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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Diara
「너가 유린나인가?」
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흘깃 눈길을 위로 올려보다가 날카롭게 빛나는 붉은 눈과 마주치고 말아서 다시 고개를 푹 숙였습니다.
뭔가 묶여있는 것도 아닌데 이 의자에 묶여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긴장일까요? 아니, 이건 긴장이라는 감정과는 많이 다른 것 같은데.. 저는 주먹에 힘을 실어 꽉 쥐었습니다.
「반갑다. 내 이름은 소피아 램블.. Diara의 사장을 맡고있지.」
「여성분..이시네요..?」
「뭐가 이상한가? 요즘에는 사장중에 여자 많다고?」
「아니요, 아니에요..」
제가 압도적인 위엄에 눌려 아무말도 못하고 끙끙거리고 있자 소피아씨의 뒤에 계시던 여성분께서 소피아씨의 어깨를 꾹꾹 누르며 소곤거리셨어요. 그런데 그 소곤거리는 소리가 너무 잘 들리네요..?!
「사장님, 사장님! 얼굴 좀 푸세요! 무서워하잖아요!」
「아 뭐! 이게 내 원래 얼굴이다 불만있냐?!」
「사장님, 말투! 말투!」
그러자 소피아씨는 신경질난다는 듯이 손을 휘휘 내젔더니 곧 헛기침을 하시고 다시 이야기를 이으셨습니다.
「그래서 너가 이곳에 온 이유는 아는가?」
「아, 아니요.. 잘.」
소피아씨는 아름다운 붉은색의 머리카락을 자신의 손으로 쓸어 넘겼습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지. 너 돌연변이.. 아니, 타입B인거지?」
「그..그걸 어떻게..!」
「나는 몰랐어. 레일이 말해주더라구.」
레일이..? 저는 곰곰히 떠올렸습니다. 제가 그 사람 앞에서 타입B라는 것을 들킬만한 행동을 했었나요..? 그렇게 계속 생각하고 있다가, 저는 깨달았습니다.
그래, 설마 그때..? 설마, 제가 레일이 oraTio에 찾아왔을때 화를 낸 것을 보고 깨달은건가요!? 아니, 설마설마..?!
「뭐, 우리들은 믿을 수 밖에 없었지만 말이야. 그녀석, 얼마나 쫑알쫑알 시끄럽게 떠들어대는지 원.. 어쨌든, 그래서 oraTio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야기지. 그래서 이런 방법으로 널 데려올 수 밖에 없었어.」
「약속이라뇨?」
「..뭐? 모르는거냐?」
제가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거리자 순식간에 소피아씨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비춰집니다. 약속이라니?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말인데 말이에요.
「..아무도 그런말을 꺼내지 않았나?」
「네.」
「아니, 질문을 바꾸지.」
그리고 소피아씨는 끄응 거리면서 고민하시더니 다시 질문을 던지셨어요.
「너가 타입B라는 것은 oraTio의 모두가 알고있나?」
「아니요, 레인씨가 저를 타입A라고 기록하셨..앗!」
저는 재빨리 저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미 흘러가버린 말, 다시 잡을 수는 없는거에요.
「아니, 이미 그건 알고 있어. 그런가.. 레인 브루스인가. 아마도 그쪽의 간부들만 알고있다는 얘기가 되겠네.」
「..으우..」
저는 저의 입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 살짝 소피아씨를 올려다보았습니다. 소피아씨는 저와 눈을 마주치시더니, 곧 다시 손짓으로 뒤에 서계신 여성분을 부르셨습니다. 이번에는 여성분이 몸을 숙이자, 소피아씨가 여성분의 귓가에 입을 대고 속삭이셨습니다.
「야, 어떡해. 귀여워.」
「저보고 어쩌라구요!」
여성분이 짜증난다는 듯이 소피아씨의 손을 탁 쳐냈습니다.
「아 왜그래 내가 완전 진지하게 말하고 있는데.」
「그게 왜 진지한거에요! 어서 이야기나 계속하세요.」
「아, 알았어. 때리지마 좀!」
투닥투닥 두 분이 싸우십니다.
...음..
아무래도 이쪽의 사장님도 굉장히 개성이 넘치시는 분 같아요!
「좋아, 모르는 것 같으니까 내가 친절하게 얘기해주지. 레비어스의 일을 알고 있지? 이쪽의 연구시설에서 그쪽으로 데려갔으니까.」
「..네, 들어서 알고있어요.」
「그때 내 바로 전의 사장이 너희쪽 사장의 전사장이랑 약속한게 있어. 설마 우리가 그 귀중한 인재를 그냥 그쪽으로 보냈다고는 생각 안하지?」
저는 침묵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네요. 그냥 보내줄리가 없지요. 역시.
