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35화 (3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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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Diara

「...」

지크는 머뭇거렸다. 심하게 머뭇거렸다. 그리고 그런 지크의 심정을 브라이엇은 눈치 챈 듯 하다.

「괜찮아? 거부권이 있다구? 만나기 싫으면 안 만나도 돼.」

그 말을 듣고서 지크는 잠시 가만히 있다가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브라이엇이 지크의 뒤에 얼른 따라붙었다.

「에, 갈거야?」

지크가 고개를 끄덕. 브라이엇은 지크를 걱정스러운 눈길로 쳐다보았지만 지크는 마음을 바꿀 생각은 없는 듯 하였다. 그리고 식당가로 나오니 린나가 지크에게로 다가왔다.

「Diara의 분이라.. 지크씨, 만나러 가시는 건가요?」

그때 갑자기 지크가 린나의 손을 덥석.

「에?」

지크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린나는 멍하니 서서 지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지크의 얼굴은 왠지 모르게 초조함과 불안함이 담겨져 있었다. 린나는 지크의 메세지를 해석하려고 애를 썼다.

「지크씨, 괜찮으시다면 소녀가 같이 가도 될까요?」

그러자 지크가 린나의 눈을 바라보았다. 린나는 지크와 눈이 마주치자 상냥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지크의 경직된 얼굴이 약간 풀리고, 지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소녀가 같이 가도 괜찮은 건가요?」

지크와 함께 린나가 복도를 걸어가면서 물었다. 지크는 아무말도 없이 그저 앞만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린나는 그런 지크의 손가락의 틈에 살며시 자신의 손가락을 넣었다. 그리고는 꼬옥 손을 잡았다. 그 따뜻하면서도 미묘한 감각에, 지크가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자 린나는 미소로 답했다.

그러자 지크도 마음이 편안해졌는지 나름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리고 레인이 서있었다.

「지크!」

레인이 지크의 이름을 부르자 고개를 숙이고 걸어가던 지크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레인에게로 걸어갔다.

「린나도 왔네?」

「레인씨, 안녕하세요. 소녀가 와도 괜찮은건가요?」

그러자 레인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음- 잠깐만.」

레인이 자신 앞에 있는 방문을 살짝 열고 고개를 빼꼼히 내밀더니 뭐라뭐라 말했다. 그리고 잠시 뒤 린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상관없다는데? 들어가렴.」

「네, 감사합니다.」

린나는 레인씨에게 미소로 답했다. 그나저나 대체 누구실까요. Diara에서 지크씨를 만나러 오신 분은... 라고 생각하며.

린나는 지크와 함께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서 느껴지는 담배의 냄새. 하지만 코를 찡그릴 정도는 안이라서 린나는 신경 쓰지 않기로 하고 얌전히 방 문을 닫았다.

자신은 그냥 지크씨를 따라서 왔기 때문에 손님께 폐를 끼치면 안된다고 생각하며, 찰칵 문을 닫는 순간.

털썩.

어라?

갑자기 린나의 등 뒤에서 들려오는 무언가가 힘없이 주저앉는 소리.

린나는 몸을 돌렸다. 그랬더니 거기에 - 무릎을 끓고 주저앉아 있는 지크의 뒷모습이 보였다. 린나는 당황해서 얼른 지크의 옆으로 다가가서 지크의 상태를 살폈다.

「지크씨..! 지크씨, 왜, 왜그러시는 건가요..!?」

린나가 당황하며 지크의 몸을 흔들어도, 지크는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였다.

지크의 눈동자가, 한 곳을 계속 응시한 채로.

