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24화 (24/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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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행복해지는 방법

    「...」

    저와 타무라씨는 새하얀 침대에 누워서 새하얀 이불을 덮고 누워있는 브라이엇씨를 그저 말 없이 응시할 뿐이였습니다. 둘 다 말을 꺼내는 일은 없었습니다. 오직 바라볼 뿐으로, 브라이엇씨의 몸은 정말로 힘이 없이 추욱 늘어져 있었습니다.

    이런 말은 하면 안되는 것이지만, 정말로 죽은 사람처럼 추욱 늘어져 계셨습니다. 저는 입술을 꽉 깨물었어요.

    저는 제가 앉아있는 의자를 끌어당겨 브라이엇씨에게 가까이 다가갔습니다. 의자에 달려있는 4개의 작은 바퀴덕분에 의자는 쉽게 드르륵 소리를 내며 움직였어요.

    가까이에서 본 브라이엇씨의 얼굴은 정말로 창백했습니다. 원래 별로 핏기가 보이지 않는 얼굴이지만 언제나 생기가 돌았었는데, 이제는 그런 활기찬 모습도 없이 창백한 얼굴이였습니다. 저는 잠시 눈길을 옮겨 저의 손을 바라보았습니다.

    「차이가...」

    「응? 뭐라고?」

    제가 무엇이라 중얼거리자 타무라씨가 들으셨는지 물어오셨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고개를 좌우로 도리도리 저었습니다. 그저, 저의 손의 색과 브라이엇씨의 손의 색의 차이를 보고 놀란 것 뿐이였습니다. 그리고 자연히 마음이 조금 아려왔습니다.

    「그.. 린나에게는 조금 미안하네.」

    타무라씨의 목소리가 들려와서 저는 타무라씨를 바라보았습니다. 타무라씨는 벽에 기대서서 조금 암담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계셨습니다.

    「에.. 무슨 말인가요..?」

    제가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타무라씨는 보일 듯 말듯 작은 한숨을 내쉬시더니 말을 이으셨습니다.

    「그야.. 이곳에 온지 별로 안되었을텐데 이런 상황을 겪게 되어서..」

    「괜찮아요. 지금은 소녀를 걱정하실 때가 아니라 브라이엇씨를 걱정하셔아지요. 그리고 소녀, 이제 신입 취급은 별로 안받는답니다.」

    「그런가-..」

    제가 그리 대답하자 타무라씨는 쭈욱 하고 기지개를 펴셨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그건 몸이 뻐근해서 하는 기지개가 아니라, 할 말이 없는 것을 떼우기 위한 행동으로 보였습니다.

    저는 다시 몸을 돌려서 타무라씨에게서 시선을 돌려 브라이엇씨를 바라보았습니다. 살짝 손을 뻗어서 브라이엇씨의 손을 잡습니다.

    「차가워..」

    흠칫 놀랐어요. 브라이엇씨의 보드랍고 조그마한 손은 흠칫 놀랄 정도로 차가움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저의 손과 온도차이가 확연히 느껴져서, 저는 조금 불안한 마음으로 브라이엇씨의 손을 꼬옥 쥐었습니다.

    「브라이엇이 이렇게 아픈건 나는 이제까지 딱 두번 봤는데.. 젠장, 레이븐은 언제 오는거야.」

    타무라씨가 혼잣말인듯 중얼거리는 말에 저는 쫑긋 하고 귀를 세웠습니다. 두 번? 확실히.. 자주 아프시다는 말이 맞으신 듯 해요. 몇년에 두 번이라도 이렇게나 아프다하면.. 분명 괴로우셨을 거에요. 브라이엇씨..

    그때 저는 한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퐁 하고 떠올랐습니다.

    그러고보니 저는 아플때, 어땠죠? 라는 생각이 말이에요.

    10살때까지는 어머니께서 살아계셨으니, 어머니께서 힘들게 저를 보살펴 주셨어요. 저는 마지막까지 효도도 제대로 못한 나쁜 아이에요. 그렇게 생각하는 동시에 기분이 침울해 졌습니다.

    그리고 11살 때부터 oraTio에 오기 전까지 저는 동네의 어르신분들에게 신세를 지며 살았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병원에도, 학교에도 갈수 없는 몸이라서 어르신들의 집에서 집안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왔어요. 하지만 한 집에 계속 있을 수는 없었지요. 이 집, 저 집 번갈아가면서 저는 나름,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몸이 아프다고 느끼면 최대한 숨기려고 노력했습니다. 언제나 밝게 웃으면서, 근심따위 하나도 없다는 듯이.. 활짝.

