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18화 (18/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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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행복해지는 방법

    「어라, 모두들 안녕하세요.」

    저는 레인씨를 따라간 곳에서 사장님과 마리씨를 보고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습니다. 사장님은 사무실 의자에 편하게 기대어 앉아계셨어요.

    「린나양, 오랜만이네. 그동안 잘 지냈나?」

    「네, 덕분에.」

    「뭔가 불편한 점은 없었고?」

    「없었답니다.」

    그런데 저의 대답에 사장님은 아무말 안하시더니, 곧 작게 내뱉었습니다.

    「쳇.」

    「뭐가 쳇이에요!」

    그와 동시에 마리씨가 사장님의 머리를 때립니다. 호오! 사이좋아 보이시네요!

    「그치만 불편하다고 한다면 이 회사를 마음대로 개조할 수 있는데!!」

    「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요? 만약 불만이 있다고 한다면 그건 사장님에 대한 불만이겠지요.」

    사장님이 싫은 소리를 내자 마리씨는 사장님의 머리를 잡아당깁니다. 라고 해도 종이봉지랑 같이 잡아당기는 거지만요. 대체 저 종이봉지는 정체가 뭐일까요? 스타킹처럼 쫙쫙 늘어나는 듯한 착각을 주고 있는 저 종이봉지는!

    「너무해-! 마리는 차가워-!」

    사장님이 울먹거리는 소리로 소리치십니다. 보다못한 레인씨가 그 둘을 말렸어요.

    「자 자 그만하고, 본론으로 넘어가지 않을래.」

    역시 레인씨! 멋지셔요. 이런것을 카리스마라고 하는 것일까요? 저는 잘 모르겠지만, 왠지 이중에서 레인씨가 제일 연장자인 듯한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하지만 나이로 추측한다면.. 역시 사장님이 제일 연장자이실 까요. 사장이니까요!

    마리씨는 고개를 끄덕이시고는 바로 섰습니다. 단정하게 서있으시니 마리씨의 아름다움이 더 잘 드러나는 것 같아요. 몸도 굉장히 날씬하시네요. 왠지 마리씨는 자기관리가 투철하신 분 같은 느낌이에요. 사장님도 의자에 바로 앉으시자, 꽤나 사장님이라는 이미지에 맞는 위엄이 조금 풍겨왔습니다.

    ... 종이봉지만 빼고요.

    「린나야, 너의 가족관계는 부모님 둘다 없으시고, 그리고 형제도 없는 것 맞지?」

    「네.」

    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어떻게 아시는 걸까요 이런것은. 신기하네요.

    「그리고 사는곳은 굉장히 작은 시골마을. 거의 어르신들밖에 없으시더라고.」

    「네 맞아요, 10살 때 어머니께서 돌아가셔서, 어르신들께 신세를 지고 있었어요.」

    굉장히 한가롭고 평화로운 마을이였습니다. 그리고 모두들 좋은 분이셨지만..

    오히려 나쁜것은 저였어요.

    잠시 눈을 감고 그때의 추억을 되돌아봅니다. 추억이라고 할 것도 없지만 말이에요. 사실 지금으로서는 그때가 잘 기억이 나지 않아요. 바로 몇주일 전의 이야기인데도. 제가 그때 정말 정신이 없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아아 그래요. 저는 그때,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고 살고 있었어요.

    「린나야?」

    제가 살짝 멍한것처럼 보여지자 레인씨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저를 불렀습니다.

    「아, 아니에요! 계속하세요.」

    잠시 정신을 놓아버렸네요. 이런 실례를! 제가 고개를 저으면서 귀를 활짝 열도록 노력하자 레인씨는 다시 이야기를 이으셨습니다.

    「알아보니까, 그 실험 있잖아. 실험관계자들은 아직 한국에까지 손을 댄 적은 없다고 해.」

    「손을 대..?」

    「그러니까 아직 한국에는 실험체가 없다는 뜻이야. 이제 곧 한국인을 대상으로 실험자를 모집하려는 계획은 있다고 하지만.. Diara에도 물어봤지만, 역시 똑같은 대답이였어.」

    「그 말은?」

    사장님이 끼어드셔서 이야기를 정리하는 것을 요구합니다.

