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38화 (38/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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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Diara

    「알았지? 정말로 안거지?」

    「...」

    끝없이 이어지는 브라이엇의 참견과도 같은 충고가 이어지자 지크는 썩 내키지 않은 표정을 짓더니 곧 화이트보드로 하고싶은 말을 전했다.

    『나도 이 훈련 많이 했는데 뭘 이제와서.』

    「네 실력도 알고 상황판단능력도 충분히 인정한다구,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어!!」

    지크의 대꾸에 브라이엇이 빽 소리치자 지크는 움찔 하면서 눈을 감았다. 그리고 한쪽눈만 살포시 떠서 브라이엇의 눈치를 살피더니 곧 고개를 숙였다.

    「이건 그런 문제가 아니라구.. 문제는 말이야, 지크가 너무 유명하다는거야.」

    지크가 고개를 갸웃한다. 마치 자신은 모른다는 듯이.

    「그럴리가 있나. 거물은 원래 숨겨지지 않는 법이야.」

    『그게 문제야?』

    「아니, 지크 기억나? 저번 공동훈련에서 Diara 애들이 보여줬던 반응.」

    지크가 침묵했다. 알고있다는 표시다.

    「일단 지크의 능력으로 정찰을 간다고 모습을 드러냈잖아. 뭐, 좋아. 네 잘못이 아니였어. 적절한 판단이였다고 난 생각해. 문제는 너를 본 Diara 애들이 겁에 질려서 그 자리에서 전혀 움직이질 않았다는 거지.」

    아까부터 옆에서 브라이엇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린나가 에? 하는 의아한 소리를 냈다.

    「왜 하필 Diara에 그런 소문이 퍼져가지고는.. 아아 정말! 그때는 얼마나 당황했었는데.」

    『그래도 내 잘못 아님.』

    지크는 꿋꿋이 화이트보드를 들어보였다. 브라이엇은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끄덕했다.

    「그래, 지크 말이 맞아. 하지만 그냥.. 배려를 좀 해주자. 지크는 되도록 초반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말아줘. 나중에 개인개인끼리 흩어질때부터 행동하기 시작하면 좋겠어.」

    지크가 알았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여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궁금한 것을 물어볼 타이밍을 잡은 린나가 불쑥 물어왔다.

    「소문이라니.. 무슨 얘기이신가요?」

    「아, 그건.. 뭐.. 원래 강한 사람이 있으면 점점 그 사람에 대한 것이 과장되어가는 그런 경향이 있지? 그렇게 무슨 지크를 초 사이X인으로 만들어버려서.. 하하하.」

    브라이엇이 난감한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어색한 웃음소리를 냈다. 지크도 자신의 소문에 대한건 알고 있는건지 끙 하며 고개를 돌렸다. 린나는 계속 고개를 갸웃거리고만 있었다.

    「역시 지크씨는 엄청 강하시군요.. 대단해요.」

    「oraTio 최강이라고 불릴 정도면 말 다했지.」

    갑자기 연달아서 지크의 칭찬이 이어지자 지크는 콜라를 마시고 있다가 쿨럭쿨럭 하면서 하마터면 그대로 콜라를 뿜을 뻔했다. 그리고 그만해라는 듯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부끄러워 하는건가?

    그리고 브라이엇은 자신 안에 숨겨져있던 뭔가가 깨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거기다가 머리도 엄청 좋아서~ 18살에 대학을 졸업했다니까?」

    「굉장해요..! 지크씨, 정말로 대단한 분이셨군요!」

    「그리고 잘생겼지 키크지 돈 잘벌지 몸도 좋..」

    그리고 브라이엇이 지크한테 등짝을 맞는 바람에 이야기가 중단되고. 브라이엇은 큰 타격을 입었는지 바닥에서 놔뒹굴고 있었다.

    「으아아 아파아아!! 등 뼈 부러질것같아! 지크 나 환자라구!!!」

    「지..지크씨 얼굴이 굉장히 빨개지셨어요.」

    이러다가 펑! 하고 터질것만 같이 지크의 얼굴은 홍당무처럼 빨개져있었다. 지크는 그게 더 부끄러운지 테이블 위에 엎드려서 얼굴을 팔 사이에 파묻었다. 아, 왠지 지크씨의 머리에서 김이 나는 것 같다 라고 린나는 생각했다.

