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mith (121)
비좁다. 내 힘을 담아내기엔 너무나 작은 그릇이다. 하지만 당장 빌붙을 몸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 무엇보다도 내 목소리를 들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싹수가 푸르다는 소리지.”
노엘의 몸을 차지한 내면의 혼백은 호족의 조상이자 최초의 십미호인 담화연이다. 그녀는 아직 어린 몸을 움직이며 몸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인간의 몸이 이리도 약하다니, 역시 하등종족이군.”
그러나 마음만큼은 높이 산다.
“내 후손을 생각하는 마음은 진심이더군. 그에 보답한다 치고, 이 아이는 살려주도록 하지.”
담화연은 휑하게 뚫린 미호의 복부에 손바닥을 얹었다. 그녀의 눈이 더욱 밝게 빛나자, 미호의 복부가 순식간에 메워지고 피가 멎어들었다.
“당장은 무사할 게야. 그리고 때가 되면 언젠가 또 만나자. 인간 아이야.”
담화연은 본인에게 말하듯 중얼거린 다음 노엘의 몸에서 순식간에 빠져나갔다. 노엘의 몸이 투웅! 반동적으로 튕기더니, 이번엔 노엘이 컥컥 거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방금 무슨 일이······.’
언니의 몸이 치료되어있다. 방금 전 일이 꿈은 아닌 모양이다. 내 몸에 누군가 들어왔다 나간 것이 확실하다. 그리고 그 사람은 분명 낯선 사람이 아니다. 바로 근처. 이 근처에서 비슷한 기운이 감지된다.
‘설마?’
노엘의 시선이 멀리 보이는 여우상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짙은 정기. 방금까지 내 몸에 들어온 힘과 똑같았다.
“노엘? 내가 어떻게······.”
“언니 괜찮아?”
언니가 정신을 되찾았다. 출혈이 멎었으니, 회복은 금방인 모양이다. 언니는 얼떨떨한 얼굴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뭐가 이상하다는 눈치이다.
“담화연님?”
“응?”
노엘의 반응을 확인한 미호가 고개를 저으며 얼버무렸다.
“아니야. 내가 착각했나봐. 그보다 신령님을 지켜야 해. 장로님까지 싸움에 합류한 모양이야. 서둘러 움직이자.”
“하지만 언니 체력이······.”
“이 정도는 모기 물린 것만도 못하지! 난 괜찮으니까 어서~!”
미호는 노엘을 얼싸안고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보다 훨씬 쌩쌩한 몸으로 가속을 하자, 노엘은 정신을 못 차리고 괴로운 신음을 길게 내뱉었다.
***
“전군 앞으로! 일제히 적들을 요격하라!”
“아랑님! 신령님의 결계가 곧 깨지고 맙니다! 이미 너무 많은 공격을 받고 말았습니다!”
“크윽! 이 녀석들. 어디서 이렇게 많이······.”
주변에 널린 마족의 시체는 수를 헤아릴 수 없었다. 그러나 멀리 동편에서 날아오는 시꺼먼 그림자는 그를 상회하는 숫자였다. 오래 지나지 않아 신령의 결계는 깨지게 될 것이고, 신령의 정기가 마족들 손에 넘어가는 순간, 모든 호족주민은 목숨을 잃을 것이다.
“동편?”
“아랑님! 어서 지시를! 이대로 가면 전멸입니다!”
“······지시고 뭐고 필요 없다.”
몇 초간 침묵하던 장로의 입가에 희망의 빛이 담겼다. 그녀는 싸늘한 겨울바람의 냉기를 온몸으로 뿜어대기 시작했다. 그 압력에 눌린 호족전사들은 몸을 움츠리며 무의식적으로 공포감에 사로잡혔다.
“아랑님?”
“그들이 도착했다.”
“그들이라면?”
“속세에서 벗어나 오로지 강함을 추구하던 호족들. 꼬리 아홉 개를 달고도 압도적인 힘을 기르려던 호족들. 영겁의 시간동안 인간계에서 감정을 죽이고 삶을 개척하던 구미호들이 이제 막······.”
아랑이 말을 끝마치려던 순간 하늘로부터 천둥 번개 같은 목소리가 대거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개만도 못한 놈들이 어디까지 기어들어온 거냐!”
“전부 뜯어 먹어주마. 하등 쓸모없는 살덩이들아.”
“죽여, 내장까지 잡아 뜯어서 씨알까지 분해시켜!”
쾅쾅쾅!
