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oraTio-6화 (6/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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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초능력자요?

    레인씨가 지크씨에 대해 말씀하신 이후로, 저는 간간히 그 말을 다시 떠올리곤 합니다.

    어째서 지크씨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안되는 걸까요. 지크씨도 분명, 레인씨와 같은 능력자 이시겠죠..?

    저는 옷을 갈아입으려고 옷을 벗었습니다. 그리고 손에 들려있는 부드럽고 매끈한 촉감의 옷을 바라보았어요.

    엄마가 주신 한복.. 저고리는 빨간색이지만 치마는 푸른색이라, 상당히 눈에 띄어요.

    엄마는 말씀하셨지요. 이 옷자체에 무슨 힘이 깃들어있어서, 악한것들이 함부로 접근하지 못한다고..

    그렇지만 9살때부터 입어도 전혀 불편하지 않네요. 분명 몸이 자랐다고 생각하는데.. 어째서일까요.

    저는 옆에 있는 의자 위에 옷을 잘 정리해 살포시 올려두고, 레인씨가 주신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아무래도 운동복인것 같아요. 검은색에 흰 줄무늬가 있네요.

    옷을 갈아입고 머리끈으로 머리를 묶으며 중얼거렸습니다.

    「사정..인가요..」

    레인씨는 지크씨를 '사정이 많은 아이'라고 하셨어요. 아무래도 레인씨는 지크씨를 잘 알고계신 것 같네요. ..사실 저도 알수 있었어요.

    그때 옥상에서 마주쳤을 때, 지크씨의 은은하고도 영롱하게 빛나는 금빛의 눈동자에는 여러가지 감정이 잔뜩 담겨져 있었으니까요.

    제가 본 감정은 '슬픔'이었습니다..

    사정이 많아보이셨어요. ...정말로. 그리고 레인씨는 몇가지를 덧붙여서 말씀해주셨어요.

    「그리고 남하고 만나기를 꺼려한달까.. 음, 싫어한달까..」

    그래서 저를 지나치신 걸까요? 확실히 그런것 같네요.

    어째서인지 계속, 지크씨라는 사람이 신경쓰이고 있었습니다. 마음속에 크게 응어리가 남은 듯한 느낌이에요.

    「린나야 준비 끝났어?」

    「네, 네에...」

    아, 또 잠이 쏟아지고 있어요. 어째서일까요? 분명 저는 잠이 많은 편도 아니였는데. 손등으로 눈가를 부빗부빗. 합니다.

    문 밖으로 나가니 레인씨가 기다리고 있었어요. 저는 말했어요.

    「많이 기다리셨나요?」

    「으응, 아니야. 자 여기에 서렴.」

    레인씨가 손짓하는 곳으로 가서 차려 자세로 섰습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어요. 바닥은 뭔가 푹신푹신한 매트이고, 천장은 둥글게 파여있어요. 이런걸 돔이라고 하나요?

    「이제부터 너의 능력을 확인할거란다.」

    「소녀의 ..능력이요?」

    레인씨는 벽에 붙어있는 의자에 앉으신 다음에, 무언가 기록하는 종이같은 것을 꺼내셔서 펜을 잡으셨습니다.

    「그래, 전에 말했던 '평범한 사람은 쓸 수 없는'능력 말이야.」

    ..써도 되는 걸까요. 저는 힘껏 심호흡을 한 뒤, 양 팔을 앞으로 뻗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제가 남들과 다른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아직 어린 저의 어깨를 양 손으로 상냥하게 감싸안으시고 말씀하셨어요.

    『린나야, 린나의 능력은 분명히 멋지고, 유용한 능력이야. 하지만 함부로 써서는 안된단다. 잘못하면 다른사람이 위험하게 될 수도 있어. 린나는 다른사람을 다치게 하고 싶니?』

    저는 무섭고 두려워서 잔뜩 위축된 상태로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그러자 어머니께서는 그런 저를 보고 상냥한 미소를 지어주시고, 말씀하셨어요.

    『그래, 착한 아이구나. 슬프게도 앞으로 너가 살아갈 세상은 남들과 다른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니까.』

    어머니께서는 조용한 목소리로 그리 말씀하시다가 말끝을 흐리셨습니다. 고개를 들어서 바라본 어머니의 표정은 어쩐지 정말로 쓸쓸하고, 슬픈 표정이였어요. 저는 그런표정을 지으시는 어머니가 싫어 어머니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아무말도 안하시고 그저 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실 뿐이였어요.

