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28화 (28/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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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크 레비어스

레일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다시 꿋꿋이 셀리에게로 손을 뻗었다. 셀리는 크게 떠진 눈동자로 한번 레일을 쳐다보고, 어쩔수 없이 손을 잡고 몸을 일으켰지만 힘이 다 빠진듯 다리가 후들후들 거림을 느꼈다.

「이, 이건...」

「별로 놀랄 것도 없지 않습니까? 그저 단순한 '실험' 이니까요.」

셀리는 레일을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지금 셀리와 강화유리 몇겹의 벽으로 나뉘어져서 그 너머에 쓰러져 있는 어린아이는 한눈에 봐도 고통스러워 보였다. 학대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그리고 심리 전문가인 셀리에게는 더더욱 그것이 깊이 다가왔다.

「단순한 실험이라니..! 그런..」

셀리가 항의하듯 소리치자 레일이 쓱 하고 소년을 바라보았다. 뒤쪽이 소란스럽자 셀리와 레일의 앞에서 거대한 컴퓨터들과 기계들을 만지고 있던 연구원들이 돌아보았다.

전부, 왜 그러냐는 듯한 태연한 표정이었다.

「oraTio에서도 실험은 하잖아요? 인체 실험은 물론이고.」

「그..그건..」

셀리는 말문이 막혔다. 왜냐하면 사실이기 때문에. 셀리는 주먹을 꽉 쥐었다. 어찌나 꽉 쥐었는지 주먹이 부들부들 떨리고, 그리고 고통이 저릿저릿 느껴졌다.

「저.. 저 아이의.. 이름은 무엇이지요..?」

셀리는 고개를 푹 숙인채 물었다. 레일은 그런 셀리를 보고서 어깨를 까닥 하더니 말했다.

「지크 레비어스. 13살의 남아이죠.」

「저 실험은... 지크가 스스로 원한.. 것인가요?」

레일의 안경이 빛이 반사되어 반짝 빛났다.

「아니요.」

뭐?

「..네?」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 그럼 이 실험은 설마 강제로...」

셀리의 목소리가 떨린다. 도무지 머릿속이 정리되질 않는다. 침착함을 되찾을 수도 없다. 이러다가는 셀리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 셀리가 믿지 못하겠다는 충격을 받은 듯한 눈빛으로 레일을 계속 바라보자 레일은 그런 셀리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이, 입가에 비웃는 듯한 미소를 머금었다.

「강제라고 해로 저 애는 거부할 수 없을겁니다.」

「어, 어째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죠..?」

레일이 훗, 하고 웃더니 정말로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그야 고아니까요.」

셀리는 숨을 헉 하고 들이켰다. 이제 더이상 무리다. 셀리도 본인의 상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까부터 다리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처럼 후들후들 떨리고, 온몸에 한기가 기분나쁘게 기어올라온다. 머리는 아까부터 지끈지끈 아파오며 알수없는 감정들을 내뿜고 있었다.

지금으로 부터 몇십년 전. 몇몇의 천재 과학자로부터 발명하게 된 기술은 그야말로 세계를 당황시키고, 역사에 길이남을 정도의 대발명이였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그러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것이 윤리적인 문제가 얽히면 그저 그대로 덮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들도 처벌 받을 것이 분명했다.

그들은 인간의 유전자를 변형시켜서, '초능력'이라고 하는 엄청난, 인간의 한계를 훨씬 뛰어넘는 힘을 낼 수 있게 하는 기술을 발명한 것이다. 그들은 그저 자신들이 계산한 것 처럼 유전자를 살짝 건드린다. 그러면 똑같이 실험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발현되는 능력은 전부 다 다른, 미지의 기술..

그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곧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실험에 동물을 사용하지 않았다. 동물에게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 그들은 바로 인간을 사용한 것이다. 자신들의 대단하고도 위대한 발명을 위해서.

하지만 그냥 인간을 실험에 끌어들이기는 매우 어렵고 또 복잡한 일이였다. 그래서 그들은, 매우 잔혹한 방법을 대책으로 하게 되었다.

바로 갈 곳 없는 고아들을 끌어들이는 것이였다.

요즘들어 고아들이 부쩍 늘어나게 되어서, 많은 고아원들은 큰 고난을 겪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의 신분을 숨기고 고아원에 접근해서, 아이들을 데려오기 시작했다. 많은 고아원의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채 아이들이 새 집으로 간다면서 매우 기뻐했다. 그리고 아이들도 불쌍하게도, 아무것도 모른채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면서 기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순진한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끔찍한 실험의 현장이였다.

성공할 확률이 50%도 채 되지 않는 위험한 실험. 성공하더라도 평생 평범한 인간들과는 다른 괴물로써 살아가야 하는 고통. 그리고 부작용..

