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34화 (34/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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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Diara

「안 먹으면 키가 안자란다고?」

「아으으..」

식당가가 왠지 모르게 소란하다고 했더니 그 소란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타무라와 세라였다. 둘은 단짝친구 답게 붙어앉아있었다. 아무래도 세라가 반찬투정을 하는 것을 타무라가 혼내고 있는 것 같은데..

「타무라씨가 아버지 같은 느낌이네요.」

린나가 해맑게 웃으면서 말하자 타무라는 당황했다.

「아.. 아버지..?!」

도대체 왜 아버지야. 타무라가 기운빠진 목소리로 아하하 웃자 린나가 그런 타무라의 반응을 눈치채고는 조금 고민하다가 말을 고쳤다.

「그럼 할아버지..?」

「아니거든!! 아무리 봐도 그 대답은 정상적인게 아니거든!!」

타무라의 영혼이 담긴 태클. 타무라는 능숙한 솜씨로 태클을 거는 도중에도 세라가 틈을 노려 반찬을 몰래 버리려고 하자 어느새 꽈악 하고 세라의 손목을 잡고 있었다. 세라, 패배.

「그치만 이거 매워..」

세라가 반찬을 뒤적뒤적 젓가락으로 휘저으니까 타무라는 푹 한숨을 내쉬었다.

「봐봐, 린나는 잘 먹잖아.」

「음식은 남기면 안된답니다.」

타무라를 도와주려고 하는건지 아니면 원래 도덕적인 인품인건지 모를 정도로 린나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면서 세라가 남긴 반찬을 먹었다.

「아, 다 먹지 않아도 돼. 기필코 오늘은 얘한테 먹일거거든.」

「알겠어요!」

린나가 알겠다며 다른 반찬으로 고개를 돌리자 세라가 에에에에 하는 어린애가 투정부리는 듯한 소리를 내면서 울상을 지었다. 그리고 린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린나는 이미 먹는것에 열중이라서 세라를 신경쓸 틈은 없는 것 같다.

「아쉽지만 이제 이곳에 너의 편은 없다!」

「꺄아아아!」

타무라, 혼신의 힘으로 단숨에 반찬을 세라의 입속에 집어넣어 버렸다. 필살기까지 속수무책으로 당한 세라. 완전히 패배.. 하지만 착하게도 뱉지는 않고 우물우물 얼굴을 찡그리며 잘 먹었다.

「세라씨, 그렇게 싫으시면 코를 잡고 먹으시면 어떨까요?」

「아 그거 들은 적 있어. 사실 맛의 대부분은 냄새때문이라며?」

「그냥 안먹으면 안되는거야..?」

세라의 울먹거리는 목소리에 린나와 타무라가 내놓은 대책은 아웃. 하지만 나중에 꼭 쓸모가 있을 거라고 타무라는 생각했다.

「린나가 먹고있는 건 김치인가? 몸에 좋다고 하지?」

「매워보여..」

세라와 타무라가 바라보며 말하자 린나는 답했다.

「네, 베스테씨가 '아무리 그래도 서양의 음식만 계속해서 먹으면 안좋을 것 같아서' 라면서 한식을 준비해 주셔서.. 기뻐요!」

「요즘 마구잡이로 세계 여러나라의 식료품들을 들여오고 있는데 이 때문이였나.. 뭐, 린나가 기뻐하면 나도 좋지만.」

타무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턱을 괴었다.

「맵지 않아..?」

「별로 맵지는 않은데, 익숙하지 않으면 조금 매울지도 몰라요.. 하지만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이 먹는답니다?」

린나의 말에 세라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역시 의문점이 남는 듯 하다.

「세라씨는 왜 매운걸 싫어하시나요?」

「혀가 찌릿찌릿하고.. 뜨겁고.. 괴로워서..」

세라씨는 그렇게 말하시며 또다시 얼굴을 찡그렸다. 뭔가 안좋은 추억을 떠올리게 한 것 같아 린나는 입을 다물었다.

「.. 조금, 더운 것 같은데..」

린나가 중얼거리자 세라가 놀란 듯이 말했다.

「조금 더운게 아니라 많이야. 지금 여름.. 7월.」

그 말에 린나가 헉! 하는 소리를 내면서 놀랐다.

「에.. 엣! 벌써 그만큼의 시간이 흐른 것일까요! 놀랐어요.. 벌써 제가 온지 몇 개월이 지난거네요..」

「그건 그렇네. 뭐, 즐거우니까 빨리 지나가는 것 아니겠어?」

타무라가 부채로 린나를 부쳐주면서 말하자 린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 확실히 타무라의 말이 맞는 것 같다. 린나에게는 모든 일이 긍정적으로 느껴졌으니까.

「세라씨, 능력 쓸 수 있으신가요..?」

린나가 더이상 더운것을 못참고 말하자 세라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바로 옆에 나름 커다란 얼음을 세워놓았다. 얼마나 더운건지 푸쉬이 하는 소리를 내면서 얼음이 김을 내뿜기 시작했다.

