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42화 (4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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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Diara

    (이번화 부터 린나의 시점으로 이어집니다)

    「음-...」

    지금은 새벽 2시. 네, 매우 깜깜한 밤입니다. 이런 새벽에는 이곳의 불도 전부 꺼져있고, 거의 모든 분들이 잠에 잠드는 시간일 터.. 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근데 모두가 잠드는 것은 아닌가봐요.

    저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면서 아까부터 들려오는 소리를 따라가려고 애를 썼습니다. 사실 매일매일 시간을 꼬박꼬박 지키면서 잠을 자는 제가 왜 지금 이런 새벽중에 일어나 있냐고 물으신다면, 몇십분전부터 들려온 이 노랫소리 덕분입니다.

    저는 희미하게 들려오는 아름다운 선율에 눈을 떴습니다. 그리고 몸을 일으켰어요. 그리고 이것이 노랫소리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까지는 별로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사실, 저의 잠에 방해되는 것은 아니였어요. 단지 제가 귀가 좀 밝은 것 뿐으로, 누가 이런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고 있는걸까 호기심이 생겨버린 것입니다.

    그러고보니 호기심은 나쁜것일까요, 좋은 것일까요.. 저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나름 결론을 냈습니다.

    음, 뭐든지 적당한 것이 좋다고 했으니까요.

    하지만 저의 호기심이 과연 적당한 것인지 과분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정말로 궁금해서 그런걸요. 저는 나름 저의 행동에 타당성을 부여하려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아까부터 이 노랫소리를 따라가다 보니까 신기하게도 잠이 번쩍 깨버린 것이였어요. 이러다가 또 아침에 자버릴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으음- 나름 어둠속에서 길을 찾아가고 있었는데, 도착한 곳은 식당가였습니다. 아.. 잘못 온 듯 싶어요. 안그래도 길치인데 어둠속이니 길을 찾기가 굉장히 어려운 듯 해요. 저는 한숨을 푹 내쉬었습니다. 역시 포기할까요.. 그래도, 굉장히 아름다운 노랫소리인데.. 그런데.

    「..거기 누구야?」

    「앗!」

    저는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가느다랗고 높은 목소리에 놀란 소리를 냈습니다. 누, 누군가 계신건가요? 혹시 노래를 부르신 분?

    「저, 저기.. 소녀는..」

    「이쪽으로 와 봐.」

    제가 자기 소개를 하려고 하기도 전에 어둠속에 계시는 분은 '이쪽으로 와'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는 고개를 살짝 갸웃하고는 어두운 시야만 믿고 그분이 계신다고 예상되는 곳으로 다가갔습니다.

    「응, 너무 다가오지는 마.」

    그리고 틱, 하고 환한 빛이 순식간에 저의 얼굴과 몸을 비춰주었습니다. 갑자기 튀어나온 빛에 눈이 부셔서 눈을 꼭 감고 있는데, 의아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어린애?」

    「저, 저기..」

    「너, 이름이 뭐야?」

    「소녀는 유린나라고 해요..」

    그리고 빛이 꺼졌습니다. 아무래도 휴대폰의 빛인것 같아요. 그리고 아무래도 어두움에 눈이 익숙해졌나봐요. 앞에 계신 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두워서 색이 잘 분간이 안되긴 하지만 아무래도 진한 보라색의 하늘하늘한 머리는 두갈래로 나뉘어져서 밑쪽만 빨간 머리방울로 묶은 굉장히 귀여운 모습이였습니다. 그리고 어둠속에서도 눈에 띄는 창백한 피부. 그리고 여름답게 헐렁한 하얀 바탕에 검은 가로줄무늬가 인상적인 옷.

    「유린나..? 아.. 지크랑 친하다던.」

    그런데 그렇게 말하시는 여성분의 표정이 뭔가 살짝 어두워졌습니다.

    「저,저기.. 실례지만 성함을 가르쳐줄 수 있으신가요?」

    「나? 프레지아 슬레버.」

    프레지아 씨군요. 굉장히 예쁜 이름이라고 생각했어요.

    「좋은 이름이에요.」

    제가 웃으면서 말하자 프레지아씨는 저의 얼굴을 흘긋 바라보시더니 내뱉으셨습니다.

