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27화 (27/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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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크 레비어스

「제 도움이라뇨?」

셀리는 놀란 듯이 눈동자를 크게 떴다. 그런 셀리의 반응을 예측했다는 듯. 사장은 날카로운 눈동자를 더욱 날카롭게 찡그리며 설명했다.

「Diara의 부속 연구기관에서 마인드 리딩(mind reading)을 할 수 있는 능력자를 요구해왔어. Diara와의 관계 유지는 중요하니까 수락했어. 그러니까 부탁하지, 셀리 피롯.」

셀리는 그저 초능력자들을 자신의 도구로밖에 생각 안하는 사장에게 조금 화가 치밀었지만 필사적으로 참았다. 이곳에서 자신이 화를 낸다고 해도 달라지는 상황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요구한다는 것은 분명 누군가의 마음을 읽어달라는 등 그저 그런 임무일 것이다. 그 정도라면 자신에게도 해가 되는 것은 없고, 또 보수도 준다고 하니 셀리는 냉정하게 생각해보고 사장의 말을 받아들였다.

「알겠습니다. 언제 가면 되는 거죠?」

「내일이다. 주소를 줄테니 밀라나에게 부탁하도록.」

「..알았어요.」

그렇게 사장과의 벽 있는 대화가 끝난 후 셀리는 식당으로 가서 마음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반대쪽 건너편에서.

『엄마다!』

라고 누군가가 마음으로 외치는 소리를 알아채고 셀리는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서는 자신의 사랑스러운 딸인 마리가 앙증맞은 미소를 지으면서 뛰어오고 있었다.

「엄마아!」

「어머, 마리 왔니?」

셀리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품으로 안겨 들어오는 마리의 머리를 쓰담쓰담하고 쓰다듬어 주었다. 마리는 셀리에게 있어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스럽고 귀엽고 소중한 외동딸이였다. 그런 마리에게 셀리는 말했다.

「마리, 엄마가 내일 바쁠것같아.」

셀리가 그렇게 말하자 마리는 놀라면서도 섭섭한 표정으로 셀리를 올려다보았다. 그것을 보고 셀리는 살짝 마음이 착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것이 부모의 마음이라는 것일까. 부모로서는 언제나 자녀와 같이 있고 싶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왜냐고 물어온 마리에게 셀리는 자신의 사정을 최대한 간추려서 설명했다. 다행히도 착한 마리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괜찮아.」

라고 말했다. 셀리는 기쁘면서도 마리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다음날, 일어난 마리에게 아침을 챙겨주고 회사로 데려다 준 뒤 셀리는 자신의 차를 타고 주차장에 차를 주차했다. 그리고 비밀통로로 oraTio의 지하로 내려간 뒤에 밀라나에게로 찾아갔다.

「오랜만이야 셀리씨. 임무, 열심히 해!」

「밀라나도 수고해요.」

밀라나의 활기찬 배웅 인사를 들으면서 셀리는 순식간에 Diara에 부속되어 있는, 한 연구기관으로 옮겨졌다.

「여기인가..」

셀리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하얀색의 벽 뿐만 꽉 채워져 있었다. 그 때 뒤쪽에서 위잉 하는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소리가 들려서 셀리는 뒤를 바라보았다.

「안녕하세요, 당신이 피롯.. 씨 인가요?」

연구원 복장을 입고 있는 안경을 쓴 남자. 단정하게 머리를 자른 그 남자는 셀리의 이름이 기억 안나는 듯 잠시 머뭇거렸으나 곧 정확하게 말했다. 셀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렇습니다만..」

순간 셀리의 능력이 자신도 모르게 발동되어 그 남자의 마음이 읽히는 것을 셀리는 느꼈다.

『역시 oraTio에 부탁하길 잘했어. 다른 쪽에다가 부탁했다가 퇴짜맞으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했었는데.』

오호라, 그렇구나. 셀리는 생각했다. 이 사람들은 일부로 oraTio 쪽에 부탁을 해온 것이였다. 왜냐하면 다른 회사에 부탁했다가는 퇴짜맞을 상황이라는 것이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위험한 일인가?

어쨌든 평소에 Diara와의 친목을 다져온 oraTio에게만 부탁할 수 있는 일이라면, 분명 심상치 않은 일일것이 분명하다. 라고 셀리는 생각해서 심호흡을 살짝 하였다. 들키지 않게.

「...읽으셨군요.」

남자의 그 말 한마디에 셀리는 온몸의 신경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눈치챘어..!? 능력자들이 능력을 사용할 때의 특징은 여러가지 있지만 제일 눈에 띄는 것은 눈이 마치 형광처럼 빛난다는 것이다. 설마 그것이 실험의 흔적인가 하고 셀리는 물어봤었지만, 일부로 그렇지는 않는다고 한다. 훗날 과학이 좀 더 발전하면 그 이유를 알 수 있겠지.

