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15화 (15/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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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잘 부탁드립니다!

    「린나양, 이게 린나양의 임무 완료에 따른 보상이에요.」

    마리씨가 보여주는 모니터 화면에는 눈이 번쩍 떠질만큼의 금액이 써있었습니다. 우, 우아? 으에? 이렇게나 많이요?

    「하, 하지만 소녀는 별로 한것도 없는데..」

    「에이 왜그래요, 첫 임무치고는 엄청 잘했어요.」

    「그, 그런건가요~?」

    마리씨께서는 아까부터 계속 반복해서 저를 칭찬하시고 계셨습니다. 아, 안돼요! 그렇게 자꾸 칭찬하시면 거만하게 될지도 모르.. 에헤헤헤..

    「지크씨도 일단 수고했어요.」

    마리씨는 몸을 돌려서, 지크씨를 바라보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지크씨께서는 아무말 없이 고개를 끄덕.

    「.. 나로서는 지크가 어째서 그렇게 갑자기 린나가 일하고 있는 곳에 갔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그 덕분에 린나가 무사히 임무를 마쳤으니 일단 감사할게요. 하지만 역시 설명은 필요해요.」

    지크씨는 마리씨의 상당히 머뭇거리는 말에 고개를 들지는 않고, 그저 눈빛으로 살짝 마리씨를 바라볼 뿐이였습니다. 그때 저는 마리씨가 조금 동요하시는 것을 느꼈어요. 응? 왜그러실까요 마리씨.

    「저기 마리씨, 소녀 부탁하고 싶은것이 있는데..」

    저는 갑자기 뭔가가 떠올라서, 마리씨의 치마 자락을 살짝 잡고 말을 걸었습니다. 마리씨께서는 뭔가요? 하면서 저를 바라보셨습니다.

    「소녀는 이 돈을 받아봤자 어차피 지금으로서는 쓸 데가 없으니까, 어디에 보관해두고 싶은 마음이에요.」

    저는 그렇게 제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러자 마리씨께서는 호오 하는 소리를 내시며 흥미로운 눈빛으로 저를 쳐다보시더니, 말하셨습니다.

    「꽤나 살뜰하네요, 린나는. 뭐 갖고싶은것은 없는 거에요?」

    「네, 지금으로서는 없는걸요.」

    저는 웃으면서 답했습니다. 하지만 진실이에요. 원래 같았다면 당장 쌀부터 사러갔겠지만, 이곳은 oraTio라는 회사이고.. 그리고 식생활이 전부 보장되는 곳이므로, 저에게는 뭐랄까, 예전의 힘든 생활이 갑자기 사라졌으므로..

    돈이 생겨도,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모아둘테니까, 린나가 돈이 필요하게 된다면 한꺼번에 꺼내서 주는 식으로 하죠.」

    「감사해요, 마리씨.」

    저는 마리씨의 친절한 호의에 빙그레 웃었습니다. 헤헤.

    마리씨도 저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시더니, 곧 화제를 돌리셔서 지크씨에게 말하셨습니다. 어쩐지 마리씨는 지크씨에게 조금 화가 나신 듯 했어요.

    「그리고 다음부터는 제대로 서포터 요청을 하고 가도록 해요.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마리씨의 얘기를 들어보니, 지크씨는 강도씨들이 들어오셨을 때 바로 마리씨에게 지원요청을 보내셨다고 합니다. 그러자 마리씨는 갑자기 지크씨가 지원요청을 보내셔서 놀라셨고, 또 지크씨가 저와 함께 있다는 것을 듣고 더욱 놀라셔서 패닉상태에 빠지셨었다고 해요.

    「마, 마리씨.. 너무 그러지 마세요.」

    보다못한 제가 일단 마리씨를 말렸습니다. 마리씨와 지크씨의 사이에 끼어들은 저를 보고 마리씨는 놀란 듯 하시지만, 곧 한숨을 내쉬시며 표정을 풀으셨습니다. 화를 푸신걸까요, 다행이에요.