    「린나는 실험을 당하지 않았다. 라는 거죠.」

    「소녀, 실험을 당하지 않았나요?」

    「그래, 일단 추측이긴 하지만 그래.」

    왜일까요,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이곳에 계시는 실험을 당하신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저는 제가 실험을 당했다면 어쩌나 하고 걱정하고 있었거든요. 이기적이긴 하지만, 인간의 당연한 마음이라고 자기 스스로를 위로해봅니다.

    「그렇다고 하면..」

    마리씨의 눈동자가 커졌어요. 놀라신 걸까요? 무엇에 놀라신 걸까요.

    「린나는 타입 B라는 거지.」

    타입 B? 이것은 또 새로 듣는 단어에요.

    「타입B라는 것이 뭔가요?」

    저는 곧바로 물어보았습니다. 그치만 궁금한걸요, 어쩔 수 없어요! 레인씨는 저와 눈을 맞추시며 말씀하셨습니다.

    「음 그러니까 능력자들은 타입A와 타입B로 나뉘어지는데, 여기서 타입A는 우리처럼 실험으로 능력을 얻게 된 능력자들을 일컫는 말이야.」

    그렇다면 B는?

    「타입B는 실험없이 능력을 얻게 된 존재라는 뜻이지. 뭐, 사실 마땅히 좋은 말이 없어서 일단 대충 붙여둔거지만」

    「실험 없이 능력을 얻는다니, 가능한 건가요?」

    그 말에 레인씨 대신 사장께서 대답해 주셨습니다.

    「그건 모른다네. 하지만 있어도 뭐 이상할 거 없지 않은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데..」

    「마리 요즘 내말에 태클 잘 건다?! 나 삐진다?!」

    사장님이랑 마리씨가 말싸움을 하고 계실때, 레인씨가 그런 두사람을 보고 한숨을 픽 내쉬시더니, 아직 정리가 안되어서 머리가 혼란스러운 저에게 결론을 말해주셨습니다.

    「린나는 '진짜' 초능력자라는 거야.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히어로 같은 거란 말이지.」

    「히.. 히어로라니..」

    레인씨의 꽤나 낯간지러운 비유에 저는 얼굴을 붉혔습니다. 뭔가 조금 부끄러워요.

    「그나저나 이걸로 저희 회사에 타입B는 두명이 되는 것일까요.」

    마리씨가 사장님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고개를 갸웃하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두명이라고 한다면, 저 말고도 한분이 더 계신다는 말씀인가요?

    「아, 그렇네.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기뻐만 할수는 없는 일이기도 하고..」

    「그것이 무슨 말씀인가요?」

    「타입B는 A에 비해서 뭐랄까, 능력효과의 굴곡이 심하거든. 기분이 나쁘면

    능력의 파워가 약해지고 기분이 좋으면 강해지는 그런것도 있어.」

    「신기하네요..」

    「그리고, 잠재력이 엄청나서 실험체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거든.

    그 때문에 일부로 위험한 임무를 주거나 그래서 말이야.」

    그 말을 하면서 레인씨는 사장님에게 무언가 눈빛으로 신호를 보냈습니다. 사장님은 그 신호를 알아들으시고는 고개를 끄덕, 하셨습니다. 무슨 신호인걸까요?

    「소녀도 그런건가요?」

    「아마도, 하지만 우리는 의논을 한 끝에 린나 너의 기록은 실험을 당했다고 기록할 예정이야.」

    「에? 어째서인가요?」

    뜻밖의 말에 저는 놀라서 물었습니다.

    「그건.. 미안, 비밀이야!」

    레인씨는 손가락을 입에 대시고는, 상큼하게 웃으셨습니다. 저는 어쩔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어요. 궁금하긴 하지만, 그것이 비밀이라면 어쩔수 없는 거에요. 비밀이란 것은 소중하니까 말이에요.

