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26화 (26/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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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행복해지는 방법

「어이, 꼬맹이. 조심하라고.」

「죄송해요..」

저는 지금 레이븐씨의 연구실에 있습니다. 레이븐씨가 의사라는 말을 들어서 의무실에 계실 줄 알았는데 신기하게도 레이븐씨는 어두컴컴한 방을 혼자 연구실로 사용하고 계신 듯 하셨어요.

제가 왜 이곳에 있냐고 하면, 조금 부끄럽지만 아앗! 콰당! 아야! 라는 느낌으로- 음, 한마디로 넘어져서 다쳤습니다.

그런데 그게, 좀 심하게 무릎이 까진 모양이에요. 시골에서 자란 저는 이정도 상처는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옆에 계시던 세라씨가 흉터가 남으면 안된다고 필사적으로 저를 레이븐씨에게 보내시는 바람에.

세라씨는 저를 많이 아껴주시는 군요. 조금 기뻤어요.

레이븐씨는 아무 말 없이 입에 물고 있는 담배를 잡아 재떨이에 비볐습니다. 푸쉬이 하는 소리가 났어요. 그리고는 손을 뻗어서 제 무릎을 잡으셨습니다. 조금 손이 차가우셔서 저는 움찔, 했어요.

그런데 전에 브라이엇씨에게서 본 것 처럼 새하얀 빛이 나더니 제 상처는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버리고 말았습니다. 통증도 더이상 전혀 느껴지지 않아요.

「와..」

제가 신기한 듯한 소리를 내며 바라보고 있자 레이븐씨는 설명해주셨습니다.

「왜? 신기하냐?」

「네.. 어떻게 하신 건가요?」

「뭐, 나도 능력자거든. 내 능력은 리커버리(recovery).. 치유의 능력이지.」

치유의 능력... 저는 넋을 잃었습니다. 굉장히 멋진 능력이에요. 다른사람의 아픈 곳을 치유해 줄수 있다니..

「무슨 병이든 고칠 수 있는 건가요?」

「그게, 이 능력의 발동 조건은 병의 원인을 명확히 알아야만 그 병을 완전하게 고칠 수 있는데. 그 원인을 모른다고 하면 단순히 상태를 호전시키는 것 밖에 할수가 없어. 그래서 그 브라이엇녀석이 까다롭다는 거야.」

저는 깨달았습니다. 그러고보니 브라이엇씨가 말씀하시길 원인을 모르는 병이라고 하셨죠.. 저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내 몸에는 패시브적으로 언제나 능력이 발동하고 있어서 병에 절대 걸리지도 않아. 몇년동안 감기도 걸린 적 없고, 상처가 나도 빨리 나아버려. 이 빌어먹을 담배를 펴도 내 몸이 나빠질 일도 없다는 얘기야.」

그렇게 말하며 레이븐씨는 약간 차가운 미소를 지으신 뒤 다시 새로운 담배를 꺼내서 무셨습니다. 적은 그런 레이븐씨를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쳐다보았어요.

「뭐야, 꼬맹이. 볼일이 더 있는 거냐?」

그런 저를 보고 레이븐씨가 짜증난다는 듯이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말했어요.

「레이븐씨가 지크씨의 보호자 라고..」

「하?」

제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레이븐씨가 끊어버리셨습니다.

「그런건 누가 말한거냐?」

「사장님께서..」

제가 살짝 겁을 먹고 조용하게 말하자 레이븐씨는 한 손으로 머리를 긁적긁적 긁으시며 부루퉁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마이렌 그녀석, 또 쓸데없는걸 말하고 다니는거냐.」

「마이렌..?」

「그 바보같은 종이봉지를 쓰고 다니는 녀석의 본명이다. 마이렌 크라우스.」

사장님의 이름은 처음 들어봤어요..! 그야 지금까지 계속 사장님! 이라고 불렀으니 말이에요. 마이렌 크라우스.. 왠지 귀여운 느낌이 드는 이름이네요. 사장님하고는 조금 거리가 있을지도!