    「린나야?」

    앗. 저는 정신을 차렸습니다. 또다시 정신이 팔려버렸어요. 이러면 안되는데. 저는 고개를 좌우로 힘차게 흔들고 다시 한번 양팔을 힘차게 앞으로 뻗었습니다.

    그러자 손 끝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감각과 함께, 아까 바닥에 떨어져 있었던 축구공이 저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손가락 끝에 느껴지는 뜨겁고도 조금 무거운 느낌을, 옆으로 옮긴다고 생각하며 손을 옮기자, 놀랍게도 공은 옆으로 둥둥 떠서 움직였습니다.

    「이정도면 됐어. 다시 내려놓으렴.」

    이정도면 된 건가요? 전 느낌을 없앤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공은 알아서 바닥에 툭 하고 떨어져서. 다시 평범한 축구공이 되었습니다.

    레인씨는 서걱서걱하는 적는 소리를 내며 무언가를 열심히 쓰시더니, 손으로 내려간 안경을 고쳐쓰셨습니다.

    「잘했어. 너의 능력은 확실한 사이코키네시스. 다른말로 염력이라고 하지.」

    「염력..?」

    저는 레인씨의 말을 되말해 보았습니다. 뭔가 말하는 맛이 있는 단어군요.

    「아까 린나가 했던것 처럼, 보이지 않는 힘으로 사물을 들거나 옮긴다 라고는 되어있어.」

    「되어있다..니?」

    「초능력은 언제나 예상을 벗어나니까, 분명 더 엄청난것도 할 수있다는 소리야.」

    「그렇군요..」

    저는 지금까지 물체를 들거나 그런것에만 사용했는데, 다른쪽으로도 쓸수 있다니.. 궁금해요.

    「최대 몇개까지 들수있니?」

    「잘 모르겠는데..」

    그러자 레인씨가 손가락과 손가락을 부딪혀서 딱 하는 경쾌한 소리를 내셨습니다. 그러자 천장에서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약간 열리더니, 후두둑 하고 작은 공들이 많이 떨어졌어요. 아, 알겠어요. 한번 시험해보라는 것이지요? 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는 간단하다고 생각해요. 팔을 뻗어서 위로 들어올린다는 느낌으로, 영차.

    역시 아까보다 묵직한 느낌이 손에 전해져요. 하지만 느껴지는 무게는 사과 하나를 드는 느낌..?

    「꽤나 능숙하구나.」

    「아, 아니요.. 능력은 많이 안써봤지만.. 그냥, 느낌으로.」

    얘기를 하고 있는 동안에도 무수히 많은 공들은 공중에 둥둥, 하고 떠있었습니다. 마치 물에 떠있는 것 같아요. 어림짐작해서 대충 30개 쯤 되는것 같아요.

    팔이 저려서 공을 내려놓고 주무르고 있는데, 어쩐지 레인씨의 표정이 고민하는 표정이에요. 무슨일이실까요?

    「훌륭해. 꽤나 잠재력이 다분하구나. 린나야 너의 랭크는 3랭크란다.」

    「랭크..?」

    「이곳에서는 필요에 의해 능력자들의 능력활용도를 1랭크에서 5랭크까지로 나누고 있어. 처음인데 3랭크라면 대단한 거란다.」

    대단한거라니, 칭찬일까요? 칭찬은 정말로 좋아요. 에헤헤.

    「레인씨에게도 랭크가 있나요?」

    「나는 1랭크야. 내 능력이 꽤나 중요하니까 말이야.」

    그렇게 말하시는 레인씨는 어쩐지 자신감이 넘쳐 보이셨습니다. 보기좋아요.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은.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배고프지 않니?」

    「조금이지만.. 너무 잠이와서.」

    그러자 레인씨는 응?이라고 소리를 내시며 의아하게 저를 바라보시더니 뭔가 깨달은 듯이 손바닥과 손을 부딪히며 말씀하셨어요.