    어쩌다가 몸이 아프다는 것을 들키게 되면, 필사적으로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했어요.

    다른 분에게 폐를 끼치는 것은 정말, 죽어도 사양이니까요.

    「린나!」

    「에..엣!?」

    갑자기 저의 어깨에 손이 척 하고 올려지자 저는 정말로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타무라씨였어요.

    「무슨 일 있어..? 멍한 눈빛으로 계속 허공만 쳐다보고 있길래. 혹시 린나도 어디 아픈 건가 하고..」

    타무라씨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어오셨습니다. 저는 타무라씨의 회색빛깔의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말했습니다.

    「아니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

    뭘까, 이 느낌은... 나는 생각했다. 내가 어딘가에 누워있다는 것은 알겠다. 등과 목이 편안한 느낌이다. 팔과 다리는 움직이려고 해도 별로 움직여지질 않는다. 뭔가, 몸에 힘이 다 빠져나가서.. 정말로 이상한 느낌.

    뭔가 무거운 무언가가 내 몸을 꾸욱 짓누르고 있는 듯한 느낌이기도 하고, 마치 깊은 바닷속의 저 너머로 계속 가라앉는 듯한 느낌이기도 하고.. 아, 내가 무슨 말을 하는거람. 나는 바다에 가본 적이 없잖아? 이 표현은 분명 어딘가의 책에서 인상깊게 읽은 표현이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네.. 바다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책에도 나오고, 또 인터넷에서도 사진은 물론 동영상도 볼 수 있고. 바닷속에 살고 있는 수많은 동물들도 잘 알고 있고. 그중에 제일 인상깊은 것은 역시 고래려나. 그렇게 큰 게 그 넓고도 넓은 바다를 헤엄쳐다니고 있으니까 말이다.

    아아, 분명 내가 살던 곳은 바다랑은 조금 거리가 있는 곳이였다. 도시는 바다의 가까이 있지만. 아빠가 너무 바빠서 나랑 잘 못놀아줬으니까.

    나는 살짝 웃음이 나왔다.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바다에 못데려갈 정도라면 얼마나 바쁜 것일까. 이곳 oraTio에서 나름 일하고 있는 나라고 해도 상상이 안간다.

    정말, 무슨 인생이야.

    그러고보니 아빠가 나에게 말했던가.

    '이제 곧 돈을 많이 벌어올 테니까 같이 여행을 가자'라고.

    거짓말쟁이, 결국에는 돌아오지 못했으면서..

    하지만 이제는 슬픔도 절망도 그리고 아빠를 미워하던 것도 전부 사라졌다. 지금까지의 나는 아빠를 조금 원망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결국에는 내 외로움에 대한 변명으로, 사실은 아빠가 너무나도 보고싶었을 지도 모른다.

    사실, 나는 지금 내 몸이 한계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원래 자신의 몸은 자기가 제일 잘 안다고 하던가. 그 말이 정말로 딱 들어맞는다. 나는 내 몸이 망가질 대로 망가졌고, 그리고 타인의 도움을 받아 수명을 억지로 늘려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렇게 아픈 적은 드물지만, 간간히 아픈적은 정말로 많기 때문에 이제 질렸다. 이런 생활에도 이 빌어먹을 몸에도 말이야.

    그러고보니, 왠지 더이상 몸에 아픔이 느껴지질 않는다. 어째서일까? 너무 큰 고통이라서 못느끼는 건가? 아니면- ..

    두통도 열도 속에서 끓어오르던 답답함도 온몸에 저릿저릿 느껴지던 통증도 느껴지질 않아. 축축하게 등을 감싸던 땀도 전혀 없고. 애초에 나는 어디에 있는거지? 나는 알 수 없었다.

    그때 손에 뭔가 따뜻한 감촉이 느껴져왔다.

    이건.. 뭐지..?

    작고 따뜻한 그 감촉은 내 손 안으로 파고들어오더니, 곧 내 손을 잡는 듯이 꽈악 하고 느껴져왔다. 따뜻하기 보다는.. 뜨거울려나. 내 손이 차가운 건지도 모르겠다. 이상하고 왠지 익숙한 듯 하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감촉이였지만. 어째서인지..

    나쁘지 않아.

    그러고보니 아까부터 귓가에서도 계속해서 뭔가가 들려온다. 누군가의 .. 목소리 같기도 해. 내 이름을 부르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 더이상 신경쓸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나는 이제 끝내고 싶거든. 이 몸도, 필사적으로 행복해지려고 행복한 척 했던 일상도.