「뭐, 확실히 작년까지는 보호자 역할이였지. 지금은 아니야.」

「어째서인가요?」

「그 녀석은 이제 어른이잖아? 자기 앞길은 자기가 챙길 수 있는 나이가 된거라고.」

그렇군요.. 어른이란건 그런 것이지요? 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럼 레이븐씨는 지크씨를 잘 아시겠네요.」

「뭐.. 그런셈이지.」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답하는 레이븐씨의 표정은 마치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무언가를 회상하는 듯한 그런 표정이였습니다.

「..궁금하냐?」

「네?」

「궁금하냐고 묻잖냐.」

「네, 네... 궁금해요.」

레이븐씨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저는 말을 더듬으면서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레이븐씨는 말씀하셨습니다.

「그럼 셀리에게 가보지 그래.」

「셀리씨라면.. 마리씨의 어머니..」

「뭐야, 알고있었냐. 그러면 이야기는 빨라지겠네. 그 짜증나는 호기심이라는 건 두면 둘수록 점점 짜증나게 되는 거라서, 커지기 전에 얼른 해결해버리는게 좋아.」

저는 잠시 레이븐씨의 말이 이해가 안가서, 눈만 깜빡깜빡 거리고 있었습니다. 레이븐씨는 휙 하고 의자와 같이 몸을 돌리시더니,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셨어요. 그러더니 말씀하셨습니다.

「어차피 셀리 그사람은 오늘 한가하다고? 집에라도 찾아가서 민폐라도 잔뜩 끼치고 와.」

「하..하지만..!」

레이븐씨는 저의 말을 듣지도 않은 채 빠른 속도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셨습니다.

「여어, 나다. 본론만 말하자면 널 만나고 싶은 꼬맹이가 있다고 해서.」

「레이븐씨?!」

「이름? 하.. 유린나라고 하던데. 괜찮냐?」

그리고 레이븐씨는 그 뒤로 뭐라고 말 몇마디를 더 하시더니, 저를 바라보며 말씀하셨습니다.

「언제든 환영이라는데.」

「정말입니까?!」

「아무래도 이쪽은 널 알고 있는 모양이네.」

절 알고 계셔..? 하지만 아직 한번도 뵌 적 없는 분인데.. 누군가가 저에 대해서 말해주신 걸까요?

「다녀와라 꼬맹아. 다른 놈들에게는 이런거 안해준다.」

「네...? 그럼 왜 소녀를..」

제가 의아한 눈빛으로 묻자 레이븐씨는 담배 연기를 내쉬며, 저를 눈빛으로 흘긋 바라보시면서 말하셨습니다.

「너는 지크의 친구잖아.」

치... 친구..!

저는 멍을 때렸습니다. 친구? 제가.. 지크씨의 친구..?

「브라이엇이 그리 말하던데.」

「아.. 아뇨.. 아직 그런건..」

저는 부끄러워져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물론 지크씨와 친구가 되고 싶지만.. 지크씨는 저를 친구라고 생각하고 계시는 걸까요. 조금 불안해졌기 때문이에요.

「한가하다면 갔다와. 이곳 oraTio의 사람들은 전부다 한번쯤은 셀리를 만나보았거든. 그러니까.. 하나의 의례라고 생각해. 셀리는 oraTio에 있어서 그런 인물이니까. 밀라나에게 부탁하면 옮겨줄거야.」

밀라나씨라면 분명 그 좌표를 다루시던 여성분.. 저는 살짝 고민했습니다. 확실히 저는 오늘 굉장히 한가했어요. 오전중으로 훈련은 전부 끝냈고.. 아직은 임무같은것도 들어오지 않고. 저는 결국 결심하고 말했습니다.

「갔다올게요!」

「그려 그려.」

레이븐씨의 귀찮은 듯한 말투를 남기고, 저는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 후에 밀라나씨가 계신 곳을 길을 잃어버리면서 다른 분께 물어보기도 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찾아왔습니다. 우와, 힘들어.. 어째서 길 찾아오는데 이만큼의 체력을 써버리고 마는 것일까요.. 저는 저의 무능함에 약간 좌절했습니다.

