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47화 (47/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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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Diara

그 뒤에 일어난 일은, 제가 정신이 비몽사몽하고 있을때 소피아씨가 갑자기 문을 난폭하게 여시며 들어오시고, 플로라씨는 정원 깊숙한 곳에 숨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oraTio에도 있던, 의무실이라는 곳에 있습니다.

「다행이, 긁힌 상처만 있고 어디 심하게 다친곳은 없네요.」

하얀 가운을 입은 여성분께서 말하셨습니다. 소피아씨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 여성분은 제 상처에 약을 발라주시고, 조용하게 나가셨습니다. 그러자 이 공간에는 저와 소피아씨, 그리고 블레어씨까지 세 사람밖에 남아있지 않았어요.

「저기, 저.. 죄송해요.」

적막만 흐르는 가운데, 제가 먼저 그 적막을 깨버렸습니다. 소피아씨의 날카로운 붉은 눈동자가 저를 바라봅니다.

「소녀가 정원에 가지만 않았어도 이런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저는 죄책감에 못이겨 고개를 푸욱 숙였습니다. 그런 저에게 소피아씨는 말해주셨어요.

「..아니야, 내가 좀 더 자세하게 말해줘야 했어. 분명 그곳에 들어간 건 너의 잘못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전부 너의 잘못인건 아니야.」

블레어씨는 말없이 앉아계십니다. 소피아씨가 그런 블레어씨의 입을 열게 하셨어요.

「블레어, 너는 린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어떻게 안거야?」

「소녀도.. 궁금해요.」

소피아씨를 거들어 저도 묻자 블레어씨는 저희 둘을 힐끔 바라보시더니 조용하게 입을 여셨습니다.

「.. 미래에서 왔어.」

그러자 소피아씨는 뭔가를 알았다는 듯이 입을 아 하고 벌리시더니, 곧 꾸욱 하고 다물어버리셨습니다. 저는 이해를 하지 못했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내가 설명해줄게.」

소피아씨가 나서셨어요.

「.. 블레어의 능력은 시간에 관련된 능력이지. 한마디로 축약하자면 '블레어가 가지 않았던 미래'의 너가.. 잘못되어서. 그래서 블레어가..」

「..너는 거기서 죽을 운명이였어.」

블레어씨가 하신 말씀에 충격을 받은 제가 헉 하고 숨을 들이킵니다. 저, 정말로.. 제가 그곳에서 플로라씨에게 죽임을 당할 운명이였나요..? 충격적이고 또 공포스러워서, 저도 그대로 입을 다물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돌려 이 시간대로 찾아왔다. 대신 앞으로 3달간은 능력을 못쓰겠지.」

「네?」

「.. 내 능력에 제한이 많다고 실비아가 말 안했나? 시간을 한번 돌리면 다시 돌릴 수 있을때까지 약 3개월간의 시간이 걸린다. 그동안은 간단한 능력밖에 쓰지를 못하지.」

「그, 그런.. 죄송해요..」

점점 더 저는 제가 너무나도 잘못한 것 같아서 마음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눈이 찡 하고 아려오더니 코에서 점점 훌쩍거리는 소리가 납니다. 이런, 울면 안되는데. 필사적으로 손등으로 눈가를 훔쳤어요. 그러자 그런 저의 머리 위에 손이 올라와, 저의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 괜찮아.」

「하지만..」

「구했다는 것만으로도 기쁘니까.」

블레어씨는 그렇게 말하시고 미소를 지으셨습니다. 저는 고개를 끄덕이고 계속해서 눈물을 닦았어요. 그리고 블레어씨는 고개를 돌리시더니 소피아씨에게로 말했습니다.

「그래서, 설명을 요구한다.」

「블레어, 너도 알잖아.. 플로라는.. 정상이 아니라고.」

「그러니까 그 '정상이 아닌 이유'를 설명해.」

소피아씨의 표정이 난감함으로 물들여져 갑니다.

「하지만.. 얘기해줄 이유는..」

그러자 블레어씨의 목소리가 방 안을 가득 채울 정도로 커졌습니다.

「나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이 애 앞에서 얘기해. 안그럼 사장의 동생은 이 애 안에서는 평생 아무 이유없이 자기를 쳐죽이려고 했던 미친 사이코로 남을테니까.」

블레어씨의 말이 조금 격해지셔서, 저는 움찔하고 몸을 떨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궁금해요.. 왜 플로라씨가 갑자기 그렇게 돌변하셨는지, 어째서 자신을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하는지. 소피아씨의 눈매가 축 쳐집니다.

「.. 알았어. 이야기할게.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얘기 안했으면 좋겠어..」

「알았다.」

「린나도.」

「아, 알았어요.」

소피아씨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집니다. 도대체 무슨 사정일지 저로서는 역시 감이 잘 안잡히려나요.. 하지만 분명 보통의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안그러면 플로라씨가 그렇게..