    그렇게 마리씨께서는 바쁘셔서 사무실로 돌아가시고, 저와 지크씨는 방으로 같이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아, 벌써 밤이네요. 저도 완전히 이곳의 시간에 적응한 것 같아요. 슬슬 잠이 오는걸 보니까 말이에요.

    「후아아..」

    저는 저도 모르게 손으로 입을 가리며 하품을 했습니다. 그런 저를 지크씨께서 빤히 쳐다보고 계셔서 조금 부끄러웠어요. 저는 머뭇거리며 말했습니다.

    「죄송해요, 조금 지친 모양이에요.」

    그러자 지크씨께서는 제 머리 위에 손을 탁 하고 올리셨습니다. 으아! 순간 때리시는 줄 알고 심장이 덜컹 했어요. 덜컹덜컹.

    지크씨께서는 의외로 저의 머리를 쓰담쓰담 하고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지크씨의 손은 나름 부드러웠어요. 헤헤, 기분이 좋아요.

    아무래도, 제가 추측하건데 이것은 수고했다는 뜻일거에요. 아마도이지만!

    「지크씨, 지크씨.」

    저는 뭔가 재밌는 생각이 들어서 지크씨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지크씨는 뭐냐는 표정으로 저를 바라보셨어요.

    「몸을 숙여주실 수 있으신가요?」

    저는 그렇게 말하고서는 두근두근 하고 뭔가 설레이는 감정을 느꼈어요. 어째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크씨는 뭔가 불안한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아니, 괴롭히는것이 아니니 그런 표정 안지으셔도 되는데! 하지만 순순히 몸을 낮춰주셨습니다.

    「지크씨도 수고하셨어요.」

    저는 지크씨가 저에게 해주신 것 처럼, 손을 뻗어서 지크씨의 머리를 쓰담쓰담, 했어요. 호오! 지크씨 머릿결이 엄청 좋으시네요. 보들보들하고. 그리고 지크씨의 그라데이션같은 특이한 머리카락이 더욱 눈에 잘 들어왔어요. 지크씨의 표정을 살펴보니.

    「...」

    엄청 당황하셔서 머뭇거리시는 것이 저한테까지 전해졌습니다. 헤헤, 조금 장난끼가 발동한 거였어요. 후후. 지크씨는 싫지는 않으신지 입을 꾹 다물고 눈으로 살짝살짝 저를 바라보면서 얼굴을 붉히시는 거였습니다.

    「어라?」

    지크씨, 이런 사람이셨나요? 저는 지크씨의 머리에서 손을 떼었습니다. 지크씨는 몸을 펴시더니 자신의 손으로 쓰다듬은 감촉이 남아있는지 한참을 머리카락을 만지고 계셨어요. 우응, 뭘까요. 지크씨와 좀 친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아니면 제가 갑자기 대담해진걸까요? 알수가 없네요.

    저는 갑자기 용기가 났습니다. 분명 지쳐서 제정신이 아니였을지도 모르는 일이에요. 하지만 묻고 싶은걸요. 남에게 폐를 끼치더라도 알고 싶다 라는 이기적인 생각이, 저의 가슴속에서 두근두근 하고 뛰었습니다.

    「지크씨께서는 어째서 말을 안하시는 거에요?」

    우와, 물어봤다!

    저는 제가 물어보고도 놀라서 움찔했습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그만두자 라고 생각했었는데, 제가 달라진 것일까요?

    변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하지만..

    지크씨는 저의 질문에도 별로 놀라시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평소에는 저의 평범한 질문에도 자주 놀라고 그러셨었는데. 지크씨는 뭔가 슬픈 느낌의 표정을 지으시더니, 고개를 살짝 숙이셨어요.

    아아, 역시 사정이 있으신 걸까요..? 저, 지크씨에게 폐를 끼친 것일까요.

    「이유를 알려주고 싶지 않으시다면 굳이 알려주지 않으셔도 괜찮답니다.」

    저는 웃으면서 지크씨에게 말했지만, 지크씨는 그래도 계속 조금 침울한 상태였습니다.

    「저는 지크씨께서 말을 안하신다고 하셔도, 친하게 지내고 싶은걸요?」

    그런데 제가 그 뒤에 던진 진심이 담긴 말에 지크씨는 갑자기 고개를 드셨습니다. 저는 계속 말을 이었어요.

