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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Diara
그렇게 플로라씨가 모든 꽃말을 다 외우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신기해서 한참을 물어보고 대답해주고 했을 때, 저는 이 정원에 뭔가 이상한 점을 깨달았습니다.
「이 정원.. 시계가 없네요?」
「있어야돼요?」
「아니요.. 꼭 있어야하는건 안되지만. 그래도 시계가 있으면 편리하잖아요.」
그러자 플로라씨의 표정이 약간 시무룩해집니다.
「아.. 플로라가 너무 오랫동안 린나를 붙잡아두고 있었던건가요?」
「아니요, 그, 그런건 아니지만.. 소녀.. 늦어지기 전에 방에 돌아가려고 생각해서..」
「안돌아가면 안돼요?」
「네?」
갑자기 플로라씨가 이상한 말을 하시기 시작해서, 저는 의아해했습니다.
「방에 돌아가지 않고.. 그냥 계속 여기서 플로라랑, 나랑 같이 있으면 안돼요?」
뭔가 플로라씨의 목소리가 변했습니다. 아까와 같이 밝고 상냥하고 따뜻한 목소리가 아니라.. 뭔가 삐걱거리고, 불안정하게 변했습니다. 에?... 어디.. 아프신걸까요?
「그, 그건 안돼요.. 플로라씨.. 어디 아프신건가요?」
「에-? 왜-요? 내가 어디 이상해요-?」
저는 움찔하고 몸을 떨었습니다. 프, 플로라씨.. 갑자기 왜이러시는 걸까요. 플로라씨의 표정이 어느새 감정이없는듯한 무표정으로 바뀌었습니다. 뭔가, 뭔가 굉장히 잘못된 듯한..
「아하하, 아하하하.. 린나도 플로라랑 같이 있어서 좋았지요-? 그런데 왜 가려고 하는거야?」
「그, 그러니까 플로라씨가 싫은것이 아니라 소녀는 볼일이 있을 뿐이에요..!」
「..플로라 변명 싫어하는데.」
갑자기 플로라씨의 목소리가 싸늘하게 식어갑니다. 온몸에 순간 소름이 돋는것을 느꼈어요.
「프, 플로라씨..」
「난 알아!!! 난 안다고!!!! 결국 너도 내가 싫은거잖아!!! 내가 추잡하고 더러워서!! 전혀 아름답지 않아서!!!」
플로라씨가 쩌렁쩌렁 비명지르듯 외치시는것이 정원 내에 울려퍼졌습니다. 무..무서워..! 저는 너무나 큰 두려움을 느끼고 도망치려고 생각해 재빨리 문쪽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래서 문 손잡이를 잡으려고 했는데..!
「꺄악?!」
갑자기 뭔가에 다리가 잡혀서 또다시 바닥에 콰당 넘어지고 말았어요..! 에? 에? 도..도대체 뭐야?!
「주..줄기...?」
저쪽 나무로부터 이어져있는 나무줄기가 무려 저한테까지 뻗어와서, 저의 다리를 잡아 제가 나가는 것을 방해한 것입니다. 서..설마..
「능력..?!」
그리고 제가 말을 끝냈을 때에는 이미 또 하나의 나무줄기때문에 단단하게 몸이 고정되어있을 때였습니다. 두개의 또다른 나무줄기가 스물스물 기어오더니 이번에는 팔까지 묶어버립니다. 저는 능력을 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너무나도 많은 나무가 여기에는 있었던 겁니다. 능력으로 나무를 뽑아버려도 제가 모르는 곳에서부터 스물스물 기어와 결국에는 저를 공중에 매달아놓듯 고정시키고 말았습니다. 그런 저한테 플로라씨가 섬뜩한 눈빛으로 다가옵니다.
「플로라가 왜 여기에 있는지 모르겠어? 여기는 플로라의 세계야. 여기서는 아무도 플로라를 이길 수 없거든.」
「플로라씨..왜..왜 이런..」
저는 밑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저는 제가 그렇게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꽃밭 바로 위에 있습니다. 플로라씨는 꽃들 사이를 유유히 빙글빙글 걸어다니면서 이야기했어요.
「내가 린나를 일부로 손잡고 끌어들인 이유가 뭔지 알아?」
갑자기 플로라씨의 말투가 또 바뀌었어요..! 저는 마른침을 삼켰습니다. 뭔가, 불안해..
