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mith (142)
레벨300에 육박하는 마족장군의 주먹을 정면으로 받아내고도 멀쩡한 인간은 그리 흔하지 않을 것이다. 쿠샨은 만신창이가 된 어께를 감싸 쥐면서 클레이모어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하필이면 마족장군이라니, 운도 지지리도 없다.
“인간 녀석이 꽤나 발악을 하는 구나. 신성력이 존재하는 장소라고 방심했나 보지?”
전신에 마기를 두른 마족장군의 HP는 보통마족보다 세배가량 많았고 신체능력은 두말할 것도 없다.
“쿠샨 도망쳐!”
“난 걱정 마라. 다른 마족은 이곳으로 못 들어오는 것 같으니까. 너야말로 어서 도망쳐라. 마법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지금의 너는 방해만 될 뿐이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1대1 승부라면 바드의 장비를 두른 지금, 마족장군을 어떻게든 상대할 수 있으리라.
“그게 무슨 소리야? 일반 기사들만 백 명이 달라붙어도 모자랄 판에 저놈을 혼자 상대하겠다고?”
“못할 거야 없지. 시간을 벌어볼 테니까 그 안으로 자리를 피해라. 전투의 함성, 불굴의 의지, 죽지 않는 생명력, 굳건한 결의.”
《전투의 함성을 사용했습니다. HP재생력이 20% 상승하고 체력에 비례해서 방어력이 추가됩니다.》
《불굴의 의지를 사용했습니다. 적에 대한 디버프를 80% 확률로 저항하고, 마법저항력과 방어력이 50% 상승합니다. 치명상에도 일시적인 경직상태를 면합니다.》
《죽지 않는 생명력을 사용했습니다. 60초간 사망수준에 이르는 공격으로부터 무적상태가 됩니다. 시간이 경과되면 HP가 30%로 줄어들게 됩니다.》
《굳건한 결의를 사용했습니다. 5분간 스탠싱이 100%로 고정되고 방어력과 마법저항력이 30%씩 상승합니다.》
쿠샨의 버프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라파엘의 가호.”
바드가 제작한 쿠샨의 갑옷은 ‘라파엘’이라는 천사의 이름에서 따온 라비에스 세트다. 총 아홉 점으로 투구, 상의, 하의, 신발, 장갑, 팔 보호대, 어깨보호구, 방패, 무기가 있는데 이는 신성력을 중점으로 제작된 방어구답게 오로지 마족만을 대항하기 위한 장비로 볼 수 있었다.
라비에스의 손길(투구) -장비 중
라비에스의 플레이트(상의) -장비 중
라비에스의 플레이트(하의) -장비 중
라비에스의 건틀릿(장갑) -장비 중
라비에스의 배틀 슈즈(신발) -장비 중
라비에스의 명예(어께견장) -장비 중
라비에스의 믿음(방패) -장비 중
라비에스의 중용(팔 보호대) -장비 중
5세트 효과: 성속성 공격력 30% 증가.
6세트 효과: 어둠속성 저항력 40% 증가 및 물리, 마법방어력 체력비례로 상승.
7세트 효과: 성속성 공격력 70% 증가 및 상대방 성속성 저항력 50% 감소.
8세트 효과: 어둠속성 저항력 60% 증가 및 상대방 어둠속성 공격력 80% 감소.
9세트 효과: 신의 강림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설명: 대천사 라파엘이 기도를 들어주어 생겨난 산물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강력한 신성력과 어둠속성 저항력이 담겨있다. 자체적으로 신성력을 내뿜는 전설의 4대광물중 하나인 만년광철로 만들어져서 강도가 우수하고 신성력 친화도가 높아진다. 다만, 그 무게가 무거워 높은 근력 파라미터를 요하게 된다.
이름: 라비에스의 클레이모어+12(에픽)
내구도: 340/340
레벨제한: 340
공격력: 338+122
속성: 광(光)
특수능력: 속공, 무게경감, 광속성 친화
속공(레벨10)- 무기 공격속도가 60% 상승합니다.
무게경감(레벨10)- 인벤토리 및 착용장비의 무게가 80% 감소합니다.
광속성 친화(레벨10)- 광속성 친화력이 100%로 고정됩니다. 광속성 친화력이 높을수록 신성력 데미지가 상승하고 암속성 데미지가 감소됩니다.
