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21화 (2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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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행복해지는 방법

    지금도 간간히 떠올리고는 한다. 그때의 첫 만남을.

    나의 엄마는 나와 같은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실험체가 아닌, 제 2세대로 사람들이 나를 보면서 능력의 유전 가능성을 얘기하고는 했지만.. 그것은 결국 부모의 능력과 자식의 능력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으로 판명이 나서, 나는 그저 우연의 일치로 엄마와 능력이 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엄마와 나와 아빠는, 회사에서 좀 많이 떨어져 있는 큰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다. 엄마는 능력을 이용해서 능력있는 심리학자로, 아빠는 비능력자였지만 건축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었다.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지 않은 행복한 일상이였다.

    나는 자주 엄마가 소속되어 있는 oraTio로 놀러가고는 했다.

    「마리~ 안녕!」

    「마이렌!」

    흰 눈꽃처럼 새하얗고 포근포근한 마이렌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파묻으면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뭔가 향긋한 향기도 솔솔 풍겨 오는 것 같았다.

    「또 놀러왔구나? 오빠랑 같이 놀까?」

    「오빠 아니잖아, 아저씨잖아!」

    「으엑, 아니야! 아직 20살밖에 안됬는데 무슨 아저씨야.」

    「그치만 어른이니까 아저씨 아니야?」

    그때의 나는 이런 엄청난 착각을 하고 있었다. 이 착각때문에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겠지. 나는 그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마이렌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이렌은 끄응 하는 신음을 내면서 힘없이 웃었다. 그 표정은 아직까지 생생하게 기억에 떠오른다.

    「마리인가.」

    「아.. 안녕하세요.」

    마이렌의 뒤에서 그림자를 드리우며 나타난 것은 사장님이였다. 항상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었으니까 나는 꽤나 이때의 사장님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가 사장님에게 잘 인사해라고 했으니까, 나는 어쩔수 없이 그냥 인사를 했을 뿐이였다.

    사장님은 내 인사를 받고도 그대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나는 그것에 조금 삐져서 볼을 부풀렸다. 마이렌은 그런 나를 보고는 양 손바닥으로 내 볼을 지긋이 누르면서 말했다.

    「후후, 귀여워라.」

    내가 마이렌이 볼을 자꾸 누르는 것이 싫어서 바둥대고 있는데 사장님이 낮고 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이렌.」

    마이렌을 부르는 것이였다. 마이렌은 곤란한 표정으로 사장님을 바라보더니, 곧 그대로 나에게로 고개를 돌려서 미안하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 마리랑 놀아주려고 했는데 오빠가 바빠서 오늘은 잘 안될것같네.」

    「으응, 아니야.」

    「착한 아이구나.」

    마이렌은 웃으면서 나의 머리를 상냥한 손길로 쓰다듬어 주고는, 그대로 사장님과 함께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의 뒷모습을 한참 지켜보고 있다가 빠른 걸음으로 그 자리를 떠났다.

    사실 마이렌 뿐만 아니라 oraTio에는 나와 놀아주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그래서 나는 항상 이곳에 오고 싶어한 것이고.

    예를 들어서.

    「마리! 오랜만이야~ 요즘 왜이리 안온거야 우리 귀염둥이!!」

    레인이 격렬한 반응을 보이면서 나에게로 달려와서 나를 껴안고 마구 흔들어댔다. 꽤나 어지럽긴 했지만 나는 그런 레인이 싫지 않았기 때문에 웃으면서 잠자코 있었다.

    「무슨 고릴라가 뛰어가는 것 같네.」

    그리고 그 뒤에서 비웃음을 날리면서 말하는 것은 제이슨.

    「너 뒤지고 싶냐?」

    「왜그래, 난 사실만을 말했을 뿐이잖아?」

    그러면서 두사람은 서로를 꽤나 무서운 눈빛으로 한참을 노려보았다. 레인과 제이슨은 항상 이런식으로 싸우면서도 언제나 함께 다닌다. 내가 생각하는 최대의 미스테리 중 하나였다.

