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22화 (2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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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행복해지는 방법

「마리씨, 지크씨랑 동갑이셨군요..」

「에? 모르고 있었던 거에요?」

「네..」

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어쩐지 묘하게 마리씨가 지크씨를 대하는 태도가 다른 이유가 이것이군요. 저는 고개를 들어서 마리씨의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마리씨는 지크씨와 친하시군요.」

마리씨는 제 말을 듣고는 살포시 웃음을 지으시더니 고개를 좌우로 저었습니다.

「아니, 친하지 않은걸. 그저 가끔씩 말을 건 정도에요... 물론, 내가 일방적으로 말한 거였지만 말이에요.」

「그래도 분명 지크씨에게 마리씨는 친근한 존재일거에요.」

분명히 그럴거라고 생각하며 저는 힘차게 말했습니다.

「.. 그럴까나~.」

마리씨는 의자에 등을 기대시며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셨습니다. 의자와 함께 까딱까딱 흔들리는 마리씨의 몸. 넘어질 것도 같았지만 저는 말리지 않았어요.

「사실 요즘들어서 린나가 부럽기도 했어요.」

「소녀를.. 마리씨가?」

갑자기 들려온 놀랄 이야기에 저는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제가 마리씨의 부러움을 살 정도의 일을 했던가요?

「처음에는 꽤나 못되게 굴었었지만, 그래도 나름 친해지고 싶었거든요. 엄마도 잘 대해주라고 말했고, 그리고 또래는 나밖에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게 뜻대로 잘 되지가 않았어요.」

저는 가만히 마리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한발 다가가면 한발 물러나고, 남에게 곁을 내주려 하지 않던 아이였어요. 레이븐이나 엄마는 그런 지크를 보고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제일 좋다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다가올거라고 했었지만.. 시간이 엄청나게 걸렸네요.」

「네?」

「린나가 오기 바로 직전의 지크의 모습은 말이에요. 13살때의 모습에서는 많이 나아졌어요. 타인에 대한 두려움이나 경계심도 많이 사라진 것 같고. 나름 자기만의 방법으로 의사소통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마리씨의 얘기를 듣고 있다가 하지만 이라고 말하셔서 움찔 했습니다.

「뭐랄까, 이제 더 이상 관심이 없는 듯한 그런.. 무기력한 모습이였는데..

린나가 그걸 바꾸었다고 생각해요.」

「에! 소, 소녀는 아무것도 안했는데..!」

마리씨가 갑작스럽게 저를 보고 그런 말씀을 하셔서 저는 굉장히 당황했습니다. 그래서 혀까지 꼬여가면서 열심히 대답했어요. 마리씨는 그런 저를 보고 예쁜 눈웃음을 지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정말로 아무것도 안했다고 생각해요?」

「네?..」

마리씨는 이미 다 비워진 커피와 코코아 잔을 쟁반에 담아서 들어올렸습니다. 그리고 몸을 일으키셨어요.

「아무것도 하지않았다는 건 거짓말이에요. 말했지요?」

「에, 에..」

「확실히, 린나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느껴졌을지도 몰라요. 린나에게는 지크한테 한 행동 하나하나가 당연하고, 특별한 것이 아니였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지크한테는 그것이 매우 뜻 깊게 다가온 것이 아닐까요?」

마리씨의 말에 제 가슴이 쿵 하고, 그 파동이 울려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린나가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지금의 지크는 정말로 밝아졌다는 것 쯤은 알수 있어요. 지크의 마음도 더이상 칠흑같은 어둠이 아니니까. 전보다 더 잘 웃고, 잘 다가오고 하니까.」

저는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칠흑같은 어둠이라니, 그것이 무슨 뜻일까요?

「우리는 린나에게 감사하고 있는거에요.」

「가, 감사라니.. 황송해요.」

저는 마리씨의 과한 '감사'라는 말에 손서리를 치며 말했습니다. 마리씨는 제 옆을 스쳐 지나가시며 한 걸음 걸어나갔습니다.

「그러니까 부탁하고 싶네요.」

또, 갑작스러운 말이네요.

「무슨 부탁이신가요?」

하지만 마리씨의 부탁이라니 대체 무엇일까요? 저는 조금 긴장하면서 물어보았습니다.

「앞으로도 지크의 옆에 있어줘요. 나로서는, 하지 못하니까.」

저는 마리씨의 조금 의외의 부탁에 눈을 깜빡깜빡 거렸습니다. 어째서인지, 마리씨의 목소리가 슬픈 듯이 들려온 것은 착각일까요? 마리씨는 그대로 걸어나가서 한 손으로는 쟁반을 받치고, 다른 한 손으로 문 손잡이를 잡고 돌려 문을 열으셨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하시며 문으로 들어가셨습니다.

