액같은 걸로 연구는 진행중이고, 그리고 감정에 따른 능력 효율의 반응은 지크가 거의 다 해주었으니까 말이야. 왜, 너도 피라도 뽑아줄까?」

    저는 고개를 세차게 내저었습니다. '거의'..?

    「그런데 너를 부른 이유는 단 하나야. 그 '감정 실험'을 했을때 갑작스럽게 셀리 피롯이 레비어스를 데려가버린 바람에 한가지의 감정에 대한 것을 연구 못하게 되었거든. 그래서 너에게 그 하나를 부탁하려고 해. 간단하단다?」

    그렇게 말하고서는 레일은 웃음을 지었습니다. 저에게, 실험을..? 지크씨가 당한것과 똑같은 실험..? 될리가 없죠. 저는 날카롭게 말했습니다.

    「만약에 거부하게 되면?」

    「강제로라도 해야겠지.」

    아무래도 블레어씨의 말이 맞는 듯 해요. 저는 긴장해서 안들키게 침을 꿀꺽 삼켰습니다. 일단 무슨 실험인지는 알아야겠어요.

    「그래서, 그 감정이 뭐지요?」

    「뭐일것같아?」

    「네?」

    레일이 제 쪽으로 다가옵니다. 왜 자꾸 다가오려고 하는 것일까요 이 사람은..! 저는 잔뜩 경계하면서 뒤로 물러섰습니다. 그런데 어? 어? 뒤에 벽이..? 이거 곤란하게 됬네요. 레일이 제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벽에 몸을 단단히 고정시킵니다.

    「무슨 짓을..!」

    제가 헉 하는 소리를 내며 놀라서 소리치자 레일은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면서 말을 이었습니다.

    「뭐일것 같아?」

    또 그 질문인가요..!

    「소, 소녀가 알리가 없잖아요.」

    저는 애써서 레일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려버립니다. 그런데 이럴수가, 레일이 저의 귀에 자신의 입을 갖다대더니 소곤소곤 속삭였어요. 그 기분나쁨에 저는 온몸을 떨면서 인상을 찌푸렸습니다.

    「그건.. 바로 '공포'라는 감정이지.」

    「..!」

    그 말을 들은 순간 온몸에 소름이 쫘악 하고 돋는것을 느꼈습니다.

    「상냥하게 말할 때 도와주지 않을래? 이 연구에 나는 굉장한 애착을 갖고 있어서 말이야. 미완성은 그렇잖아?」

    소곤소곤소곤소곤, 레일이 속삭입니다. 저는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것이 느껴졌어요. 무서워..! 다리가, 후들후들 하고..!

    「아쉽지만 너에게는 지크와 같은 실험은 시킬수가 없어. 대신 너는 한번도 인체 실험을 당해본적이 없으니까.. 공포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는 굉장히 쉬울거라고 생각해.」

    어째서 이런것들을 태연하게 말할 수 있는 거죠..! 저는 온몸에 힘이 빠지는 듯 해서 휘청거리지 않으려고 두 손으로 뒤에 있는 벽을 잡듯 했습니다.

    「지금도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것 같은데, 내가 볼때는 이것은 겨우 '두려움'밖에 되지 않아. 말해줄래? 어떻게 하면 공포를 느끼게 할 수 있을까-.」

    「다, 당신은 미쳤어요..!!」

    제가 소리치면서 능력으로 레일씨의 몸을 밀어냈습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아..!

    「내가 말했지 않나? 너는 나에게 해를 입힐 수 없다고.」

    그러면서 레일은 자신의 팔에 걸려있는 팔찌를 보여주었습니다.

    「Diara의 기술로 개발한 능력으로 나에게 닿은 능력을 무효화 시키는 팔찌야. 대단하지? 나름 쓸모가 있구만.」

    「그런..!」

    「자.」

    레일의 손이 저의 목에 닿입니다.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공포에 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최대한 레일에게서 떨어지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래 방금같은 감정이야. 공포라는 감정은 말이야.」

    그런데 오히려 저의 반응때문에 레일의 표정이 더욱 더 밝아졌어요. 그러더니.. 진짜로 레일은 저의 목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아흑.. 윽.. 싫어.. 싫어..!」

    저는 울부짖었습니다. 그러자 레일의 표정은 가학적인 표정으로 바뀌어갔습니다.

    「좋아.. 좋네, 이걸 계속 반복해서 틀어주면 되려나.」

    레일의 손에 힘이 들어갑니다. 죽이려고 하는 살기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호흡이 곤란해지는 것이 느껴졌어요. 자신의 목을, 다른 누군가가 조르고 있다는 상황.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무서워, 무서워, 벗어나고 싶어!

    저는 더이상 말도 못할정도로 고통스러워져서, 마지막으로 부르고 싶은 이름을, 불렀습니다.

    「지크...씨...」

    눈물이 한방울, 톡 떨어지는 순간.

    목에서 레일의 손이 거세게 떨어져나갔습니다. 쾅 하는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와, 먼지인지 자욱한 연기가 사방으로 뻗어나갔습니다. 저는 헉 하고 바로 숨을 들이마쉬더니, 콜록콜록 기침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눈물이 날 정도로 격한 기침. 익숙한 향기가 저의 머릿속에서 맴돌았습니다.

    「미안.」

    조용하게 끊어지던 목소리는, 다시 조용하게 이어졌습니다.

    「.. 늦어서 미안해.」

    스륵 하는 소리가 나더니, 연기에 가려진 누군가가 저의 손을 조용하게 잡습ㄴ다. 그리고는 저의 손 위에 뭔가를 올려두었습니다. 괴로운 눈을 떠서 제 손에 놓여진 것을 살짝 바라보았습니다.

    빨간 목도리.

    「레비어스.. 어떻게..!」

    레일의 놀란 목소리가, 귓가에서 맴돌 뿐이였습니다.

    ============================ 작품 후기 ============================

    오셨습니다.

    다음화 정도로 이 에피소드는 끝날것 같기도!

    <무려 리코멘>

    하얀하늘빛님- 그런가요 ㅋㅋ 지크도 사랑받네요 ㅋㅋㅋ

    비공사님-으마아아아악 심심함!의 끝!

    외로운사신님-왜 제가 양아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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