    「둘다 그만싸워.」

    「봐봐 마리가 너보고 그만하라잖아!」

    「뭐래 이 히스테리 할망구가.」

    「뭣 할망.. 너 진짜 나랑 싸워보자는 거지?!」

    레인이 크왕 하면서 제이슨에게 달려들어서 서로 머릿채를 쥐어뜯으면서 싸우기 시작했다.

    내가 기껏말리려고 끼어들었는데 그 행동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나는 두 사람을 보면서 후우 하고 한숨을 쉬었다.

    「레이븐 못봤어?」

    「뭐? 레이븐은 왜?」

    「심심하니까, 가고 싶은걸.」

    오랜만에 갑자기 레이븐이 보고싶어진 내가 말을 꺼냈다. 그러자 레인이 생각하는 사람같은 포즈를 취하더니 말했다.

    「아아, 출장갔다고 들었어.」

    「아쉽네.」

    「그리고 레이븐 그사람은 의사주제에 공기가 탁한곳에서만 지내서.. 마리 건강에 안좋으니까 잘 가지 않는게 좋아!」

    나는 레인의 말을 곰곰히 생각하다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건 레이븐이 있으니까 괜찮아!」

    「어머, 그건 그렇네.」

    내 말에 레인이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레이븐의 옆에 있으면 병에 걸릴 걱정도, 다칠 걱정도 없다. 이곳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 중 하나였다.

    「그럼 식당에 갈래.」

    「그래? 우리 둘은 이제부터 일하러 갈거야. 나중에 보자.」

    레인과 제이슨이 나에게 손을 흔들고 점점 멀어져 간다. 나도 그런 두 사람을 뒤로 하고 식당으로 달려갔다.

    「엄마아!」

    「어머, 마리 왔니?」

    나는 곧장 엄마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으음, 좋은 냄새.. 엄마의 품에서는 언제나 꽃 향기가 풍겨져 온다.

    「마리는 어리광쟁이구나.」

    엄마가 새하얗고 부드러운 손길로 나의 머리를 쓰담쓰담, 해주었다. 헤헤, 너무 좋아. 엄마!

    「마리, 오랜만이네. 맛있는 거 줄까~?」

    「베스테에~」

    나는 옆에서 들려오는 낯익은 목소리에 엄마의 품을 벗어나서 다시 베스테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베스테의 새하얀 옷에 한동안 얼굴을 부비부비하고, 베스테의 얼굴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어라?」

    「왜그러니?」

    「베스테, 머리 빠졌어.」

    확실히 그랬었다. 베스테의 갈색 머리카락들이 어느새 많이 줄어있어서, 전체적으로 홀쭉한 인상을 주고 있었다.

    「많이 빠졌어?」

    「응.」

    「하하, 이러다가 대머리가 되어버릴지도 모르겠는걸.」

    베스테가 웃으면서 하는 말에 나는 베스테의 대머리 모습을 생각하고, 같이 신나게 웃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뭐 줄까? 케이크?」

    「딸기! 딸기 위에 있는 케이크가 제일 좋아~」

    「그럼 생크림 케이크를 만들어 줄테니까 기다리고 있으렴.」

    베스테가 상냥한 목소리로 속삭이듯이 말하자, 나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베스테가 만든 요리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 헤헤.

    그리고 나는 다시 엄마의 옆으로 가서 엄마가 앉아있는 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그러자 엄마가 고개를 돌려서 나를 바라보았다.

    「마리, 엄마 내일 좀 바쁠것같아.」

    「왜에..?」

    엄마가 바쁜것은 싫다. 왜냐하면 나는 엄마랑 같이 있는 것이 너무나도 좋았기 때문이다. 엄마는 나랑 함께 종이접기를 하거나, 어디에 같이 놀러나가거나, 요리를 가르쳐 주는 등의 많은 것들을 해줘서 엄마랑 있으면 절대 지루하지 않았는데..