「흐에에..」

「휴, 살것같네. 그나저나 에어콘은 언제 고쳐지는 거야? 이 식당가의 에어콘만 지금 이 모양이지?」

「기술업자를 부르기가 까다롭잖아.. 여긴 지하니까.」

「어쩔수 없이 나라도 일단 만져봐야 되나.. 엇.」

타무라가 중얼거리다가 갑자기 옆에서 유령처럼 스르륵 하고 일어난 지크때문에 깜짝 놀라며 몸을 움찔 했다.

「지크씨, 일어나셨나요?」

「너도 참 대단하다.. 이렇게 더운데 목도리까지 하고서, 그렇게나 잘 자다니..」

지크는 아직 잠이 덜 깬 듯 눈가를 손으로 비비더니 갸웃 했다. 그러더니 목도리 안으로 손을 넣어...

「쿠, 쿠, 쿨패애애액-!?!!」

무려 쿨팩을 5개나 꺼냈다. 전부 다 썼는지 몰랑몰랑 해져 있었다. 이거였군, 여름을 목도리로 견뎌내는 이유가. 타무라랑 세라는 경악했다.

「우와, 신기해요. 이것은 무엇인가요?」

린나의 물음에 지크가 화이트보드로 간단히 설명하고,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에 가시나요?」

「...」

지크의 손짓. 그리고 린나는 그 손짓을 알아듣고 세라와 타무라에게 전해주었다.

「기다리시라는데요?」

「하? 무슨 일이지.」

그리고 세라가 그럼 그동안 게임이라도 하자- 라고 제안해서 가져온 부루마블. 그리고 30분 후.

「으아아아아 나는 인정 못해에에에에!!!」

「타무라 불!! 피우면 안돼!!!」

난생 부루마블을 처음 해본 린나가 벌써 4연승을 하고 있자 타무라가 분노의 불꽃을 내뿜고, 세라가 그것을 능력으로 어떻게든 막고 있을 때.

위이잉-

「에?」

모두가 한 소리를 냈다. 이 소리는.. 이 마치 천상에서 내려준 축복같은 아름다운 소리는..

「에어컨!!!」

식당가에 있던 모두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이 얼마나 위대한 축복인가!! 하지만 어떻게? 곧 모두는 의문에 빠졌다.

그리고 점점 에어컨 덕분에 공기가 차가워지고 있을 무렵 지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디 갖다온거야?」

「소녀는 알 것 같아요.」

린나가 말을 꺼내자 세라와 타무라가 고개를 갸웃 했다.

「지크씨 '에어컨'이란 것을 고치러 가신거죠?」

린나의 말에 지크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끄덕끄덕. 아마도 자신이 아무말도 안했음에도 불구하고 린나가 그걸 알아맞춘 것에 대해 놀란 것 같다.

「고맙습니다, 기뻐요.」

린나가 그렇게 말하며 지크의 머리를 쓰담쓰담, 해주자 지크는 어느새 평소의 날카로운 표정은 풀어져서 한마리의 충실한 멍멍이가 되어있었다. 아니, 지크는 흔히 말하는 '고양이형'이지만 린나 앞에서는 정말로 충견이 되어버린다. 린나의 기질이 뛰어난건가?! 라고 모두는 생각했다.

「우와, 뭔가 다른 의미로 더운데-..」

타무라의 비아냥거림에도 불구하고 린나의 쓰담쓰담은 멈추질 않았다.

「린나랑 지크는 정말 친하구나.」

세라가 웃으면서 말하자 타무라가 중얼거렸다.

「아니, 그냥 저거는 완전히 로리ㅋ..」

타무라가 마지막 '콘' 자를 말하기도 전에 지크가 테이블 밑에서 타무라의 발을 꾸우우우우우우우욱 하며 밟아버렸다.

「허윽..!! 아냐..! 아무것도 아냐!!」

「우응..?」

이렇게 말하고 나서야 타무라는 드디어 지크의 살벌한 발길질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확실히 린나랑 지크는 지금 oraTio 내에서도 소문이 날 정도로 절친한 사이가 되어 있었다. 린나는 언제나 지크가 굳이 쓰지 않아도 지크가 말하고 싶은 것을 알아 들었고, 지크는 엄연히 말하면 린나의 보호자 역을 해냈다.

라고 해도 보이는 걸로는 그냥 충견.

「그래도 정말로 신기해요.」

「뭐가?」

「소녀, 분명 능력자분들이니까 여름도 뭔가 특이하게 보내시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답니다.」

린나가 웃으면서 말하는 것에 세라가 답해주었다.

