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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ter Smith-133화 (133/202)

Master Smith (133)

나는 윈드 마스터 세트로 무장한 채,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우선 눈앞으로 날아오는 촉수하나를 거침없이 베어냈다.

“붸에엑!”

“얌전히 있어라. 허튼짓 하면 예전처럼 문어숙회로 만들어 버릴 테니.”

크라켄은 한순간의 위협을 느꼈는지 촉수를 벌벌 떨기 시작했다.

“어디, 인간군을 공격한 촉수가 이건가?”

촉수겉면에 붉은 핏자국이 묻어있다. 내가 이래서 인간군이 접근하는 걸 막으려 한 거였는데······.

이럴 때 보면 인간이 무지하고 어리석어 보인다. 위기를 느꼈으면 빨리 도망갈 것을 왜 무리하게 싸우다가 죽느냔 말인가?

나는 촉수의 뿌리부분을 단번에 베어 넘겼다. 거대한 검기를 동반한 충격파가 촉수를 터뜨리자, 짠내와 함께 묽은 핏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붸에에엑!”

레이드 보스의 체력이 단번에 7%나 줄어드는 경악할 만한 일이 벌어졌다. 파천도의 공격력이 높은 탓도 있지만, 각종 패시브가 어마어마한 상승치를 이끌어낸 것이었다.

‘맙소사! 크라켄 다리를 일격에?!’

“사람이나 대피시키라고 말 했을 텐데? 거기 있다간 싸움에 휘말린다!”

그 순간 디포네를 집채만 한 촉수가 날아갔다. 옆으로 치고 들어가는 각도여서 디포네는 자신의 처지를 모르고 있었다.

‘염병할 엘프녀 같으니라고. 말을 똥구멍으로 쳐듣나!’

나는 강하게 이를 악물었다. 다음으로 피부가 밀려날 정도로 급발진하기 위해 온몸의 마나를 쥐어 짜냈다. 허공을 박차며 두세 번 가속. 거기다 윈드 마스터의 효과로 이동속도 50%증가까지.

‘크흐읍!’

“왜 이리로 오는······ 헉!”

크라켄의 다리가 코앞까지 다가와서야 사태를 파악했는지 그녀의 얼굴이 삽시간 만에 굳어졌다.

‘피, 피할 수 없······.’

“고개 숙여!”

나는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날아가 육중한 촉수를 정면으로 가로막았다. 뒤늦은 충격이 대지를 흔들고 바닥이 끈적거리는 점액질로 뒤덮였다.

“너······!”

“으그극! 당장 여기서 꺼져. 지금 싸우는 거 안 보여?”

그녀는 맨 몸으로 촉수를 붙잡고 버티는 바드를 발견했다.

“괜찮은가?!”

“당장 꺼지라고 말했다!”

참다못해 소리치자 그녀가 몸을 움츠리며 등을 돌렸다.

“미, 미안하다. 뒤를 부탁하지.”

미안하면 다신 오지 마. 뭔가 하려고 하지 마. 지금 당신들이 나서봐야 방해만 될 뿐이니까. 물의 나라의 병사들이며 해왕의 해수들이며 꽤 많은 피해가 일어났다. 그들도 더 이상 방해만 될 뿐이다. 한시라도 빨리 도망쳐주는 게 내 딴에는 고마울 것이다.

“운디네! 병력들을 물려라! 망설이면 전부 죽음이야!”

“하, 하지만 용사님!”

운디네가 뭐라 변명하기도 전에 그녀의 측근인 세롤드와 해왕이 앞서 행동했다.

“이럴 때가 아니다 운디네.”

“어서 빨리 도망쳐야 합니다요!”

“하, 하지만 이대로 물의 나라가 후퇴하면 지상은······.”

해왕이 운디네의 어깨를 잡아끌며 말했다.

“전열을 가다듬고 돌아와도 늦지 않는다. 지금 상황에서 이곳에 있다간 몰살이야!”

해왕이 삼지창을 내리쳐 물의나라로 통하는 포탈을 열었다. 그곳을 통해서 수많은 물의나라 군사들과 해수들이 후퇴를 감행했다.

“용사님!”

“필요하면 다시 부를 테니까 대기나 하고 있어!”

이제 됐다. 남은 건 폭주한 크라켄을 말리는 것이다.

나는 크라켄의 다리를 정면으로 내쳐버리며 다시 한 번 크라켄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레이드 보스답게 잘려나간 다리가 벌써 재생되고 있었으나 처음보다는 재생력이 죽어 내렸다.

“마족은 다 빠져나온 모양이군.”

