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mith (147)
《경험치 215430 획득》
《경험치 194808 획득》
《띠링! 살기를 감지했습니다. 회피동작이 신속해집니다.》
《띠링! 여우불 중첩4 화상 화염데미지가 10% 증가합니다.》
《띠링! 31000실링 획득》
《띠링! 날선 기백 효과 발동. 적의를 품은 대상의 방어력이 감소하고 움직임이 둔해집니다.》
《3800데미지를 입었습니다.》
《2800데미지를 입었습니다.》
《공격을 회피했습니다.》
《버프발동 신속한 일격. 크리티컬 판정범위가 넓어집니다.》
《피의갈증 스킬로 적의 HP를 소량 흡수합니다.》
미호의 시야를 가득 채웠던 그 알림들은 그녀가 얼마나 격렬한 격전을 치루고 있는지 보여주는 전투의 산물이 되었다.
수많은 정보량이 눈 안에 들어왔고 미호는 본능적으로 전투 상황을 계산했다. 어느 부위에 공격을 가해야 하고, 어떻게 움직여야 최소한의 피해로 마족을 상대할 수 있는지, 추가로 적용된 패시브 능력의 효율을 얼마나 되는지, 그에 따른 살상능력은 얼마나 상승했는지, 가진 능력 전부를 활용했다.
마족의 커다란 덩치로 날렵한 미호를 붙잡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숫자가 숫자인 만큼 미호도 언제까지고 그들의 공격을 피할 수만은 없었다.
“우워어어!”
날카로운 고함소리와 함께 이 빠진 도끼가 미호의 머리위로 날아갔다. 직선적이고 단순한 공격이었지만 그 위력은 어지간한 대포의 위력을 능가했다.
나는 보폭을 틀어 몸을 반 바퀴 회전시켰다. 종이 한 장 차이로 도끼가 옆으로 지나가고 놈의 허점이 확연히 드러났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카운터 어택.
“!!”
불꽃을 긴 창으로 변환시켜 놈의 심장을 공략하기 전에 몸이 살기를 감지했다. 피부로부터 찌릿찌릿하게 느껴지는 살기에 미호는 허공에서 몸을 회전시켰다.
콰악!
날카로운 섬광이 뺨을 스쳐지나가더니 붉은 선이 얼굴에 그려졌다. 한 방울의 피가 베어 나오자 미호의 얼굴을 사납게 일그러졌다.
‘수가 너무 많아.’
허점을 찾아내도 공격할 틈이 없으니 상당히 골머리를 앓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자잘한 유도공격보다는 광범위 기술이 놈들에게는 더욱 효과적일지도 모른다.
“개방!”
미호가 순백색의 꼬리를 부채꼴모양으로 펼치며 손바닥을 마주쳤다. 그녀의 눈동자가 붉게 물들고 몸 주위로 폭발적인 마력이 융기했다.
“불꽃 퍼레이드를 시작할까?”
꼬리 아홉 개의 끝으로 생성된 거대한 열소는 평소 만들던 여우불과 차원이 다른 크기였다.
후끈 달아오른 열기가 마족들을 위협했다. 살짝 스치기만 해도 팔이 잿더미가 되어 버릴지도 모르는 압도적인 열기다.
이판사판이다. 국왕군이 서둘러 전투준비를 해주지 않으면 이번 공격으로 한동안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이번 일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대한의 범위와 최대한의 피해를 주는 것이니까.
‘인간들에게 뒤를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니, 상당히 언짢은데?’
하지만 어쩌겠는가? 다구리 앞에서 장사 없는걸. 저 많은 마족을 대적하기 위해선 인해전술이 꼭 필요한 법이다.
미호는 한숨과 동시에 팔을 가슴 앞으로 내뻗었다. 직경 10미터가 넘는 거대한 화염구슬이 그 손짓에 반응하여 미세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회전.”
키이이잉────!!
아홉 개의 불꽃들이 곧장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계속해서 가속도가 붙었고, 이내 터질 듯한 내압을 내포한 마력폭탄이 되었다.