충격을 받은 듯한 눈동자가, 불안하게 계속 흔들리고, 곧 지크의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린나는 매우 당황하며 지크가 바라보는 곳을 자신도 바라보았다. 그랬더니 거기에-

「후후후, 왜그러니? 갑자기 몸이라도 안좋아진 거니?」

회색빛깔의 머리카락이 단정히 정돈되어 있고, 하얀 연구원 복장에 빨간색의 넥타이. 그리고 검은 테두리의 안경이 빛이 반사되어 반짝 하고 빛났다. 30대와 40대의 중간쯤 되어보이는 남성이, 검은 소파에 앉아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린나는 그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무하지 않아? 그래도 나름 정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몇년만에 다시 만난 반응이 이거라니. 안그래 옆에 계시는 꼬마 아가씨?」

「저, 저기..」

린나는 머뭇거리면서 지크의 어깨를 잡았다. 가엾게도 떨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린나도 왠지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이상하다, 이 사람한테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진다. 무척 어둡고도, 불안한 기운이.. 린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하지만 지금 지크가 이렇게 떨고 있는데, 자신마저 겁에 질리면 안된다는 생각에 린나는 애써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실례지만.. 누구신가요? 어째서 지크씨가 이렇게나..」

린나는 애써서 목소리가 떨리지 않도록 집중했다. 린나가 말하자 남성은 슬쩍 미소를 짓더니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뚜벅뚜벅, 발소리를 내면서 린나에게로 다가왔다.

흠칫, 흠칫 흠칫 하고 지크가 심하게 동요하는 것이 느껴졌다. 린나는 지크의 어깨를 끌어안듯이 꼬옥 잡았다.

「미안하군, 아가씨와는 초면인데 인사를 잊었구나. 나의 이름은 레일 코르버- . Diara에서 연구원 일을 하고 있어.」

레일 코르버-

불행하게도 린나는 이 이름을 알고 있다. 그래, 셀리에게서 들었었던 이야기 중에 섞여있던 하나의 이름.. 린나는 온몸에 소름이 쫘악 하고 돋는 것을 느꼈다.

실험.

지크의 실험을 주도한 사람-.

린나의 눈동자가 커졌다.

「아, 아.. 」

안돼, 무슨 말을 해야하는데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질 않아. 린나는 금방이라도 풀릴것같은 다리를 애써서 힘을 주었다.

「나를 알고 있나?」

레일이 보기만해도 섬뜩해지는, 공포와는 다른 뭔가의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미소를 지으면서 린나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아.. 알고.. 있..」

「그래?」

레일의 손 끝이 린나의 머리카락을 흝더니 곧 그것을 잡았다. 린나의 몸이 움찔 떨린다.

「꽤 훌륭한 미모를 가지고 있는 아가씨. 그럼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알고 있니? .. 너의 이름은?」

레일이 린나의 머리카락을 얼굴에 대더니 쓰읍- 하고 향기를 들이마쉰다. 린나는 몸이 경직되듯이 뻣뻣해지는 것을 느꼈다.

「저, 저기.. 저..유..린나..」

린나의 눈에서 당장이라도 눈물이 떨어지려고 하던 그때.

탁, 하는 경쾌하고도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레일의 손이 린나의 머리카락에게서 놓아졌다. 린나는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크가, 레일의 손을 쳐낸 것이다.

레일도 잠깐 놀란 듯이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이런 이런, 꽤나 보호받고 있군.」

레일이 린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지크는 레일을 쳐다보기도 무서울 정도로 살벌하게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레일은 아랑곳 하지 않고 지크를 보면서 계속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래도 너무하지 않아? 널 돌봐주었던 사람인데.」

「...」

레일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때 갈곳 없는 너를 거두어준 건 우리였어. 안그래? 그런 고아원에서 썩어가던 너를 구해준것은 바로 나라고.」

레일이 지크에게로 한 발짝 다가간다. 지크는 흠칫 놀라면서도 린나를 자신의 뒤에 두는 것을 잊지 않았다. 레일의 손이 지크의 턱을 잡고는 확 하고 들어올려 억지로 자신과 눈을 맞추도록 한다. 지크의 눈동자가 고양이처럼 빛나기 시작한다.

「후후, 왜그러나? 능력을 쓸 생각이야?」

레일이 그런 지크를 비웃는다.

「아쉽지만, 너는 나를 죽일 수 없어. 아니, 상처까지 입힐 수 없을 거다.」

레일은 지크가 하나도 두렵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 뭐.. 확실히 그 실험이 너에게 즐거웠던 것은 아니였겠지. 힘든 부분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 나로서는 모르지만 말이야, 인정하지.」

지크의 이가 빠득하고 갈린다.