「그때 건 약속이 바로 그거야. 만약 oraTio에서 다시 돌연변이, 즉 B타입을 발견하게 된다면 우리쪽으로 넘겨라.」
「에...?」
「레일이 제안한거지. 뭐, 나는 그때는 사장이 아니라서 끼어들 틈이 없었지만 별로 탐탁치 않게 생각했지. 설마 돌연변이가 또 나타나겠어? 근데 그게 진짜로 이루어질 줄이야. 인정하기 싫지만 역시 코르버는 천재인가봐.」
소피아씨가 쳇 하는 소리를 내면서 말합니다. 저는 가만히 멍을 때리고 있었어요. 아니, 이게 대체 지금 무슨 소리이죠..? 머릿속이 혼란으로 꽉 차버려서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요.
「그리고 우리는 본격적으로 '돌연변이 탐색'에 나서게 되었어. 그냥 내 편한대로 돌연변이라 부를게. 이해해줘.」
「돌연변이 탐색..?」
「너나 레비어스 같은 애들을 찾기 위해 세계를 몽땅 뒤지는 거지. 그걸 위해서 기계도 많이 만들고, 연구도 하고.. 하여튼 지랄이란 지랄은 다 떨었어.」
소피아씨의 말이 끝나자마자 소피아씨의 머리를 뒤에 계시던 여성분이 콩 때립니다. 소피아씨가 신경질을 내며 뒤를 돌아보자 여성분께서 화를 내셨어요.
「욕 쓰지 말라고 했죠!」
「아, 미안미안! 안쓰면 되잖아 안쓰면!」
그리고 다시 소피아씨는 빙글 하고 저를 향해 몸을 돌립니다.
「뭐, 그래봤자 찾은건 한명 뿐이지만. 그래도 그정도면 대단한 수확이라고 레일이 그러더라구.」
「한명..? 그건 누구인가요?」
「너.」
아, 그렇구나. 저구나..응?
「네?」
뭔가, 저 혼자만 이해를 못하고 있는데 그런거 맞죠? 이거 제가 잘못들은건가요? 아니면 뭔가 착각한 건가요?
「맞아. 찾은게 너라고. 너, 바로 너, 내 앞에 있는 너!」
소피아씨가 저의 뺨을 콕콕 찌르면서 거듭 저라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아아 하지만 그, 그건 말이 안되는데요!」
「잘 들어. 우리가 너를 찾은 것은 oraTio보다 먼저야. 어떻게 찾았냐고 하고 물으면 너 엄마랑 같이 산속에서 꽁꽁 숨어 지냈지? 그때 우연하게 우리 일원 중 한명이 너희 집에 접촉한 적이 있었거든. 엄청 우연이지만 말이야.」
「네, 네에에?!」
이, 이건 또 무슨일이래요!! 저희 집에? 에에에?!
「..나도 잘 못믿겠지만 말이야, 일단 들어봐. 이거 완전 소설같은 이야기던데 나도 엄청 웃었어.」
그러면서 갑자기 소피아씨는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 뒤에 서계시는 여성분도 왠지 모를 웃음을 짓고 계셨습니다.
「내 일원이 한국에 간 적이 있었는데. 아마도 임무때문일거야. 그런데 거기서 무려 빙의됐지 뭐야, 한국 귀신한테!!」
그러면서 소피아씨는 다시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호오, 그런 일도 있는거군요! 물론 일반인에게는 정말로 생소하고 웃긴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저의 입장에서는 나름 현실적인 입장이네요.
「그래서, 너희 엄마 무당이지?」
「네 맞는데.. 무당을 아시나요?」
「아니, 들었어. 그래서 소문소문을 통해서 너희 집쪽으로 찾아간거야. 아무래도 그게 엄청 거슬리는 귀신이였는 듯 해.」
사람에게 빙의되는 귀신씨라면.. 음, 종류가 많지만.. 제가 직접 본것은 지박령 정도일까요.
「그래서, 저희 어머니께서 퇴마를 해주신건가요?」
「아무래도 그런것 같고, 해결이 된 듯 해. 그리고 그때가 아마 너가 굉장히 어릴때였을걸? 아장아장 기어다닐 때.」
아, 아장아장..! 기억이 안날만도 하네요. 저는 끄응 하고 신음했습니다.
「아오, 진짜 우연이지? 그리고 걔가 돌아와서 말하더라고. 한국에서 유명한 무당같은 여자를 찾아갔는데, 그 집에 있는 어린 여자아기가 손도 대지 않고 물건을 들어올리고, 울면 주위에 있는 물건이 다 깨지고 그랬다면서.」
「소, 소, 소녀가..」
아니, 뭔가 쪽팔려할 상황이 안된것같은데 엄청 부끄러워요!! 그런 모습을 손님에게 보여드리다니!! 어머니 죄송해요! 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버렸습니다.