연기처럼 흘러나오던 검은 암영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대신 숨 막히는 마기가 끊임없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이 마기가 마왕의 것이라면 현자와 게르덱은 엄청난 녀석을 부활시키려 한 것일지도 모른다.

꽈르르릉! 꽈과광!!!!!!!!!!!!!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내려치고 마계의 문 쪽으로 모든 불행이 밀집하기 시작했다.

‘이상 현상의 끝에는 그 원인이 드러나기 마련이지.’

칠흑의 구멍 안쪽에서 기형의 뿔이 우뚝 드러났다. 찢어진 검갈색 날개는 상상 이상으로 거대해서 마치 환상을 보는 듯 했다.

‘엄청 크군.’

저런 놈을 상대하려고 했단 말인가? 현자는 노망이 나고 게르덱은 겁을 상실한 게 분명하다.

“바드! 마왕을 쓰러뜨리기 위해선 근처의 모든 마기를 소멸시켜야 하네! 그렇지 않으면 마왕은 무한히 회복할 거야!”

“근처의 마기?”

방금 전에 마족 놈들이 수백만 마리가 넘어와서 대륙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그 놈들을 일일이 쫓아가서 죽이는 짓은 나라도 못한다.

“마계의 문을 열어주는 어리석은 인간이 존재하는군!”

듣기만 해도 침울해지는 목소리가 온 땅에 울려 퍼졌다. 마치 마왕의 완전 부활과 멸망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 같았다.

마기를 대적할 수 있는 힘은 오로지 신성력 뿐. 나는 문 라이트 세트로 장비를 교체하고 마왕의 마기에 정면으로 맞섰다.

《마왕의 살기에 성공적으로 저항합니다.》

“살이 따끔거릴 정도의 살기라니, 살벌하군.”

바드는 능력치 창을 불러냈다.

이름: 바드

직업: 전설의 대장장이

레벨: 890(착용한 장비에 따라 변동됩니다.)

현재 상태: 분노, 긴장

장착무기: 《신성의 마리아나+24강화》

칭호: (진의를 깨달은 대장장이)▼ 보유한 칭호개수 344개.

MAX HP: 583,880/512,230▲ (남은 포인트 분배 가능)

MAX MP: 370,800/137,609▲ (남은 포인트 분배 가능)

EXP: 99,118,383/1,199,332(1.21%)

근력(STR): 10345+7100▲ (남은 포인트 분배 가능)

민첩(DEX): 6800+3250▲ (남은 포인트 분배 가능)

행운(LUK): 2310+1200▲ (남은 포인트 분배 가능)

지능(INT): 4905+1100▲ (남은 포인트 분배 가능)

물리방어력: 340+220 (물리내성 패시브 적용완료)

마법방어력: 80+100 (마법내성 패시브 적용완료)

크리티컬 발동확률: 75%

최대 크리티컬 데미지: 80%~100%    최소 크리티컬 데미지: 60%~79%

《속성별 저항》

화염: 75%+22%저항   물: 40%+15%저항      번개: 80%+10%저항

대지: 50%+23%저항   공기: 40%+100%저항    철: 60%+0%저항

빛: 30%+5%저항      어둠: 30%+20%저항    무(無): 90%+0%저항

부정적 상태이상 저항능력 40%.

저항 실패 시 디버프 효과 지속시간 10%감소.

203가지의 패시브 효과 중첩 중. ▼(이곳을 눌러 패시브 확인가능)

50%에 달하는 어둠저항력으로 용케도 버텼다. 나는 마왕이 마계의 문에서 완전히 빠져나오길 기다렸다.

“말도 안 되는 녀석이군. 당장이라도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겠어.”

신에게 맞먹는 존재를 상대로 템빨이 어디까지 통할까?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신이 만든 보구라면 말이다.

잠시 후 마왕의 모습이 완전히 드러났다.

“나를 부활시킨 보답으로 상을 내려야겠군. 고통 없이 소멸해라. 그것이 너희에게 베풀 수 있는 최대한의 자비다.”

“아샨드라고 했나? 이왕 베푸는 거, 네 목숨도 내놓지 그래?”

불안정한 마왕의 인영에서 거대한 구체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마기로 이루어진 고밀도 에너지는 거대한 운석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어둠의 땅에 가득했던 먹구름이 그 구체의 기운에 도망가듯 원형으로 밀려나고 푸른 천공이 개방 되었다. 눈부신 햇살이 어둠의 땅을 밝게 비추었고 아샨드의 등 뒤로 태양빛 후광으로 감싸였다.

‘행성 자체를 소멸시킬 셈인가?’