화염구 한 개만으로 반경 20미터는 잿더미로 만들 수 있다. 이런 게 총 아홉 개. 한꺼번에 터지면 어떤 불상사가 일어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하지만 내 불꽃 퍼레이드는 그렇게 시시하지 않단 말이지.’
이렇게 거대한 마력폭탄을 아홉 개나 컨트롤 하라고? 귀찮아서라도 못해먹을 짓이다. 어차피 광범위로 터트릴 기술. 고정된 목표물이 없다면 어디에 터트려도 상관없지 않은가? 그럴 바엔 차라리 처음부터 손을 놓는 쪽이 편하지 않을까?
‘이렇게 말이야.’
미호는 숨을 가다듬고 펼친 손바닥을 꽉 움켜쥐는 시늉을 했다. 거두절미하고 간단하게,
“합(合)”
초고속으로 회전하던 나선의 불꽃구체들이 한곳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구체들 사이에서 열기로 인한 수중기가 대거 뿜어졌다.
“저, 저······! 저거 위험한 거 아니야?”
“저렇게 큰 마력을 강제적으로 모으려고 하면 폭발할지도 모른다고!!”
불안감에 휩싸인 기사들이 떨리는 목소리로 절규했다. 저만한 규모의 마력이 순차적으로 폭발하면 이 일대가 통째로 소멸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마법과 마법의 충돌만 봐도 그 여파가 얼마나 거대한지 다들 알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내가 누구란 말인가? 인간을 잘 구슬리듯이 마력을 다룰 수 있는 구미호 아닌가? 고작 이정도 일도 해내지 못한다면 다른 여우들이 비웃을 일이다.
9개의 마력덩어리는 하나의 거대한 불덩이가 되었다. 희미하게 뿜어져 나오는 가스층, 겉으로 영롱하게 빛을 발산하는 푸른 백색광선, 아까 와는 비교도 안 되는 작렬하는 지옥의 열기.
구체의 표면에서 홍염이 터져 나왔고 태양열 폭풍이 몰아쳤다. 그 폭염에 휩싸인 마족은 대다수가 신체의 일부를 잃고 화상 데미지를 입기 시작했다.
“저건······.”
말 그대로 작은 태양.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화염기술의 극의를 보여주고 있었다.
미호가 손가락을 딱! 튕기는 순간, 작은 태양이 전방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는 그 무식한 구체를 컨트롤 할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범위형 기술이니까.’
저걸 어디에 떨구든 마족에게 큰 타격을 주는 것은 똑같다. 내가할 일이라면 최초의 낙하지점을 최대한 멀리 설정해서 인간들에게 가는 피해를 낮추는 것뿐.
다량의 마력을 단번에 소비한 미호는 일시적인 어지럼증에 시달렸다. 이마위로 흐르는 식은땀과 거칠어진 호흡은 그녀가 상당히 지쳐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노엘은 괜찮은 모양이네.'
꽤 먼 거리에 숨겨두고 왔으니 마족으로부터 안전할 것이다.
나는 등 뒤에 남아있는 마족의 잔당을 뿌리치며 국왕군 쪽으로 달려 나갔다. 그 와중에도 나를 잡겠다고 쫓아오는 마족들이 많았지만 구태여 그놈들을 상대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끈질긴 녀석들!’
마력을 다 써서 한동안 여우불은 다룰 수 없다. 통상기로 대적해도 상관없지만 어차피 폭발에 휘말려 죽을 놈들이다.
“저기 봐! 구미호가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어!”
“젠장! 요괴를 엄호해야 하는 거야? 단장님! 어떻게 할까요?”
“진열은 거의 다 갖춰졌다. 우리도 넋 놓고 볼 수만은 없지. 모두 무기를 들어라!”
신디에가 갈색 머리칼을 흩날리며 롱소드를 치켜들었다.
“9단장. 뒤에서 치유마법을 준비해 주게. 이제부턴 접전일세.”
“······저 구미호를 보호하러 가는 건가?”
“지금은 아군일세.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몰라도 가만히 놔둘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 않은가? 특히 저 폭렬마법. 저곳 일대가 통째로 타오를 거야. 그녀가 황급히 이쪽으로 도망치려는 이유가 그것이겠지.”