    「고마워.」

    그리고 프레지아씨는 화제를 바꾸려는 듯이 몸을 돌려 테이블 의자에 똑바로 앉으셨습니다. 그리고 말하셨어요.

    「그래서 이런 새벽에 왜 온거야?」

    저는 프레지아씨의 말씀에 제가 여기로 온 이유를 그제서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렇죠, 저는 분명 노래소리를 따라서..

    「뭔가, 밤중에 누군가의 노래소리가 들리길래 궁금해서..」

    「노래소리..? .. 지금도 들려?」

    프레지아씨가 의아한 듯 눈을 찌푸립니다.

    「네, 지금도 살짝 들려오긴 하는데.. 프레지아씨가 내시는 소리가 아니였군요?」

    저는 식당가에서 프레지아씨를 발견했을 때, 프레지아씨가 부른 노래라고 생각을 했지만 아무래도 아닌 듯 해요.

    「아니야, 나는 노래같은거 안부르니까. 그것보다 나는 안들리는데?」

    「네? 아.. 소녀, 귀가 조금 밝아서..」

    그러자 프레지아씨는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그리고 뭔가 떠오른 듯이 아 하고 입을 벌리시더니 저를 향해서 말씀하셨습니다.

    「그거 아마도 레아야.」

    「네?」

    「레아라고 하는 능력자가 있어. 노래가 능력인데. 가끔씩 밤마다 노래를 부르기도 하거든. 거슬리면 직접 찾아가서 말하지그래?」

    「아니요, 괜찮아요. 그저 궁금했던 것 뿐이니까요. 가르쳐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웃으면서 프레지아씨에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프레지아씨는 그런 저를 빤히 쳐다보시다가 입을 여셨습니다.

    「그렇구나.」

    「네?」

    「지크가 너를 마음에 들어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아.」

    갑자기 지크씨의 이야기가 나오자 저는 살짝 당황했으나, 가만히 프레지아씨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둘이 무슨사이?」

    저는 망설임없이 바로 대답했습니다.

    「친구에요!」

    한치의 거짓말도 없는 진실된 말. 그치만 정말이니까요. 제가 그렇게 말하고 웃고있자 프레지아씨는 잠시 가만히 넋을 잃고 계시다가 살짝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그렇구나.」

    그리고 살짝 힘이 없는 듯한 특유의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리시는 것이였습니다. 저는 이때를 노려서 지금껏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았어요.

    「프레지아씨는 어째서 이런 새벽에 여기에 계시는 거에요?」

    「..나는 원래 이 시간에 밥먹어. 다른사람하고는 별로 마주치고 싶지 않아.」

    「그렇군요.. 이 시간에도 일하시는 요리사분이 계신걸까요?」

    「아니, 베스테에게 허락을 맡아서 내가 주방을 쓰고 있어.」

    직접 요리하시는 거군요! 저는 놀랐지만 곧 감정을 가라앉혔습니다.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요? 단순히 다른 분들과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 이런 새벽에 혼자 밥을 드시는 이유는. 분명 프레지아씨에게는 프레지아씨만의 사정이 있을 테지만. 의아한건 사실이였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잔잔하게 흐르며 이어지던 노래소리가 끊겼습니다.

    「노래가 끊겼다..」

    제가 혼잣말로 중얼거린 것을, 프레지아씨가 답해주셨습니다.

    「레아도 이제 자는 것 같네. 너도 자지그래? 어린애는 제때 안자면 키 안커.」

    「헤헤, 그렇군요. 그럼 안녕히계세요.」

    「..응.」

    저는 프레지아씨에게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후에 종종걸음으로 저의 방까지 걸어갔습니다. 그나저나 oraTio에는 정말로 많은 분이 계시는 군요. 제가 지금까지 만났던 분들은 그 일부밖에 안되는지 몰라요. 저는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oraTio의 모든 분들을 만나보고 싶다고.

    저는 바로 침대로 직행해서 꼬물꼬물 기어들어갔습니다. 여름이라서 덥긴 하지만, 이 이불은 정말로 포근해서 기분이 좋아요. 그리고 배게에 얼굴을 살짝 파묻었습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면서, 저는 스르륵 하고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으응..」

    끄응거리면서 잘 안떠지는 눈가를 손으로 부빗부빗 비빕니다. 그제서야 눈이 떠졌어요. 저는 후덥지근한 열기에 아침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아, 덥네요.. 지금이 몇시일까요? 저는 아직 제대로 깨지 않은 몸을 일으켜서, 팔을 휘적휘적 저으면서 멍하게 시계를 찾았습니다. 아, 이건가봐요. 뭔가가 손에 잡혀서 들어서 바라보니 시계가 맞았습니다. 시간은..