    「아~ 어쩐지 너무 졸려하더라. 그거, 아마도 시간차 때문일거야.」

    「시간차요..?」

    「린나는 잘 모르는구나. 지구가 자전하는 것도 있고 여러가지 이유로 나라마다 시간이 달라. 특히 지금 이곳 미국은 낮이지만, 한국은 밤이란다. 그래서 적응하지 못해 잠이 오는거야.」

    「적응하려면 어떡해야 하나요.?」

    「딱히 좋은 방법은 없어. 그저 자연스럽게 적응하는게 제일 좋을걸? 일단은 최대한 버텨보렴.」

    그렇네요. 어쩔수 없는 것이였어요. 일단 레인씨의 말대로 버텨보도록 하.

    「조..조금만..자도 되나요..」

    「..많이 피곤한가 보네.」

    죄송해요, 역시 버틸수가 없었어요... 흑흑, 슬프네요. 제가 이렇게까지 의지가 약한 인간이였다니. 아, 그런데 레인씨에게 말씀 안드린 것이 있어요.

    「능력이라고 하기엔 조금 애매하지만.. 소녀, 다른사람과 다른점이 하나 더 있어요.」

    레인씨는 저의 말을 듣고 상당히 놀란 표정을 지으셨어요. 놀랄 일인 걸까요.

    「소녀, 귀신을 볼 수 있어요.」

    ..

    한동안 정말로 침묵만이 이곳을 가득 채웠습니다. 레인씨가 아무런 반응도 안하셔서, 제가 말을 걸려고 하는 순간. 레인씨가 아까와는 전혀 다른 목소리톤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있어?」

    지금 있다니.. 아, 귀신씨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저는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여기에는 없는 것 같아요.」

    「그...그럼.. 다른 곳에는 있어?」

    「있을 지도 몰라요. 귀신씨는 어느곳이던지 있으니까요.」

    그 말에 레인씨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시면서 벽에 찰싹 달라붙으셨습니다. 저는 놀라서 멍하니 레인씨를 바라보았어요.

    「레..레인씨..?」

    「꺄아아아 무서워 무서워어어어!」

    레인씨 귀신씨를 무서워하시는 걸까요?! 저, 엄청 잘못했을지도..! 일단 레인씨를 진정시켜야 겠다는 생각으로 저는 레인씨에게 다가가서 말했어요.

    「괘..괜찮아요! 귀신씨는 자신을 보지않는 존재에게는 지나치는 일이 많으니까요! 그리고 지금의 레인씨에게는 귀신씨가 흥미를 가질만한것이 없으니까 괜찮아요!」

    「저..정말..?」

    「네, 정말이랍니다. 소녀의 말을 믿으세요.」

    레인씨는 드디어 마음을 가라앉히셨는지 크게 한숨을 쉬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어요. 앞으로 무언가를 말할때는 주의하도록 해요..

    그렇게 저는 레인씨와 함께 들린곳에서 카드와 비슷한 신분증이라는 것을 받았어요. 이름이 영어로 크게 쓰여져 있네요. 저, 영어는 잘 못하지만.. 이곳에서는 레인씨의 능력이 있으니 안심이에요.

    「그럼 이제 방으로..」

    드디어 잠을 잘수 있게 된 저는, 서둘러서 저의 방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드디어 길을 잃지 않고 오게 되었어요! 정말로 기쁘네요!

    그리고 들뜬 마음으로,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문을 열려고 할 때, 갑자기 옆에 있는 206호의 문이 벌컥 하고 열려 저는 놀라 움츠라들면서도, 누구지? 하는 궁금함에 계속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무려 나온 분은.

    지크씨였습니다.

    「에..에?」

    저는 그저 얼빠진 채로 서있었습니다. 여, 옆방이셨어?! 라는 당황도 함께. 지크씨는 자다가 일어나신건지 좀 부스스한 채로, 졸려보이는 눈빛을 하시고 나온 것이셨습니다. 그리고, 지크씨도 아무래도 옆에있는 저를 발견하신것 같습니다.

    ...

    약 1초간 빤히 서로를 바라보기.

    그러더니 지크씨, 놀랄만한 속도로 문을 쾅 닫으면서 들어가버리셨어요. 그..근데. 문제라면 문을 닫을 때 생긴 충격으로 저의 머리카락이 휘날리는 동시에. 그..금이 가버렸는데요. 문..