공대지 미사일을 연상케 하는 광범위 폭격이 지면을 때렸다. 산발형으로 떨어지는 얼음송곳과 피부를 찢는 낙뢰, 모든 공기를 연소시키는 불덩이들은 수백 마리의 마족들을 저세상으로 보내기에 충분했다. 지글거리는 연기 속에서 호족전사들은 얼빠진 얼굴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저, 저분들은!”
“호족전사들이 마족의 침입을 이리도 쉽게 허락하다니. 그 죄는 바다 속에 천년을 수장시켜도 부족할 테지만 지금은 상황을 고려해서 보류해두기로 하지.”
구미호의 호통에 호족 전사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아랑은 상황이 잠시 풀린 틈을 타, 구미호들에게 곧장 명령을 내렸다.
“잘 와주었다. 다들 오랜만에 보기 좋은 모습이구나.”
“아랑님도 오래간 만입니다. 불미스런 일 때문에 다들 모이게 되었으니, 아쉬울 따름이군요.”
냉랭한 눈을 가진 남성 구미호가 손을 공손히 모아 인사했다. 그는 손안에서 농밀한 마력을 뿜어내 차가운 얼음송곳 하나를 만들었다.
“그런데······.”
그가 무심한 듯 가볍게 손목을 휘저어 얼음 창을 날리더니 머리위로 지나가던 마족의 복부를 관통시켰다. 쌍겹의 날개를 가지고 있던 통통한 마족은 지상으로 추락했고, 몸을 꿈틀거리며 이내 절명했다.
“더러운 것들이 많이도 몰려 있군요.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지.”
“너희도 인간계에 있다가 와서 알지 않느냐? 마왕이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완전한 부활을 위해서 신령님의 정기를 노리는 듯하다.”
“이놈들이 신령님의 정기를······.”
그의 눈빛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옆에 있던 다른 여성 구미호가 그의 행동을 저지하며 화제를 돌렸다.
“설화가 안보이더군요. 이미 왔나요?”
“그래. 아까 마족장군의 상위 등급 마족과 함께 멀리 떨어졌다. 지금쯤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겠구나.”
“마족장군의 상위등급이라면, 마족단장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건 위험해요. 구미호라도 마족단장과 1대1로 싸우면 승산이 없다고요!”
아랑은 그녀의 말에 동의하듯 끄덕였다.
“나도 알고 있다. 시간이 꽤 지났으니 이미 결판이 났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설화나, 마족단장이나 누구 하나는 이쪽으로 와야 할 텐데······.”
“그건 걱정할 필요 없겠군요.”
다른 구미호가 먼 곳을 가리켜며 말했다. 그곳은 마족단장이 지면을 뒤엎고 간 방향이었다.
지평선 너머로 작은 그림자가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 아랑이며, 다른 구미호들은 그림자의 주인이 누구인지 대번에 알아차렸다.
“설화! 살아있었구나!”
“뭐야, 다른 녀석들도 다 모였잖아?”
미호가 의외라는 듯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였다. 그 반응을 본 아랑이 미호를 껴안으며 말했다.
“걱정했다. 혼자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어떻게 된 게냐? 혼자 힘으로 마족단장을 쓰러뜨리기 쉽지 않았을 텐데?”
“강하긴 하더라고. 복부에 큰 구멍이 뚫렸을 땐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미호가 슬쩍 상의를 걷어 올리자, 뽀얀 피부가 드러났다. 그 틈에 몇몇 남성 구미호들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큼큼! 세월이 지나도 변함없구나. 설화.”
“뭐야 현량이야? 너 무진장 오랜만이다?”
미호 정겹게 손을 흔들며 이어 말했다.
“어렸을 땐 나좋다고 쫄래쫄래 따라오던 꼬맹이가 언제 이렇게 커버렸데?”
“어, 언제 적 이야기를 하는 거야!”
현량이 얼굴을 붉히며 반박하는 동시에 옆에서 지켜보던 다른 구미호가 끼어든다. 그녀는 미호와 마찬가지로 아리따운 얼굴과 성숙한 몸을 가진 여성 구미호였다.
“두 사람 그만해. 지금 어떤 때인지 모르는 거야?”
그녀를 빤히 노려보던 미호가 도끼눈으로 답했다.
“오호라~ 낯이 익는다 했더니, 너 화연이구나? 지지배가 언제 또 구미호까지 되셨데?”
“만나자마자 시비 거는 거냐? 도전이면 받아주마!”
두 사람이 크르릉 거리며 이빨을 드러낸다. 아랑은 골머리를 앓으며 두 사람을 떼어냈다.
“이럴 때가 아니다. 마족들이 몰려오는 곳을 알아냈어. 놈들은 연꽃마을 동편에서 찾아오고 있다. 필시 그곳에 마계의 문이 열려있을 거야. 서둘러 그곳을 봉인하지 않으면······.”