「그리고, 내가 얘기할 수 있는 지크의 옛날 모습은 이 정도밖에 되지 않아요. 같이 있던 시간이 적으니까.. 그러니까, 한번 사장님을 만나 보는것이 어때요? 오히려 그 인간은 일 안하고 돌아다닐 때가 많으니까 저보다 만나기 쉬울지도?」

뭔가 조금 이상한 말이 섞여있지만, 저는 밝게 웃으면서 네 라고 크게 소리치는 것이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상황은 돌아갑니다.

「지, 진짜다아-!」

저는 놀라서 그만 큰 소리를 내버리고 말았습니다. 저는 사무실에서 나간 다음에 빠른 루트로 비밀 엘리베이터를 타서 이곳 지하로 내려왔을 터인데, 식당에 떡 하니 앉아계신 것은 사장님이셨습니다.

「응? 린나양, 왜그런가? 무슨일이라도 있는 것인가?」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보다.. 한가하신가요?」

「물론 지금까지 일하느라 땀을 뻘뻘 빼고 왔다네.」

「...」

어째서일까요, 남을 의심하면 안되는데.. 안되는데!! 사장님의 말이, 거짓말처럼 들려왔습니다. 어쩐지 마리씨의 말이 굉장히 잘 맞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할거라네, 정말이야.」

제가 뭔가 굉장히 사장님을 뜷어져라 쳐다보고 있자 사장님께서는 조용히 말을 바꾸셨습니다. 그럴줄 알았어요. 저는 볼을 부풀렸습니다.

「정말이라네, 자 약속.」

제가 삐진 듯한 표정을 짓고 있자 사장님께서는 당황해 하시면서 새끼 손가락을 내미셨습니다. 헤헤. 저는 표정을 풀면서 살짝 웃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새끼 손가락을 내밀어서, 사장님의 손가락과 꼬면서 말했습니다.

「약속이에요? 안지키시면 가위 눌리실지도 몰라요.」

「..그거 무서운데, 린나양 협박을 아주 제대로 하는구나.」

「그리고 마리씨도 고생하시고 계시니까요.」

그 순간 사장님이 쓰고 계신 종이봉지의 눈이 ^^ 이런 눈으로 바뀌었습니다. 저는 그걸 보고 너무나 깜짝 놀라서 뒷걸음질을 쳐버렸어요.

「표, 표, 표정이..!!」

제가 너무 놀라서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고 있자 사장님께서는 호쾌한 웃음소리를 내시더니 말씀하셨습니다.

「하하, 놀랐어? 처음 본 사람들은 전부 놀라던데.」

「다.. 당연해요! 들어본 적이 없어요!」

「oraTio의 기술을 적용해 본거라네. 귀엽지 아니한가?」

종이봉지에 신기술..! 뭔가 대단하네요. 저는 박수를 작은 소리로 쳤습니다. 저의 박수에 사장님의 기분이 뭔가 뿌듯해지신 것 같았어요.

「귀여워요.」

「후후, 귀엽다고 해준건 린나양이 처음이라네.」

「에? 어째서인가요?」

「이래뵈도 모두에게 미움받고 있어서 말이네.」

사장님은 그리 말하시면서 쓸쓸한 듯한 포즈를 취하셨어요. 아니, 그렇게 일일히 포즈를 취하시니 뭔가..

멋지네요!

「거짓말이에요, 사장님을 미워할리가 없어요!」

「오, 믿지 않는군.」

사장님은 그렇게 말하시면서 다시 뒤에 있는 의자에 털썩 앉으셔서 다리를 꼬셨습니다. 이러니까 정말로 사장같으세요! 원래 사장이시지만.

「그래서, 나에게 뭔가 할 얘기라도 있는 것인가? 린나양은.」

「아, 그게.. 정말로 별 것은 아니지만..」

저는 살짝 머뭇거렸습니다. 마리씨의 때에도 그렇고, 왜이렇게 긴장이 되는 것일까요.. 별로, 잘못을 지은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아마도 지크씨의 이야기를 할때 모두들 조심하던 그런 분위기 때문인 것 같다고 저는 느꼈습니다. 하지만 지크씨가 나쁜것도 아니고 그런 모두가 나쁜것도 아니에요.

「저, 지크씨에 대해서 궁금해서..!」

저는 가슴에 두 손을 얹고, 소리를 내지르듯이 크게.. 는 아니지만 외치듯이 말했습니다. 후아, 이 한마디 하기가 긴장이 정말 되는군요.

그러자 사장님의 owo 이런 표정을 짓고 있는 종이봉지의 눈이 저를 뜷어져라 쳐다보아서, 저는 살짝 몸을 움찔했습니다. 사장님.. 밤에 보면 조금 무서울지도..?

