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20화 (2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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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행복해지는 방법

    그 날 이후로, 저로서는 이유를 잘은 모르겠지만.

    지크씨가 바뀌셨습니다.

    아니, 바뀌셨다고 하는것은 너무 과장일까요? 조그마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어쨌든!

    하지만 저로서는 나름 기쁜일이였어요. 왜냐하면 지크씨의 변화가 나쁜쪽이 아닌 좋은쪽. 긍정적이였기 때문이지요. 지크씨는 저에게 점점 마음을 열고 계셨습니다. 저 혼자 그렇게 느끼는 거긴 하지만. 그래도 기쁜것은 어쩔수가 없는거에요.

    변화 중 몇가지를 말해보자면, 예전에 혼자 걸어가다가 지크씨와 만났을 때에는 서로 간단한 인사만 하고 헤어졌어요. 하지만 그 날 이후로 지크씨는 저와 만나게 되면 바로 저와 같이 다니셨습니다. 이러니까 마치 친구같은 느낌이라서, 좋아요 헤헤.

    그리고 두번째는 지크씨가 확실하게 자신의 감정이나 말을 잘 표현하시게 되었습니다. 이게 제일 좋은 변화에요. 물론 말은 아직도 전혀 하시지 않지만, 화이트보드나 수첩으로 지크씨는 그 귀여운 글씨체로 자신의 마음을 잘 전하셨습니다.

    세번째는 으음- 잘 웃게 되셨다는 것이려나요. 웃으면 몸에 좋다고도 하지요? 웃는 사람도, 그걸 보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지니까 모두들 잘 웃도록 해요!

    그런데 이런 변화가 많은 분들은 신기했나 봐요. 많은 분들이 찾아오셔서 저에게 질문을 던지셨는데, 전부 내용이 똑같아서 신기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아까만 해도 타무라씨가 제 앞에 의자를 끌어와서, 거기에 턱 걸터앉으시면서 도무지 알수없다는 듯 눈가를 찡그리면서 물어오셨습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뭐라고 대답을 해야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았어요. 그야..

    정말로 아무것도 안했지 않나요! 음, 만약 아무것도 안했는건 아니라고 해도.. 저는 정말로 딱히 한 일이 없습니다. 아니면 혹시 제가 기억을 못하고 있는 것일까요? 어쨌든 타무라씨에게는 제 생각대로 솔직하게 얘기했었습니다.

    「딱히 아무것도 안했답니다.」

    「거짓말!」

    「네!?」

    제가 대답한지 1초도 안되서 거짓말로 몰아가는 타무라씨.

    「어째서인가요!?」

    저는 타무라씨의 그런 반응이 꽤나 당황스러워서 불안정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그러자 타무라씨는 휙 하고 몸을 뒤돌으시더니, 불만스러운 듯한 목소리로 얘기하셨습니다.

    「그야- .. 그 녀석, 내가 oraTio에 처음 올때부터 이곳에 있었는데. 지금까지 이런적은 한번도 없었단 말이야.」

    「에? 타무라씨는 언제 이곳에 오셨나요?」

    「11살. 그때 그녀석은 15살이였지.」

    아무래도 타무라씨가 말하는 '그녀석'은 지크씨를 뜻하는 것인 듯 했습니다. 분명 어감이 좋은 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왠지 타무라씨가 그리 말하시면 친근한 느낌이 드는것은 왜일까요?

    그나저나 타무라씨가 11살, 지크씨가 15살.. 별로 상상이 안되네요.