설명: 라파엘이 사용한 신성검. 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의 강력한 광속성 친화력이 붙어있다. 완전한 어둠을 거두고 빛으로 심판하는 무력의 검이다.
“인간 혼자서 마족장군인 나를 상대하겠다고? 어림없는 소리. 누구도 내 손아귀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 내 손에 피떡이 되어 죽어라!”
“뭐하는 거냐! 어서 도망치라니까!”
다프네가 답답하다는 듯 소리쳤다.
“레이나라고 했죠? 저 분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마세요. 어서 도망치자고요! 그란다! 당신도 스스로 몸을 일으키세요! 더 이상은 도와주지 않겠습니다!”
그녀의 호통에 레이나가 결심을 한 듯 표정을 굳혔다. 그녀의 말마따나 지금 상황에서 뾰족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레이나는 절뚝거리는 그란다를 이끌고 금지구역 내부로 걸어 들어갔다. 쿠샨은 방패를 치켜들며 콧방귀를 뀌었다.
“킁! 이젠 방해꾼이 없다. 마음껏 싸워볼까?”
“인간주제에 허세는! 우오오오!”
쿠샨은 곧장 한손 방패를 꺼내들고 소리쳤다.
“디펜드(defend)!”
노란색 광체가 육각모양으로 퍼져나갔고, 경미한 데미지를 입었다. 마족은 의외라는 눈으로 근육을 꿈틀 거렸다.
“내 공격을······.”
“고작 마족 한 마리에게 쩔쩔맬 내가 아니지. 그 정도로 수준 떨어질 정도라면 혼자서 네놈을 상대하지도 않았다.”
그는 갈색의 짧은 머리카락을 투구 사이로 휘날리며 마족장군 알두인을 주시했다.
“차지 버스트(Charge Burst)!”
온몸의 기운을 끌어올려 빠른 속도로 적에게 돌격하는 기술. DPS는 낮은 편이지만 적의 공격을 페리하거나 중단시키는데 목적을 둔다.
“어림없다!”
알두인은 울긋불긋한 팔을 채찍처럼 늘어뜨리며 쿠샨의 둘격과 맞부딪쳤다. 페리효과가 붙어있는 차지 버스트는 마족의 늘어진 팔들을 전부 내쳤다.
콰앙!
쿠샨의 방패가 알두인의 몸체와 충돌했다.
《적에게 13240의 데미지를 가했습니다.》
《페리에 성공하여 적이 3초간 스턴상태가 됩니다.》
“크윽! 건방진 놈이!”
알두인은 양손을 단단히 움켜쥐어 바위 같은 주먹을 수직으로 내리찍었다. 쿠샨은 다시금 방패를 들어 올려 가드 했다. 주먹이 방패와 격돌하지 깊은 울림이 사방으로 번져나갔다.
두툼한 팔과 다리, 다부진 근육질 몸매. 명백한 인간형 마족이다. 벽안의 안광과 허리까지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 입 밖으로 튀어나온 크고 날카로운 이빨이 흉측하기 까지 했다.
쿵쾅쿵쾅 땅을 울리며 달려온 알두인이 팔을 크게 젖히고 쿠샨을 향해 뻗었다. 공기의 밀도가 주먹을 중심으로 빨려 들어가는 착각을 일으켰다. 쿠샨은 그 자리에서 한 반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정면으로 격돌했다.
“이놈! 어디까지 버티나 보자!”
“흥! 어디까지 공격할 수 있나 보마.”
오히려 한손 방패를 정면으로 내세우고 양다리를 바닥에 단단히 고정시킬 뿐이다. 아무리 마기를 두른 공격이라도 쿠샨의 암속성 저항력은 100%에 이른 걸로 모자라 하늘을 찌르는 경지다. 마기를 두르건 말건 그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었다. 오히려 쿠샨의 갑옷에서 흘러나오는 신성력과 금지구역에 머물러있는 신성력이 더해져 알두인의 능력을 감축시킬 뿐이었다.
콰앙! 거대한 주먹이 그의 방패를 때렸고 강렬한 충격이 쿠샨의 몸 곳곳으로 엄습했다.
‘쓸데없이 힘만 쌘 놈이로군!’