「.. 오래 전, 우리의 엄마는 이곳의 사장이였어. 그때는 능력자의 연구가 매우 초반으로 진행되고 있었지. 그리고 엄마는 Diara에 능력자들을 지내게 하려고 했지만 능력자들은 별로 신뢰를 하지 않았지. 그래서 그 신뢰를 따내기 위해서 엄마는 본보기로 우리 둘을 그들이 보는 앞에서 실험체로 만들었어.」

「그런..!」

「하하, 별로 놀랄 일도 아니야. 그쪽의 사장도 이런식으로 실험체가 된건데.. 몰랐나?」

..네? 사장님이..? 아니, 사장님께서 능력자였을 줄이야..! 저는 놀랐습니다.

「그런데.. 그 실험체에 관한 협상을 하던 중 엄마랑 눈이 맞았나봐. 실험을 만들어낸 중요 연구원 중 하나랑 엄마는 사귀기 시작했거든. 그리고 곧 둘은 결혼했어. 우리들의 아빠는 꽤 어릴적 돌아가셔서, 새로 양아빠를 맞아들이는 거지.」

거기까지 얘기하시더니, 사장님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는 조금 괴로워하셨습니다.

「그때 플로라는.. 플로라는 겨우 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간 어린 나이였어.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준비를 하고 본격적으로 이 회사를 물려받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었지. 그래서.. 그래서 나는 너무나도 바빴었어. 그래서 원래부터 플로라는 집에 혼자 있을때가 많았는데. 양아빠가 연구를 부하들에게 맡기고 쉬기 시작했거든. 그래서 두사람이 같이 지내게 됬지. 」

소피아씨는 조금 크게 심호흡을 하셨습니다. 숨을 들이마쉬고, 내쉬고.

「나는.. 나는 솔직히 기뻐했어. 왜냐하면 플로라가 혼자 쓸쓸히 지내는 것을 원하지 않았거든. 양아빠긴 하지만 플로라는 딱히 엄마가 재혼할때도 꺼려하는 기색은 없었고, 또 착하고 순진한 아이니까.. 분명 말도 잘 들을거라고. 그런데 그때부터 였어. 플로라의 행동이 이상해진 것은..」

소피아씨의 목소리가 점점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런 소피아씨를 걱정하면서도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나는.. 나는 그때 눈치챘어야 했어.. 그때 내가 눈치를 챘다면 지금 플로라가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거야..! 플로라는 평소에 너무나도 아끼던 인형을 커터칼로 난도질하기도 하고.. 언제나 꽃과 나무같은 걸 그리던 스케치북은 의미를 모르는 섬뜩한 그림들로 바뀌어갔어.. 엄마는 너무 바빠서 플로라에게 신경쓸 여유가 없었지. 나는.. 플로라의 행동들을 보고 걱정했지만 그냥.. 그냥 넘어가버리고 말았어.. 그게 플로라의 신호였다는 것도 모른채..!!」

소피아씨의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합니다. 저는 당장이라도 이야기를 하고 계시는 소피아씨가 쓰러질 것 같아서 살짝 팔을 잡았습니다.

「그러다가.. 플로라의 얼굴은 완전하게 생기를 잃고 말았어. 언제부터인가 엄마에게도 말을 하지 않게 되고, 밥도 많이 남기고.. 그리고 항상 자신의 방에 틀어박히게 됬어.. 내가 일때문에 집을 나갈때마다 플로라는 급하게 달려와서는 내 팔을 붙잡고. 오늘만 안가면 안되냐고.. 옆에 있어달라고 애원하듯이 매달려왔어. 하지만 나는 그것이 그저 플로라의 응석인줄 알았어. 그래서 어쩔수 없다고 설득을 했었어.. 그러면 플로라는 슬픈 표정을 지은채 그러면 '제발 빨리 와줘 언니'라고 말하면서 슬픈 표정을 지었어..」

소피아씨의 눈에서 눈물이 한방울, 두 방울.

「그러던 어느날 난 보게 된거야..! 그날따라 좀 일이 빨리 끝나는 바람에 플로라 생각이 나서 집으로 바로 들어가게 됬는데.. 나는, 내가.. 양아빠가.. 플로라의 몸을..」

그러고나서 소피아씨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저도.. 차마 말을 꺼낼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충격을 받을 뿐이였습니다. 소피아씨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알 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블레어씨의 표정도 심상치가 않았습니다.

「차마.. 차마 볼 수가 없었어.. 그렇게 어린 아이한테..! 도대체 어떻게 그런 감정을 느낄수가 있는거지..?! 플로라는 계속 울었어. 울부짖었어. 저항했어. 하지만 그럴때마다 돌아오는건 양아빠의 폭력이였어. 나는 당장 들어가서 이게 무슨 짓이냐고 소리쳤지. 그리고 엄마한테도 알렸어. 그 날로 플로라에게 가하는 양아빠의 짓은 끝이 났지만.. 그렇다고 해서 플로라의 고통이 끝나는건 아니였던 거야..」

그리고 블레어씨가 조심히 입을 엽니다.

