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Master Smith-145화 (145/202)

Master Smith (145)

여우불이 만들어낸 불안정한 상승기류는 비행형 마족들의 날개에 실속을 가져다주었다. 허공에서 몸을 완전히 가누지 못하자 비행형 마족들은 날개를 접고 지상으로 내려왔다. 공중전은 무리라고 판단한 것이리라.

“지상전은 할 만할 거라고 생각되나 보지?”

빠르게 쏘아나간 여우불은 한줌의 빛줄기를 그리며 마족의 심장과 목을 꿰뚫었다. 그때마다 치명상으로 인한 경직으로 몸이 굳어졌고, 미호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월광창이 높은 밀도의 공기압을 머금은 채로 그들의 복부를 꿰뚫은 것이다.

섭씨 5천도를 넘어가는 불덩이들 다중 마법진을 통해서 하나로 뭉쳤고 그것은 거대한 지옥의 겁화가 되었다. 푸른색의 거대한 불구슬은 표면이 태양의 코로나처럼 타올랐다.

“퀘에엑!”

“죽어!”

불구슬은 곧장 지상에 있는 마족 세 마리를 한줌의 재로 만들어버렸다. 팔과 타리가 새빨갛게 타오르면서 뼈째로 녹여냈고 일대에 몰려오던 마족은 폭발로 인해 몇 미터를 튕겨 날아갔다.

“바퀴벌레 같은 녀석들.”

온갖 지면이 불바다가 되었다. 땅은 검은 핏물을 마시며 눅눅해졌고 사방은 안개가 뒤덮인 것 마냥 마기로 가득했다.

미호는 손을 쉬지 않고 월광창을 휘둘렀다. 마족의 옆구리를 가르자 핏물이 분수처럼 뿜어졌고 그걸 뒤집어쓴 미호의 모습은 지옥에서 건너온 죽음의 사신 같았다.

‘전방에 다섯. 후방에 둘.’

놈들의 살기가 어찌나 강렬한지 눈을 감아도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우선 정면을 향해 웨펀스킬 란나찰창을 시전하자 마족 두 마리의 팔뚝이 맥없이 끊어졌다.

바닥으로 양팔이 떨어지자 마족은 고통으로 울부짖으며 경거망동하기 시작했다. 두려움이라도 느끼는 것일까. 미호의 입가에 터무니없는 미소가 그려졌다.

“결(決)!”

미호의 여우불로 타오르던 두 마리의 마족은 그녀가 손가락으로 인을 맺기 무섭게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터져나갔다. 그 틈에 눈앞까지 치고 들어온 마족이 낫 같은 앞발을 들어올렸다.

콰악!

수직으로 떨어진 앞발은 미호를 잡지 못하고 지면에 꽂혔다. 미호의 속도를 따라잡기에는 한참 모자란 속도였다.

“그따위 공격으로 날 죽이려고?”

월광창이 마족의 머리통을 통째로 꿰뚫었다. 은빛 섬광이 공간을 가를 때마다 다량의 핏물과 내장이 바닥을 기어 다녔다.

미호는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으며 몰려오는 마족들을 휩쓸었다. 무작정 공격해서 오버히트가 될 때까지 살기를 내뿜었다. 그녀의 거침없는 기세에 마족들의 위세는 점점 위축되어갔다.

전투가 지속될수록 미호의 살기는 더욱 짙어졌고, 마족의 시체는 늘어만 갔다. 한동안 피의 향연이 지속되었고, 다량의 정기를 흡수한 미호의 힘은 무한히 늘어만 갔다.

미호가 고개를 돌려 노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예상대로 폭열로 인한 현기증에 숨쉬기를 힘겨워하고 있었다.

“언니는 안 더워? 그 뜨거운 불덩이 바로 앞에 있었는데도?”

“전혀. 금방 끝낼 테니까 조금만 참아.”

