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mith (113)
나는 신호탄을 꺼내들어 동굴 안쪽으로 쏘아 보냈다. 빨간 광원이 긴 포물선을 그리며 동굴 깊숙한 곳에서 터졌다. 그 순간 바글바글한 그림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화살처럼 몰려왔다. 거칠고 괴상한 포효가 바닷물을 쩌렁쩌렁 울렸다.
“나부랭이들은 입 닥치란 말이다.”
“캬오아아아아!”
“쿠엉 컁컁!”
“프르르르르륵. 프워어어어!!”
‘세상 마족이란 마족은 여기 집합시켜놨나 보지?’
나는 있는 힘껏 동굴 안쪽까지 도약했다. 그리고 묠니르의 번갯불에 온몸을 맡겼다. 전류가 물을 타고 사방을 지졌다. 천장에 붙어있던 마족이라도 그 번개를 피할 수 없었다. 만약 이곳이 지상이었으면 이만한 파급효과를 볼 수 없었으리라.
마족들은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어 물에 녹아내렸다. 불쾌한 기운을 온몸으로 들이마시는 기분이다. 한참의 학살 끝에 허접쓰레기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쿵─────! 쿵─────! 쿵─────!
동굴 막바지에 이를 때쯤이 되어서야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묠니르가 황금빛으로 진동하기 시작했다.
“멈춰라······ 인간.”
“이 앞은······ 여왕님의 번식장.”
나는 탐색스킬로 놈들의 상태정보를 확인했다.
이름: Wolfgang Redhook
종족: 마족, 악마족
레벨: 476
상태: 분노
장착무기: 모르겐슈테른[Morgenstern]
MOB SKILL: DEATH BIND
HP: 293330/293330
MP: 120000/120000
이름: Wolfgang Bluehook
종족: 마족, 악마족
레벨: 476
상태: 분노
장착무기: 베크 드 코르뱅[Bec de corbin]
MOB SKILL: Crasher
HP: 108000/108000
MP: 100000/100000
두 놈 모두 퍼플네임드. 즉, 레이드급 수준은 된다는 소리다. 재차 정정하면 전설의 해수를 두 마리나 상대해야한다는 소리다. 한 놈은 파란색 소뿔을 가진 근육질 마족이다. 제일 먼저 달려든 놈은 볼프강 블루훅이었다. 놈은 거칠게 달려와 도끼모양의 망치를 휘둘렀다.
“쿠오오오오오!!”
콰아아앙!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블루훅은 앞뒤 가리지 않고 동굴 벽면을 내리쳤다. 천장이 붕괴되고 벽면이 함몰되었다. 나는 묠니르를 휘둘러 잔해를 산산조각 내었다. 그 순간 뿌옇게 떠오른 흙먼지 속에서 레드훅의 모습이 보였다.
“······!”
놈의 머리위로 보라색 게이지가 차오르고 있다. 레벨200이상인 몬스터부터 사용할 수 있는 몹스킬이 분명했다. 나는 묠니르를 뻗어 번개를 쏘아 보냈다. 하지만 묠니르의 번개는 놈에게 닿지 못했다. 파트너인 블루훅이 그 사이를 가로막은 것이다.
“푸르릉······.”
놈은 X자로 교차시킨 양팔을 내리고 흉포하게 물들어있는 빨간 눈동자를 들어올렸다.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보시겠다?”
블루훅이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놈의 무기인 베크 드 코르뱅은 손잡이와 직각인 머리 부분이 망치처럼 평평하고 반대쪽은 까마귀 부리처럼 갈고리 모양을 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게 50~200cm의 길이로 제작하는데 녀석의 것은 덩치에 걸맞게 6미터는 되어 보인다. 그 무식한 쇳덩이에 머리통을 찍히면 정체불명의 덩어리로 변하기까지는 한순간일 것이다.
놈이 망치부위를 수직으로 내려찍었다. 묠니르의 성능은 뛰어나지만 무기가 워낙 짧아서 놈을 대적하는데 좋지 않다. 나는 묠니르를 집어넣고 녹취색 장창 벨나리스를 꺼내들어 녀석의 공격을 흘겼다. 땅이 움푹 파이고 잔해가 튀었다.
“사라······졌다?”
“물속이라 해도 스피드는 내가 한 수 위인 것 같군.”
나는 베크 드 코르뱅을 타고 올라가 블루훅의 머리까지 접근했다. 안면으로 찌르기 한방. 그리고 정면으로 두 바퀴 회전하면서 풍차 돌리기.