    「그런데 방금 두명이라고 하셨죠? 소녀 말고도 다른 분이 계신 건가요?」

    저는 목소리가 잘 들리도록 크게 물었습니다. 사장님께서 멍하게 계신 것처럼 보이셨거든요. 아니, 뭔가 생각을 하고 계셨는지도 몰라요. 봉지만 벗으신다면 표정으로 잘 알수 있을 텐데. 우음- 사장님의 얼굴, 궁금해요.

    「어머, 그야 당연히 우리 회사 최강인 사람이겠지요?」

    마리씨께서 당연하다는 듯이 웃으시면서 말하셨습니다. 회사 최강?

    「마리, 린나는 아직 모를지도 몰라.」

    「어머 그런가요. 하지만 꽤나 유명하잖아요? 그 분은.」

    마리씨는 수줍게 웃으셨습니다. 마리씨께서 언급하시는 그 분은 마리씨와 혹시 친하신 분?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알수가 없어서 레인씨를 애원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안돼에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면-!」

    레인씨께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시더니 쓰러지는 시늉을 하셨습니다.

    「그렇게 궁금하다면 지나가는 아무나 붙잡고 말하면 어때요?」

    그정도로 유명하신 분인가요? 마리씨의 말에 저는 생각이 떠올라서 마리씨에게 종종걸음으로 다가갔습니다. 마리씨가 의아하신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시자 저는 마리씨의 옷을 살짝 잡았어요.

    「붙잡았어요! 도대체 누구인가요?」

    나름 좋은 생각이지요? 제가 헤헤 웃으면서 묻자 마리씨께서는 아무말 없이 당황하실 뿐이였습니다.

    「린나도 잘 아는 사람인데!」

    저는 볼을 부우 하고 부풀렸습니다. 이제 그만 알려주세요- 사장님의 호쾌한 웃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됬다네, 내가 알려주지. 나이 스무살에 키 187cm 몸무게 70kg, 미국 출생인 남성이라네.」

    「이름! 이름만 말해주시면 되는거에요!」

    사장님도 저를 놀리면서 재미를 느끼시는 것 같아요. 제가 그렇게 놀리기 좋은 상대인가요? 저는 바둥거렸습니다.

    「지크 레비어스.」

    사장님이 조용하게 입을 열자 순식간에 주위가 조용해졌습니다. 으에? 이건 뭔가요? 설마 지크씨 효과?

    하지만 레인씨도 마리씨도 조그맣게 웃고 계셨습니다. 따뜻한 미소에요.

    「지크에게는 타입B라거나 그런거 말하면 안된단다?」

    「어째서인가요?」

    레인씨는 잠시 뜸을 들이시더니, 곧 상냥하신 목소리로 말하셨습니다.

    「말했잖니? 사정이 많은 아이라고..」

    저는 이야기가 전부 끝나고 사무실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래도 다행이네요. 뭔가 진지한 분위기로 레인씨가 데려가시길래 저는 심상치 않은 이야기인줄 알고 있었는데. 아, 아니면 혹시 이것도 꽤나 진지한 이야기인데 제가 자각을 못했다던가? 어쨌든 지금은 머리를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요! 일단 방에 들어가서 깨끗이 몸을 씻...

    「후아아?!」

    저는 갑자기 앞에 그림자가 슥 하고 드리워져서 놀라서 뒤로 물러나다가 어, 기울어진다! 뭐가? 바닥이! 아, 깨닫고 보니까 제가 넘어지는 것이였군요!

    그렇게 완전히 넘어져서 머리를 박아서 아야아야 할것을 예측하고, 어쩔수 없지요- 라고 생각하는 그때. 턱 하고 제 허리를 누군가의 손이 받쳐줬습니다.