무조건 막아야 된다. 하지만 혼자서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그의 힘이 필요하다.

“오랜 염원이 드디어 이루어진다!”

꽈르릉!!!!!!!!!!!

“멍청한 인간 녀석들!!!!”

천둥번개 소리와 함께 귀를 찢는 샤우팅이 하늘 떠나가라 울려 퍼졌다. 누구의 목소린지 대강 짐작은 간다.

“가능하리라 생각하는가, 아샨드여!”

우르릉 쾅쾅!

《번개의 신 토르가 강림합니다.》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드디어 만나는 군. 그동안 참고 기다린 보람이 있어.”

한줄기의 백색선이 세상을 둘로 갈랐다. 그의 등장만으로 돌산이 붕괴되었고 대지가 함몰되었다. 나는 현자와 게르덱을 데리고 안전한 곳까지 전력 질주했다.

“바드!”

“너무 늦다고 묠니르. 십년감수했다.”

말은 이래도 그 어느 때보다 그녀가 반갑게 느껴졌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되었다. 남은 것은 토르가 이기길 기원하는 것 뿐.

“네놈이 묠니르를 뽑아든 인간이냐.”

“······.”

역시 신이라 그런지 중압감이 장난 아니다. 섣불리 반말을 날렸다간, 번개에 맞아죽을 것 같았다.

“처음 뵙겠습니다. 토르님.”

“네놈이 죽어 마땅한 일을 몇 번이고 저질렀지만 지금은 상황인 만큼 살려주도록 하겠다. 일단 도망쳐라. 이곳에서 멀리, 최대한 멀리!”

“토~르! 오랜만이군. 이번에도 날 방해할 생각이냐?”

“방해? 웃기지 마라. 이건 방해가 아니라 할 일을 하는 것뿐이다. 네놈 좋으라고 가만히 구경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아샨드는 그로테스크한 웃음소리를 남기며 경고했다.

“크큭! 예전의 나와 같다고 생각하지 마라.”

“확실히 다르군. 마기도 미약하고 한없이 나약해졌어. 지난번 보다 싱겁게 끝날 것 같군.”

“과연 그럴까?”

두 신이 내뿜는 에너지가 격렬하게 충돌했다. 그 여파로 거센 강진이 발생했고, 바드는 묠니르의 팔을 붙잡았다.

“뭐, 뭐하는 게냐!”

“너도 따라와 이곳을 대피해야해!”

게르덱은 물론 현자도 마찬가지다. 저 둘의 싸움에 개입해봤자, 설령 구경만 한다 하더라도 목숨을 보장할 수 없다.

“세상의 반대편이든 어디든 최대한 도망쳐!”

토르가 패배하면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겠지만 그런 걱정은 나중에 해도 충분하다.

“영감! 게르덱! 뭐하는 거야? 어서 따라오라고!”

현자는 바드를 향해서 도리질을 쳤다.

“아닐세. 나는 떠나지 않겠네.”

“무슨 개떡 같은 소리를 하는 거야? 저거 안 보여? 쥐도새도 모르게 죽는 수가 있다고!”

“내가 볼 수 있는 미래는 더 이상 없네. 남은 건 케르드가 본 미래가 전부야. 일을 저질렀으니 최후의 결과를 지켜보는 게 나의 마지막 사명일세.”

“스승님이 가지 않겠다면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사명? 개나 주라 그래. 죽으면 결국 아무소용 없는 것 아닌가!

“억지 부리지 마! 살아남으면 더 많은 걸 보고 느낄 수 있어. 여기서 돗자리 펴고 앉아있을 이유 없다고!”

“그럴지도 모르지만 나는 내 책임을 다하려는 것일세. 이해해주면 안 되겠나?”

이해해 달라? 그런 게 가능하랴? 한 남자는 자신의 존재를 걸어서 까지 하벨스 대륙을 지켜냈다. 남은 건 무엇인가? 모든 이들에게 잊힌 것 이외에 더 있는가?

“이제 와서 무게 있는 척 하지 마. 구역질나니까.”

나는 현자와 게르덱을 붙잡고 질주하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무거운 묠니르에와 늙은 할아범, 다 큰 성인 한명을 짊어지려니까 속도가 붙지 않았다.

“무리해서 도망갈 필요 없네.”

“있어! 이 땅이 어떻게 해서 남겨진 건데, 그냥 뒤지려는 거냐!”

내 할아버지가 지켜낸 세계다. 살아있을 때 머물다가 죽을 때 떠나는 단순한 땅덩어리가 되게 놔두지 않을 거다.

“닥치고 뼈 빠지게 살아남으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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