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31화 (3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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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크 레비어스

    「...」

    「...」

    끝없이 이어지는 두사람, 아니 세 사람의 침묵. 결국 포기하고 제일 먼저 말을 꺼낸 것은 레이븐이였다.

    「저기.. 무슨 일입니까. 이곳까지.」

    레이븐이 평소에는 잘 쓰지 않는 존댓말까지 꼬박꼬박 써가면서 물었지만 셀리는 그저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수줍게 웃고 있을 뿐이였다. 그리고 조그마한 어린 남자아이가 셀리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뒤에 숨어서 살짝 레이븐을 바라보고 있었다. 레이븐은 이 상황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 얘는 누굽니까.」

    「어머, 모르고 있었나요? 요번에 새로 온 아이인데. 벌써 모두는 알고 있었다구요.」

    「네네, 저는 이곳에만 틀어박혀 있는지라 새로운 소문같은거 잘 모릅니다요.」

    레이븐이 빈정거렸지만 셀리는 계속 웃고있었다. 레이븐은 뭔가 불안한 느낌을 받았다. 평소의 셀리는 이렇지 않은데, 왜 계속 실실 웃고 있는거야 라고 생각하며.

    「저기..」

    「레이븐, 부탁이 있어요.」

    「네? 네, 말해봐요.」

    레이븐이 땀을 삐질 흘리며 말을 거는 순간에 셀리가 틱 하고 자르고 들어와서 레이븐은 당황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의사인 자신에게 하는 부탁이란건 언제나 일정했다. 레이븐은 나름 추측했다. 이 아이가 어디가 아파서 데려온건가? 치료해줘야 하나? 아 젠장할 귀찮은데. 라면서.

    「이 아이를 레이븐에게 맡기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아 그렇습...  네?」

    레이븐은 한 귀로 셀리의 이야기를 흘려듣고 있다가 '맡기려고'에서 눈이 번쩍 뜨여지며 셀리의 이야기를 단숨에 캐치했다. 아니, 이게 무슨소리요! 나한테 아이를 맡겨? 응? 으응??

    「... 미쳤습니까?」

    「어머,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다른 사람도 아닌 나한테.. 저한테..」

    레이븐은 지금 이순간이 살면서 제일 당황한 순간이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그리고 레이븐의 말은 진실이였다. 레이븐은 어린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 뿐더러, 성격이 좋은 편도 아니었다. 거기다가 지독한 골초였다.

    하지만 셀리는 그리 생각하지 않았나 보다.

    「너무 자기 자신을 깎아내리시는게 아닌가요? 레이븐은 나름 좋은사람이라구요.」

    「'나름'입니까.. 하아..」

    벌써부터 주름살이 생기는것 같아서 레이븐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절대 거절합니다.」

    「어머.」

    「어머 라니 뭡니까.」

    셀리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셀리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레이븐은 요 몇달동안 굉장히~ 한가해서 신나게 놀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그러니까 남의 마음 좀 함부로 읽지 말아주시죠!!!」

    「싫어요~ 이건 내 특권이니까~」

    레이븐은 신경질을 내면서 셀리를 째려보았다. 하여간 큰일이야, 마리가 요즘 성격이 점점 괴팍해지고 있는게 저 아줌마 때문이라니까.

    「뭐라고요?」

    「아무것도 생각안했습니다.」

    소년은 그런 둘의 대화를 들으면서 둘의 언성이 높아졌다 싶으면 눈을 꼭 감고 움찔거렸다. 레이븐은 그런 소년을 바라보고 말했다.

    「저건 대체 뭡니까?」

    그러자 셀리가 발끈했다.

    「저거라뇨!! 어린아이보고 저거라니 그러다가 천벌받아요!!」

    「누구한테?」

    「저한테.」

    그리고 레이븐은 셀리에게 시원하게 등짝 스파이크를 한대 맞았다. 레이븐이 고통에 겨워서 바닥에서 떼굴떼굴 구르고 있는 것을 셀리는 코웃음을 치며 바라보았다.