    「와, 와..」

    덕분에 넘어지지는 않게 되었지만 오히려 심장은 더 벌렁벌렁하고 뛰는 것 같았어요. 후, 정말 간떨어질 뻔했네요. 그나저나 고맙게도, 누구실까요? 고개를 들어서 얼굴을 보는 순간.

    「아..」

    죄송해요 레인씨, 레인씨가 그렇게 충고해주셨는데. 아무래도 그것이 물거품이 될것 같아요. 제가 넘어지지 않도록 잡아주신 고마운 분은 지크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저는 일단 가슴을 쓸어내리고는 지크씨에게 감사인사를 하였습니다. 지크씨는 고개를 끄덕이셨어요. 그러더니 가만히 있으셨습니다.

    「언제부터 있으셨나요..?」

    저는 조금 불안한 마음으로 지크씨에게 여쭤보았습니다. 지크씨는 그저 고개만 푹 숙이실 뿐이였습니다. 곤란해요. 레인씨께서 지크씨는 사정이 많으신 분이라서 얘기를 하지 말라고 했는데, 혹시 지크씨 이곳에서 얘기를 다 들으신 걸까요? 랄까 저로서는 무슨 사정이 있으신지 모르니까.. 잘 모르겠지만.

    저는 안절부절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결론을 내렸어요.

    일단 방으로 가서 씻자는 결론이였습니다. 몸이 찝찝하니까요. 어쩔 수 없는 것이였어요. 그리고 지크씨도 뭔가 볼일이 있으셔서 이곳에 오신 듯 하고.

    「그럼, 나중에 뵈요?」

    저는 지크씨에게 인사를 하고 이 장소를 떠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크씨께서 팔을 뻗어서, 손으로 제 팔을 덥석 잡으시는 거였어요. 어라라.

    「에?」

    「..」

    「왜그러시나요?」

    저는 지크씨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런데도 지크씨는 제 팔을 놓아주시지 않고 계셨어요.

    「지크씨..?」

    오늘따라 왠지 지크씨가 기운이 없어보이는데.. 아얏!

    갑자기 팔이 욱신욱신 저려와서 왜그런지 하고 보니까, 지크씨가 손에 힘을 꽉 주고 계셨습니다. 어, 엄청난 힘이네요... 조금 괴롭지만, 그래도 아프다고 말하면 안될것같은 그런 느낌이.

    「와앗!」

    그리고 갑작스럽게도, 지크씨가 비틀거리면서 쓰러지듯이 바닥에 주저 앉으시는 거였습니다. 에?! 설마 어디 아프신 걸까요?! 갑작스런 복통이라거나! 두통이라거나! 어쩌죠..! 저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어쩌지도 못하고 머뭇거릴 뿐이였습니다.

    그런데.

    「앗..?」

    지크씨는 잡고 계신 제 팔을 세게 끌어당겨, 저를 끌어안으셨습니다. 지크씨가 저를 안으시는 바람에 저도 바닥에 무릎을 끓고 앉아서, 그대로 안겨있는 것이였어요. 하지만 어쩐지 제가 느끼기에는, 지크씨는 위태로워보였어요. 마치 저에게 기대시는 것 같았습니다.

    「어디 아프신가요..?」

    「..」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것을 보니 어디 아프시지는 않은 것 같은데.. 그때 저는 툭툭, 하고 땅에 떨어지는 듯한 작은 소리를 들었습니다.

    의아하게 쳐다보니, 그것은 마치.. 저는 놀라서 지크씨의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계셔서 잘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것은 분명히 눈물이였습니다. 지크씨의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지크씨의 몸을 살짝 끌어안아 보았어요.

    어째서인지, 지크씨는 눈물을 흘리시면서.. 저를 껴안고, 애처롭게 떨고 계셨어요..

    ============================ 작품 후기 ============================

    일요일입니다. 슬퍼 죽겠어요.

    여러분, 적어도 잘 보셨다면 잘 보셨다는 코멘트 하나라도 달아주셔요..

    이 작가 외롭답니다.. 훌쩍훌쩍.. 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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