블루훅의 머리는 순식간에 피범벅이 되었고 상흔으로 뒤덮였다. 나는 놈의 뒷덜미까지 넘어와 마무리 일격을 가했다. 벨나리스는 뒷목 깊숙이 박혀 들어갔고, 마족은 단말마의 신음과 함께 주저앉았다.
“마무리다.”
다시 묠니르로 교체. 나는 있는 힘껏 벨나리스의 끄트머리를 때렸다. 말뚝처럼 박혀 들어간 장창은 목 반대편으로 튀어나왔고 수천만 볼트에 달하는 번개는 벨나리스에 전달되어 블루훅의 전신을 새카맣게 태웠다.
“크우어어어어어어!!!!!!!!!!”
놈의 HP가 5%미만으로 줄어들었다. 그와 동시에 광포화 상태로 돌입하고 머리위에 몹 스킬까지 떠올랐다. 귀찮은 일이 발생하기 전에 놈의 숨통을 끊어놓으려던 찰나에······.
쩌저적.
“이건······?!”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팔과 다리가 굳어지고 점차 회색빛으로 변해간다. 나는 레드훅에게 시선을 돌렸다. 녀석의 몹 스킬‘DEATH BIND’가 시전된 것이다. 전신을 뒤덮은 붉은 잔털이 아지랑이처럼 일렁이고 있다. 녀석이 나를 비웃는 것 같았다. 갑자기 미동도 없던 블루훅까지 몸을 들썩였다.
‘여기까지 와서······.’
“인간, 죽어라. 인간!!!!!!!!!”
블루훅이 휘둘러 나를 동굴벽면으로 날렸다. 나는 굉음과 함께 바위잔해에 깔렸다. 두부에 충격이 있었지만 견딜만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전혀 움직이지 않는 팔과 다리였다.
‘움직여. 여기까지 와서 죽을 수 없잖아.’
쩌적.
“푸르릉! 크흐으응! 쿠오오오오오!”
“저 빌어먹을 마족 놈들 죄다 쳐 잡으려고 여기까지 왔잖아! 움직이라고!”
쩌적! 쩌저적!
블루훅이 파란 뿔을 내세우며 전차처럼 달려오기 시작했다. 놈은 광포화 상태. 온몸의 근력을 쥐어짜내서 베크 드 코르뱅을 휘두르면 아무리 해왕의 갑주라 한들 회복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리라.
녀석이 무기를 휘둘렀다. 방향은 우측 관자놀이를 향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두부가 형체도 없이 짓이겨 질것이 분명했다. 그 순간 묠니르가 찬란한 광휘를 뿜으며 반응했다. 나조차 본적 없는 눈부신 광채였다. 사방으로 번개폭풍이 휘몰아쳤고, 거대한 충격파가 온몸을 엄습했다.
푸스스스─────
나는 질끈 감았던 눈을 슬며시 들어올렸다. 블루훅의 무기가 머리 바로 옆에서 멈춰섰다. 눈앞에는 의문의 그림자가 서 있다.
“너······.”
“내 주인이라는 녀석이 이렇게 형편없어서야. 마족이라고 방심한 게 문제다. 하지만 걱정마라. 이제부터 내가 상대할 테니.”
빛을 머금은 찬란한 금발이 코를 간질였다.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꽤 오랜 만이었다. 나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진작 부를 걸 그랬군.”
“너의 오만함이 항상 위기를 불러일으키지. 슬슬 뉘우칠 때 되지 않았나?”
묠니르는 블루훅의 무기를 맨손으로 파괴했다. 역시 신급의 존재. 그 여리여리한 몸에서 어떻게 이런 힘이 담겨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녀의 파란 눈동자가 투지로 불타올랐다. 그 시선의 끝에는 볼프강 블루훅이 남아있었다.
“감히······ 이 남자가 누구인줄 알고.”
그녀가 이를 갈아마셨다. 이마에 핏발이서고 눈동자는 이성의 끈을 풀어헤쳤다. 오른팔에는 탄탄한 근육이 불룩하게 튀어나왔다.
“야성미 최곤데?”
“다, 닥쳐! 나도 이런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았거든!”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반박했다. 다음으로 그녀는 제트엔진을 부착한 마냥 초음속으로 날아가 블루훅의 아래턱을 날려버렸다. 덕분에 눈알이 반쯤 튀어나오고 파란 뿔은 뚝. 잘려나갔으며, 이빨과 턱뼈가 산산이 부서졌다.
“묠니르! 나 전부 굳어간다.”
“아차! 저놈 먼저였나?”
