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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ter Smith-158화 (158/202)

Master Smith (158)

마족이 침공하면 도시 내부는 두 부류의 사람들로 나뉘게 된다. 전투능력이 없는 주민들 경우에는 각자 집으로 들어가 몸을 피하는데 용병, 또는 만반의 준비를 마친 모험가들은 광장게시판에서 마족 소탕 원정대를 결성한다.

“마족이 쳐들어왔다는데요?”

“다들 여기 남아있어. 내가 갔다 올게.”

카스티바 바드가 제작한 장비 상태를 점검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다프네가 눈살을 찌푸렸다.

“혹시 싸우러 나가시려고요?”

“마족과 1대1은 아직 무리지만 다 같이 모여서 싸우면 다치지 않고 싸울 자신 있어. 너무 걱정 하지 마.”

처음엔 마족 한두 마리 잡는데 국가의 기사들 수십 명 정도만 참여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마족들의 힘이 날로 강해지고 잔악성도 짙어지는 탓에 국왕군의 전력이 자꾸만 줄어들었다. 이럴 바엔 과잉투자라 하더라도 전력손실 없이 도시를 지키는 것이 좋으리라 판단하여 모험가들과 용병길드도 발 벗고 나서게 된 것이다.

물론 국가 측에서도 약소하지만 보상을 내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게르덱. 당신도 나갈 거지?”

“당연합니다. 언제까지고 안토니오님에게 신세만 질수는 없지 않습니까?”

게르덱은 막 대장간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안토니오를 보며 싱긋 웃었다. 안토니오는 부끄럽다는 마냥 검지로 뺨을 긁적였다.

“벼, 별일 아닌데요 뭐.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에요.”

“안토니오님은 잘 하고 계십니다. 충분히 칭찬 받을 일도 하고 있고요. 이번엔 저희가 나설 차례입니다.”

쿠샨은 게르덱의 말에 맞장구치며 완전무장 상태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 녀석 말이 맞다. 우리도 밥값 좀 해야지. 그리고 레이나 당신만 괜찮다면 데려가고 싶은데 괜찮나? 네 버프는 전투에 큰 도움 될 거다.”

난생 처음 경험해본 블레싱의 위엄. 그녀의 피나는 노력의 과정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레이나의 2중, 3중첩의 버프와 함께라면 마족 한 두 마리쯤은 10분 안으로 처리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중년의 제안에 완강히 반대의사를 표한 것은 이사벨라였다. 그녀는 살기가득 담겨진 눈으로 쿠샨을 노려보았다.

“헛소리는 집어치워. 레이나까지 그렇게 위험한 장소로 데려갈 필요 없잖아? 몬스터는 물론, 식인 늑대한테도 벌벌 떠는 애를 무슨 수로 마족이랑 대치시키려는 거야?”

“이, 이사벨라. 나 이제 공포증 거의 다 나았어. 그렇게 화낼 필요는······.”

쿠샨은 레이나를 뒤로 물리며 대꾸했다.

“당신도 알 텐데? 레이나의 블레싱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효과를 가져다주는지. 그녀의 버프는 단지 몇 개월에 걸쳐서 만들어지는 버프가 아니야. 수년 동안 열심히 노력해도 이룰까 말까한 수준이라고. 의도야 어찌되었든 레이나의 힘은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게 생각되지 않나?”

수년에 걸친 수련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리기엔 너무나도 아까운 솜씨다. 레이나는 길드에 가입된 이래로 더욱 노력하지 않았는가? 본인이 방해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면서 노력했다는 것을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

“레이나의 생각은 어떻지? 강요는 하지 않는다. 두렵다면 따라올 필요 없다.”

“난 따라갈 거야.”

이미 마음속으로 정했다. 싸우지 않으면, 강해지지 않으면 지킬 수 없다는 사실을 1년 전부터, 훨씬 이전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이 자리에 오기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수련을 했다.

“스스로 싸울 수 있을 때까지 강해져야해. 최소한 내 몸은 내가 지킬 수 있도록, 그 남자가 걱정할 필요 없을 정도로.”

“그럼 결정됐군. 이러면 불만 없지? 이사벨라.”

“알았어. 대신 레이나가 조금이라도 다치고 오면 용서 안 할 거니까 목숨 걸고 레이나를 지켜. 알았어?”

그렇게 말 안 해도 그녀가 위험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포지션은 최후방으로 넣을 것이며, 직접적인 전투는 하지 않을 테니까. 뒤에서 버프를 걸어주면 끝. 그것만으로 엄청나게 한 몫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나도 같이 갈게. 내가 있으면 마족 따위는 금방이지!”

쿠샨은 칼같이 반응하여 미호가 나서는 것을 거부했다.

“이번 전투에서는 빠져라. 네가 있으면 마족의 상대가 너무 쉬워진다. 카스티바와 게르덱, 나와 레이나의 전투실적을 쌓는 것이 주목적이니까. 더불어서 레이나의 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미호는······.”