    「지크씨께서는 저를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지크씨가 좋아요. 그러니까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지크씨 뿐만 아니라 이 oraTio의 모두와 함께, 그리고 친하게 지내고 싶어요. 이미 이곳은 저에게 있어 집같은 곳이 되어버렸으니까요.

    지크씨께서는 그런 저의 말을 듣고 눈빛이 살짝 흔들린다 싶더니, 곧 품에서 작은 화이트보드를 꺼내셨습니다. 우와, 요번에는 수첩이 아닌 화이트보드에요! 지크씨 역시 마법의 주머니같은것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하고 저는 진심으로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이였습니다.

    지크씨는 그리고 꺼낸 보드마카로 화이트보드에 글씨를 쓰셨습니다. 삑삑, 하는 뭔가 신기한 소리가 나요. 조금 거슬리는 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별로 싫어하는 소리가 없답니다.

    『really?』

    지크씨께서 화이트보드에 쓰신 영어는 자동으로 번역되어 저에게 보여졌습니다.

    『정말?』

    언제봐도 동글동글한게 귀여운 글씨체에요. 지크씨는 어째서인지 '친하게 지내고 싶다' 라는 말에 의문을 갖는 듯 하였습니다. 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어요.

    「네, 정말이에요.」

    지크씨는 그 말을 듣고 살짝 다른 곳을 바라보시더니, 화이트보드에 붙어있던 전용 지우개로 글씨를 지우고, 다시 삑삑 거리면서 글자를 쓰셨습니다.

    『나는 별로 친하게 지낼 사람이 못 돼.』

    지크씨께서 적으셔서 보여주신 말을 꽤나 충격적인 것이였습니다. 친하게 지낼 사람이 못 된다니.. 지크씨, 진심이신가요? 그런말을 자신의 입으로 직접 말하는 사람은 드물다구요..

    「어,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세요?」

    저는 놀라서 얼른 물어보았습니다. 지크씨는 저의 말을 듣고도, 글씨를 지우면서 그저 고개를 숙이면서 슬픈듯하면서도 쓸쓸한 표정을 지으실 뿐이였어요.

    하지만, 이런거.. 인정할 수 없어요!

    「저는 그렇게 생각 안해요!」

    저는 크게 외쳤습니다. 다른 사람이 지나가다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큰 목소리였습니다. 저도 몰라요, 이 몸 어디서 그렇게 큰 소리를 낼 수 있는 힘이 나오는지를. 하지만 그렇게 말해야 겠다는 생각만이 지금 저에게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지크씨는 제가 갑자기 큰 소리를 치자 놀란 듯이 두 눈을 껌뻑거리실 뿐이였습니다. 글씨를 지우는 손도 멈춘 채로요.

    「그, 그치만.. 지크씨.. 처음에는 굉장히 과묵하시고 차가우신 분이라고 생각했지만. 알고보니 다른걸요!」

    지크씨께서 저를 빤히 쳐다보고 계셨습니다.

    「나름 상냥하시고, 강하시고, 그리고 무엇보다 저를 도와주셨잖아요. 땀을 흘리시며 뛰어오셨어요. 저, 정말로 기뻤는걸요.. 그러니까 지크씨, 제발 그런 말씀을 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있는 힘껏 힘차게 말했습니다. 지크씨에게 잘 전해지도록. 잘 닿도록.

    지크씨께서는 제가 말하는 도중에 몇번이나 몸을 움찔, 하고 떠셨습니다. 고개를 들어서 저를 바라보시기도 했고, 중간에 푹 하고 숙이기시도 했어요. 지금은 고개를 숙인채였습니다.

    「지크씨..?」

    제가 다가가자 지크씨는 흠칫 놀라서 살짝 뒷걸음질 치시더니..

    「앗.」

    제가 잡을 틈도 없이 마치 도망치는 것처럼 빠른 걸음으로 그대로 가버리시고 말았습니다.

    조금 씁쓸한 기분이네요. 저는 살짝 입술을 다물었습니다. 어쩔수 없는것이겠지요.