마족들이 더 이상 몰려오지 않는다. 무의미한 희생은 그만하고 근처에 모여 있는 인간들 쪽으로 몰려간 것이리라. 그 많은 마족들이 국왕군 쪽으로 향했다면 인간들에겐 더 이상 희망은 없다. 한 순간도 버티지 못하고 모든 이들이 전멸할 것이리라.

미호는 월광창으로 마족의 옆구리를 깊게 베어 넘기며 생각했다.

‘어차피 림프셀로 가야한다. 이대로 동굴로 돌아갈 바엔 가는 길에 마주치는 마족놈들을 쓸어버리는 것도 나쁜 판단은 아닐 거야. 조심해야할 것은 게르덱과 노엘 정도지. 두 사람을 그 위험한 전장으로 끌어들여도 될까?’

“가자 언니. 림프셀로 가야하잖아?”

“하지만 게르덱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선 위험해. 노엘도 마족을 대적할 정도로 강하지 않고.”

“선택의 여지가 없잖아. 이대로 돌아가면 제자리걸음뿐인걸? 언제 언니 오빠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미지수고. 이대로 가는 게 옳다고 생각해.”

노엘의 말이 정 그렇다면······.

“그래. 언니만 믿고 따라와. 노엘은 언니가 목숨을 걸고 지켜줄게!”

아직 십미호로 각성하지 못했지만 생명의 보주를 흡수한 내 힘은 천년을 수행을 끝마친 때보다 몇 배는 상승했다. 주인님의 장비로 실질적인 전력은 한 수 위일 터. 방심만 하지 않다면야 문제없다.

무엇보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정기이다. 죽은 자의 영혼을 흡수하지 못하면 힘을 완전히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내가 향할 곳은 그런 정기가 흘러넘치도록 많은 장소라는 거다. 마족이든 인간이든 구별 없이 무한한 힘을 섭취할 수 있는 최적의 식사장소 말이다.

전장으로 가는 내내 인간의 비명이, 마족의 혐오스런 함성이 끝임 없이 짙어졌다. 농밀한 피 냄새와 죽은 자의 냄새가 온몸으로 다가온다. 기운 없는 초목 위를 달리던 미호는 드디어 언덕 꼭대기에 이르렀다.

아래에 보이는 수천 명의 인간들과 마기를 방출하는 마족들이 격렬하게 싸우는 모습이 보였다.

“많네. 많아. 죽은 넋이 이렇게나.”

혼령을 볼 수 있는 미호는 동동 떠오른 인간과 마족의 혼령을 보면서 “쯧쯔”하고, 혀를 찼다. 무슨 이리도 무식한 싸움이란 말인가? 뭐 때문에 이런 싸움을 하고 있단 말인가?

그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

‘다른 부대로 향하는 보급물품이 전부 이곳에 쌓여있었군.’

전초기지 한 가운데 세워진 커다란 창고 안에 압도적인양의 지원물품이 쏟아져있었다. 저게 없으면 다른 부대들은 굶어죽거나 전력이 약화되어 마족과 대적할 수 없게 되리라.

‘마족이 이유 없이 이곳을 노리는 게 아니었어.’

대륙 전역과 이어진 이 골목이라면 어느 부대든 단시간 안으로 보급품을 전달할 수 있을 거였다. 그래서 국왕군은 이곳을 어떻게든 사수하고 싶었던 것이다. 마족들도 나름 생각이 있는 모양이다. 그들 뒤에는 다름 아닌 마계의 왕이 있으니까. 단순한 살육머신으로 치부하기엔 그들의 힘과 복종심은 너무 강했다.

양측모두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있다. 물량으로 따지면 인간 쪽이 많지만 전력의 질을 따지면 역시 마족이 압도적이었다.

미호는 허공에 여우불을 띄우며 전투를 준비했다.

‘어느 쪽이던 내 앞길을 막는 놈들은 가차 없이 베어주겠어. 그리고 모든 일의 원흉인 마왕까지도.’