「그래도 너는 그 덕분에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지 않았나? 너에게 힘을 부여해준 것을 감사하지는 못할 망정 이렇게까지 나를 무시하다니, 꽤나 열이 받혀서 그렇지. 모처럼 Diara의 본사까지 올라와서 네 소문을 듣고 그동안 어떻게 지낸건가 하고 살피러 왔는데.」

레일의 미소가 점점 일그러지기 시작해서 흉측한 표정으로 변한다. 지크의 눈동자의 공포가 서리기 시작한다. 지크의 눈동자에서 빛이 사라지고, 지크의 몸이 다시 떨리기 시작했다.

「알아들어? 나는 너에게 도움을 준거야. 너가 지금 이렇게 지낼 수 있는건 나의 덕분이고, 너가 능력으로 돈을 벌수 있는 것도 나의 덕분이고. 이렇게까지 명성을 떨칠 수 있는 것도 나의 덕분이란다? 그러니까 그걸 잊지 말아줬으면 해.」

지크의 눈동자에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뭐, 그렇게 따지면 그날 너의 엄마가 너를 버린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할 수 있겠지. 안그러면 너같이 훌륭한 실험체를 구하지 못했을 테니까. 그때는 점점 형편없게 변했었지만, 지금 이렇게나 훌륭하게 성장했으면. 또다시 흥미가 가는걸.」

지크의 감정이 막바지에 이른다. 이성의 끈이 끊어지려고 하고 있다. 레일은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지크의 이성을 건들고 있었다. 지크가 이성을 놓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크가, 그걸 놓으려고 하는 순간.

「크헉?!」

순식간에 일어난 굉장한 힘으로, 레일의 몸이 공중으로 뜨는가 싶더니 벽에 쳐박혔다. 매우 순식간에 일어난 일. 지크는 그걸 멍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대체, 누가.. 그러다가 지크는 깨달았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았다.

린나가 지크의 바로 뒤에서 손을 뻗고 있었다. 린나의 회색빛깔 눈동자가 빛나고 있었다.

린나의 눈동자에 서린것은 명백한 분노 였다.

「지금, 뭐라고 했나요?」

린나의 목소리가 평소와 전혀 다르게 날이 서있다. 가라앉은 목소리. 레일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서 잠시 넋을 놓고 있자 린나가 지크의 앞으로 걸어나왔다.

「레일씨, 아니, 당신은 이름으로 부르기 싫어! 당신. 당신이 하는 말은 전부 틀렸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틀렸다고요!!」

린나가 매우 큰 소리로 소리치는 것은, oraTio에 와서 처음의 일이였다.

그러므로, 지크는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을 믿지 못하고 있었다.

「구해줘? 도움? 모든것이 당신의 덕분? 아니요, 모든것이 당신 '때문'이라고요! 이곳의 모두는 그것을 알고 있어요! 당신 혼자 그렇게 착각하는 것 뿐이에요!!」

「뭐..라고..?」

방금까지만 해도 가련하고 연약하게 떨고 있던 소녀가, 일순 돌변하여 자신에게 소리치는 것을 레일은 믿지 못했다.

「당신 때문에 지크씨가 얼마나 상처를 받았는지 알아요?! 당신 때문에 슬픔을 받은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요?! 당신 때문에 흘린 눈물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면 그렇게 얘기하지 말아요!! 당신은 당신의 욕망때문에 지크씨를 이용했어!! 당신에게 그럴 권한은 없었어요!」

「지크가 상처를 얼마나 받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건 결과다! 결국에는 모든것이 잘 된것이 맞잖아!」

린나는 심호흡을 한번 크게 하였다. 그리고는 단호한 눈빛으로 한발짝 한발짝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잘 되어? 당신의 눈에는 이것이 잘 된 결과라고 보이는 것인가요? 정신 차리세요!! 모든것이 잘못되어 있어요, 당신때문에 모든것이 틀어져서 삐걱거리고 있었다구요!! 이렇게 소리쳐도 당신의 귀에는 잘 들리지 않는 것 같네요.」

지크는 레일의 바로 앞까지 다가갔다. 레일은 린나의 힘으로 던져졌을 때 많은 충격을 받은 것인지 움직이질 못하고 있었다.