플로라씨가 팔을 위로 높게 뻗습니다. 그러자 플로라씨의 손이 저의 얼굴에 닿습니다. 플로라씨의 하얗고 가녀린 손이, 어째서 이렇게 불쾌하고 두렵게 느껴지는 걸까요.. 저는 눈을 꼭 감았습니다. 플로라씨의 손가락이 저의 뺨을 흝더니 곧 턱을 잡습니다. 그리고 확 하고 자신의 얼굴을 저에게로 갖다댑니다. 플로라씨의 주황빛 눈동자에 초점이 없어..
저는 당장이라도 공포에 울음을 터뜨릴것만 같았어요. 이렇게나 온몸이 떨린적은 없습니다. 플로라씨는 무서운 표정을 짓지도, 그렇다고 화내는 표정을 짓지도 않았지만 뭔가, 뭔가.. 플로라씨에게서 느껴지고 있는것은 ..
바로 살기였습니다.
「대답해줘.」
「아, 아뇨.. 몰라요..」
저의 목소리가 덜덜 떨리고 있는것을 눈치챘을 때는, 플로라씨는 웃고계셨습니다. 아까와 똑같은 웃음. 그런데 전혀, 기쁘지가 않아요.
「그건 린나가 아름답기 때문이야.」
플로라씨의 두 손이 저의 뺨을 감쌉니다. 따뜻한 손의 온기. 하지만 지금은 누구보다도 차가웠어요.
「나는 말이지, 아름다운것이 너무나 좋아. 그래서 꽃을 좋아해. 아름다운것을 모으는 것이 좋아. 그렇게 되면 언젠가 그 아름다움이 나의 일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말이야. 그래서 모으고, 모으고 또 모았는데. 어째서..」
플로라씨가 입술을 꽉 깨무십니다. 어찌나 세게 깨물었는지 연약한 분홍빛 입술에서 붉은색의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어요..
「아하하하- 그런데 말이야, 역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사람이더라구! 사람만큼 아름다운것은 이 세계에 없어. 그러니까 린나는.. 정말로 아름다워.」
갑자기 플로라씨가 마치 녹아내리는 듯한 황홀한 표정을 짓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제 몸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립니다. 설마, 설마.. 정원에 오지말라고 한 이유가.. 설마.
플로라씨 때문에...?
소피아씨는 이미 알고 있었다..?
「소, 소녀는..」
「말하지마, 린나는 입을 꾹 다물고 있으면 인형같아서 더욱 더 아름다워지니까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해.」
플로라씨가 매우 빠른속도로 말을 하면서 자신의 손가락으로 저의 입술을 꾹 짓누릅니다. 으, 괴로워..!
저는 애원하는 듯한 눈빛으로 플로라씨를 바라봅니다. 제발, 여기서 나가고 싶어요. 제가, 제가 무슨 잘못을 한건가요..? 도대체 뭐가 플로라씨를 갑자기 이렇게 변하게 만든거죠..?
「어라? 우는거에요?」
모르고 있었는데 아마도 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있었는 듯 합니다. 플로라씨가 눈가를 만지자 맺혀있던 눈물방울이 주르륵 하고 흘러내립니다.
「으..」
「어쩜.. 우는 모습도 이렇게 인형같고 아름다울까. 정말로 아름다워. 정말로.. 정말로..!!」
그렇게 말하시면서 플로라씨는 저의 어깨를 잡고 격하게 흔드셨습니다. 어지러워서 정신을 못차리겠어..! 제가 괴로운 표정을 지을수록 플로라씨는 더욱 더 활짝 웃고 계셨습니다.
「우후후, 우후후후.. 그러니까 부탁이 있어.」
플로라씨는 그렇게 말하시더니 저에게서 떨어져서 빙글 하고 우아하게 도셨습니다.
「내가, 린나의 아름다움을 가져도 될까?」
「그, 그게 무슨 말씀..」
그리고 플로라씨가 딱 하고 손뼉을 쳐서 신호하자 나무뿌리가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덩달아서 저의 몸도 움직였어요. 그런데 더 많은 뿌리가 저에게로 스물스물 다가오더니.. 곧 저의 몸을 받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마치, 구속대에 묶여져 있는 느낌이라서 저는 바둥거렸습니다.