    「예전에는 정말로 앞뒤가 꽉 막힌 녀석이라서, 최근들어서 꽤나 나긋나긋해졌길래 모두들 이걸로도 꽤나 큰 변화라면서 만족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갑자기, 린나 너가 오자마자.」

    「에? 소녀 때문인가요?」

    「그럼 달리 누가 있겠어?」

    그 말도 맞네요. 하지만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소녀는 잘 모르겠는걸요. 지크씨가 예전에 어떤모습이셨는지.」

    「하긴 그렇겠지.. 사실 나도 별로 보지는 못했으니까. 하지만 별로 보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잘 알수 있었어. 정말로 그런 오오라를 뿜고 있었으니까. 」

    「오오라?」

    「왜, 그런거 있잖아. 가까이 오지마! 라는 느낌의 녀석들. 그녀석은 그런것이 확실히 드러나는 녀석이여서 말이야.」

    저는 타무라씨의 말을 이해하고 손뼉을 쳤습니다. 확실히, 그런 분들이 계시지요. 굳이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하지는 않아도, 상대의 접근을 거부하는 듯이 보이는 분들이 말이에요.

    「내가 본 걸로는 처음이라고.」

    「뭐가 말인가요?」

    「그 녀석이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는 거.」

    에? 그것은 그것은 또다시 처음 듣는 이야기.

    「다른 분에게 관심을 가지시지 않으셨나요?」

    「거의. 다른사람이 뭘 하던 간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던 녀석이였지. 그때 내가 어려서 겁없이 몇번 달려든적이 있었는데. 깔끔하게 무시당해서 꽤나 상처가.. 아, 아아아아!! 이 이야기는 취소!!!」

    타무라씨가 거침없이 이야기를 이어가시다가 갑자기 몸이 공중으로 펄쩍! 뛰어오르면서 얼굴이 빨개지신 채 손바닥을 좌우로 흔들면서 소리치십니다.

    「타무라씨 덕분에 흥미가 생겼어요!」

    「으..응? 뭐가?」

    「지크씨가 어떤 분이신지 말이에요.」

    제 말에 타무라씨는 머리를 긁적거리십니다.

    「아아.. 하긴, 처음온 사람들은 전부 그렇더라.」

    「네?」

    저는 타무라씨의 뭔가 의아한 말에 고개를 갸웃 했습니다.

    「이곳 oraTio에 처음 온 사람들은 전부 그랬어. 전부 그 녀석에게 관심과 흥미를 가졌지.」

    순간, 제 머릿속에서 브라이엇씨의 말들이 스쳐지나갑니다. 어..?

    「타무라씨, 그게 무슨.. 무슨 말인지?」

    「아아! 미안.. 그게, 나도 그건 어쩔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 그녀석, 과묵의 정도를 넘어섰으니까.. 금방 흥미가 떨어져도 어쩔수 없는 일이라고..」

    한마디로 그거군요.

    아마도, oraTio에 처음 오신 분들. 저같은 신입 분들은 처음에는 전부 지크씨에게 흥미를 가졌습니다. 지크씨에게는 왠지 모르게 끌리는 그런 느낌이 있어요. 신비로운 매력.. 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네요. 굉장히 잘생기신 점도 있고. 하지만 지크씨의 말을 전혀 안하시고, 과묵한 성격때문에 점점 흥미를 잃어가서..

    「그래서 결국은 모두가..?」

    제가 의문형으로 말하자 타무라씨는 한숨을 픽 내쉬시더니, 제 말을 이으셨습니다.

    「흥미도 잃었으니까 별로 상관 안한다. 라는 느낌.」

    .. 아마도, 당연한 것일겁니다. 당연한 거에요. 흥미가 사라진 것에 계속해서 관심을 가질 필요는 없을 거니까요. 저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절대로 나쁜 것은 아닐테지요.

    그럼 지크씨에게는, 어떻게 느껴지는 것일까요?

    그저 모두가 자신의 외모같은 겉모습만 보고 다가와서, 자신에게 흥미를 잃고 떠나가버린다..

    그런건 꽤나, 슬프네요. 혹시 지금까지 아무도 지크씨의 마음을 헤아려 주지 않았다거나.. 아니, 그건 아닐거에요. oraTio에는 적어도 그러실 분은 없다고 저는 믿고 있어요.