    「아오 그러니까 나는 어린애를 키우는 형편같은거 안된다니까 그러네!!」

    「누가 키우랬어요? 지켜봐주고 보살펴달라는 얘기지.」

    「그게 그거잖아요!!」

    「그리고 당신은 의사니까 그런 변명은 안통해요.」

    의사가 얼마나 바쁜지 알아!! 그리고 나같이 저명한 의사는 완전 바빠가지고 발에 불이 붙을 지경이라고!! 그런데 요즘 한가한 건 사실이었다. 음, 그랬다. 레이븐 자신도 조금의 휴식기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한 참이여서.

    「그리고 레이븐이 제일 신뢰가 가니까 그런거에요.」

    그 말에 레이븐은 잠시 골똘히 생각하더니 일어서서 옷을 털었다.

    「저는 요번에 해외로 출장을 가게 되었어요.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레이븐은 셀리의 말에 침묵을 지키면서 조용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소년과 눈이 마주쳤다.

    소년의 금빛 눈동자는 빛이 없고 흐리멍텅할 뿐이였지만, 레이븐과 계속 눈을 맞추고 있었다.

    「하아..」

    레이븐은 정말 여러가지 심정이 가득 담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저는 어린애를 돌봐줄 성격같은거 안됩니다. 그러므로 이녀석의 마음따위 전혀 신경 안쓸테니 그렇게 알아요.」

    정말로 부루퉁하고 짜증이 섞인 말투였지만 셀리는 기쁜 듯이 미소를 생긋 지었다. 그 미소에 레이븐은 괜시리 민망해져서 눈을 돌렸다.

    「지크 들었지? 오늘부터 뭔가 있으면 이분한테 말씀드리면 되는거란다.」

    지크라고 하는가.. 뭐, 평범한 이름이구만. 레이븐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지크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셀리를 바라보았다,

    언제나처럼 지크는 무표정이였지만, 왠지 모르게 그 무표정 속에 약간의 슬픔이 섞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럼 다녀올게. 조금 오래 걸릴지도 모르지만.. 꼭 돌아올테니까 말이야.」

    셀리는 지크를 꼬옥 안아주었다. 지크는 살짝 팔을 뻗어서 같이 셀리를 안아주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레이븐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 목도리.. 실내에서 차기는 덥지 않은가요?」

    「아, 이건 제가 사준거에요. 그러게 지크야, 덥지 않니?」

    그런데 이상하게도 셀리가 묻자 지크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 필사적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셀리는 그런 지크를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정말? 불편할 것 같은데.. 지크가 벗기 싫다면 안 벗어도 괜찮아.」

    목도리를 벗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하자 지크는 그제서야 안심한 듯 했다. 무슨 사정이라도 있는건가? 레이븐은 책상 위에 있던 커피를 집어들어 홀짝거렸다.

    「그럼 다녀올게요.」

    「어.. 잘 다녀오세요.」

    지크가 바이바이의 뜻으로 손을 흔들고, 레이븐은 간단한 이별의 인사를 했다. 그러고 나서 셀리가 문으로 나가자, 지크는 살짝 몸을 돌려서 레이븐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야, 레이븐이 아이를 맡게 되다니.」

    「시끄러워.. 하, 귀찮게 되버렸네.」

    식당가의 테이블에서 마이렌은 지크를 관찰하고 있었고, 레이븐은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있었다. 지크는 얌전히 베스테가 가져다 준 초코칩 쿠키를 앙증맞게 먹고 있었다.

    「안녕, 나는 마이렌 크라우스.」

    마이렌은 살짝 웃으면서 지크에게 인사를 건넸다. 지크는 초코칩 쿠키를 입에 물고 마이렌이 악수라고 내민 손을 살짝 잡았다. 그리고 얼른 손을 빼고 고개를 숙였다.

    「낯을 많이 가리는 아이네.」

    「.. 이건 낯 정도가 아닐껄.」

    지크는 불안한 눈빛으로 살짝살짝 레이븐과 마이렌의 눈치를 살피면서 열심히도 쿠키를 먹고 있었다.

    「어이, 그거 전부 먹으라고 준거 아니야. 먹고 싶은 만큼만 먹으면 돼.」

    레이븐이 그렇게 말하자 그제서야 지크의 먹는 속도가 느려졌다. 의외로 순진한 면도 있네. 13살이라고 했는데.