화연은 토라진 얼굴로 고개를 돌리며 아랑의 말에 대꾸했다.
“됐어요. 그곳은 이미 정리하고 오던 참이니까.”
“그게 무슨 소리냐?”
아랑의 재 질문에 화연이 따박따박 설명했다.
“저희들이 이미 다 끝내고 왔다구요. 남은 건 잔당뿐이에요. 아시겠어요?” 팔미호들이며, 구미호들이며 전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몇 안 되는 마족의 숫자에 그들은 확신했다. 더 이상 마족의 숫자가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그렇구나. 이미 오는 길에 끝내고 왔구나.”
“저희도 구미호라고요. 언제까지고 애들이 아니에요.”
의기양양한 화연의 모습이 아니꼬웠는지 미호가 태클을 걸었다.
“이야~ 울보 찌질이가 꽤 성장했네?”
“넌 입 좀 닥치고 있지? 마족 따위에게 배때기나 뚫려놓고선.”
“그러고 보니 어떻게 살아남은 게냐? 보기엔 멀쩡해 보이는데······.”
아랑의 질문에 미호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말이에요 장로님. 사실 이 애가 살려줬는데.”
미호는 등에 업혀있는 노엘을 곁눈질했다. 노엘은 빙빙 돌고 있는 눈으로 헛구역질을 하고 있었다.
“인간아이잖아?”
현량의 말에 미호가 긍정했다.
“응. 그런데, 내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한순간 담화연님의 기운을 느꼈어. 아마도 날 살린 건······.”
“담화연님이다?”
화연이 터무니없다는 어투로 콧방귀를 뀌었다.
“담화연님이 이런 인간 몸에 들어갈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 꼬마의 몸이 버티지 못하고 내장이 터져나갔을걸!”
화연의 아니꼬운 말투에 미호가 노골적으로 적개심을 드러냈다.
“입방정 하고는. 자살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라더니 내 손에 죽고 싶은가 보지?”
“너만 구미호냐? 덤벼, 수준차이를 보여줄 테니까.”
아랑은 둘 사이를 떨어뜨리며 짜증난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만들 해라! 아무튼 설화가 무사했으니 그걸로 된 거다. 놈들이 신령님의 정기를 가져가지 못했으니 이제 한시름 돌렸다. 마족들도 이제 포기한 모양이군.”
“과연 그럴까? 호족의 장로여.”
어두운 하늘로부터 우직한 목소리가 흘러내려왔다. 호족전사와 구미호들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경계했다. 미호는 아랑에게 불길한 시선을 보냈다.
“장로님. 이 목소리는?”
“악마? 설마 그럴 리가······.”
아랑의 표정이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녀는 울대를 떨며 동공을 확장했다.
“오랜만이구나. 아랑! 벌써 천년이란 시간이 흘렀구나!”
“사탄. 네가 감히 이곳에 발을 들이다니. 결코 살아 돌아갈 생각 말거라. 내 전력을 다해서라도 네놈의 사지를 갈아 마시겠다!
아랑의 눈이 분노로 이글거렸다. 그녀는 어둠으로 일렁이는 하늘을 향해 거칠게 포효했고, 돌아오는 대답은 조롱 섞인 목소리뿐이다.
“네놈이 나를? 1000년 전 네 부모를 죽이고 이곳 호족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장본인이 누구였는지 벌써 잊은 게냐? 네 힘으론 절대로 불가능 하지. 호족의 조상이었던 담화연 조차 나를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막지 못할 것이다!”
검정색 번개가 아랑의 눈앞에 떨어졌다. 그 순간 주변의 모든 공기가 짓눌리듯 변해버렸다. 호족전사들은 호흡조차 하지 못해 혼절했고, 그나마 서있던 구미호들조차 정신을 잃지 않는 것이 고작이었다.
갈라지는 목소리의 주인은 빨간 피부와 칠흑의 눈동자를 가진 남성이었다. 어깨에는 찢어진 날개를 달고 있었으며, 온몸으로 독한 마기를 풍기고 있다. 아랑은 그 남자에게 대들 듯 험악한 인상을 드러냈다.
“워워~ 그렇게 화내지 말라고. 분노의 죄를 일컫는 악마는 나인데 왜 네가 더 화나있는 거야?”
“그 입 닥쳐라······.” “하나같이 약해빠진 녀석들 같으니.”
사탄은 아랑의 반응에 아랑곳 않고, 주변에 쌓인 마족의 시체를 보며 혀를 찼다. 그는 근처에 널브러진 마족하나를 붙잡고 살점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크으. 맛없군.”