    엄마가 없으면 굉장히 지루했다.

    「이웃 회사 알지? Diara라고.」

    「응, 사장님이 말하는 거 들었어.」

    「Diara 소속의 한 실험기관에서 다른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자가 필요한가봐. 근데 Diara에는 그런 능력자가 없대. 그래서 엄마가 가주기로 했어. 그래서 내일은 좀 바쁠것같아. 미안해.」

    「괜찮아.」

    엄마의 잘못은 없다. 조금 지루할 뿐이고, 못 참을것도 없었다. 다른 모두와 함께 놀면 되는 것이니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음날이 되었다.

    후두둑. 하고 비가 내리는 소리에 나는 눈을 떴다. 아직 졸린 몸을 이끌고 눈을 비비며 창문을 열어보니 예상대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

    「마리, 일어났니?」

    거실로 나가보니 엄마가 식탁에 토스트를 놔두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준비하렴. 마리는 회사에 있을거지?」

    「아빠는..?」

    「아빠도 오늘 바쁘셔서, 마리 혼자 집에 있을 수는 없으니까.」

    그렇게, 나는 엄마의 차를 타고 oraTio로 가게 되었고. 엄마하고는 oraTio의 바로 앞에서 인사를 했다. 엄마의 빨간색 자동차가 점점 멀어지고 나를 마중하러 온 레인이 말했다.

    「자, 이제 들어가자.」

    「응.」

    그렇게 한참을 레인과 제이슨이랑 같이 보드게임을 하면서 식당에서 시간을 때우고 있을때, 갑자기 쿵쿵 하는 거친 발소리가 들려왔다.

    「사장님은 어디있죠!?」

    「어..엄마..?」

    나는 갑작스런 엄마의 등장에 보드게임이 내 차례인지도 모르고 벌떡 일어났다. 그런데, 엄마는 어째서인지..

    울고 있다..?

    엄마는 나와 똑같은 상대방을 꿰뜷어보는 듯한 신비한 눈에서 보기 힘든 눈물들을 방울방울 떨어트리면서, 큰 목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엄마아..」

    나는 엄마가 걱정되서 엄마에게로 바로 달려갔다. 엄마는 나를 보고는 눈물을 쓱 닦더니 말했다.

    「아, 아무것도 아니란다. 미안해, 지금.. 엄마는, 조금 바빠서. 나중에 만나자?」

    엄마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말했지만 엄마의 목소리에는 확실하게 울음기가 섞여있었다. 그리고 건너편에서 사장님이 모습을 드러내자 엄마는 바로 사장님에게로 걸어가버렸다. 그리고 나는 그저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무슨일이냐는 제이슨의 말을 뒤로하고 엄마를 뒤쫓아 달려갔다.

    사장님의 사무실에서, 엄마는 무언가를 열심히 외치고 있었다.

    「막아야 해요!!」

    「하지만 셀리. 자네도 알다시피 그곳은 Diara의 관할이다.」

    「그.. 그 사람들은.. 죄책감도 없이.. 그렇게 어린 아이를.. 흐흑.. 흑..」

    엄마는 무엇이 그리 슬픈지 계속해서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엄마에게 도대체 무슨일이 일어났던 걸까. 나는 불안해졌다.

    「저는 무슨일을 해서라도 그 아이를 이쪽으로 데려올거에요!! 제발, 제발 사장님도.. 도와주세요..」

    문틈으로 살짝 본 것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엄마의 처음 보는 모습이였다.

    그리고 며칠동안 엄마는 엄청나게 바빴다. 그래서 내 옆에 있어주지를 못해서,나는 서운한 느낌과 함께 뭔가 화가 나는 느낌이었다.

    도대체 뭐가 이렇게 엄마를 바쁘게 하는거야! 하는 느낌.