미호가 힘이 일시적으로 소멸한 것을 눈치 챈 신디에가 선두로 나서서 병사들을 지휘했다. 이미 그녀가 휩쓸고 지나간 덕분에 이 앞으로는 마족의 수가 눈에 띄게 적었다.
“모두 돌격! 허나 너무 앞으로 나가지 마라! 마법에 휩쓸린다!”
작은 태양을 만들어 날릴 정도니 그 위험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때문에 병사들은 최대한의 거리를 유지한 채로 마족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미호는 멀리서 길을 열어 주고 있는 병사들을 보면서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드디어 도움 되는 짓 좀 하네.’
미호의 시선에 반가운 알림이 떠올랐다.
《마력의 순환스킬로 MP회복속도가 30% 증가합니다.》
덕분에 여우불을 어떻게든 소환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큰 규모의 기술은 당연히 무리다.
“구미호가 돌아왔습니다. 단장님!”
“모두 후퇴! 마법이 폭발한다!”
천천히 지면으로 향하던 작은 태양은 곧바로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마력을 압축할 대로 압축시킨 덕분에 그에 대한 피해는 몇 배나 증폭되었다.
“모두 엎드려!”
미호가 거칠게 소리쳤고 병사들은 마족들과 싸우다가도 그 자리에 몸을 눕혔다. 이윽고 거대한 화염 고리가 반경 수백 미터까지 멀리 퍼져나갔다.
슈우욱······ 푸화아아악!!!!
화염 고리가 빠르게 지나간 순간 뒤따라 몰려온 것은 고막이 찢어질 듯한 엄청난 폭음과 작렬하는 열기였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예고에 지나지 않았다.
“······!!”
차마 서있기조차 힘든 엄청난 진동이 그들에게 엄습해왔고 대지가 쩌적 거리며 불길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마족들은 중심을 잃고 바닥을 뒹굴었다.
“그, 그워어!!”
불규칙한 패턴으로 바닥이 무너져 내리자 너나 할 것 없이 인간군에게도 피해가 갔다. 멀리서 태양이 폭발한 장소는 두말할 필요 없이 지옥이 분명했다.
타오르는 대지. 산산이 분쇄되어 흩어져버린 마족들의 잔해들. 그리고 기온 차에 의한 강력한 후폭풍.
이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지켜본 기사단장들은 차마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아무리 마법에 능통한 대마법사라 한들 이만한 규모의 범위공격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전 대륙을 통틀어서 그렇게 5명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미호가 어떻게 이런 기술을······.”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걸까?”
병사들은 마치 환상을 보고 있는 마냥 자신의 볼을 꼬집어보았다. 하지만 아픔이 내달린다는 현실에 부정만 할 순 없었다.
엎드려있던 미호에겐 또 다른 정보를 알리는 알림창이 떠올랐다.
《적 피해 개체 수: 3477- 사망 수: 2990, 행동불능: 487》
막대한 양의 경험치가 들어온 걸 보면 분명 놈들의 피해가 엄청났으리라.
‘힘들어 죽겠네.’
일단 이 자리를 피하는 것이 우선이다. 인간이란 것들은 무슨 짓을 벌일지도 모르는 족속이기 때문에 뒤통수 맞기 에 미리 대비하는 게 상책이다.
미호가 서둘러 노엘에게 돌아가기로 결론을 내렸다. 이만하면 남은 마족들은 병사들이 알아서 잘 해치울 테고. 보급품도 제대로 조달할 수 있을 것이다.
‘간만에 애썼네.’
한 건 해결했다고 생각한 그녀였지만 같은 시각 쿠샨과 레이나쪽 상황은 절망적인 상황이 아닐 수가 없었다.
“괜찮아요?”
“다치진 않았다. 그나저나 이 좀비들은 마족마냥 끊임없이 몰려오는 군!”
쿠샨은 쓰러진 레이나와 다프네를 둘러싼 좀비들을 상대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정말 가벼운 공격에도 쉽게 죽어버리는 녀석들이었지만 그 수가 상당하다.
“위험해. 우리도 물리면 저 따위로 변하는 건가?”
쿠샨이 그렇게 고민하던 차에, 반가운 목소리가 숲 안쪽에서 들려왔다.
“······레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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