「플로라씨..! 제발..!소녀가, 소녀가 뭔가 잘못한건가요..!?」
「네에-? 우후후, 린나는 잘못 없어.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한테 잘못이란것이 있을리가 없잖아. 안그래?」
나무뿌리 사이로 튀어나온 꽃이 저의 뺨을 간질입니다. 저는 표정을 찡그렸습니다. 플로라씨는 어느새 저의 옆에 다소곳히 앉아계셨습니다.
「그러니까-.」
「...」
「조금만 기다려줄래?」
에..? 갑자기 플로라씨는 벌떡 일어나서 어디론가 사라지셨습니다. 이, 이때일지도 몰라요! 탈출할 수 있는 기회가..
저의 잘못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플로라씨는 뭔가 지금 이상한 상태이신게 분명해요. 분명 몸이 아프시다거나 그래서 조금 신경질적이 났다거나 그런것일거에요. 저는 있는 힘껏 능력을 발동해서 몸에 묶여져 있는 나무뿌리들을 단번에 뿌리쳐버리고 말았습니다.
됐다..!
그리고 저는 곧장 제가 들어온 정원의 뒷문 쪽으로 달려가려고 한 발을 뻗은 순간.
「어, 어째서!?」
순식간에 다가온 뿌리들이 또다시 저의 몸을 묶어버리고 만 것입니다..! 어째서?! 분명 플로라씨는 뭔가를 챙기시러 가셨을 텐데..! 그때 사박사박 하는 정원의 흙을 밟는 발소리가 들려서 저는 움찔했습니다.
「무리야, 안돼. 이 뿌리들은 나와 정신이 연결되어 있어서 내가 하나하나 조종하는 거란 말이야. 그러니까 뿌리쳤다던가 그러면 나에게도 그것이 느껴져. 도망갈 수 없어.. 아, 그리고 말 안해준게 있는데. 지금 린나가 있는 꽃밭의 꽃이 정신을 약간 흐리멍텅~하게 해주는 꽃이거든. 나는 능력때문에 꽃의 독성은 면역이 있어서 아무렇지 않지만.. 우후후.」
어쩐지.. 어쩐지 아까부터 조금 어지럽고 비몽사몽하다 했더니 이 꽃들 때문이였던가요.. 어쩐지 능력이 조금 약해졌다 싶더니..! 저는 이를 악물었습니다. 이제 어쩌죠..!
「소, 소녀한테 무엇을 하시려고 하시는 건가요.」
저는 아까부터 심장이 덜컹거리는 것을 들킬것같았습니다. 최대한 강하게 말했지만 그래도.. 몸이 계속 떨리는 것은 어쩔수가 없나봐요.
「별거 아니야~ 별거 아니야!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돼. 에헤헤.」
그렇게 말하면서 플로라씨는 상큼한 웃음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플로라씨는 자신의 뒤에 뭔가를 숨기고 저에게 천천히 한걸음 한걸음 다가오셨어요.
「저기, 린나.」
「읏...네..?」
저는 아까부터 나무뿌리가 저의 손목 발목 그리고 몸통을 너무나 세게 조이고 있어서 신음하며 애써 대답했습니다. 만약에 대답을 안하면, 플로라씨 아까처럼 화낼지도 몰라요.. 저는 공포에 떨었습니다.
「너는 아름다우니까.. 내가 그 아름다움을 조금 가져도 되는거겠지?」
「그, 그것이 무슨 말..」
그리고 저는 곧 플로라씨가 등 뒤에서 숨겼던 것의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얼어붙고 말았습니다. 알아요, 저 도구.. 본적 있어...
「이거, 가져오느라 엄청 힘들었었어. 하지만 결국에는 쓸모가 있구나!」
플로라씨가 가져오신것은.
저, 전기톱...
하지만 보통보다 크기가 작았습니다. 아마 소형 전기톱 쯤 될것같아요.
「그, 그걸 왜.. 위험해요. 그런것 만지면..!」
「괜찮아 괜찮아~ 저기저기, 린나한테 선택할 권리를 줄게.」
갑자기 플로라씨가 선택이라는 말을 꺼내서 저는 집중했습니다.
「팔, 아니면 다리?」
「에...?」
「음.. 팔이 없으면 여러가지 못하니까 힘들고.. 다리가 없으면 다니기가 불편하구나. 어차피 한쪽만 가질거지만.. 어디로 할래?」
「저기..무슨..소리세요.?」
뺨에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이것은 무슨 감정일까요. 공포, 두려움, 그 외에 이것저것이 온통 섞여서 저의 머릿속을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있었습니다. 플로라씨가..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고 있는 것이죠?