「그러면 직접, 깨닫게 해드려도 되는 것일까요.」

린나의 목소리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오싹했다. 레일에게 향한 동정심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오로지, 분노만이 그녀의 안에서 조용한 파란 불꽃을 일으키고 있을 뿐이였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그녀가 그녀의 분노를 표출하고 있을 때, 그녀의 눈에서는 계속해서 눈물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그녀는 울고 있었다.

갑자기 땅바닥에서 묘한 진동이 울리기 시작하다니 방 안의 모든 물건이 두둥실 떠오르기 시작했다. 요번에는 지크와 레일을 제외하고 모든 것이 떠올랐다. 린나의 능력이였다.

린나는 터져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어서 서럽게 울면서도 또박또박 말했다.

「그렇다면, 소녀가 당신에게 고통을 주어도 당신은 할 말이 없겠네요.」

「뭐..뭐라고..?!」

그때 린나의 곁에 화분 하나가 두둥실 날아왔다.

「소녀는 다른사람에게 아픔을 주는것이 너무나도 두려웠어요. 폐를 끼치는 것이 너무나도 싫습니다. 하지만, 당신에게는 고통을 주는 것이 당신의 이미 더러워진 뇌에 도움이 될 거라고 소녀는 생각하니까요.」

서글픈 듯이 울고있는 린나의 얼굴과는 어울리지 않을만큼 무섭고 섬뜩한 대사. 레일은 몸이 얼어붙고 있는 것을 느꼈다.

위험하다, 이건, 정말로 위험하다. 레일은 린나에게서 뿜어져 나오고 있는 기운은 진심이라는 것을 눈치챘다. 화분을 든 것도, 진심이라는 것을 눈치챈 것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그리고 린나가 눈을 꼭 감은 채로 화분을 더욱 더 높이 들어올렸을 때-

꽈악.

「...에..?」

린나는 자신의 팔에 무슨 감촉이 느껴지자 의아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지크가 떨리는 손으로, 린나의 팔을 잡고 린나를 말리고 있었다.

「..지크..씨..」

린나가 지크를 바라보면서 슬픈 표정을 지었다. 지크는 린나의 팔을 끌어당겨서 린나를 꼬옥 하고 세게 끌어안았다.

린나는 멍하니 있다가 마찬가지로, 지크의 허리를 살짝 끌어안았다.

그리고, 둥실둥실 떠다니던 방 안의 물건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얌전히 바닥으로 착지했다.

레일은 그제서야 제대로 된 상황파악을 할 수가 있었다.

이것은..

린나는 자신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훌쩍훌쩍 울고있는 지크의 몸을 더욱 끌어안으며 지크의 귓가에 입을 대고 말했다.

「죄송해요.. 지크씨, 죄송해요.. 소녀, 괜찮아요..」

그때와 마찬가지로.

그리고 방문이 덜컹 하고 열렸다.

「거기까지.」

레인의 등장. 린나는 지크한테 안긴채로 레인을 바라보았다. 사실 린나는 문 바로 뒤에 레인이 계속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 놀라지 않았다. 하지만 레일은 조금 놀란 듯 하다.

「설마 당신이 지크를.. 」

레인은 레일을 살짝 째려보았다.

「당신, 이곳에서 죽어서 은밀히 묻혀져서 교통사고로 처리되지 않은 것을 행운으로 알아. 당신의 부하들을 불렀으니까. 이 일은 덮어두는게 좋을거야.」

엄연한, 협박. 레일은 한숨과도 같은 웃음을 마지막으로 내뱉었다.

그리고 몇분 뒤, 진짜로 레일의 직속 후배들이 후다닥 달려와서 레일의 상태를 살피면서 레일을 지탱해 일으켜주었다. 그리고 oraTio의 복도를 걸어가서 차에 올라타려는 순간. 레일이 부하의 귀에 대고 말했다.

「조사해.」

「..무엇을, 말입니까.」

「oraTio의 '유린나' 라는 능력자에 대해서.」

============================ 작품 후기 ============================

제가 코멘트에 그리 집착하는 이유는

코멘트가 경험치를 올려주거든요

그러면 저는 레벨 2의 작가가 될수 있습니다

아직 1렙임. 쪼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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