    *

    다음날, 저는 식당에 있었습니다. 월요일의 오전. 저도 오늘로서 적응기간이 끝나게 되지만, 훈련은 오후부터 들어있다고 해요. 그래서 베스테씨와 함께 뒹굴거리고 있는 중이였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저 혼자서 뒹굴거리는 것이였지만 말이에요.

    「무슨 일 있니? 뭔가 침울해 보이는걸.」

    우와, 베스테 씨.. 마리씨처럼 사람의 마음을 읽으시는 재주라도 가지고 계신걸까요? 저는 신기해서 베스테씨를 바라보았습니다.

    「그게, 조금이요.」

    저는 숨겨도 어차피 티가 날거라 생각해서 사실대로 말했습니다. 그러자 베스테씨는 흐응- 이라고 흥미로운 소리를 내시더니, 곧 부엌으로 들어가셔서 뭔가를 꺼내오셨습니다.

    「베스테씨, 그것은?」

    베스테씨가 가지고 오신것은 저번처럼 접시가 아니라, 예쁘게 보장되어있는 상자였습니다. 베스테씨가 안을 열어서 보여주셨는데, 예쁜 케이크들이 여러개 들어있었습니다. 다 하나같이 작고 모양도 이뻐서 맛있을 것 같아요~

    「설마 주시는 거에요?」

    베스테씨는 미소를 지으시며 고개를 끄덕하셨습니다. 저는 활짝 웃었어요.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그리고 베스테씨가 주신 케이크들을 방 안에 있는 냉장고에 넣어두기 위해서,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이제 완전히 저의 방이 어디있는지는 외우게 되었어요. 정말 다행인 일이에요.

    제 방에 도착해서 열쇠로 잠긴 문을 열고, 문 손잡이를 잡고 돌리려는 그 순간. 제 눈에 띈 것은 옆방의 문이였습니다.

    옆방..

    「앗!」

    저는 떠올렸습니다. 제 옆방에는 지크씨께서 지내고 계신다고 하셨지요. 그렇다면.. 저는 고개를 숙여서 케이크 상자를 바라보았어요. 그리고는 다짐해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딩동-

    맑고 영롱한 초인종 소리가 방 안에서 울려퍼지는 것이 들렸습니다. 기다려도 나오시질 않아서 혹시 없으신가? 하고 생각한 그 순간. 안에서 터벅터벅 하는 발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계시는구나.. 다행이에요.

    지크씨께서 덜컥 하고 문을 여시더니, 저를 보고 또다시 문을 쾅 닫으실 뻔했지만 그때처럼 완전히 닫지는 않고, 틈으로 살짝 보고 계셨습니다.

    「좋은 아침이에요, 지크씨.」

    제가 인사하자 지크씨는 머뭇거리면서 문을 여셨습니다. 아무래도 지크씨는 어제의 일이 계속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에요. 저도 살짝 마음속에 남아있었으니까요. 지크씨도 계속 생각하셨다면 그건 그것대로 조금 기쁠지도? 저는 상자를 지크씨에게 내밀었습니다. 지크씨는 그것을 받아들고 뭐냐는 듯이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케이크들인데, 드시지 않겠어요?」

    저의 말에 지크씨의 눈동자가 반짝! 하고 빛났습니다. 베스테씨가 말하시길, 지크씨는 단것들 아주 좋아하신다고 그러셨죠. 기뻐하신다면 저도 기뻐요!

    지크씨는 우물쭈물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웃으면서 말했어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소녀, 지크씨와 친해지기 위해서 노력할테니까요!」

    그렇게 말하고 나서, 저는 지크씨께서 놀라시는 듯이 눈이 커지시더니, 그 뒤로.. 조금 시간이 흘러서. 고개를 숙이시고 다시 들더니.

    환하게 웃으시는 지크씨를, 저는 보았습니다.

    잘부탁드려요!

    ============================ 작품 후기 ============================

    이걸로 에피소드 2는 끝입니다! 네 짧죠..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본격적으로 오라티오에서의 생활과, 그리고 또 다른 회사 디아라에 관한 내용들이 나올 예정입니다!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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