    「... 말을 안 하네.」

    「그건 나도 몰라. 목이 다친건 아니였으니까 아마 심리적인 문제라고 생각해.」

    사실 레이븐은 셀리에게서 지크의 사정을 모두 듣고 온 참이였다. 어린나이에 고생이 많구나. 라고 레이븐은 생각했다. 그러다가 레이븐은 뭔가를 떠올렸다.

    「어이 마이렌.」

    「응?」

    「너 그거 가져와, 너한테 있는거. 완전 작은 화이트보드 있잖아.」

    「마리한테 선물로 받은 거? 잠시만, 선물이라니까.」

    「잔말 말고 가져와라면 가져와.」

    레이븐이 때릴 기세로 말하자 마이렌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어이 너, 너는 말을 하기 싫은거냐, 아니면 못하는거냐?」

    레이븐이 묻자 지크는 레이븐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얼굴빛이 새파래지면서 자신의 두 손바닥을 바라보는 것이였다. 응? 무슨 뜻이지? 레이븐이 뭔가 갑자기 상태가 안좋아진 지크를 챙겨주고 있을때, 마이렌이 도착했다.

    「가져왔어.」

    「어, 그래.」

    레이븐은 마이렌이 내미는 화이트보드를 받아서 지크에게 주었다. 지크는 화이트보드를 두 손으로 들고 이게 뭐냐는 듯 레이븐을 쳐다보았다.

    「화이트보드다, 거기에 자석으로 붙어있는 펜이랑 전용지우개로 쉽게 쓰고 지울수 있어. 너, 그거라면 말을 못해도 글씨로 표현할 수 있잖아?」

    레이븐의 말에 지크에 눈동자에 살짝 빛이 감돌았다. 지크는 호기심이 충만한 아이의 표정이 되어서 화이트보드를 높이 들고 바라보고 있었다. 마이렌은 그 모습을 보고 또 귀여워 귀여워 타령을 하고 있었다.

    지크는 기분이 좋은듯한 표정(이지만 역시 무표정이다)을 하고서는 펜으로 화이트보드에 삭삭 뭔가를 쓰고 있었다. 마이렌은 그걸 흐뭇하게 쳐다보면서 얘기했다.

    「헤에, 역시 어린아이는 귀엽네.」

    「알까보냐.」

    「레이븐도 조금은 관심을 가져보는게 어때? 이제 아빠니까.」

    「아빠는 누가 아빠라고 그래!!」

    레이븐이 짜증을 내며 마이렌의 이마에 꿀밤을 먹였다. 어찌나 세게 먹였는지 마이렌이 쿠당탕 소리를 내면서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함몰이라도 되면 책임 질겁니까!?」

    「뭔 개소리래.」

    레이븐은 하여간, 이라고 중얼거리며 턱을 괴었다. 그러니까 지크가 눈에 띄었다. 레이븐은 지크에게 몸을 가까이 붙이면서 말했다.

    「어이, 너 뭘 그렇게 열심히... 어..?」

    그런데 지크의 화이트보드를 빤히 바라보고 있던 레이븐이 놀란 소리를 내자 마이렌이 어느새 일어나서 쪼르르 다가왔다.

    「왜그래?」

    「어이... 이리와서 이거 봐.」

    지크의 화이트보드에는 빽빽히 숫자들로 가득 차있었다. 보기만해도 눈앞이 어지러워질 정도로 빽빽하게 작은 글씨로.

    「이.. 이게 뭐냐? 그냥 아무렇게나 쓴 거야?」

    레이븐의 말에 지크는 화이트보드를 지우더니 글자를 썼다.

    「놀이.」

    「하? 놀이?」

    지크가 한 놀이라는 것은 일단 자신의 주위에 있는 것들의 이름을 숫자로 바꾼다. (table - 5, cookie - 6) 그리고 그것들을 모두 곱해서 무슨 숫자가 나오는지 계산하는 놀이였는데, 그냥 곱하니까 재미가 없어서 각각 3제곱을 해서 곱했단다.

    레이븐은 그날 지크에 대해서 한번 더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6학년이 제곱에 대해서 알수도 있는 것이지만 지크는 6학년 때 사건 뒤로 학교를 다니지 않았고, 또 기록에서는 지크의 성적이 나쁘다고 기록되어있었다.