    「10시.. 45분..」

    저는 멍하게 시간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정신이 확! 하며 깨는 것을 느꼈어요. 으아아, 역시 어제 늦게 잠들어서 그런걸까요. 저 엄청 오래자버렸어요! 음- 오늘 뭔가 일정이 없어서 다행이지 있었다면 늦을 뻔했네요. 하아 하고 저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리고 침대에서 폴짝 뛰어 내려왔어요.

    이불과 배게를 정리정돈 하고, 시계를 제자리에 놓아두었습니다. 그리고 화장실 겸 욕실로 들어가서 간단하게 세안을 합니다. 찬물로 얼굴을 씻어내지 않으면 정말로 비몽사몽해버리니까요. 저는 걸어져있는 보드라운 수건으로 얼굴을 꾸욱꾸욱 누르며 물기를 닦고, 다시 돌아와서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한복은 통풍이 잘 되서 좋긴 하지만, 한벌밖에 없으니까. 저는 마리씨가 주신 옷들을 주로 입고 있습니다. 마리씨가 사계절에 맞는 옷들을 계속해서 갖다주시는 바람에, 옷은 전혀 부족하지 않아요! 오늘 입을 옷은 역시나, 마리씨가 주신 시원해보이는 파란색의 원피스입니다. 하얀 작은 리본이 장식으로 달아져있네요.

    저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마리씨는 정말로 귀여운 옷들을 많이 입으셨군요?

    조금 늦어졌긴 하지만, 저의 일과는 사실 별것이 없습니다. 이렇게 준비를 하고 나가서 식당가에서 밥을 먹습니다. 꽤나 제가 늦게 나왔는데도, 아직 많은 분들이 계셨어요. 모두들 대부분이 아침을 먹고 나서 임무를 하러갑니다. 저에게는 임무란 것이 잘 들어오지 않아요. 아무래도 나이나, 랭크같은 것을 많이 고려한다고 해요. oraTio에서 제가 제일 어리다고 하니까요.. 아무래도 레인씨나 마리씨가 저를 많이 고려해주시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왠지 저는 제가 너무 놀기만 하는 느낌이라서..

    언제나 베스테씨가 저를 기다려주시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베스테씨는 새롭게 연습한 한국의 음식을 저에게 자신스럽게 내미셔요. 저는 웃음으로 답하고 음식을 가져옵니다. 어라? 이번에는 비빔밥이네요. 신선한 야채들과 함께 계란까지 올려져있는 것을 보니 베스테씨가 많이 공을 들이신 것 같아요.

    정말 좋으신 분이라고 생각하면서 열심히 먹습니다. 냠냠!

    그렇게 밥을 먹고있다 보면 종종 몇몇 분들이 저에게로 다가오셔서 말을 건네세요.

    「린나, 안녕?」

    「안녕하세요, 메이씨. 그동안 얼굴을 잘 뵈지 못했네요.」

    메이씨가 자연스럽게 제 옆에 있는 의자에 걸터앉으셨습니다. 메이씨는 굉장히 우아하시고 도도하신 분으로, 저를 아껴주시고 계시는 고마운 분이셨어요.

    「응 그래, 출장을 갔었거든. 그동안 너는 잘 지냈니?」

    메이씨가 턱을 괴시더니, 곧 아름다운 문양이 그려져있는 부채를 촥 펴서 부치기 시작하셨습니다. 에어컨이 틀어져있는데도 부채를 부치는 것은 메이씨의 버릇이세요. 항상 한손에는 부채를 들고 계셨어요. 예전부터.

    「네, 소녀는 잘 지냈답니다.」

    저는 웃으면서 저의 안부를 전했습니다. 그러자 메이씨도 아름다운 미소로 답해주시면서 고개를 끄덕이시는 것이였습니다.

    그리고 거의 밥을 다 먹을 즈음에 지크씨가 나타나시지만, 오늘은 제가 늦게 나왔으므로 밥을 절반도 못먹었을 때 나타나셨어요.