“신령님의 정기를 가져갈 셈이라면 나부터 쓰러트려야 할 거다.”
“아랑. 정말로 그래야만 한다면······.”
사탄이 안타까운 시선을 던지며 피 묻은 혀를 훑어냈다.
“그렇게 해주지.”
그의 입가에 잔혹한 호선이 그려졌다. 분노와 희열에 물든 그의 목소리가 모든 호족들 귀에 소름끼치게 다가갔다. 뭉클한 마기가 사탄의 손을 감쌌다. 아랑은 호박색 눈을 빛내며 눈썹을 들어올렸다.
“이야아아아!”
“가련한 여우새끼.”
푸른 여우불과 마기가 충돌하기 직전이었다. 찰나의 순간 사탄은 목덜미가 짜릿하게 아려오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아랑에게 향한 팔을 거두고 순간이동 하듯 사라졌다.
“······네놈은 누구냐.”
사탄의 질문에 그녀가 대답했다.
“알아서 뭐해 빌어먹을 악마자식아.”
“구미호주제 멀쩡히 서있군 그래. 재미있어!”
바드의 장비를 두른 미호의 힘은 십미호와 견주어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특정적인 힘을 제외한다면 미호도 아랑 수준에 거의 근접해 있으리라. 그런 그녀가 사탄에게 월광창을 겨누며 말했다.
“장로님 죽이기 전에 나부터 넘어가라.”
“큭큭! 눈물겨워 미치겠군! 하지만 이걸 어쩌나? 나는 네놈들하고 싸울 목적으로 이곳에 온 게 아니라서 말이야. 잊었나? 나는 저기 있는 담화연의 조각상. 호족들의 정기가 필요한 것이다!”
사탄은 팔을 뻗어 신령님의 정기를 노렸다. 뭉클한 마기가 그의 손바닥에서 발사되었고, 나는 절규했다.
“안 돼!!!!”
손도발도 쓸 수 없을 정도로 한순간에 벌어진 일이다. 그가 발사한 마기탄은 신령님의 결계를 한 번에 깨부쉈고, 그곳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모든 정기를 사탄이 온몸으로 흡수했다. 아랑이 자세를 낮추고 여우불을 수차례 던졌으나 날카롭게 뻗어나간 불꽃 창들은 사탄의 털끝하나 건드리지 못하고 소멸했다.
“이런 허접한 공격으로 날 죽이겠다고? 십미호에다가 호족 장로라고 하는 사람이 이렇게 형편없어서야 되겠나? 담화연의 정기는 네놈들에게 과분한 것이다. 우리 마왕님이 잘 써주실 테니까 그리 알라고!”
사탄은 유유자적 먹구름 속으로 사라져 갔다. 그가 완전히 자취를 감춘 뒤에야 꼼짝도 못하던 구미호들이 겨우 몸을 일으켜 세웠다.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싸울 엄두가 안 났어.”
“아랑님! 방금 저 놈은 뭐하는 놈입니까!”
아랑은 공포에 잠식된 눈으로 중얼거렸다.
“666악마 중 최고 정점에 선 악마가 사탄이다. 1000년 전. 호족마을을 습격하고 담화연님의 정기를 노렸던 놈이지. 전 호족 장로였던 어머님이 어찌어찌 막아냈지만 그 탓에 내 목숨을 잃으셨다.”
“그렇다면 호족의 원수란 소린가요?”
“그래. 이럴 시간 없다! 신령님의 정기를 되찾지 못하면 모든 호족이 죽어버릴 게야. 이곳 주민들이 어떻게 목숨을 연명하는지 다들 알고 있겠지?”
화연이 덜덜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호족이 멸망할 수도 있는 상황······이네요.”
아랑은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아니. 온 세계가 멸망할 위기에 처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신령님의 정기를 되찾아 와야 한다. 최소한의 인원은 이곳에 남고 나머지는 어서 인간계로 가거라.”
현량과 화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장로님······.”
미호의 시선에 아랑이 대꾸했다.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그보다 바드를 찾거라. 이 싸움의 중심에는 그 멍청이가 끼어있으니 말이야.”
“알겠어요. 죽으면 안 돼! 알았지?”
미호는 그 말을 남겨두고 노엘과 함께 자취를 감췄다.
“······.”
천제지변이 일어날 것 같구나. 대륙 절반이 아니라 이번엔 대륙 전체가 소멸하게 생겼으니.
아랑의 넋 없는 눈동자에 눈물이 차올라 발등위로 떨어졌다.
“어머님. 더 이상 못 버티겠습니다. 이런 싸움······ 이제는 하기 싫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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