그리고 셀리는 독심술을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주로 스파이나 주의인물을 상대하는 것이 임무여서 셀리는 일부로 눈이 빛나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 특수 제작된 렌즈를 언제나 끼고 있었다. 지금도 분명 끼고 있을 터인데, 이사람.. 어떻게 안거지?

만만하게 봐서는 안되는 거구나. 셀리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뭐, 딱히 능력을 사용하셔도 별 상관은 없지만.. 역시 타인에게 자신의 마음을 읽힌 다는 것은 조금, 그렇네요.」

연구원은 어깨를 으쓱 하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셀리는 잠시 조용히 있다가 말했다.

「..죄송해요, 실수였어요.」

「아뇨아뇨, 괜찮습니다. 그럼 가실까요.」

셀리는 다시 등을 돌려 자동문에게로 다가가는 연구원을 불러서 멈춰 세웠다.

「저, 저기! 잠시만요!」

그러자 연구원은 그대로 발걸음을 멈추고, 무슨 일이냐는 듯이 셀리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왜그러신가요?」

셀리는 살짝 손에 힘을 주었다.

「죄, 죄송하지만.. 제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실 수 있으신가요?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셀리가 그렇게 말하자 연구원은 잠시 가만히 있다가 말을 꺼냈다.

「괜찮아요, 피롯씨에게 해를 끼칠만한 일은 전혀 아니고, 그저 누군가의 마음만 읽어주시고 기록해주시면 되는 겁니다. 걱정하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연구원은 '전혀' 라는 부분에서 특별히 힘을 주고 말했다.

「따라오시죠.」

셀리는 연구원에 말에 잠시 멈칫 했지만 곧 순순히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뭐야 저사람.. 조금, 마음에 안들지도.. 라고.

말투도 그렇고 특히 능구렁이같은 웃음이 뭔가 의미심장했다. 셀리는 조용히 연구원의 뒤를 따라갔다.

「아, 자기 소개를 깜빡 했군요. 일단 저의 이름은 레일 코르버라고 합니다.」

「네..」

「이 곳은 Diara에 부속된 연구 시설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곳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찾아가고 있는 곳은 제일 지하라서 거리가 꽤나.. 그러니까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지요.」

제일 지하? 셀리는 의아해했으나 곧 생각을 접었다. 기다렸던 엘리베이터의 입구가 열렸기 때문이다.

「되도록이면 지금부터의 일은 비밀로 부쳐주시면 좋겠습니다. 아, 그쪽의 사장한테는 말해도 별로 상관은 없습니다만.」

「네..?」

셀리는 뭔가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살짝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정말로 뭔가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아 버리고 만 것이다.

레일은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누르지 않고 갑자기 몸을 숙여서 버튼이 있는 곳 보다 한참 밑에 있는 곳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셀리가 그걸 바라보고 있었는데, 셀리는 경악했다.

딸깍, 하는 소리와 함께 그 부분이 열려버린 것이다. 마치, 비밀통로로 찾아가는 그런 것 같았다.

「이 버튼을 누르면 최하층 까지 내려가게 됩니다. 엘리베이터에 표시되어 있는 층 수는 5층이지만, 실제로는 7층까지 있거든요.」

레일은 정말로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아니, 뭔가 재미있다는 듯한 표정을 띄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다.

「에..?」

셀리는 아까부터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정말로 뒤죽박죽 섞여서, 아무것도 생각해 낼 수 없을 지경이 되고 있었다. 불안함과 공포가 순식간에 몸을 침범해왔다.

「그럼 갈까요.」

꾸욱, 하고 레일이 그 미지의 버튼을 누르자 엘리베이터는 순식간에 내려가기 시작했다. 셀리는 두려웠지만 일단 필사적으로 참았다. 일단, 진상을 봐야했다. 본인을 이렇게 떨게 만드는 진상을 봐야했던 것이였다.

Diara가 뭘 꾸미고 있는 것인지도 봐야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했을 때.

셀리는 온몸에 힘이 다 빠진 채 주저앉고 말았다.

「이런이런, 괜찮으신가요?」

레일이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셀리를 일으켜주려고 손을 뻗었지만, 셀리는 그걸 거부한채 자신의 앞에 펼쳐져있는 충격적이고도 끔찍한 광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마치 거미줄같이 복잡하게 얽힌 전선들과 코드들이, 한 곳을 향하고 있었다. 한 몸에 전부 모여있었다. 너무나도 많은 시스템들과 케이블들로 둘러싸여서 제대로 얼굴조차 보이지 않는..

힘이 빠졌는지, 그 자리에 쓰러져서 미동도 하지 않는 어린 남자아이.. 겨우 보이는 것은

남자아이의 금빛과 갈색이 그라데이션처럼 어우러진 특이한 머리칼과, 뭔가를 잡으려는 듯이 계속 꿈틀꿈틀 힘 없이 움직이는 남자아이의 작은 손이였다.

============================ 작품 후기 ============================

예에 연참! 이라고 해도 2번입니다. 뀽..

앞으로 이 에피소드는 셀리와 레이븐의 시점으로 이루어져요. 뀨잉.

아 스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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