    그리고 마침내 엄마가 다시 oraTio로 다시 돌아왔을 때, 나는 힘껏 달려갔다. 힘껏 달려가서 엄마의 품에 안겨야지! 하고 기쁜 마음을 잔뜩 품고.

    그런데 엄마랑 마주쳤을 때에는, 어째서인지 엄마는 처음 보는 남자아이와 함께였다.

    「에...?」

    당황한 나와 달리 엄마는 매우 상냥한 눈길로 남자아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남자아이를 슥 흝어보았다. 그리고 느꼈다.

    작다...

    굉장히 작은 아이였다. 나보다 키가 작았으니까. 행동하나하나가 잔뜩 겁먹은 듯했고, 어째서인지 작게 떨고 있었다. 눈동자에는 빛이라고는 보이지 않았으며 피부는 마치 흡혈귀를 보는 것 같이 희었다.

    엄마는 남자아이의 그라데이션같은 신기한 머리카락을 만져주며 말했다.

    「마리, 인사하렴. oraTio의 새 식구란다.」

    「에..? 누구..?」

    엄마가 인사하라고 했지만 나는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남자아이는 눈만 굴려서 나를 살짝 쳐다보았을 뿐, 곧 그대로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아.. 이름은 지크 레비어스라고 해. 이런 아이이니까, 잘 돌봐주어야 한다?」

    엄마는 그렇게 말했지만, 그렇게 말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왜냐하면 이렇게 갑작스럽게 나타나서, 그것도 우리 엄마 손을 잡고 나타난 아이랑 갑자기 친해질 수 있을리가 없잖아!

    「에? 뭐야?」

    순식간의 모두가 우리엄마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남자아이 지크는 모두의 관심 대상이 되는것이 뭐가 그리도 무서운지 덜덜 떨고 있었다. 그걸 보고 순간 애처로워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곧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나는 생각을 바꿨다. 쟤가 우리엄마를 바쁘게 한 원인일지도 모른다. 고.

    엄마는 나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사실은 우리의 가족으로 삼을려고도 했었는데, 저 아이가 그건 싫다고 해서.. 적어도 우리집에서 함께 지내자고도 해봤지만 그것도 싫다고 하지 뭐니?」

    「그, 그게 뭐야..」

    그때 엄마의 눈이 빛났다. 아무래도 나의 마음을 읽은 듯 하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미안하다, 마리.. 하지만 엄마는 마리를 제일 사랑한단다. 그저 저 아이가 너무나 가엾고 슬픈 일을 당해서.. 그저 도와주고 싶을 뿐이야.」

    나는 엄마의 말을 이해했다. 하지만 뭔가 아직도 조금 불편한게 있는지 나는 조금 부루퉁해졌다. 도대체 무슨 사정이라는 거야? 나는 지크에게 다가갔다. 지크는 나를 보고는 움찔 하면서 어깨를 추욱 늘어트렸다.

    어떤 사정을 가지고 있는지 봐야겠다고 생각하여, 나는 능력을 발동하였다.

    그리고, 지크의 마음을 읽어버린 나는 어째서인지 곧바로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지금도 기억한다. 지크의 마음속이

    앞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의 어둠으로 꽉꽉 채워져 있었다는 것을. 나는 그것을 봐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무서워서 울어버리고 만 것이다.

    그 이후로, 나는 지크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많이 고민하고 망설였으나 그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지크는 그쪽에서 먼저 다른사람을 만나는 것을 피하고 있었다. 늘 틈만나면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있고, 음식을 가져다주지 않으면 식당에 와서 먹지도 않았다. 어쩌다가 엄마가 지크의 손을 잡아서 데리고 나오면 마치 어미를 잃은 동물처럼 겁먹은 눈빛으로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눈에 띌 정도로 덜덜 떨고만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나도 지크가 꽤나 불쌍해보여서, 그때부터는 나름 잘 대해주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곧 어째서인지 말을 한마디도 안하는 그 아이는 점점 내 머릿속에서 지워져가고 있었다.