그리고 밀라나씨에게 말씀을 드렸더니, 예상외로 밀라나씨는 이미 제가 셀리씨를 만나러 간다는 것을 알고 계셔서 놀랐습니다. 이곳에서의 정보전달은 굉장히 빠른 모양이에요.

그리고 다시 저의 손목에 검은색 물체를 부착하신 뒤, 잘 갔다와~ 라고 상냥하게 웃어주셔서 저도 웃음으로 답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슈욱 하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저의 몸을 빛이 감싸더니,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에?」

저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살짝 놀라면서 발을 움직이다가, 바스락 하고 풀을 밟는 소리가 나서 조금 놀랐습니다.

황급히 밑을 바라보니, 제가 서 있는 곳은 풀과 꽃들이 나있고, 단정하게 나뭇가지가 정돈되어있는 나무들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정원같이 보이는데.. 저는 듬성 듬성 떨어져 있는 돌길을 따라서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이곳은 셀리씨의? 그러자 나무에 가려져 있던 새하얀 집이 나왔습니다. 마치 동화같은 집이지만 굉장히 아름다운 집이였어요.

그리고 현관 앞에 나와있는 한 여성이 눈에 띄었습니다. 약간 하늘빛이 도는 풍성하고 새하얀 머릿결에 바람이 나풀나풀, 흔들렸습니다.

「아...」

제가 여성분의 아름다운 용모에 넋을 잃어 소리를 내자 그 소리를 들으셨는지 고개를 이쪽으로 돌리셨습니다. 세월이 많이 담겨있는 듯이 살짝 주름기가 있었지만, 그래도 정말로 아름다우신 분이였어요. 여성분은 저를 발견하시고는 상냥하고 포근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저는 그 미소를 보고는 마치 마법에 홀리듯이 여성분에게 다가갔습니다.

「저기..」

「당신이 린나지요?」

제가 말을 걸기도 전에 저는 저의 정체를 파악당해서 흠칫 놀랐습니다. 여성분의 회색 눈은 마치 사람의 마음을 꿰뜷어보는 듯한, 제가 알고 있는 누군가와 매우 닮은 눈이였습니다.

「어쩜, 그아이가 말한 것과 똑같네요.」

의미심장한 말에 저는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저는 물었어요.

「저, 저기.. 마리씨의 어머님.. 셀리씨인가요?」

제가 살짝 긴장하며 묻자 여성분은 생긋 눈웃음을 지으며 현관문을 열었습니다.

「네, 들어와요? 차를 내줄테니까.」

저는 셀리씨를 따라서 집 안으로 들어갔어요. 집 안은 매우 단정하고 뭔가 좋은 향기가 났습니다. 저는 테이블의 의자에 앉아서 셀리씨를 기다렸어요.

「기다렸지요?」

「아, 아니에요!」

셀리씨는 제 앞에 예쁜 하얀 찻잔을 놔두고, 반대편에 있는 의자에 우아하게 앉으셨습니다.

「oraTio에도 점점 새로운 아이들이 늘어나는군요.. 기쁘지만, 기뻐할수도 없는 일이네요..」

「그것은 어째서..?」

「그만큼 자신의 삶을 포기했다는 아이들이, 많은 것이니까..」

그렇게 말하시는 셀리씨는 웃고계셨지만, 눈은 굉장히 슬퍼보이셨습니다. 저는 입을 다물고 가만히 있었습니다. 그러자 셀리씨는 먼저 얘기를 꺼내셨어요.

「그래서, 지크에 대해서 궁금한 거지요?」

「그, 그걸 어떻게..!」

제 마음을 꿰뜷어본 듯이 말하셔서 저는 놀랐습니다. 셀리씨의 회색 눈빛은, 은은하게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알수 있으니까요..후후, 그럼 린나가 궁금하다고 하니 얘기해줄게요.」

저는 셀리씨의 신비함에 순식간에 압도당해서 그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지크 레비어스의 일생을 말이에요.」

============================ 작품 후기 ============================

본격적으로 지크 과거얘기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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