    「브라이엇씨!!」

    ...!

    조그맣게 들려온 그 목소리는 나의 귀를 통해서, 뇌를 통해서 순식간에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이 목소리는.. 린나? 그래, 린나다. 맑고 깨끗하고, 그리고 귀여운 목소리. 몇번이고 들어봤을 터라서 기억이 번뜩 하고 났다.

    「이대로 브라이엇씨는 정말로, 허무하게..! 그렇게 아버지의 바람을 저버린 채로..!」

    그리고 린나의 목소리라는 걸 깨닫는 것과 동시에 기억난다. 점점 기억나고 있다. 잊어버리려고 일부로 덮어두었던 나의 기억들이 하나하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눈 앞을 지나가고 있다.

    촤르르륵- 하고 펼쳐진 그 기억들은, 너무나도 생생해. 목소리까지도 들려온다.

    『미안해, 아빠가.. 브라이엇을 지켜주지 못해서..』

    『뭐가 갖고 싶니? 갖고 싶은 거 전부 말해보렴. 이제 곧 전부 살 수 있게 된단다.』

    『브라이엇은 몸이 약해서 이때까지 아빠랑 같이 놀러가질 못했지? 조금만 기다리렴. 내일 아빠가 돈을 벌어와서, 이제 우리 둘이 가고싶은 곳 어디라도 놀러가자.』

    『사실 아빠가 브라이엇의 병은 고치지 못해도, 상태를 많이 낫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았어. 역시 희망은 있는 법이구나.』

    『그러니까 이제 곧.. 행복해 질 수 있을거란다.』

    아, 아.. 아.... 가슴쪽에서부터 뭔가가 울컥하고 올라오기 시작한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도 느껴진다. 나는 필사적으로 젖먹던 힘을 짜내어서, 소리치듯 말했다.

    「싫어.. 죽고 싶지.. 않아..!」

    최후로 외친 그 말에, 들려오지 않을 것 같았던 대답이 들려왔다.

    「누가 멋대로 죽을려고 하냐, 이 애송이가!!」

    ***********************

    브라이엇씨의 호흡이 점점 가라앉기 시작했습니다. 옆에 있던 흰색 가운을 입은 여성분께서 위험해. 라고 땀을 흘리시며 말하시는 걸 들은 저는 가슴이 쿵 하고 가라앉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제가 무슨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브라이엇씨의 손을 계속 잡은 채로 브라이엇씨에게 소리쳤습니다.

    사실, 저도 제가 무엇이라 소리쳤는지를 모르겠어요. 그저, 그저 마음속에 떠오른 아무 말이나 필사적으로 말했습니다. 그런데, 움찔 하고 살짝 움직이는 것을 저는 맞잡은 손에서 느꼈습니다.

    「에..?」

    저는 브라이엇씨의 손을 잡은 제 손을 바라보았습니다. 아까까지만 해도 추욱 늘어져 있던 브라이엇씨의 손이.

    힘을 주고 있었습니다. 제 손을 브라이엇씨도 꼬옥 하고 잡고 있었습니다. 그것에 제가 놀람과 동시에, 쾅! 하고 누군가가 문을 걷어차는 소리가 귀를 때렸습니다.

    「애송이!!」

    그리고 뒤를 돌아보자, 큰 소리를 낸 주인공이 서있었습니다.

    어쩐지 몸이 흠뻑 젖어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비에 젖은 것 같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면서 성큼성큼 다가오는 흰 의사가운을 입고 계시는 남성분. 뭔가 아저씨의 느낌도 살짝 나는 것이. 붉은 빛이 도는 손질되어있지 않아 삐죽삐죽 서있는 진한 갈색 머리. 퀭 하고 날카로운 붉은빛의 눈동자. 그리고 뺨에 나있는 베인 상처로 보이는 흉터. 혹시...

    남성분은 거칠게 제 옆에 있던 의자에 털썩 주저앉더니 브라이엇씨의 손을 낚아채듯이 제 손에서 빼앗아 잡았습니다. 그러더니 굉장히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하길.

    「누가 멋대로 죽으려고 하냐, 이 애송이가!!」

    굉장히 스펙타클한 등장이였습니다.

    ============================ 작품 후기 ============================

    브라이엇이 많이 아픈가 봅니다.

    여러분 제제가 돌아왔어요 얗호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시험끝났어요 헤헤헤헿

    그러므로 오늘 2편 연달아 쓸 예정입니다 ㅎㅎㅎ헿ㅎ

    그리고 외로운 사신님, 언제나 코멘트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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