    「잠만.. 너 이거 설마 암산?」

    지크가 고개를 끄덕했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아니.. 이걸 왜 하는데?」

    지크가 또다시 화이트보드에 끄적거렸다. 다시한번 '놀이'라고 쓰고는 그 옆에 '재밌다' 라고 썼다. 지크는 숫자를 나열하고 계산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듯 했다. 레이븐은 잠시 고민했다. 그래, 이 정도는 평범한것이다. 라고..

    하지만 지크는 계속해서 레이븐을 놀래키게 되었다.

    어느날 지크는 레이븐에게 수학을 가르쳐 달라고 머뭇거리며 부탁했다. 레이븐은 귀찮아서 대충 숫자들을 늘어놓고 연관성을 찾아 다음에 올 숫자를 구하라던가, 인수분해라던가 제곱근이라던가 초등 6학년에게는 조금 어려운 문제들만 가르쳐주었다. 그러자 지크는 큰 두 눈을 깜빡거리면서 '그것은 이미 알고있어. 다른걸 가르쳐 주세요.'라고 레이븐에게 전하는 것이였다.

    지크는 조금 4차원 적이였다. 뭔가를 하면서 또다른 무언가를 하는 것을 좋아했다. 예를 들면 지크는 뭔가를 세는 것을 좋아했다. 책상에 자그마한 물방울을 떨어트려 놓고 그게 다 마를 때까지의 시간을 센다던가, 식당가의 넓이를 구한다던지, 회사의 면적을 추측한다던지. 이 모든것들이 지크에게는 그저 하나의 놀이일 뿐이였다.

    지크는 차츰 oraTio에 적응해 나갔다. 하지만 여전히 다른사람하고 어울려하고 싶지는 않은 것 같았다. 지크가 유일하게 아는척을 하는 사람은 레이븐과 마이렌, 그리고 셀리 뿐이였다.

    레이븐도 자연스럽게 지크에게 적응하게 되었다. 지크는 얌전하기도 했고, 거기다가 영특하고 재주도 아주 많아서 레이븐의 연구를 곧잘 도와주기도 했다. 어린아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지크는 척척 해답을 내놓았다.

    「오늘은 총 몇걸음이냐?」

    『36걸음.』

    「그렇게나 가까웠나.」

    식당가에서 지크의 방까지의 발걸음의 개수를 세아리며 레이븐은 말했다. 지크는 그런 레이븐을 바라보면서 살짝 웃었다.

    그리고 지크가 15살이 되던 해 사건이 일어났다. 지크가 또다시 발작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매일매일 잠도 못자는지 거의 죽은 모습이였고,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서 레이븐이 문을 두드려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악몽을 꾼다는 것 같았다. 그때의 기억이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고 셀리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보다못한 레이븐이 약속을 했다.

    바로 지크가 1랭크가 된다면 방에 계속있게 해준다는 것이였다. 지금부터 한달 이내에.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약속이었다. 지금까지 훈련도 포기하고 제대로 받고있지 않은 지크가. 이때에는 정밀한 측정기계가 없어서 1랭크의 능력자들이 도전자들의 상대를 해준다는 방식이였다. 물론 싸운다는 것이 아닌, 1랭크의 눈으로 상대를 살펴본다는 것이다.

    지크가 그 약속을 한 후 1주일 후, 지크는 1랭크가 되었다.

    정확히 15초였다.

    그때 지크의 상대를 했던 케인은 신체강화 능력자로, 1랭크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실력을 뽐내고 있었다. 그런 그가 15초만에 정신을 잃었다.

    나중에 그는 레이븐한테 말했다.

    「우와아, 위험했어.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니까. 능력의 파워도 엄청 무서웠지만 제일 무서웠던 것은.. 지크는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이였어..」

    케인은 뒤끝이 없는 성격이라 시원하게 하하 웃으면서 말했지만, 레이븐에게는 충격적이었다. 아마도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지크에게는 부담스러운 시선들이 쏠리고, 'oraTio 최강'이라는 별명. 그리고

    '괴물' 이라고 불리기 시작한 것은..