「..처벌도 못하니까 말이야.」

「어, 어째서..!」

「..우리 능력자들은 말이야, 원래 존재 자체가 법이란것에 멀어져 있어. 그리고 국가에 의해 만들어졌으므로 국가는 우리에게 여러 혜택을 주지. 그중에 하나가 바로 그거야. '처벌을 하지 않는다.' 뭐.. 대학살이 아닌 이상 몇명 죽이는 것 쯤은 넘어가 주겠다는 얘기지. 그리고 그 사람은 그 기술을 만든 사람이니까..」

그런.. 저는 충격에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그런, 그런것이였나요..? 초능력자라는 것은..

「엄마에게 있어서 양아빠는 무척이나 필요한 존재였을거야. 여러가지 의미로 말이야.. 그래서 이혼같은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양아빠와 양오빠는 다른곳에서 살게 되었어. 하지만 플로라는.. 그 날부터 완전히..」

그때를 떠올리시는지 몸을 덜덜 떨고 계시는 소피아씨의 손을 저는 잡아주었습니다.

「자신의 몸을.. 매일매일 상처입혔어.. 자살까지 하려고 했어.. 언제나 플로라는 입버릇처럼 자신이 더럽다고 했어.. 더렵혀졌다고.. 전혀 아름답지 않다고.. 플로라가 하는 일이라고는 매일매일 한계에 다다를 때까지 욕조에 있는 것이였어. 그리고 집안의 거울을 전부 다 깬적도 있었어.. 난 아무것도 못해줘서.. 그래서..」

잠깐, 양오빠..?

「그때부터야. 플로라가 아름다운것에 집착하게 된것은.. 아마도.. 자신이 아름답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집착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하고. 린나에게는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아니요, 괜찮은걸요..」

저와 블레어씨는 예상외의 플로라씨의 사정에 대해 알고서는 입을 다물었습니다. 플로라씨, 그런 과거를 가지고 계셨을줄은.. 아까부터 가슴 한쪽이 계속해서 아려옵니다.

잠깐.

그런데 그 아려오는것도 잠시. 저는 뭔가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마치 뭔가가 수면위로 조용하게 떠오르듯이.. 저의 기억 중 하나가 조용히 떠올랐습니다. 분명히 셀리씨가 지크씨의 과거를 얘기해주실때 했던 말이 있어요.

아, 생각해야돼..! 저는 다시 생각해내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저, 저기.. 소피아씨..! 혹시 그 양오빠라는 분..!」

「응..?」

소피아씨가 얼굴을 드십니다. 소피아씨의 눈매가 촉촉하게 젖어있습니다.

저는,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레일...씨..는 아니겠지요...?」

그리고, 소피아씨는 답했습니다.

「..어떻게 알았어..?」

저는 한편으로는 제 생각이 맞았다고 생각하면서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꼈습니다. 설마, 설마 정말로 이럴줄은.. 그냥, 그저 추측한건데..

「맞아.. 레일과 나와 플로라는 법적으로는 남매관계야. 하지만 레일은 항상 연구기관에 있었고 밤에 돌아와서 집에서는 먹고 자기만 했으니까 아마도.. 플로라의 일은 지금까지 몰랐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설마 그 인간이 레일에게 자신이 무슨짓을 했는지 얘기했을 리는 없겠지.」

저는 그저, 입을 다물었습니다.

============================ 작품 후기 ============================

..부전자전?

어쨌든 레바시아입니다. 플로라의 과거입니다. 플로라는 그냥 미친년이 아닌 나름 사정이 있었던 겁니당!!! 랄까 제일 가슴아프고 분노했던 범죄들중에서 하나는 역시 성폭력이죠.. 특히 양아빠가 딸을 성폭행한 사건은.. 정말 어우.. 친아빠가 그랬으면 그건 그냥 상종못할 개시키. 지옥에 가서 구워삶아질겁니다 ㅡㅡ

어쨌든 재밌게 보셨으면 선추코!

<무려무려 기다리고oh기다리던 리코멘>

하얀하늘빛님-블레어의 정체는.. 나중에 나올거지만 딱히 대단한 건 아닙니다. 그냥 보다가 어! 하면서 살짝 놀랄정도로. 아 빨리 지크나오게 하고 싶어요 지크가 쓰기 재밌거든요 ㅋㅋ

비공사님- 아니요 미친인간은 딱 한명있습니다 ㅋㅋ 누군지 아실거라 믿어요 ㅋㅋ

외로운사신님- 음..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으니까 얀이라고는 할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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