    「하여간 생긴건 호스트처럼 생겨서는 성격이 순진.. 아!! 죄송해요!!!」

    브라이엇이 그래도 나름 놀릴거리가 생겼겠다 꿋꿋이 다시 일어서서 지크의 뒤에서 소곤소곤 거리자 지크는 빛의 속도로 몸을 뒤로 기울이고 팔을 뻗어서 브라이엇의 멱살을 잡았다. 잡았다고 해도 장난 정도이지만. 만약 지크가 장난이 아닌 본심으로 잡았다고 하면 큰일나겠다. 라고 린나는 다시 생각했다.

    「소녀, 공동 훈련이라는 거 정말로 궁금해요.」

    린나가 수줍은 듯이 말하자 브라이엇은 지크한테 계속 멱살이 잡힌 채로 말했다.

    「뭐, 그렇지! 린나는 처음 보는 거니까! 그런데 좀 놔주실래요?! 제가 잘못했어요!」

    브라이엇이 정중..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존댓말까지 써가면서 사과하자 지크는 그제서야 손을 탁 하고 놨다. 브라이엇의 작은 몸이 휘청거렸다.

    「그래도 지크는 별로 보내고 싶지 않았어.」

    「에? 어째서인가요?」

    「뭐랄까, 숨겨뒀던 비장의 카드! 라는 느낌이여서 말이지. 아끼고 싶달까.」

    「사람을 아낄수도 있는 건가요?」

    지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낀다는 의미가 다르잖아.』

    「아하하~ 여차할때 팍 ! 나가야 하는 용도니까 지크는.」

    브라이엇이 활발한 웃음소리를 내면서 다시 의자에 털썩 앉아서 다리를 까닥거렸다.

    『대단하다고 하면 오히려 브라이엇.』

    「그러고보니 브라이엇씨, 전투에서 능력을 어떻게 쓰시는지 궁금해요.」

    린나가 반짝거리는 눈을 하고서 호기심이 넘치는 목소리로 말하자 지크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오늘 보게 될거야.』

    「그렇네요, 기대할게요.」

    「잠깐 어째서 왜 나한테 부담을 주는걸로 넘어가는 거야?!」

    『브라이엇도 나한테 그랬으면서.』

    다시 브라이엇과 지크가 티격태격(이라고 해도 브라이엇의 목소리밖에 들리지 않는)하는 것을 보며 린나는 나름 생각했다.

    「두 분 정말로 사이가 좋으시네요?」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

    『아냐.』

    「잠깐 왜 아니야?!」

    지크가 모른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버리자 브라이엇이 지크한테 달라붙어서 떽떽거렸다. 브라이엇이 떽떽거리는 거 쯤이야 지크한테는 익숙한 일이였으나 문제는 지금이 여름이라는 것이였다.

    지크가 귀찮고 덥다는 표정을 잔뜩 하면서 필사적으로 브라이엇을 떼어내려고 할 때, 타무라가 찾아왔다.

    「...뭐하냐? 둘. 4시 30분이야. 슬슬 준비해야지? 저쪽에서도 오고 있는 모양이고.」

    「드디어네요..」

    타무라의 말을 듣고 세 사람은 전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갑자기 지크가 굉장히 중요한 것을 잊어버렸다는 듯이 놀라서 브라이엇은 움찔 했다.

    「뭐, 뭐야 왜그래?」

    지크가 화이트보드를 꺼내들었다.

    『목도리에 쿨팩 넣는거 까먹음.』

    결국 브라이엇이 짜증내면서도 지크의 목도리에 쿨팩을 꾹꾹 쑤셔넣은 다음에야 타무라까지 합쳐 네 사람은 훈련장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훈련장에 도착했을 때, 타무라가 손을 흔들면서 말했다.

    「그럼 우리는 이쪽이네, 잘 봐두라고 린나야! 이 오빠가 얼마나 멋진지 말이야!」

    「네, 기대하고 있을게요.」

    린나의 화사한 미소를 인사대신 삼은 타무라와 지크는 브라이엇과 린나와는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아무래도 서포터 역할이 아닌 진짜로 훈련에 참여하는 것이니까.