    그리고 레이븐은 어쩔수 없이 지크가 방에 있어도 괜찮다고 허락해주었다. 그 결과 지크는 완전한 폐인이 되었다. 방 밖에 나가는 일은 오로지 콜라를 사오는 일 밖에 없었다. 그런 지크가 걱정되었는지 레인이 밥을 가져다 주고 있었다. 레이븐은 지크 몰래 지크의 방에다가 cctv를 설치해놓았다. 혹시나 싶은 마음이였다.

    그리고 그 혹시나 싶은 마음이 들어맞았을 때, 레이븐은 가슴이 철렁 하고 내리앉는 것 같았다.

    그 때, 지크는 거울을 보고 있었다. 지크는 사실 예전부터 셀리나 레이븐에게 말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바로 거울에 자기 자신의 모습이 비춰지질 않는 것이였다. 본인이 보고싶어하지 않아서 그런것일지도 모른다고 지크는 생각해서 거의 매일매일 거울을 들여다보았으나 그때마다 거울에 비춰지는것은 시꺼먼 자신의 그림자 뿐이였다. 유일하게 비춰지는 것은 셀리가 준 목도리 밖에 없었다. 지크는 생각했다.

    혹시 이 목도리만이 자신이 자신일 수 있게 해주는 물건이 아닐까 하고.

    그렇게 매일매일 거울을 보며 세월이 지나고, 거의 방에 갇혀있던 지크는 어느때나 다름없이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여전히 검은 어둠만이 차있었다. 지크는 목도리를 집어들었다. 거울속에서 어둠의 목도리를 들었다. 지크는 목도리를 내려놓고 여러가지를 해보았다. 그저 자신의 모습을 볼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일 텐데. 지크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다가 지크의 눈에 띈 것이 있었다. 커터칼. 갑자기 지크의 마음속에서 충동이 폭발하듯 확 밀려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호기심이였다. 설마, 설마 하는 마음으로 지크는 자신의 검지손가락 끝을 베어보았다. 따가운 느낌이 찌릿찌릿 전해져서 지크는 조금 표정을 찡그렸다. 그러다가 거울을 바라보았는데.

    어?

    거울에 비친 그림자의 손가락에서 빨간색의 조그마한 자국이 눈에 띈다 싶더니, 곧 거기에서 또르르 하고 작은 빨간색 물방울이 흘러내렸다.

    보인다.. 지크는 넋을 잃고 거울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의식 적으로 손등을 그엇다. 또다시 빨간 줄이 생기더니 이번에는 흘러내리지는 않고 물방울들이 맺혔다. 어째서일까? 어째서 상처는 보이는 걸까?

    상처도 내가 나로 있게 해주는 것이라는 뜻일까?

    지크는 머리가 어지러워지면서 앞이 핑 도는것이 느껴졌다. 어라, 어째서.. 손이 멈추질 않았다. 마치 종이를 긋는것 처럼 지크는 아무 고통도 느껴지지 않은채 자신의 손을 베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날을 세워 푹 찌르니 더 많은 빨간 물감이 거울에서 흘러내렸다. 왠지 검은 바탕에 그림을 그리는 것 같아서, 아름답다 라고 지크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림자의 팔이 빨간 물감으로 칠해지는 그 순간, 문을 박차고 레이븐이 들어왔다. 레이븐이 놀란 표정으로 그자리에 서있는 지크를 발견하고 헐레벌떡 달려오는 순간.

    지크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 작품 후기 ============================

    이놈의 지크편은 언제 끝날까요. 이러다가 저도 우울해질것 같습니다. 아이GO

    님들 저 쪾ㅈ꼮ㄲ꼮ㅈ쪾ㅉ꼬ㅉ꼬 거절당했어요. 상처받았어요. 저도 나름 여자인데 흐흨흫ㅎ긓극.... 하지만 저는 포기하지 않슴다. 제 소설을 읽어주시는 po독자님들wer 께 저의 뽑뽀뽀ㅃ뽀뽀 를 기필코 드리고 말겠슴다.

    그러므로 저의 뽀뽀뽀뽀ㅃ뽀ㅃ뽀 를 피하시려면 추천과 코멘트를 넣어주시면 됩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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