「그야 우리들도 결국에는 인간이니까. 그리고 능력을 쓴다고 해도 지속적으로는 할수가 없어. 헤헤, 겨울에도 똑같아.」

「그렇군요.. 겨울에는 또 추워서 걱정이겠네요.」

「그래도 겨울때는 나름 버틸 만 하잖아. 문제는 여름이야. 아, 지크 너는 겨울을 핑계로 린나를 안고 다닐 수 있겠으니까 좋겠.. 크아악!!」

다시 한번 울리는 타무라의 비명소리. 이번에는 테이블 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왠지 지크의 얼굴이 조금 뾰루퉁해졌다.

「두분이서 뭔가 하시나요?」

정작 린나가 순진하게 물어왔을 때에는, 지크는 린나를 쓰다듬어 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것이였다.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것은 필시 지크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리고 오늘같은 생활이 계속될 거라고 모두가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단 한명 있었다.

브라이엇 스트라우드.

「어? 저기 브라이엇 아닌가?」

타무라가 베스테가 준 아이스크림을 츕츕 먹으면서 저 멀리서 오고 있는 브라이엇을 가리켰다. 그러자 누구라고 할것 없이 모두가 일어서서 브라이엇에게로 달려갔다.

「괜찮아?!」

「이제 안아픈 거지? 그렇지?」

「아. 정말 그때는 심장이 쿵 했어..」

모두가 한마디씩 브라이엇에게 던지자 브라이엇은 환하게 귀여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걱정해줘서 고마워, 나 정말로 괜찮으니까!」

목소리를 들어보니 예전처럼 활기찬것이 정말로 괜찮은 것 같았다. 안심했다. 모두가.

브라이엇은 그 사건 뒤로 쭈욱 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리고 병원에서 돌아온 것이 오늘인 것이다. 사실 퇴원이라고 해도 브라이엇의 병은 낫지 않았다. 그저 상황이 좋다고 판단해서 내보내 준 것이고, 또 능력자는 그런 공공기관에서 오래 묵는것이 허락되지 않는다.

「..」

「아, 지크구나!」

지크는 고개를 끄덕 했다. 무표정이였지만 그 눈빛에는 확연히 브라이엇에 대한 걱정이 드러나 있었다.

그렇게 모두가 흩어진 후, 브라이엇은 린나들과 같이 있었다.

「그런데 브라이엇씨.. 뭔가 있으신가요? 표정이 조금 이상하셔서.」

「에? 아니, 별로?」

린나는 브라이엇씨가 그렇게 말한다면.. 이라고 말했지만 브라이엇을 주시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브라이엇은 은근히 솔직하지 못한 면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지크의 눈빛은 날카로워 졌다.

브라이엇도 그것을 눈치 챈 것 같았다.

「...지크, 잠시만 나랑 이야기 좀.」

아니나 다를까, 브라이엇이 지크를 불러냈다. 지크는 예상했다는 듯이 브라이엇을 따라 자리를 벗어났다.

남겨진 사람들많이 그것을 말똥말똥하게 바라볼 뿐이였다.

『뭔가 봤어?』

브라이엇이 인기척이 없는 복도까지 지크를 데리고 가서 뒤를 돌아보는 순간 지크는 이렇게 쓰여져 있는 화이트보드를 들고 있었다. 브라이엇은 호오- 하는 표정을 지었다.

「역시 지크네.」

『브라이엇이 그런 표정을 지을때는 미래에서 뭔가 이상한 걸 본 것.』

「정확해, 역시 지크는 관찰력이 뛰어나다니까.」

지크는 침묵을 유지하면서 화이트보드를 닦았다. 그리고는 브라이엇을 힐끔 바라보았다. 얘기해라는 의미일 것이다.

「실은, 꿈속에서 미래를 봤어. 많이 앞으로.. 그러니까.. 이제 곧 일어날.. 미래..」

브라이엇의 말이 갑자기 느려지더니 브라이엇이 머리를 손가락으로 잡았다. 그러더니 브라이엇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능력을 쓰는 것이다.

「문제가 있는 것은.. 린나..」

린나의 이름이 들려오자 지크가 흠칫 했다.

「음... 그렇구나. 정리할게. 린나한테 뭔가가 일어났어. 그래서 모두가 당황하게 되었어. 내 말 알지?」

브라이엇의 대답을 요구하는 말에 지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찌됐든 결론은 린나한테 무슨일이 일어나지 않게 지켜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사실 지크는 지금도 하고 있지만.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불쑥 나타났다.

「지크- 여기있어?」

「세라?」

브라이엇이 대신 대답해주었다. 세라는 지크와 브라이엇에게로 다가왔다.

「Diara에서 온 지크를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대. 예전부터 만나게 해달라고 요구를 했었는데, 지크의 상태가 그때는 좋지 않아서 거절했대. 아무래도 지크랑 아는 사람 같은데.. 지크, Diara에서 친한 사람이라도 있었어?」

세라의 말에, 지크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 작품 후기 ============================

네 에피소드 4 시작합니다 뿅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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