    「소녀라면 정말로 떨릴 것 같아요..」

    「그래? 이제 곧 린나도 하게 될텐데? 이 훈련.」

    「에에엑?!」

    린나가 엄청 놀라자 브라이엇은 재밌다는 듯이 웃으면서 빠른 걸음으로 앞장서기 시작했다. 린나가 허겁지겁 브라이엇을 따라잡으려고 애썼다.

    「브, 브라이엇씨 잠깐만요-!」

    「아하하, 빨리와.」

    브라이엇이 걸음을 멈추어 서고, 린나가 그 옆에 서서 헥헥거리며 숨을 고르고 있을 때 린나의 앞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응? 린나가 고개를 올려다보니 얼굴이 그려진 종이봉지가 보였다. 순간 움찔했으나 나름 익숙해진 건지 린나는 웃었다 .

    「안녕하세요, 사장님.」

    「어, 그래 린나양. 이야기는 들었다네. 요번엔 린나양이 구경하는 역할이라는 거지?」

    「그렇게 됐어요.」

    사장님은 린나의 머리를 꾹꾹 누르듯이 쓰담어주었다. 나름 그런 쓰다듬도 촉감이 나쁘지는 않아서 린나는 에헤헤 하고 귀여운 웃음소리를 냈다.

    「사장님 지금 우리 린나한테 작업거는거에요?」

    「아니 왜 이게 그렇게 보이나?」

    「무섭네~ 솔로는..」

    「아니.. 마리양 지금 그냥 나 솔로라고 놀리려고 린나를..!」

    마리가 웃음소리를 내자 사장님의 표정(정확히 말하자면 종이봉지의 표정)이 찌푸려지더니 소리쳤다.

    「그러는 마리양도 솔로가 아닌가!」

    「뭐..뭣..! 제가 사장님이랑 같나요! 저는 이제 20살이고, 창창한 앞날이 기다리고 있고, 애인도 만들려고만 하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구요!」

    그런데 갑자기 사장님의 표정이 우중충해졌다. 그리고 사장님의 어깨가 흔들리는 듯 싶더니 추욱 하고 늘어졌다. 마리도 그런 사장님의 반응이 이상했는지 약간 걱정이 섞인 표정으로 사.. 사장님.? 이라고 말을 걸었다.

    「슬퍼...」

    「네?」

    「뭔가 태클을 걸려고 했는데 마리양이 한 말이 전부 맞는 말이라... 슬퍼...」

    그리고 분위기는 급 하락했습니다. 린나가 브라이엇의 옷깃을 잡더니 살짝 물었다.

    「그런데 브라이엇씨, 사장님도 마음만 먹으면 연인을 만들 수 있으신 거 아닌가요?」

    「.. 저 종이봉지만 벗으면 말이지.」

    아, 그런 것이였다. 린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어쨌든 자리에 가자구요! 자, 브라이엇도 어서!」

    「가자~」

    마리는 컨디션이 급 낮아진 사장님의 팔을 붙잡고 질질 끌어갔고, 브라이엇과 린나는 그 뒤를 따라갔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바닥과 밖이 유리라서 풍경이 훤히 잘 보이는, 신비로운 곳이였다.

    ..랄까 이 회사의 구조가 린나한테는 최대의 미스터리였다.

    「린나는 여기에 앉아.」

    「아, 네.」

    린나가 앉은 곳은 브라이엇의 바로 옆자리로, 앞에는 뭔가 큰 테이블같은 것이 있었다. 그리고 눈에 띄는것은 빨간색의 버튼 4개. 그리고 그 옆에 놓여져 있는 헤드폰이였다. 린나는 그것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신기했지만 만지면 뭔가 혼날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들었다. 왜냐면 이런 곳에 놓여져 있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아이템이라는 의미니까! 린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브라이엇이 헤드폰을 만지다가 바닥에 떨어트리고, 에헷 또 떨어트려 버렸넴☆ 이라고 애써 귀여운척 하면서 마리의 시선을 피하는 것을 보고 린나는 자신의 생각이 틀린 것을 깨달았다.