그리고 데려온 아이들 중에 거의 3분의 2가 죽었지만. 그들은 3분의 1이 남아있다는 것으로 기뻐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능력은 너무나도 대단했다. 그래서 그들은 언젠가 아이들이 보복을 해오려고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리고 선택한 방법이 각각의 국가에게 비밀스럽게 그 기술을 전달하는 것이였다. 예상대로 모든 나라가 그 기술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초능력자' 들로 이루어진 군대라면 분명 그 힘이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나름대로 생각을 하며 그들은 초능력자들을 '생산'해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부딪힌 문제가 바로 초능력자들이 지내야 할 곳이였다. 초능력자들은 일반인의 눈에 띄어서는 안되었다. 그리고 그들도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

대부분이 고아거나 불우한 환경으로 이루어진 초능력자들은 자신들이 인간이지만 인간이 아닌, 괴물이 되버린 것에 대해 굉장한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쯤 나라는 기업을 꼬드기기 시작했다. 자신들의 초능력자 생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거대한 기업들을 말이다. oraTio와 Diara도 그 중 하나였다. 그 두 회사는 국가와의 약속을 맡았다.

회사들은 세계 여러곳에 뻗어져 있는 자신들의 지사를 비롯해 본사에 초능력자들의 일부를 숨기겠다는 무모한 제안을 했다. 그리고 국가에게 많은 것을 요구했다.

국가는 그것을 받아들였고, 초능력자들은 덕분에 일반인의 눈에 전혀 띄지 않는 회사 깊숙한 곳에 숨어있게 되었지만. 그 덕분에 회사에게 이용되기도 하는 생활을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1세대'라고 불리는 초능력자들이다.

그들은 언젠가는 초능력자들을 세상에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약간의 외출은 허용해 주는등 조금의 자유를 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1세대들이 결혼을 해 자녀를 낳으면 그 유전자가 그대로 유전이 되어버려서, 자녀들도 전부 초능력자가 되는 현상을 그들은 관찰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자녀들은 '2세대'라고 불리며, 그것이 지금의 회사들을 이끌어가고 있다.

그리고 셀리는 고아였다. 1세대였다. 하지만 강제로 실험을 당하진 않았다. 셀리는 자신의 의지로 초능력자가 된 사람이였다.

「.. 다 아는 얘기를 왜 굳이 하는 거죠?」

레일이 초능력자에 관한 역사 얘기를 마지차 셀리가 경계하면서 날카롭게 물었다. 레일의 능글능글한 웃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그러다가 생각한 겁니다.」

「..뭐를요..」

「실험으로 유전자를 변형 시킬 수 있다면, 원래 유전자가 변형 된 채 태어나는 '돌연변이'도 있지 않을까.」

「..!」

셀리는 눈을 크게 떴다. 그런 얘기는 지금까지 한번도 들어본 적 없었다.

「설마..」

아닐거야. 그럴리가 없어 하면서 셀리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버렸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다. 그런 인간이 있을리가 없어. 그렇게 자신의 마음속에서 스스로 말했다.

「저는 최초의 실험을 주도했던 과학자의 아들입니다.」

「뭐라고..?!」

레일의 충격적인 발언은 곧 다음 말이 더 큰 충격을 가져다 줘서 묻혀졌다.

「그리고 있었던 겁니다. 그 '돌연변이 형' 초능력자가.」

「마.. 말도 안돼...!」

셀리는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휘청거리다가 또다시 바닥에 주저앉을 뻔한 것을 레일이 가까스로 잡아주었다. 어이쿠, 조심하셔야지요. 라는 말을 흘리면서.

「지금, 여기에!」

그리고 큰 소리로 외치면서 무대 위의 배우처럼 두 팔을 크게 벌리는 레일의 표정은 정말로 환희에 젖은 표정이였다. 그 표정을 바라보며 셀리는 온몸에 소름이 흝고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레일의 팔 방향이 가리키는 곳은, 바로 남자아이 지크의 쪽이였다.

셀리는 믿고 싶지 않았다.

「어이, 중단해.」

「네.」

레일이 명령을 내리자 연구원들이 기계를 만졌다. 그러자 우우우웅 하고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가라앉고, 지크의 손에 힘이 들어간듯 주먹을 꽉 쥐었다.

「셀리씨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 아이의 마음을 읽고, 상태를 확인해주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제..제가.. 이 아이를..」

사실 솔직한 심정으로 말하자면 셀리는 하고 싶지 않았다. 이 아이가 영원히 뇌리 속에 남을 것 같았다. 본인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셀리는 생각을 바꾸었다.

「저기.. 그런데, 무슨 실험이지요?」

셀리가 조용하게 묻자 레일은 안경을 고쳐쓰더니 입을 열었다.

「감정에 따른 능력 효율의 굴곡을 살펴보는 실험입니다. 아무래도 실험체들과는 달리 돌연변이는 감정, 기분에 따라서 능력의 효율이 변화하는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거든요. 그것을 좀 더 깊게 파헤치는 실험입니다.」

「그런데.. 왜 저렇게 움직이지 않고..」

「사실 저희가 지크를 찾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말려든 한 사건 때문입니다.」

「사건?」

또다시 불안한 감각이 셀리를 감쌌다.

「그래요, 사고였어요. 셀리씨도 들으셨겠죠? 요번에 일어난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네, 그런데 그게 왜..」

「이 아이도 그 사건의 피해자였습니다.」

또다시 충격을 받은 셀리와 달리 레일은 아까부터 너무나 태연하고 담담했다.