    저는 지크씨를 봤으나 우물우물거리며 밥을 먹고있는 중이므로 인사할 타이밍을 놓쳐버렸어요. 지크씨는 저를 발견하시고 메이씨와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저의 다른 옆자리에 앉으십니다.

    「오늘은 무슨일이였어?」

    메이씨가 지크씨의 등장에 지크씨에게 시선을 집중하시며 물으셨습니다. 저는 의아한 눈길로 지크씨를 쳐다보았습니다.

    『강도.』

    「때려잡았다고?」

    지크씨가 고개를 끄덕 하십니다. 제가 메이씨를 바라보자 메이씨는 저와 눈을 마주치시더니 설명하셨어요.

    「아아, 쟤는 새벽에 임무를 나가. 그리고 돌아온 다음에 지금까지 잠자고, 밥먹고 놀고 훈련하고 그리고 또 임무를 나가지.」

    저는 놀랐습니다.

    「지크씨, 힘들지 않으세요?」

    제가 걱정스러운 눈길로 물었으나 지크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셨습니다. 지크씨가 힘들지 않다면야 다행이지만.. 대단하시네요. 하루에 임무를 2개씩 나가시다니.

    「랄까 메이씨, 잘 아시네요?」

    「나는 사람 관찰하는걸 좋아해.」

    그 말에 지크씨가 몸을 움찔 하십니다. 아무래도 자신이 계속 관찰당했다는 것에 놀란 듯 하세요. 헤헤.

    「그리고 쟤는 이제 베스테가 지크전용으로 준비해놓은 파르페를 받으러 가겠지.」

    메이씨의 말에 지크씨의 얼굴이 단번에 밝아집니다. 지크씨는 일어나서 뭔가 신나는 듯한 걸음걸이로 베스테씨에게로 걸어갔어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크씨는 정말로 푸짐하고 보기만 해도 군침이 넘어가는 먹음직스러운 파르페를 가져오셨어요.

    「내말이 맞지?」

    「그렇네요.」

    지크씨는 아무말 없이 먹고, 먹고, 또 먹으십니다. 정말로 행복한 얼굴이세요.저는 밥을 다 먹어서 베스테씨에게 그릇을 반납하고 다시 지크씨가 있는 테이블로 돌아와서 지크씨를 바라봅니다. 저도 메이씨처럼 다른분을 관찰해볼까요?

    「지크씨, 맛있으신가요?」

    정말로 맛있으신지 미소를 지어가며 파르페를 떠먹고 계신 지크씨에게 제가 살짝 물었습니다. 그러자 지크씨는 눈길을 돌려 저를 바라보시더니 고개를 끄덕끄덕. 그리고 살짝 파르페를 제쪽으로 내미십니다.

    「에? 소녀가 한입 먹어도 괜찮은 것인가요?」

    지크씨는 다시 고개를 끄덕끄덕 하십니다. 저는 웃으면서 지크씨가 내미시는 스푼을 받아들었어요.

    「그럼 감사히 먹겠어요.」

    그리고 지크씨처럼 한입 떠먹어 봅니다. 오오! 맛있어요! 시원하고, 달콤하고, 새콤하고! 제가 감탄하면서 눈을 빛내고 있자 지크씨는 따뜻한 미소로 저를 바라보셨습니다.

    「맛있어요!」

    지크씨가 기쁜 표정을 지으십니다. 헤헤.. 저는 다시 파르페를 지크씨쪽으로 내밀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때부터 나른하게 있다가, 지크씨가 가끔 한입씩 스푼을 내미면 감사히 받아먹는 그런 시간이 흘러갔어요. 레인씨가 나타나시기 전까지는 말이에요.

    「린나야!」

    「네?」

    레인씨의 갑작스러운 부름에 저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레인씨를 쳐다보았습니다. 레인씨가 뭔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씀하셨어요.

    「이상하네, 요즘 왜이렇지.. Diara에서 너를 만나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역시 그냥 거절할까?」

    네?

    소녀를..? 저는 고개를 갸웃하는 것이였습니다.

    ============================ 작품 후기 ============================

    Diara에서 또 찾아왔어요. 이번에는 과연 누가 찾아온 것일까요?!

    재밌게 보셨다면 선추코 꾹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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