    「린나는 쓰지 않아도 괜찮아~ 하지만 중간에 누구랑 통신하고 싶다고 하면 쓰면 되는거야.」

    「그렇군요.. 그럼 일단은 쓰고 있을게요.」

    린나는 웃으면서 헤드폰을 썼다. 뭔가 평소와는 다른 느낌이다. 귀 부분이 간질거리는 듯도 했다. 린나는 신기한 듯 계속 헤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사장님과 마리는 린나와 브라이엇의 뒤쪽, 유리벽 너머에 있었다. 린나와 브라이엇이 있는 곳은 독립된 곳으로, 특수가공된 유리벽으로 방음도 철저히 되고 있었다. 린나가 신기함을 감추지 못하고 계속 두리번거리다가 브라이엇과 눈이 마주쳤다.

    브라이엇은 린나를 향해서 순수한 미소를 보내줬고, 린나는 살짝 놀랐지만 역시 미소로 답했다.

    그리고 시간은- 4시 59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브라이엇은 시계에만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5시까지 10초, 9초, 8초.. 브라이엇은 초까지 입으로 말하면서 세기 시작했다.

    5시.

    삐익- 하는 그동안 이루어졌던 정적이 우습다는 듯이 나는 날카로운 신호음과 동시에 브라이엇은 작은 손가락으로 4개의 빨간 버튼중에 3번의 버튼을 누르면서 소리쳤다.

    「빅터!!」

    『갑니다요~!』

    그리고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린나와 브라이엇 앞에 수많은 스크린이 떠올랐다. 공중에 펼쳐진 많은 스크린들은 반짝반짝 거리면서 눈을 자극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 한 스크린이 확대되었다. 빅터가 크게 발돋움을 하더니, 뛰어올랐다. 빅터가 서있었던 자리에 먼지 바람이 빙글빙글 돌았다.

    「중앙 라인까지 가서 무슨 타입인지만 살펴보고 와! 절대로 30초 이내에 돌아와야 해!!」

    『알겠어!』

    빅터는 날고 있었다. 빅터의 발끝에서 부스터처럼 바람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했더니 빅터는 매우 빠른 속도로 맨 끝에서 맨 끝으로 재빨리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잠시동안 공중을 헤엄치듯이 날아다닌 빅터가 통신해왔다.

    『오케이! 타입 B네!』

    타입 B..? 린나는 그게 무슨뜻인지 궁금했지만 지금은 얌전히 지켜보기로만 했다. 브라이엇이 씨익 미소를 지으면서 외쳤다.

    「역시 빅터야! 얼른 돌아오지 않으면 저격당할거라구~?」

    『으악, 원거리 타입이 있는건가!』

    빅터는 공중에서 돌풍을 일으키더니 돌풍이 사라질 쯤 되자 어느새 처음 있었던 자리에 돌아와서 타무라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었다.

    「빅터씨.. 대단해.. 」

    린나는 빅터의 속도에 감탄했다. 괜히 바람을 다루는 것이 아니였다.

    「자, 이제 세라랑 타무라 차례야! 둘이 전진!」

    이번에는 브라이엇이 1, 2번 버튼을 꾸욱 누르면서 힘차게 말했다.

    『오케이! 맡겨줘!』

    그리고 다른 한 손가락으로는 3번 버튼을 눌렀다.

    「빅터는 세라의 뒤를 따라가.」

    그때 2번 버튼이 반짝 거렸다.

    『브라이엇, 너의 능력을 보여줘.』

    세라의 차분하고도 날카로운 목소리는 평소의 나긋나긋한 세라가 아닌 듯 했다. 브라이엇은 살짝 린나를 바라보더니 웃었다. 린나는 브라이엇을 주시했다. 도대체 어떤 것을 보여주실까 하고 린나는 상당히 기대하고 있었다.

    「모두 즐겁게 가보자구!」

    그 말을 하는 동시에, 브라이엇의 남색 눈동자가 빛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저는 전투씬은 아주 곶아 입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선추코 감사드려요~ 선추코는 작가의 힘의 원천! 활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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