    지크가 머릿속에 콕 박혀버린것은 내가 15살 때였다.

    복도에서 지크와 마주친 것은 우연이었다. 정말로 우연한 만남. 그때까지도 지크는 자신의 방에서 폐인처럼 살고 있어서 얼굴을 못본지가 한참 될 때였다. 그래서 나는 지크를 만나고 내 눈을 의심했다.

    「에? .. 너, 너... 지크.. 맞아?」

    내가 믿기지 않는듯한 목소리로 말하자 지크는 나를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지크의 입장에서는 갑자기 본인보고 그런소리를 하니 이상하게 보였을 것이다.

    내가 놀란 이유는.. 지크의 외모 때문이였다.

    지크는 분명 13살때만 해도 키가 143cm정도밖에 안돼 고민하고 있던 나보다 작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라? 나도 꽤나 많이 자라서 벌써 반올림하면 160cm이 되는데, 지크는 그런 나를 훌쩍 뛰어넘고 있었다. 아니, 분명 남자들은 키가 급격하게 자란다는 것은 책에서 읽은적이 있지만, 가능한거야?! 2년만에 이렇게나 크는게!

    거기다가 외, 외모도.. 아니, 지크가 이렇게 잘생겼었던가? 그런거 분명, 못느꼈다고?! 동글동글하던 귀여운 어린 얼굴은 어디가고, 뚜렷한 이목구비와 날카롭고 아름다운 금빛의 눈. 그리고 윤기가 흐르는 그라데이션같이 위쪽에는 연한 갈색인데, 아랫쪽에는 진한 갈색의 머리카락이 완벽하게 어우러져서 정말,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뭐, 뭐야 왜 또 가슴은 두근거리는건데! 나는 당황해서 바둥거렸다. 이, 일단 이대로 있으면 어색하니 말을 걸어봐야 겠다고 생각해서 나는 급히 말을 걸었다.

    「자, 잘.. 지내고 있어...?」

    바, 바보같아!! 엄청 바보같아 나!! 뭐야 이 질문은!! 속으로는 이미 멘탈이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애써 평정을 유지하는듯이 보일려고 엄청 노력했다.

    「...」

    지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예의상 끄덕여준 것이겠지만, 나름 안심이 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런가.. 보기에도 별 탈은 없어보이니까. 나름 적응 했구나..

    「뭔가 불편한 점이 있으면 마, 말해.. 도와줄 수 있으니까..」

    나는 지크의 얼굴을 도저히 쳐다볼 수가 없어서 땅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이미 내 머릿속은 엉망진창이 되어버려서 말이 꼬이는 것은 물론 더듬기까지 했다. 아아아...

    그런데 뭔가 이마에 차가운 느낌이 들어서 나는 고개를 들었다.

    「에?」

    눈앞에 보이는 것은, 차가운 콜라 캔을 내밀고 있는 지크.

    「주, 주는거야..?」

    지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나는 머뭇거리며 그것을 받았다. 지크가 잡고 있던 곳을 살짝 잡아보니, 조그마한 온기가 느껴졌다. 눈길을 돌려서 지크가 들고있는 비닐봉지 안을 살짝 보니.. 우와, 정말로 콜라캔들만이 가득. 탄산을 좋아하는 건가..?

    지크는 나에게 콜라를 주고나서 그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의 뒤에다 대고 소리쳤다.

    「코, 콜라 너무 많이 마시면 몸에 안좋아..!」

    내 말에 지크는 살짝 뒤를 돌아보더니, 눈 뿐이지만. 눈웃음을 살짝 지었다. 그리고 나는 그 웃음에 내 심장이 쿵! 하고 격렬하게 뛰는 것을 느껴버렸다.

    그래, 느껴버린 것이다.

    ============================ 작품 후기 ============================

    다음편은 린나의 시점으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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