인간을 돕겠다는 뜻은 아니다. 일초라도 빨리 림프셀로 돌아가 다른 일행들과 합류해서 바드를 찾고 싶을 뿐이다. 그러기 위해선 눈앞의 적들을 쓸어버리는 것이 맘 편하리라.

미호가 찬란한 광휘를 머금은 월광창을 바로 쥐며 언덕 아래로 향했다.

***

사라포메가 이끌고 있는 8부대의 병사들은 대부분 궤멸했다. 8부대 부단장 아이싱클 또한 반죽음 상태. 즉, 목숨을 유지할 수 있는 HP가 50%가량밖에 남지 않았다는 소리다.

그런 비극적인 상황에 5, 7, 9부대가 도착했다. 한순간 희망의 빛이 보이는 듯했으나, 마족들도 지원군이 없으리란 법 없었다.

“······크르르르릉!”

“크르렁! 퀘라라!!!”

마족들은 날파리처럼 끊임없이 몰려왔다. 시대가 지나도 그들의 잔혹함은 결코 변치 않았다. 인간군의 위세는 죽을 대로 기죽었고 목숨을 잃은 사람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으아악! 사, 살려줘!!”

살려고 발버둥 쳐도 소용없었다. 마족들은 병사들의 사지를 거침없이 찢어 발겼고 또 극도의 희열을 느끼듯 조소를 지었다.

그들 손에 물든 붉은 핏물은 쾌락의 물방울이었고, 그들이 듣는 비명은 아름다운 심포니나 다름없었으리라.

마족들은 각각 세 개의 무리로 나누어졌다. 한 무리는 인간의 자원창고를, 다른 두 무리는 동쪽 서쪽으로 갈라져 인간들을 휩쓸었다.

"지상, 공중으로 마족이 너무 많습니다. 이대로는 얼마 못 버티고 전멸입니다!"

“9단장! 병사들을 후위로 물려! 탱커는 5부대에서 한다!”

"죽더라도 끝까지 버텨라! 이곳이 뚫리면 인류는 멸망하는 것이나 다름없어!"

5부대 단장 신디에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8부대는 거의 궤멸, 9부대 또한 비슷한 처지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지금으로선 병력손실이 제일 적은 5부대에서 방어선을 구축해야한다는 판단이었지만,

퍽. 퍼억.

누가 전방을 막든 그에 상관없이 죽어가는 것은 결국 인간들뿐이었다. 절망적인 패배를 맛보려는 최후의 순간. 7부대가 마지막 발악의 대마법을 시전 했지만 그 역시 피아식별 없이 발사된 무분별한 광역공격으로 인간 쪽의 피해가 막심했다.

국왕군 전력의 70%가 투자된 곳이다. 이 이상의 지원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 앞도 뒤도 꽉막혀버린 상황에서 국왕군은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이 최선이었다.

“여기까지 인가.”

단장들은 전쟁터 속에서 아무런 희망의 빛을 볼 수 없었다. HP포션도 전부 소모한 상황. 아이싱클은 조용히 고개를 떨어뜨렸다.

“죄송합니다. 사라포메님. 끝까지 지켜드리지 못했습니다.”

“······아니. 충분히 잘 해 주었어. 그나저나 많이 아쉽군. 이번에 전쟁이 끝나면 조용히 가정꾸리고 살려고 했었는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말입니까?”

사라포메의 미소가 어둠속에 가려졌다. 아이싱클은 벅차오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녀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과 자신의 나약함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죄송······합니다······.”

“우워어어어!!!!!!!!!!!!!!!!!!!!!!!!!!!!!!!”

창처럼 길게 뻗어 나온 마족의 팔이 아이싱클을 노리고 달려왔다. 피할 수도, 피할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는 눈을 감았고 조용히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먼저 가겠습니다. 사라포메님. 평생을 흠모하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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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악! 퍼퍼퍼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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