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40화 (4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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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Diara

    「뭐..?!」

    자신의 뒤에 갑자기 나타난 지크를 눈치채고 타로스는 몸을 돌리면서 팔을 휘둘렀지만 이미 늦었다. 지크는 몸을 숙여서 그대로 타로스의 공격을 회피함과 동시에 크게 바닥에 발을 굴렀다.

    그러자 갑자기 타로스의 거대한 육체가 거부할 수 없는 힘으로 공중에 떠올랐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무슨 타격을 입고 그 충격으로 떠올려진 듯한 표정이었다.

    「으헉..?!」

    타로스가 외마디의 비명을 질렀으나 지크는 가차없이 재빠르게 타로스의 등에 발을 꽂았다. 별로 위력이 크지 않은, 간단한 움직임이였으나 이상하게도 타로스의 몸이 믿기지 않을 속도로 날아가서 앞에 있는 벽에 세게 부딪히게 되었다. 지크는 별일 아니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 하더니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벽에 등을 기대고 쓰러져있는 타로스에게 다가갔다. 타로스는 기침을 하면서 괴로운 듯 몸을 떨었다. 상처는 없어도 고통은 확실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그리고 타로스가 고개를 들자, 그 앞에 서 있는 것은..

    「너..너는.. 레비어스...?!」

    타로스가 괴로운듯 끄응하고 신음을 내면서도 지크를 보자 눈이 동그래졌다. 어찌나 놀랐는지 크게 떠진 눈이 튀어나올것만 같았다.

    지크는 말 없이 타로스의 푸른 벽안을 응시하더니 곧 타로스를 향해서 손을 뻗었다. 조심스러운 움직임으로, 손등을 위로해서. 톡 하고 살짝 건드리려는 것처럼. 그러나 타로스가 '타임'버튼을 누르는 바람에 지크의 행동은 제지되었다.

    갑자기 생긴 붉은 보호막이 타로스의 몸을 둘러쌌다. 지크는 놀라지는 않은 듯 했지만 뻗으려고 했던 팔을 늘어트렸다. 타로스는 뭐가 그렇게나 두려운지 덩치에 안어울리게도 덜덜 몸을 떨고 있었다.

    그의 표정에 드러난 감정은 확연한 공포였다.

    「하, 항복할게.. 버튼을 누를게..! 제발 살려줘..!!」

    아까까지만 해도 의연한 표정으로 서있던 지크가 갑자기 몸을 움찔한다. 크게 동요한 듯 금빛의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리기 시작한다. 지크는 자신의 앞에서 공포로 떨고있는 타로스를 보면서 여러가지 감정이 뒤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마치 억울과도 가까웠고, 체념과도 가까웠고, 그리고 슬픔과도 같았다.

    「...」

    지크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타로스의 앞에서 몸을 돌려서 뒤에 서있는 세라에게로 걸어갔다.

    「지크.. 고마워..」

    세라가 지크에게 감사를 표했지만 뭔가 표정이 굉장히 복잡했다. 세라는 타로스의 반응때문에 지크가 어떤 마음을 가질지 걱정이 됬던 것이다. 그런 세라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크는 부탁한다는 뜻으로 세라의 어깨를 살짝 잡고는, 그리고 그대로 어딘가로 뛰어갔다.

    「...지크..」

    세라는 그런 지크의 뒷모습을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그가 시야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그리고 지크의 모습이 완전히 감춰지자 세라는 타로스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버튼을 누를거야?」

    「...눌렀어..」

    이 훈련의 룰 중 하나. 도저히 자신이 이길수 없는 상황이라 판단했을 경우에는 몸에 부착되어 있는 빨간 버튼. 즉 '항복 버튼'을 누를 수가 있다. 그러면 바로 그 능력자는 훈련에서 빠지게 된다. 항복 버튼은 훈련이 시작하고 5분이 지나고 나서만 쓸 수 있다.

    타로스의 표정은 많이 안정된 듯 했으나 날카롭던 눈매가 많이 쳐져있는 것을 보면 아직도 두려운 듯 했다. 세라는 그런 타로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수고했어.」

    「고맙다.. 설마, 레비어스가 이 훈련에 참가할 줄이야..」

    나지막하게 타로스가 중얼거리는 것을 세라는 뒤로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타로스는 힘이 빠졌다는 듯이 고개를 축 늘어트렸다. 그리고 몇 초 뒤, 타로스의 몸이 슈슉하면서 사라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상황을 브라이엇은 지켜보고 있었다.

    「으음..」

    「브라이엇씨, 왜그러신가요?」

    「응? 아냐아냐. 일단 이걸로 지크의 존재가 저쪽 팀에게 알려지게 되었네. 후후후, 지금 엄청 당황중일게 뻔하다.」

    브라이엇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자 린나는 그런가요? 라고 말하고는 순진하게 웃었다. 아무래도 린나는 타로스와 지크의 상황을 못 본 것 같았다. 브라이엇은 나름 안심했다.

    지크가 저렇게 여겨진다는 것을 이 작은 소녀가 알게되면 대체 무슨 표정을 지을까. 안봐도 뻔했다. 브라이엇은 별로 린나가 그렇게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브라이엇은 4번 버튼을 꾸욱 눌렀다.

    「지크~ 미래가 바뀌었어. 빅터한테로 가줘.」

    그리고 4번 버튼을 누른 채로 1, 2, 3 모든 버튼을 다 눌렀다.