하지만 방어력은 충분히 끌어올렸다. HP가 감소해봤자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발이 지지하고있는 지면은 그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허물어졌다.
“날 약올리는 거냐! 인간!”
《극한의 신체, 꿇리지 않는 의지, 탱커의 본분이 발동됩니다.》
3개의 패시브 스킬이 개방되자 쿠샨의 눈이 노란빛의 안광으로 번뜩였다. 그의 온몸이 몇 배로 부풀어 올라서 판금갑옷이 북소리를 울리며 크기를 키웠다.
‘무조건 페리(parry)한다!’
극한의 신체는 30초 이내로 20번 이내의 공격을 받아냈을 시 발동되는 패시브다. 소실된 HP의 10%를 복구하고 근력스텟을 추가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 꿇리지 않는 의지는 전투 시작 후 30초간 공격하지 않고 방어태세를 유지할 때 발동되는 패시브다. 마지막으로 탱커의 본분은 방어에 성공할 때 차오르는 가드 게이지를 가득 채웠을 때 발동되는 스킬로, 45초간 이동속도5%가 빨라지고 35000의 데미지를 막아주는 보호막을 두르게 된다.
“까불지 말란 말이다!!”
콰득! 콰득! 양팔의 근육이 비상식적으로 증가. 발바닥에 불꽃이 일어나고 지면으로부터 뜨거운 열기가 피어올랐다. 신성력과 몇 번이고 부딪친 알두인의 주먹에는 힘이 반쯤 빠져나가 있었다.
‘지금이다!’
쿠샨은 단전으로부터 끌어올린 기합과 함께 방패를 들어 올려 알두인의 주먹을 하늘 높이 튕겨냈다. 그 반발력으로 알두인의 자세가 완전히 흐트러졌고,
《페리에 성공하여 적이 3초간 스턴상태가 됩니다.》
“아르텔다의 불꽃!!”
《아르텔다의 불꽃이 라비에스의 클레이모어를 둘러쌉니다. 무기에 화염속성이 추가됩니다. 타깃이 된 표적은 타수에 맞춰 화상 데미지를 입습니다.
1타: 초당 화상 데미지 5%를 5초간 지속.
3타: 초당 화상 데미지 7%를 7초간 지속.
6타: 초당 화상 데미지 10%를 10초간 지속.
12타: 초당 화상 데미지 15%를 20초간 지속.
24타: 초당 화상 데미지 20%를 30초간 지속, 중첩된 화상 데미지는 900%의 데미지로 한 번에 폭발합니다.》
페리로 인해서 나타나는 행동불능 상태는 3초로 고정되어있다. 즉, 놈의 막대한 HP를 단번에 깎아내기 위해선 그 3초 동안 24타라는 막대한 일격을 퍼부어야 한다는 뜻이다.
녀석이 정신을 차린 이후로 타격을 주기 위해선 다시 한 번 페리에 성공해야 하리라.
아르델타의 불꽃으로 MP의 1/3을 소모했지만 쿠샨은 다시 한 번 MP의 1/3을 소모시켰다.
“환영검(Phantom sword)”
방패가 잠시 사라지고 들고 있던 클레이모어와 똑같은 클레이모어가 방패를 쥐던 손에 쥐어졌다. 환영으로 만들어진 검이지만 그것은 모양과 능력을 완전히 카피한 진짜 검과 다름없었다.
숙련도가 낮을 때에는 말 그대로 환영일 뿐이다. 실체를 갖는 환영은 최소한 중급 9단계 이상의 숙련도에서 발현되는 현상이다. 게다가 카피된 클레이모어에도 아르텔타의 불꽃으로 뒤덮여 있다. 이는 아르텔다의 불꽃스킬을 한 번 더 사용해야할 MP를 절약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쿠샨은 알두인의 지근거리에서 탱커의 유일한 연격기술, 브레이커 아머를 사용했다. 검 하나에 3연격. 두 개니까 초당 6연격. 앞으로 18연격까지도 데미지를 중첩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남은 2초 동안 각각의 무기로 18타를 때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쿠샨은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마족의 체력을 전부 깎기 위해선 앞으로 두세 번은 더 페리를 해야 한다고 짐작했다.