「괜찮지? 린나도 나한테 팔다리 하나쯤은 양보해줄 수 있지? 그야 린나는 내가 좋다고 그랬잖아-.」
「그런..! 그, 그런 끔찍한 생각을.. 설마, 지금까지 계속 이래오셨..」
「아니? 아니야. 지금까지 린나만큼 흥미가 가는 사람은 없었는걸. 그러니까 걱정마. 린나가 처음이야.」
저는 깨달았습니다. 플로라씨는 정말로..
제정신이 아니라고.
「플로라씨.. 그만해주세요..!」
아, 안돼.. 힘이 빠지기 시작해.. 이 꽃 때문인가봐.. 저는 필사적으로 소리쳤지만 플로라씨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듯 했습니다.
「괜찮아~ 이 꽃에 있는 환각작용은 아픔을 줄여주는 역할도 하니까, 별로 아프지 않을거야. 린나가 너무 아름다운 탓이야. 린나가 너무 아름다워서. 아름다워서...아름다워서..!」
플로라씨가 저에게 다가오려고 할때, 저는 있는 힘껏 소리쳤습니다.
「플로라씨는 자신을 아름답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는군요?!!어째서 다른사람의 아름다움을 가지려고 하나요!! 소녀는.. 소, 소녀는.. 플로라씨가 충분히 아름답다고 생각하는데..」
그러자 흔들림없을 줄 알았던 플로라씨의 주황빛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아, 아, 아니야.. 내가, 아름답지 않다.. 내가, 내가.. 아름.. 답지.. 아름답지.. 아, 왜냐하면, 나는, 아, 아아아..」
플로라씨가 갑자기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고 괴로워하기 시작합니다. 에? 저는 놀랐지만 계속 외치기로 합니다.
「프, 플로라씨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건가요..?!」
그러자 플로라씨의 움직임이 마치 기계의 전원이 꺼진 듯이 뚝 하고 끊어졌습니다. 그러더니 플로라씨의 눈가에 눈물이 가득 맺히기 시작합니다. 플로라씨는 격하게 머리를 저으면서 비명을 질렀어요..!
「아, 아니야, 아니야, 틀려, 틀려, 틀려어어어어어!!!!」
위.. 위험해..! 그런데 플로라씨가 저에게 그 무서운 흉기를 들고 달려오시는 것이였어요..! 눈을 꼭 감고, 마치 될대로 되라는 듯이..!
「꺄아아..!!」
저는 눈을 꼭 감았습니다. 하아, 하아.. 호흡곤란이 옵니다. 몸이 너무나도 떨려요. 제가 살은걸까요? 아니면 죽은걸까요? 아니면 너무나도 아파서 이런걸까요?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도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습니다. 느낌이라고 한다면, 저를 구속하고 있던 뭔가가 풀렸다는.. 에?
「앗..!」
나.. 살아..있어..?
「이건 무슨 짓이야, 플로라.」
어디서 들었던 날카로운 목소리가 귓가에 생생하게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누군가한테 안겨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에..?
손목 발목을 묶고 있던 줄기도 없어, 상처도 없어.. 저, 정말로 무사한 걸까요? 위를 올려다보니 무려.. 블레어씨의 얼굴이 보인 것이였습니다.
「브, 블레어씨.. 여긴 어떻게..?」
「설명은 나중에 해.」
============================ 작품 후기 ============================
지인이 이 화를 보고 저한테 너 언제 공포물 썼냐? 이랬습니다.
고...공포물 아닙니다 여러분!!
근데 플로라가 린나한테 저러는거 보면 만약 찾아간게 지크였으면 아주 미친년이 됬을겅여 플로라는. 지크는 알흠다우니까.
재밌게 보셨으면 선추코!
<무려 리코멘>
하얀하늘빛님- 12월 23일은 플라타너스. 꽃말은 '천재' 뭐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행복한 인생. 다만 너무 은혜를 많이 받아 주저하게 되면 엉뚱한 곳에서 발판이 무너질지도 모르니 유의해야 겠군요.
비공사- 엌ㅋㅋㅋㅋㅋㅋ 이 코멘보고 많이 웃었습니다 ㅋㅋㅋㅋㅋ 첫인상이 FAIL
외로운사신님- 아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