    「빅터는 지크가 위치를 찾을 수 있게 바람 한번 일으켜 주고, 세라는 타무라에게로 달려가. 고고! 타무라가 만난 상대가 아무래도 물계열의 능력자인것 같아. 」

    『야 나 숨막혀 떨려 죽겠어!!』

    타무라의 조그마한 비명이 들려왔다.

    그리고 버튼을 브라이엇이 떼자마자 휘잉 하는 소리와 함께 미로의 구석에서 작은 회오리 바람이 떠올랐다. 지크는 그 바람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했다.

    사실, 지크가 젤라 대신 참여하게 된 이유는 무엇보다 지크가 젤라의 능력을 대신 할 수 있다는 이유가 컸다. 젤라의 능력은 '가속' 순간적으로 자신의 속도를 굉장히 빠르게 할 수 있는 능력이다.

    지크에게는 쉬운 일이였다. 하지만 다른점이라고 하면 능력이 가속 그 자체인 젤라는 자신의 능력을 굉장히 응용한다는 것이였다.

    그때 브라이엇이 머리를 갑자기 쥐어뜯듯이 잡는 바람에 린나는 깜짝 놀랐다.

    「브, 브라이엇씨..?」

    「보여.. 빅터의 바람이.. 움직여서.. 멋대로..? 은빛 머리칼...」

    브라이엇의 빛나고 있는 남색 눈동자가 울렁울렁 흔들리면서 브라이엇은 머리를 잡은 손에 힘을 꽈악 주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브라이엇은 깊게 심호흡을 했다. 몸이 약해서 계속해서 능력을 쓰는 것이 힘들 것 같았다.

    브라이엇은 떨리는 손으로 4번 버튼을 눌렀다.

    「지크, 빅터가 상대하고 있는 능력자는 케이 테일러. 린나와 같은 염동력자야. 빅터가 질게 뻔하고 까다로운 능력이니까 뒤에서 기습을 부탁해. 아까처럼.」

    지크가 알겠다는 뜻으로 움직이고 있는 이동카메라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했다. 브라이엇은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지크가 있다는 것을 알게된 Diara의 반응은 두가지로 나뉘어져. 하나는 저번처럼 모두가 뭉쳐서 섣불리 움직이질 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크말고 다른 능력자만 제거하면서 반격을 노리는 거. 이번은 어떤 타입일까..」

    그때 갑자기 브라이엇이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린나의 어깨를 잡고 물었다.

    「린나, 너는 염동력자로서 무슨 공격이 제일 까다롭다고 생각해? 린나가 전투에 참여한적은 없지만, 상상으로써 말이야!」

    「에.. 소녀 말인가요..! 그.. 그게 음.. 아무래도.. 갑자기 보이지 않는 공격이 오면 곤란할 것 같고.. 그리고 한 곳에 능력을 계속 집중하고 있다가 뒤에서 갑자기 공격하셔도 곤란할 것 같은데요..」

    린나는 나름 머리를 굴리면서 열심히 자신이 생각한 것들을 말했다. 그러자 브라이엇은 고맙다는 뜻으로 린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3번을 누르면서 말했다.

    「지크가 이제 곧 쌩 하고 갈테니까 빅터, 전력을 다해서 한계까지 끌어내줘.」

    『너 은근히 나만 부려먹는다?!』

    「에이~ 어차피 해줄거면서.」

    브라이엇이 웃으며 말하자 쳇 하는 소리가 들려왔으나 곧 예상대로 스크린을 가득 채울 정도로 거대한 폭풍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여러개여서 정신이 어지러울 정도였다.

    그러자 케이라고 한 새하얀 은발을 가진 신기한 청년은 당황하는 눈치였으나 곧 녹안이 빛나기 시작하며 린나와 마찬가지로 양 팔을 뻗더니 힘을 주는 듯 새하얀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러자 거대한 폭풍은 매섭게 돌고있는데 케이한테는 다가가지 않았다. 아니, 다가갈수가 없는 듯 했다.

    「저거.. 밀어내는 거군요?」

    「밀어내?」

    「능력으로 폭풍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쭈욱- 밀고있는거에요. 굉장해.. 강하신 것 같아요.」

    린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는 것을 브라이엇은 유심히 듣고 있었다.

    그때 케이에게 근접한 지크가 스크린에 비춰졌다. 린나가 지크를 알아보고 아! 하며 놀란 소리를 내는 동시에 브라이엇은 지크에게 말했다.

    「뒤에서 못알아채도록 중력으로 꾸욱-! 눌러줘!」

    「에? 중력?」

    그와 동시에, 갑자기 케이의 얼굴빛이 새파랗게 변하더니 다리가 풀린듯 후덜거리다가 콰당 하고 바닥에 넘어졌다. 혼자서.

    바닥에 엎드려있는 케이는 왜인지 모르게 전혀 일어날 수 없는 것 처럼 보였다. 으으으 하고 괴로운 신음을 내면서 팔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리고 린나는 케이의 바로 뒤에 있는 벽에 숨어서 눈을 빛내고 있는 지크를 발견했다.

    「에, 어떻게 한 건가요?」

    린나가 놀라서 브라이엇에게 묻자 브라이엇은 답했다.

    「조종한거야. 중력의 방향을! 지금 평소보다 더 강한 중력으로 꾹꾹 짓눌려지고 있는거지. 너무 갑작스러워서 대처할 방법을 찾지 못하는 것 같네.」

    ============================ 작품 후기 ============================

    린나의 나이에 대해서 질문하시는 분이 계셨는데 린나는 영원한 12살 아닙니다 ㅋㅋ

    아무래도 Diara 에피소드가 끝나면 13살.  그리고 적어도 16살까지는 성장할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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