「아오, 그때 찾아갔어야 하는건데!! 찾아가서 너를 데려왔어야 하는건데!!」
소피아씨가 답답하다는 듯이 자신의 가슴을 주먹으로 퍽퍽 치십니다. 으아아, 저와 뒤의 여성분이 필사적으로 그런 소피아씨를 말렸어요.
「처음에는 얘가 귀신때문에 정신이 돌았구나 해서 믿지 않았어. 그리고 나름 너희 엄마에 대해서 조사했는데 딸이 없다고 나와서 말이야. 설마 출생신고가 안되있을줄은 몰랐지..」
「그렇군요..」
「그러다가 너가 진짜 능력자라는 걸 알게 됬을 때는 이미 그쪽에서 선수쳐버린 상태고.. 아오! 그래도 우리에게는 카드가 남아있었지. 바로 전 사장끼리 한 약속이였어. 근데 그쪽에서 너를 안주잖아..」
저는 마음이 뭔가 불편해졌습니다. 정말로, 정말로 그런것이였을까요? 만약 그렇다고 하면 oraTio가 나쁜것이 되어버리는데.. 정일까요? 저는 믿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납치한거야.」
「정말 당황스러웠어요..」
「그건 사과할게, 어쨌든 이제 상황을 알겠지? 너는 Diara의 일원이 되야 한다는 이야기야.」
저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별로.. 대답을 하고는 싶지 않았어요. 그런 저를 소피아씨는 유심히 바라보더니 다시 손짓을 했습니다.
「실비아, 데려다 줘.」
「어디에요?」
「방에.」
「알았어요.」
실비아씨라고 하는 여성분이 저에게 다가옵니다. 그리고 제가 실비아씨를 보고 몸을 일으키려고 하는데, 소피아씨가 갑자기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꺼내시는 것이였습니다.
「아, 그리고 말해두는 것이 있는데..」
「네?」
「이 층 바로 밑에 커다란 정원이 있어. 인공정원인데. 절대로 그 곳에는 들어가면 안돼. 이것은 충고가 아니라 경고야.」
갑자기 소피아씨의 말투가 싸하게 바뀌어서 저는 조금 무서워졌습니다.
「.. 너의 목숨에 대한 경고.」
에..? 저의 목숨..?
저는 그 이유가 궁금했지만, 소피아씨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기에 그냥 이 자리를 떠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고개를 끄덕여 두었어요. 제가 방을 나갈때까지 소피아씨는 저를 계속 지켜보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내 이름은 실비아 마론. 사장님의 비서야.」
아무래도 마리씨랑 비슷한 위치이신것 같아요. 저는 실비아씨를 빤히 바라보았습니다. 웨이브치는 금발은 어깨의 바로 위까지 오고 있었고, 주황빛의 뚜렷한 눈동자가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자, 잘부탁드려요..」
실비아씨는 미소를 지으시더니 말하셨습니다.
「갑자기 오게되서 놀랐지? 하지만, 여기도 너가 있던 곳과 거의 비슷해. 그래서 딱히 불편한 건 없을거야.」
「그..그래도..」
「응?」
「여기 계신 분들은.. 소녀를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이곳에는 제가 아는 분이 한명도 계시지 않습니다. 저는 그것이 제일 걱정되었고, 제일 불편한 것이였어요.
..역시 oraTio로 돌아가고 싶을지도 몰라요.
「글쎄, 일단 oraTio에서 왔고.. 앞으로 Diara의 일원이라고는 얘기해두었는데. 걱정마, 별로 특별한 감정은 가지지 않을거야. 그렇게 사이가 나쁜것도 아니니까.」
그럴까요..? 저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뭔가, 지크씨가 보고싶어요. 갑작스럽지만 말이에요..
지크씨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보고싶어요.
============================ 작품 후기 ============================
엌ㅋㅋㅋㅋㅋ 린나를 아껴주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네요 ㅋㅋㅋㅋ 린나는 좋겠다 ㅋㅋㅋ
린나 몸에 상처 한번 나면 납치당할것 같은데여 이 자까 ㅋㅋㅋ
아 어떡하죠 ㅋㅋㅋ 스포아닌 스포로 말하면 이제 곧 린나한테 무슨 일 생기는데요 ㅋㅋㅋㅋㅋ
<무려 리코멘>
외로운사신님-헐 납치.. 연참.. 그런 무서운 말들을..!
비공사님- 꺄아 싸랑해요 ><
하얀하늘빛님-허허렇ㄹ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ㅜㅜ 큰절할게요 으어어 코멘 하나에 기분이 쑥쑥 좋아지는 작가입니다 ㅎㅎ 저 보기 싫은 레일 ㅋㅋㅋㅋ 죄송합니다 레일이 좀 더.. 퇴장한다해도 마지막 진상을 부리고 퇴장합니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