“갤럭시 브레이커(Galaxy breaker)”
여성의 높은 음성이 고막을 찢을 듯이 다가왔다. 쿠샨이 고개를 돌린 방향에는 고통을 통감하는 레이나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그녀의 손에서 별빛처럼 쏟아져 나온 빛의 입자들은 수백 개의 호선을 그리며 쿠샨의 클레이모어에 담겼다.
《레이나님에게 “갤럭시 브레이커” 버프를 받았습니다. 3초간 공격속도 및 공격력이 300% 증가합니다.》
콰각! 콰각! 촤자자자작!!!!
오른손의 롱소드로 크게 대각선 베기, 그 즉시 몸 전체를 팽이처럼 회전시키며 같은 방향에서 참격. 왼손과 오른손을 X자로 교차해서 상단과 하단을 공략.
7809!
9003!
16400!
24900!
알두인의 머리위로 데미지 수치가 끝을 모르게 상승했다. 믿기지 않는 연격이었다. 단 몇 초 만에 18연격. 아니, 36연격을 먹였다. 알두인의 복부 쪽에 길게 그어진 검상에는 백색의 입자들이 흘러나와 허공으로 퍼졌다. 그 모습은 마치 밤하늘의 은하수를 연상케 했다.
“어, 어떻게. 어떻게에!!!!”
나는 마지막 영혼을 불태우며 양팔을 움직였다. 전신의 운동신경이 끊어질 것만 같았다. 타오르는 격통이 온몸으로 퍼지고, 속도에 적응하지 못한 신체에 부하가 걸려 HP가 줄어들었지만 끝까지 공격했다.
꿈틀.
페리로 인한 행동불능상태가 끝났는지, 마족의 근육이 한순간 꿈틀거렸다. 하지만 반응은 쿠샨이 더 빨랐다. 공격을 캔슬하고, 다시 방패를 들어올렸다. 알두인의 전력을 짜낸 공격이 쿠샨을 머리 위를 짓눌렀다.
“끝나지······않았다아아!!!!”
그의 안광이 더욱 발광했다. 몸 안의 모든 것을 쏟아 붓기라도 하듯 쿠샨이 오열했다. 그가 방패를 비스듬히 하여 알두인의 전심전력을 쥐어짜낸 공격을 흘려냈다. 만약 0.1초라도 타이밍이 어긋났다면 마족장군의 힘에 눌려서 찌부러졌으리라.
붉게 충혈 된 알두인의 눈이 쿠샨의 눈과 마주쳤다. 알두인도 마찬가지로 오열을 내질렀다. 허나, 그걸로 쿠샨의 맹렬한 행보는 막을 수 없었다.
‘내가······ 인간에게?’
알두인의 검은 피부가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체내로부터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피의 수증기가 주변을 빨갛게 물들였다. 알두인의 팔 한쪽이 부욱! 하고 대북을 찢는 소리와 함께 크기를 키웠다.
‘뭐지?’
쿠샨은 처음으로 공포를 느꼈다. 그리고 한 가지 확신했다. 마족장군 또한 겁에 질려있다는 것을.
궁지에 몰린 쥐새끼는 고양이 콧등을 깨무는 법이지. 그만큼 궁지에 몰렸다는 거다.
“꿰에에에에엑!!!!!!!!!!!!!!!!!!!!!!”
알두인의 전신이 마그마처럼 달아오르고 이내 거대한 화염폭발을 일으키며 상체가 터져나갔다. 가까스로 방패를 들어 올렸지만 그 폭발을 정면에서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제, 제기랄!”
“씰(Seal)!”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순간이었다. 막대한 크기의 반투명한 하늘색 구체가 전신을 감싸기 까지는 이 보호마법이 누구로부터 나온 건지는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레이나?”
폭발은 어찌어찌 피할 수 있었다. 물론 레이나의 씰과 탱커의 본분 스킬로 얻어낸 방어막이 소멸하고도 HP 절반이 날아갔지만 말이다.
“레이나 너 마법을······.”
그녀의 감은 눈에서 핏물이 흘러나왔다. 오른쪽 눈은 푸른 불꽃이, 왼쪽 눈에는 검은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괜찮아. 그렇게······ 아프지 않으니까.”
말은 그렇게 해도 레이나는 얼마못가 바닥에 쓰러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