「눈에 띄는 아이지?」

「네? .. 네.」

사장님께서는 다리를 푸시더니 몸을 돌려서, 탁자 위에 두 팔을 올리시더니 곧 두 손을 모아서 입(으로 추정되는 곳)에 갖다대셨습니다. 마치 고민하는 듯한 포즈네요. 제가 딱딱한 자세로 서있자 사장님은 바로 맞은 편 자리에 앉으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사장님의 말에 따라서 앉기로 했어요.

푹신한 의자의 감촉이 몸에 전해지고. 사장님이 이야기를 시작하셨습니다.

「지크는 oraTio의 정식 사원이야. 그래서 회사 내에서도 이야기가 많이 퍼져있지.」

「정식 사원..?」

「이곳 지하에서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oraTio에 정식으로 취직해서 일하고 있다는 소리야. 그런데 요즘 그만두려고 해서 필사적으로 막고있는 중이지.」

「그것은 왜죠?」

「그야 지크는 훌륭하거든. 항상 뜻밖의 성과를 내는 인물이기도 하고. 굉장한 인재라서 oraTio에 꼭 필요해.」

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지크씨는 왜 그만두려고 하실까요. 그것은 지크씨만이 알고계시겠지요?

「지크를 처음 보게 된 많은 사람들이 지크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물어와. 린나는 어떤 이유로 흥미를 가지게 된 거니?」

「네? 소녀는..」

저는 말 끝을 흐렸습니다. 어라? 그러고보니 저는.. 어째서 지크씨에 대해 이렇게나 궁금해 하고 있는 것일까요. 어째서 지크씨를 이렇게나 알고 싶은 것일까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저는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사장님은 그런 저를 그저 지켜보셨습니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크의 겉모습에 흥미를 많이 가지지. 훌륭한 외모거든. 그리고 말을 안한다는 특이한 특징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지.」

부정할 수 없는 이야기에요. 그리고 어쩔수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고요. 타인의 눈에 띄는 겉모습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거든요.

「.. 하지만 뭐, 쉽게 말해서 흥미를 잃게 되는거지. 이 이야기는 넘어가자.」

사장님은 이야기를 넘겨버리셨습니다. 저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린나양이 궁금한 것은 지크의 사정이니까 말이야.」

「사정..」

저는 사장님이 말하신 단어를 중얼거렸습니다. 그렇네요, 확실히 궁금해요.

「하지만 나는 간단한 것만 말하겠어. 내가 전부 이야기 하는 것보다는 .. 역시 그 사람에게 듣는 것이 낫겠지?」

「그 사람이라뇨? 누구인가요?」

「마리의 어머니인 셀리 피롯.」

아! 마리씨가 얘기하신 분이에요. 이름은 처음 듣네요. 분명, 지크씨를 데려오신 분이였죠..?

「그럼 일단 내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네!」

사장님께서 힘차게 말하셔서 저도 힘차게 대답했습니다.

「일단 지크는 고아야. 아빠랑 엄마가 둘다 사고사로 죽었는데, 그리 가정형편이 좋지도 않았나봐.」

「..!」

저는 놀라서 눈이 크게 떠졌습니다. 지크씨가.. 부모님이 안 계실줄이야..

「그런데 Diara에서 지크를 데려갔지. Diara쪽의 얘기는 나는 잘 몰라. 그렇게 셀리씨가 지크를 데려오고 나서 레이븐이 지크를 보호하게 되었거든. 셀리씨가 외국으로 출장을 가게 되어서.」

「저기..」

저는 조심스럽게 사장님의 얘기를 끊었습니다. 사장님은 왜? 라고 물어오셨습니다.

「레이븐이라는 분은, 누구신가요?」

「아아- 내 친구. 라고 해도 나보다 8살이나 연상이지만 말이야. 일단 의사야. 지금 행방불명이 되어서 나중에 만날수 있게 될거야.」

「해, 행방불명이요-!?!」

「응응, 레이븐은 가끔씩 혼자서 멋대로 행방불명될때가 있어. 뭐, 그래도 며칠 있으면 돌아오던데 요번에는 꽤나 오래 걸리나 보네.」

그, 그렇게 태연하게 말할 이야기가 아닌 것 같은데요..!

============================ 작품 후기 ============================

제가 바빠서 사장님의 이야기는 다음편에 이어집니다 ㅜㅜ 아이고 시험기간이에요 아이고 아이고..

그나저나 셀리와 레이븐을 만나서 지크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될텐데. 그 전에 한 사건이 터질거에요. 아이고.. 스포함.

랄까 이야기 하나 들으려고 린나를 아쥬 뺑뺑이 시키는 군요. 후후 나는 나쁜 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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