「대참사였지요. 한 반의 교사와 아이들이 전부 죽었다고 기사에 나와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전부가 아니에요.」

「그게 무슨 소리..」

「딱 한명 살아있던 겁니다. 그 대참사에서.」

셀리의 눈동자에 충격과 절망의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바로 이 아이지요. 무슨 냄새가 나지 않나요? 고아원에서 치료를 받던 것을 데려왔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대단하더군요. 이 아이의 힘은 거의 특수훈련을 몇 년 이상 받은 군대 한 부대를 전멸시킬 수 있을 정도입니다.」

고아원.. 치료.. 대단.. 특수훈련.. 한 부대.. 여러 단어들이 뒤죽박죽 섞였다.

「그리고 감정과 기분에 따라 능력의 파워가 달라진 다는 것을 깨닫고 나서는 그 파워가 어디까지 가느냐를 측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더니 레일은 갑자기 손을 옆으로 뻗었다. 그러자 연구원이 알아서 척 하고 레일의 손에 종이를 갖다주었다. 그래프였다. 굉장히 굴곡이 심한 그래프.

「이 그래프를 보면 제일 파워가 낮을 때가 바로 무기력함을 느낄 때, 즉 귀찮음을 느낄 때 입니다. 이 감정을 일으키려고 엄청나게 고생을 했죠. 똑같은 행동을 한 50번은 시키니 그제서야 파워가 낮아지더라구요.」

레일은 그래프에서 제일 낮은 부분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중간일 찝었다.

「이 곳은 보통. 즉 평소입니다. 기분이 나쁘지도 않고, 좋지도 않습니다. 실험체들은 대부분이 이 상태에서 멈춥니다.」

그리고 빨간선이 곡선을 이루며서 조금 높아져 있었다.

「이건 기분이 좋을 때 입니다. 심리적으로 행복과 안정을 느낄 때 이지요. 아아, 이것도 나름 힘들었습니다. 애써서 엄마 목소리가 담긴 걸 찾아 재생해 주니 행복의 감정을 느끼더라구요.」

레일이 마치 자신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다시 종이를 손가락으로 툭툭 치며 그래프를 가리키는데, 갑자기 그래프의 높이가 확 높아져버렸다. 곡선도 아닌, 완전히 직각으로 수직이였다.

「'슬픔' 입니다. 보통 슬프면 파워가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다릅니다. 그것은 보통의 슬픔 얘기이고. 슬픈 것이 한계를 초과하게 되면 거의 미쳐버리지요. 능력을 폭주하게 됩니다. 」

그리고 빨간선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었다. 제일 최정상의 것을 레일이 가리켰다.

「그리고 슬픔에서 조금 더 시간이 경계하게 되면, 곧 그 감정은 '분노'로 바뀌게 됩니다. 그리고 거의 저 두꺼운 강화유리가 7겹은 되는데, 그것이 깨져버렸습니다. 이해가 되십니까? 지금은 10겹으로 만들었지만 말이에요. 자꾸 금이가니까 이거야 원.. 」

셀리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물었다.

「슬픔이나 분노의 감정은 어떻게..」

그러자 레일은 상큼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 그거야 쉽답니다. 아시다시피 저희 Diara의 실험 기술은 엄청나다는 것을 아시지요?」

갑자기 자랑을 시작하길래 셀리는 의아해했으나 곧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이기 때문이였다. 실험만큼은 Diara를 못따라간다.

「그 실험으로 만들어진 기기중에 하나를 이용했답니다. 기억을 되살리는 기기지요. 저 보기만 해도 복잡한 검은 선들이 바로 그겁니다. 」

설마, 설마.. 오 하느님. 제발 제 상상이 진실이 되지 말기를.

「그래서 저 아이가 제일 꺼려 하는 기억인 총기난사 사건의 기억을 계속 반복해서 틀어줬지요. 아무래도 그 사건에 대해 굉장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듯 하니까요.」

셀리는 완전히 무너져버렸다.

「다.. 당신들은..」

「네?」

「당신들은.. 악마야...!!」

셀리가 눈물을 흘리면서 소리치자 레일은 어깨를 으쓱 하더니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요. 자,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처음부터 말이지요.」

그렇게 말하는 레일의 미소는 정말로 악마에 가까웠다.

============================ 작품 후기 ============================

제가 쓰고도 저자식 나쁜놈 같네요. 에라잉

여러분은 지금 필력이 호구인 작가를 보시고 있습니다. 도.. 동정 하셔도 상관..없어요..ㅜㅜㅜㅜㅜ

흐엉엉엉.

다음편도 계속해서 지크 편입니다!

재밌게 보셨으면 추천과 코멘좀 주세요.. ㅜㅜ 선작은 29명인데 코멘트 다시는 분이 한명밖에 안계셔서 저는 많이 쓸쓸..

코멘트를 많이 주시면 작가가 글을 쓰는 힘이 되고,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답니다. ㅎ 그러므로 외로운 사신님 쌀앙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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