쿠샨은 대낮부터 술에 취해 드르렁 거리는 그란다를 엄지로 가리켰다.

“저 인간이 쓸데없는 행동 안 하나 감시 해줘라.”

미호가 감히 천년을 살아온 구미호에게 그딴 부탁을 하다니! 라는 듯한 눈빛으로 매도했지만 미호는 불평하지 않았다.

“그래 뭐. 나도 나름 이곳에서 할 일이 있으니까. 빨리 끝내고 맛있는 거 사가지고와~ 마족만 해치우면 실링은 곧바로 지급 되는 거지?”

“한 마리에 1천만 실링. 그 중에도 딜을 가장 많이 넣은 사람에게 %단위로 분배되어 나누어진다. 그 외에도 받은 피해량과 지원등급도 포함되지. 우리 길드만의 힘으로 마족을 죽인다면 순수하게 1천만 실링 전부 들어온다는 소리다.”

전투준비를 끝마친 우리들은 성문이 내려가기 무섭게 넓은 들판에서 포지션을 잡았다. 다른 파티원이나 길드. 그리고 용병길드까지 합하면 성 밖으로 나온 사람들이 대충 200명쯤 되는 것 같았다.

“생각보다 싸려는 사람이 많군.”

쿠샨의 말에 카스티바가 맞장구 쳤다.

“왕실부대까지 합하면 족히 400명은 되겠는데? 이래가지고 마족 한 마리를 혼자서 독식할 수 있겠어?”

마족이 마그르스에 침공하는 횟수는 하루에 대략 5번. 평균적으로 한 번에 한두 마리 오는 게 전부였고 많아봐야 다섯 마리다. 즉, 이만한 인원이 보상을 나눠먹으면 돌아오는 실링은 미미해진다.

“걱정 할 필요 없다. 우선 전투 성향은 방어형으로. 목적은 실링보다 팀워크에 중점을 두는 거니까.”

쿠샨의 지시는 그러했지만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침공한 마족의 수는 평소보다 훨씬 많았다.

“으음? 한 번에 일곱 마리나? 이런 경우는 처음이군.”

“그래도 턱없이 부족해. 일반적인 마족 한 마리는 너덧 사람만 붙어도 잡을 수 있다고 저놈들은 대형이라서 스무 명은 붙어야겠지만······.”

카스티바의 눈이 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지금 상황에선 마족이 돈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한 마리 정도는 우리 쪽으로 끌어들여야 된다. 선공을 가하자!”

카스티바가 소리치기 무섭게 쿠샨이 먼저 앞서나가서 도발스킬로 마족 하나를 끌어들였다. 10마리의 무리에서 고립된 마족 한 마리에는 금방 50명 정도의 인원이 달라붙었다.

“우와~ 이거 장난 아닌데?!”

먹잇감을 노리는 벌레들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의 눈은 카스티바와 다를 바가 없었다. 요즘 같은 세상에도 믿을 건 오직 돈 뿐이라는 개념이 확실하게 틀어박힌 탓이리라.

마족의 HP는 순식간에 20%가 깎여나가서 절반을 달려가고 있었다. 이에 게르덱이 고위 전격마법을 구사했다.

“라이트닝 스피어! 라이트닝 볼!”

사납게 융기하는 전기불이 마족의 넓은 등짝을 때렸다. 전격 폭발은 연쇄반응으로 일시적인 마비효과를 동반했다. 그러는 사이에 마족의 HP는 20%이하로 줄어든 상태가 되었다.

쿠샨은 라스트 어택의 보상을 위해서 타이밍을 재고 있다가 도발 스킬을 한 번 더 시전했다.

5%가량 체력이 남은 마족은 곧장 쿠샨에게로 공격태세를 바꾸었고, 그 틈에 쿠샨이 소리쳤다.

“카스티바 지금이다!”

“라스트 어택을 노린다 이거구나? 좋은 생각이야!”

예전부터 호흡을 맞춰오던 쿠샨과 카스티바는 환상적인 팀플레이로 마족의 목숨을 끊어버리는 주인공이 되었다. 라스트 어택보상은 의뢰 보상과는 완전히 별개로 받는 추가 보상이므로 이 또한 부수입으로 짭짤한 수익을 낼 수 있었다.

《120만 실링 획득.》

《불길한 물질 1개 획득.》

카스티바는 120만 실링과 다량의 경험치에 쾌재를 불렀다.

“보상이 엄청난데? 한 번에 경험치가 이만큼이나 상승하는 거야?!”

쿠샨은 그런 그녀를 잠재우듯이 목소리를 내리깔며 말했다.

“정신 차려라. 아직 마족이 3마리는 남았다. 우리의 아르바이트는 끝나지 않았어.”

그 말을 듣고 있던 게르덱이 한숨을 내쉬면서 걱정했다.