그녀가 곧장 타깃을 변경했다. 레드훅의 몹 스킬은 상대를 완전히 굳게 만들지 않으면 그동안 움직일 수 없게 되는 모양이다. 그녀가 레드훅의 복부와 명치를 일시에 가격하자 굳어지던 몸이 자유롭게 풀렸다.
“바드. 마무리 지어!”
“말 안 해도 그럴 생각이었다.”
나를 여기까지 몰아넣은 것만으로 대단하다. 자칫 하면 정말 죽을 뻔했으니 말이야. 하지만 이게 놈들 팔자인 모양이다.
나는 블루훅의 식도를 관통한 벨나리스를 뽑아내고 레드훅의 심장 깊숙이 찔러 넣었다. 시커먼 핏물이 분수처럼 솟구쳤다. 레드훅의 HP는 순식간에 DEATH ZONE에 이르렀다.
“여왕은?”
묠니르의 질문에 바드가 대꾸했다.
“바로 앞. 꽤 큰놈인 것 같군.”
나는 마지막 신호탄을 쏘아 보냈다. 운디네의 축복 덕분에 여왕의 위치나 형태가 대략적으로 느껴졌지만 여왕의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신호탄이 터지자 붉은 광원이 거대한 동굴 안을 밝혔다. 그 순간 내 심장이 빠르게 고동치기 시작했다.
“묠니르 너도 보이냐?”
“끔찍하군.”
처음으로 묠니르의 표정이 혐오감으로 일그러졌다. 아무리 그녀라도 눈앞에 벌어지는 충격적인 장면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던 모양이다.
나는 동굴 안으로 발을 들였다. 안쪽은 그야말로 끔찍했다. 벽면은 순수한 핏빛으로 물들어 있고, 바닥에는 붉은 모레가 깔려있으며 곳곳에서 비릿한 냄새가 진동했다. 얼핏 봐도 1000평이 넘는 거대한 공간. 이곳에서 벌어지는 모든 행위는 오로지 번식과 쾌락을 추구하는 행위뿐이었다. 셀 수 없이 많은 마족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나와 묠니르에게 눈곱만큼도 신경 쓰지 않았다.
“도대체 벽 붙잡고 뭐하는 거야?”
“벽이 아니야.”
나는 천장 쪽을 가리켰다. 묠니르가 내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녀의 표정이 또 다시 일그러졌다.
“정욕의 화신 아스모데우스(Asmodeus). 그럼 이 거대한 기둥이······.”
“여왕의 몸이라 이거지.”
어쩌면 이 방 자체가 여왕일지도 모른다. 아니, 이 동굴자체일지도.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마족이 더 이상 늘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선 여기 있는 모든 마족과 눈앞의 거대한 기둥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희미하게 보이는 군. 저게 여왕의 머리인가?”
여왕의 형태는 거대한 표주박 모양이다. 하체는 거대하고 볼록하며 상체는 상대적으로 잘록하다.
푸화아악!
아래쪽 구멍이 물컹한 액체와 함께 꿈틀거리는 기형 생명체를 토해냈다. 검정색 물체는 매가리 없이 주저앉는 듯하더니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물체가 급속도로 성장해서 근육질의 마초괴물이 되었다는 것이다. 마초괴물은 태어난 지 1분도 안되어서 성체가 되었고, 곧바로 여왕의 몸을 탐하기 시작했다.
“마족의 탄생과정을 현장학습으로 보게 되다니, 엄청나군.”
마족은 여왕의 하체를 둘러싼 구멍으로 씨앗을 제공하고, 여왕은 마족을 탄생시킨다. 이런 크기에 이만한 회전률이니 다산이 가능했으리라.
묠니르는 내 농담을 이해할 수 없다는 식으로 노려보았다.
“토 나와. 당장 없애버려야겠어.”
“동감이야.”
내가 무기를 들어 올리고 묠리르의 눈매가 사납게 격변하자, 위기를 느낀 여왕이 고주파의 굉음을 내뱉었다.
“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귀가 얼얼한데?”
내가 말했다.
“주변 마족은 내가 상대할게. 너는 여왕의 머리를 노려.”
묠니르가 무심하게 대꾸했다. 나는 벨나리스를 치켜들고 여왕의 몸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여왕의 지원을 요청 때문인지 수많은 마족들이 물살을 가르고 내 쪽으로 헤엄쳐왔다. 얼핏 봐도 수백은 되어 보였다.
‘한꺼번에 날려주마.’
나는 창을 대 회전시켜 거대한 용오름을 형성했다.
“후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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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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