    아니, 그렇다면 혹시..?

    「그러고보니 마리랑은 꽤나 친했었지.」

    「네?」

    「그 녀석 말이야. 마리의 엄마가 그녀석이 oraTio에 오게 된 이유같은 거라서 친하다고 들었는데?」

    마리씨.. 그러고보니, 항상 마리씨가 지크씨를 바라보는 눈빛은 뭔가가 달랐었죠.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는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저는 이곳에 있습니다.

    '아마도' 사장님의 사무실.

    ... 네, 아마도...

    저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습니다. 아야야, 목이 조금 따갑네요. 나름 잘 찾아왔다고 생각하는데, 만약에 문을 열었는데 이곳에 전혀 다른 곳이면 어떡하지요? 굉장히, 굉장히 뻘쭘하고 민망할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전에도 말했듯이 인간의 발전에 가장 영향을 준것은 개척심! 모험심이라고 하니까요! 저는 용기를 내서 문을 열려다가 흠칫 멈춰 섰습니다.

    마, 마리씨.. 바쁘시면 어떡하지. 분명 사장님의 비서라고 하셨으니까, 엄청나게 바쁘시다고 들었는데. 이런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를.. 아니, 중요한가? 자.. 잘 모르겠네요. 어쨌든 이 이야기를 별로 지금 할 필요는 없는 것 처럼 보이는데.. 으, 으음..

    저는 굉장히 고뇌를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래요! 이번 한번만 뻔뻔하게 얼굴에 철판을 깔고 들어가기로!

    하지만 현실은 아주 살짝 문을 열고 문틈으로 얼굴을 내밀어서, 작은 목소리로 마리씨를 부르는 것이였습니다.

    「마, 마리씨 계신가요...」

    한동안 잠잠해서 아무도 없나 싶어서 문을 전부 다 열려고 하는데, 안쪽에서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어라? 이 목소리는.. 린나양?」

    「마리씨! 계셨네요.」

    저는 마리씨가 계신 다는 것을 알고 안심하며 들어갔습니다.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사장님께서는 보이시질 않네요.

    「사장님은 안계시네요?」

    「네, 외출했어요.」

    마리씨는 저를 보고 이쪽으로 걸어오셨습니다. 그런데 어라? 마리씨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개의 목에 거는 목줄이였습니다. 이곳에 개라도 있는 것일까요? 한번도 본 기억이 없는데.

    「그 목줄은..」

    「사장님 훈련용이에요.」

    「아 그렇구....네!?!」

    저는 하마터면 그렇군요 하고 수긍할 뻔했습니다. 사장님 훈련용이라니!! 무슨뜻이에요 그게! 뭔가! 아주 위험한 뜻인것 같은데요!!

    「사장님이 자꾸 일을 빼먹어서 말이에요. 안되겠다 싶어서 이렇게 매달아서.. 일을 다 할때까지 못나가게 하는거에요.」

    「마리씨, 무서워..」

    「후후, 그런데 이게 꽤나 효과가 있더라구요? 사장님, 능력은 꽤 좋아서 벌써 일을 다 끝내버려서~ 저도 조금은 한가하겠네요.」

    그렇게 말하는 마리씨는 정말로 기분이 좋아 보이셨습니다. 미소를 생글생글 짓고 있으셨으니까 말이에요. 사장님이 앞으로 좀더 일을 열심히 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무슨 용건이 있나요?」

    「저기..! 그, 그게.」

    저는 막상 마리씨 앞에 서자 왜인지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으에? 서, 설마 긴장한 것일까요? 후우, 침착합시다. 별로 긴장할 일도 아니니까 말이에요. 후우, 후우-...

    「저, 저기 마리씨는 지크씨와 친하시다고 들었는데..」

    그런데 어라? 저의 말을 듣자마자 마리씨의 얼굴이 화악-! 하며 순식간에 빨개집니다. 그러더니 마리씨의 목소리에, 어쩐지 당황한 느낌이 섞여있었습니다.