‘이 사람들 왕국의 수호가 목적이 아니라 완전히 보상에 치중되어 있잖아······. 처음부터 이럴 생각이었어?’

한편 레이나는 부상자와 전투담당 사람들에게 버프를 걸어주느라 한시라도 쉴 틈이 없었다. 마족의 수가 아무리 소수라 하더라도 그들의 공격을 조금이라도 스치면 사망할 수도 있다. 그 탓에 부상자가 끊임없이 발생해서 레이나는 전력으로 치유마법을 펼쳐야 했다.

《치유스킬의 숙련도가 증가했습니다. 치유력이 5% 증가합니다.》

《치유스킬 숙련고가 중급 1단계에 돌입했습니다. 보너스 보상으로 실링과 경험치가 지급됩니다.》

《레벨업! 스테이터스를 분배해 주시길 바랍니다.》

“고마워. 초면인데 이렇게까지 치유해주다니······.”

“내가 할 일이잖아. 감사인사는 싸움 끝나고 하도록 해.”

“사제님! 여기 내 동료가 크게 다쳤어!”

온몸이 피투성이인 남자가 또 다른 모험가를 등에 업고 달려온다. 아무래도 팔을 꿰뚫린 흔적이었다.

“맡겨둬! 그리고 치유가 끝나면 5분간 후방에서 대기해. 사람에 따라 호전반응에 따라오는 고통이 클 수도 있으니까.”

전투 중 사제의 포지션은 레이나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상당히 바쁜 직업에 속한다. 축복과 버프마법이 끊이지 않도록 해야 하고 부상자를 치유해야 하며, 그러면서도 마나 관리에 철저해야하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로는 전투담당 모험가들에겐 치유의 샘물이라고 볼 수도 있다. 때문에 부상자가 생기면 곧바로 사제를 찾는 것이 기본이다.

“미, 미안. 근처에 다른 사제를 찾아볼 수 없어서······. 바쁜 건 알겠는데 버프 좀 걸어줄 수 있을까?”

“손이 부족한데······. 블레싱!”

레이나는 일단 해보자는 식으로 체내에 내장된 마력을 두 갈래로 나누었다. 한손으론 치유를 다른 한손으로 버프를 거는 이중마법을 시도한 것이다. 레이나의 양손에 서로 다른 모양과 크기의 마법진이 구사되었다.

《마법을 동시에 2개 이상 구사했습니다. 이중마법 스킬이 활성화 됩니다.》

이중마법: 동시에 마법을 구사할 수 있는 패시브 스킬. 이중마법으로 구사된 마법의 효과는 각각10%씩 증가되며 마나 소모가 10% 감소됩니다.

알림을 읽은 레이나가 얼떨떨한 표정을 그렸다. 자신은 단순히 해야 할 일에 전념했을 뿐이었는데······.

‘이거 할 맛 나는데?’

그러고 있는 동안에 마족 소탕은 어느새 끝이 보이기 시작했고 레이나는 상당수의 모험가들과 용병들에게 여신과도 같은 존재로 드높아져 있었다.

“소탕완료다! 모두들 수고했어!”

“저 사제 대단한데! 족히 50명에게 버프를 돌려가면서 걸어주고 있었어! 심지어 한손으로는 치료마법을!”

“아! 나도 그녀의 도움을 받았지. 목소리가 정말 아름답더라고.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 로브를 푹 눌러쓰고 있어서 확인을 못했어.”

“크으으~ 나도 그런데! 얼굴 한번만 보여 달라고 해볼까?”

사제 레이나의 명성이 점점 드높아지는 순간이었다. 레이나는 눈앞을 가로막는 막대한 양의 알림창에 정신이 없어서 카스티바의 뒤로 숨어있기에 바빴다.

‘명성이 왜 이렇게 올라가는 거야!’

난생 처음으로 경험하는 명성폭탄. 레이나는 한편으로 뿌듯함을 느꼈다.

“레이나~! 엄청 바빠 보이던데 괜찮아?”

“괜찮아. 그런데 쿠샨에겐 미안하네. 기껏 데려와주셨는데 버프를 한 번밖에 걸지 못해서.”

쿠샨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큰 도움이 되었다. 일단 마족소탕으로 각자 얼마씩 들어왔는지 확인해볼까?”

쿠샨은 허공을 터치해 길드원 수익명부를 확인했다. 이번 의뢰로 인해서 얻은 총 수익은,

“······뜨허억?!”

쿠샨은 경악으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스크롤 맨 아래에 표기된 총 수입의 수액이 상상이상을 초과했기 때문이었다.

“5, 5천4백만 실링?!!!”

스크롤에 표기된 정보는 다음과 같았다.

레이나: 전체파티(445명 기준) 딜-Zero 탱커-Zero 지원-80%

=수입금액 3천900만 실링

445명의 마족소탕 의뢰파티에서 80%라는 지원 실적?! 혼자서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쿠샨은 모두가 여관으로 돌아갈 때까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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