    저는 아직까지 상황을 전혀 이해 못하고 있어서, 그저 멍하니 바보같이 서있었을 뿐이였어요. 그리고 드디어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설마 저, 미움받는 걸까요..? 그 생각에 조금 위축되어 있을 때, 206호의 문이 다시 살며시 열리고, 지크씨가 다시 나오셨습니다. 이번에는 지크씨 저를 보고 놀라지 않으셨어요. 지크씨는 문의 금을 보고 계셨습니다.

    으읏, 저는 용기를 짜내서 지크씨에게 말을 걸었어요! 모든것은 부딪혀봐야 하는거에요!

    「아..안녕하세요! 소녀는 유린나라고 해요...!」

    그러자 지크씨는 고개를 돌려서, 저를 빤히 바라보셨습니다. 지크씨의 날카로운 눈과 눈이 마주치자 저는 조금 움찔 했어요. 아아, 또다시 넋을 잃을 뻔했어요. 저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아름답다, 라는 것이였어요..

    남성분에게 조금 실례되는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정말로 그리 느꼈습니다. 거기다가 가까이 있으니 저는 왠지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정말로, 이런분이 '미남'이라고 하는 것일까요? 어쩐지 미남으로도 부족한 듯한 느낌이 드는데... 그, 그나저나 지금 저는 뭐하는 거죠?! 타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것은 실례에요! 저는 정신을 차렸습니다.

    지크씨는 몸을 일으키셨어요. 키.. 굉장히 크시네요. 고개를 올리지 않으면 얼굴을 못봐요. 지크씨는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서 저에게 주셨어요. 잘 보니.. 어라, 명함..이네요? 이거, 인사의 뜻일까요? 제가 의아해하며 지크씨를 바라보자, 지크씨가 소리없이 입만 움직여서 뭐라고 중얼거리시는 것 같았어요. 그러더니 다른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하셨습니다. 응? 뭐라고 하신 걸까요..?

    그때, 무언가가 느껴져서 앞을 바라보니, 제 앞에 있는것은 지크씨의 뒷모습이 아니라, 모르는 분이였어요. 검은색의 복장에, 검은색의 머리칼. 창백한 피부의 여성분이셨는데. 눈이, 빨간 눈이 빛나고 있었어요.

    「이런..!」

    여성분이 소리치셨어요. 시간이, 왠지 모르게 느리게 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보게 되었습니다. 저를 잡으려고 손을 뻗으시는 여성분의 다른 손에 들려져 있는건..

    빛을 반사해서 번뜩이는.. 칼..?

    「에..?」

    순식간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집니다. 여성분이 저의 어깨를 잡으시고, 날카롭게 생긴 칼이 제 몸에 가까이 오는 순간.

    제 머릿속의 혼란은 터져버렸습니다.

    「시...싫어어어!!」

    어린아이가 울듯이 내지른 비명은 참으로 본능적인 거였어요. 이를 꽉 악물고 눈을 꼭 다물었습니다. 그리고 제몸을 중심으로 해서, 무언가 뜨거운것이 퍼져나갔습니다.

    ...어라?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눈을 살며시, 떠보니 제 앞에 펼쳐져있는 광경은 정말로 충격적인 광경이었습니다.

    ..모든것이.. 떠있어..?

    「자..잠시만..」

    다급한듯한 여성분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어..어라..? 저는 주위를 재빠르게 둘러보았어요. 에, 에 에에에!?

    화분은 둥둥 떠다니고 전등은 꺼져버리고 벽에는 금이가기 시작하고 무려, 지크씨와 여성분도 둥둥 공중에 떠있는 것이였습니다.

    「이, 이, 이게 무슨 일..!!」

    「치...침착하고 일단 진정해!! 능력을 취소시켜!」

    여성분이 있는 힘껏 소리쳤습니다. 아니, 하지만, 저도 하려고 해도..!

    「제, 제어가 안, 안돼요..!」

    점점 힘은 폭주하고, 저는 우왕좌왕하고 있고, 모든것이 위험한 상황이 되기 직전. 지크씨가 어느새 제 앞으로 오신거였습니다. 그리고 팔을 뻗으시더니, 저한테.

    「아얏!」

    ..꿀밤?!

    그런데 신기한것은 지크씨가 저한테 꿀밤을 때리자마자 모든것이 쿵. 하고 땅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어..어라...?

    ============================ 작품 후기 ============================

    염력이라 엄청 흔한 초능력 중 하나죠.

    나도 가지고 싶다긔 ㅜㅜㅜ

    랄까 꿀밤이라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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