    「치, 치, 친.. 친, 친해요.. 아, 아마도.. 그.. 그게, 엄마.. 엄마가.. 지크를 데려오셨..으우..」

    마리씨, 엄청 당황하셨습니다. 제 잘못인걸까요? 저는 일단 마리씨를 진정시켜드렸습니다. 마리씨의 얼굴에는 아직도 홍조가 남아있었어요.

    「그, 그게.. 제가 13살 때 엄마가 처음 지크를 이곳으로 데려오셨는데, 아무래도 그때부터 알게됬고.. 지, 지크도 저의 엄마를 무척 좋아했으니까..」

    「마리씨의 어머님..」

    마리씨의 방에 있단 사진의 그 분 말씀이시군요? 정말로 아름다운 분이셨지요. 그런데 에? 지크씨가 마리씨의 어머님을 좋아해? 오늘은 새로 들은 얘기로 제 머릿속에 가득 이네요.

    「지크와 엄마에 대한 자세한 것은 저도 모르지만.. 우.」

    마리씨는 고개를 푹 숙이셨습니다.

    「마리씨, 얼굴이 빨개지셨어요..」

    「아, 아니에요! 절대로! 절대로 그런건 아니니까요!!」

    제가 뭐라고 말하지도 않았는데 마리씨는 저를 붙잡고 소리치셨습니다. 저는 영문을 몰랐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끄덕 하였습니다. 그러자 마리씨는 안심하셨는지 자신의 달아오른 뺨을 탁탁 두드렸습니다.

    「그러고보니 어떻게 한거에요..?」

    「네?」

    「지크 말이에요, 지크 .. 그런 모습은 저도 처음 봤단 말이에요.」

    어라라, 마리씨도 타무라씨와 똑같은 얘기를 하시네요.

    「별로 소녀는 아무것도 안했답니다.」

    「거짓말.」

    「네!?」

    그리고 타무라씨와 똑같이 부정당해버리고 말았어요. 아아

    「그, 그래서.. 사람들이 지크씨가 달라지셨다고 해서. 그 말의 뜻을 소녀는 잘 모르겠어서.. 그래서 지크씨와 마리씨가 친하시니까, 마리씨에게 옛날의 지크씨에 대해서 물으로 온거에요!」

    말했다! 저는 드디어 말이 안꼬이고 말한 것에 대한것에 기쁨을 느꼈습니다.

    「아, 아하.. 그래서 이곳에 왔군요.」

    「네.」

    다행히도 마리씨도 잠시 시간을 낼 수 있으셔서, 저는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되었습니다. 운이 좋았네요. 예전부터 저는 운 하나만큼은 굉장히 좋았답니다.

    마리씨는 차를 갖고 오셨습니다.

    「린나는 커피를 못마신다고 하니까, 코코아로.」

    「가.. 감사해요.」

    마리씨가 주신 코코아를 마시려고 컵을 잡았으나, 뜨거워서 금방 놔버렸어요.

    「그러고보니, 벌써 7년 전 이야기네..」

    마리씨의 나지막한 과거의 회상과 함께, 마리씨의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 작품 후기 ============================

    다음편은 마리의 짧은 과거 회상입니다.

    과거회상이 쭈욱- 이어지는 것이 아닌 드문드문 이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정신이 복잡할 수도 있습니다. 거기에다가 마리의 회상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인물의 회상이 이 편에 들어가고, 또 중간에 많은 사건들도 터지기 때문에 엄청 긴 에피소드가 될 듯 합니다.

    으아, 사실 제가 소설은 즉석으로 쓰는 편이고.. 그저 대강 스토리만 상상해서 머릿속에 담고있다보니 복잡하네요.

    재밌게 읽으셨다면 추천과 코멘트 꾸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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