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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ter Smith-106화 (106/202)

Master Smith (106)

안토니오는 우승상금 5천만 실링을 인벤토리에 넣어놓고 길드하우스로 돌아왔다. 숙소 문을 여는 동시에 형형색색의 종이끈이 휘날렸다.

펑~!

“안토니오 축하해!!”

“카스티바와 레이나가 제일먼저 안토니오를 반겨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뒤따라 게르덱과 쿠샨이 온힘 다해 놀리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 여장으로 상금을 타다니! 사내놈이 별 경험을 다 하는군!”

“쿠샨님~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세요. 안토니오가 불쌍하지 않습니까? 푸흡! 죄송합니다. 웃음이 멈추지가······!”

“나쁜 아저씨들 같으니. 하라는 대로 다해줬더니!”

쿠샨은 안토니오의 불만을 뒷전으로 미루고 길드하우스 입구에 서 있는 여성을 가리키며 말했다.

“뒤에 여자는 누구냐? 친구? 애인?”

“누구요?”

나는 등 뒤를 돌아보았다.

“아. 처음 뵙겠습니다.”

그녀가 누그러드는 목소리로 몸을 움츠렸다. 금발보다는 연노란 색에 가까운 머리카락. 물방을 연상케 하는 크고 벽안의 눈동자. 생김새가 안토니오와 판박이였다. 안토니오는 그녀가 누군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네가 왜 여기 있어!”

그녀는 방금 전 의상 페스티벌에 참여한 최종 우승자다. 시상식 끝나고 겨우 떼어내서 도망쳐 왔건만 여기까지 따라온 모양이다.

“예쁘다~ 안토니오 여자친구?”

이사벨라가 제법이라는 마냥 내 옆구리를 찔렀다.

“그런 거 아닙니다. 의상 페스티벌에서 우승한 애예요. 대회 다 끝나서 부랴부랴 달려온 건데······.”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울고불고 난리쳤던 그녀의 모습을 떠올랐다. 그 고집이 어찌나 대단했는지, 상금 다 줄 테니까 꼭 따라오겠다는 소리까지 들었다.

“이것도 인연인데 들어와. 곧 식사할 참이거든.”

“와아~ 토끼야! 정말 그래도 돼? 고마워~!”

이사벨라는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해두었다.

“분명하게 말하는데 내가 언니야. 헷갈리지 마?”

리나는 잠깐 당황한 듯했지만 금방 적응했다.

“네~ 토끼언니!”

“토, 토끼언니?”

이사벨라는 충격을 받은 듯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왜요?”

이사벨라가 한껏 밝아진 얼굴로 리나를 껴안았다.

“토끼언니라니, 너 너무 마음에 든다! 꺄아아아~♥”

그동안 마음고생 참 많았지. 어린애 취급 받은 것이 어디 한두 번이야? 그녀는 그 서러움에 맺힌 눈물을 손가락으로 훔쳐냈다.

“그렇지 않아요 언니. 진짜 어른의 마음을 가졌잖아요?”

“진짜 그래! 내가 얼마나 서러웠는지 알아? 동네 꼬마들도 말끝마나 어찌나 반말이던지! 심지어 같이 소꿉놀이 하자고 찾아오기까지 했단 말이야······.”

“그래요 그래. 많이 서러웠겠어요.”

쿠샨은 이사벨라의 어리광에 못마땅한 표정을 그렸다.

‘하는 짓이 딱 애구먼 뭐가 억울하다고······.’

이사벨라가 단호하게 소리쳤다.

“얘 마음에 들었어! 이 아이 데려갈래!”

카스티바는 이사벨라를 진정시켰다.

“그러면 이 아이 부모가 걱정하지.”

“그럼 납치하자!”

비로소 극단적인 방법까지 고안했다. 주변에서 말리지 않았다면 진짜 납치했을지도 모른다. 저녁식사가 끝나자 한두 명씩 방으로 돌아갔다. 메인홀에 남은 사람은 안토니오와 리나 뿐이었다.

“여기 앉아주세요.”

그녀가 맞은편 자리를 권하자 나는 마지못해 그 자리에 앉았다.

“안토니오님은 헨다스 도시에서 살아남으셨다고 했죠?”

“부모님은 다 돌아가셨어. 헨다스 주민들도 뿔뿔이 흩어졌고. 너야말로 부모님이 전부 돌아가셨다고? 그럼 혼자 살고 있는 거야?”

“아뇨, 저를 키워주신 분이 계세요. 나중에 소개해 드릴게요.”

기분이 묘하다. 나랑 동갑에다가 얼굴까지 비슷하니까 거울을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느낌이다. 나는 그녀를 추궁하듯 물었다.

“왜 따라온 거야?”

‘설마 나눴던 돈 받으러 왔나······.’

리나의 대답은 예상을 훨씬 빗나간 대답이었다. 예상보다 더 심각한 대답이어서 큰일이었다.

“안토니오님을 따라가고 싶어요.”

나는 당황하지 않았다. 상대를 설득시키기 위해선 절대로 당황해선 안 된다.

“어째서?”

내가 정할 일은 아니지만 이유라도 들어보고 싶다. 다짜고짜 찾아온 걸로 모자라서 냅다 쫓아오시겠다? 나가는 돈이 얼마나 추가되는 거람? 일인당 최소 150만 실링 잡는다 쳐도······.

‘으윽. 상상도 하기 싫군. 그만큼 더 벌어야 한다는 거잖아.’

나도 모르게 인상을 구겼더니 그녀가 눈망울을 글썽였다.

“역시 제가 싫으신가요? 저, 안토니오님 많이 좋아하는데······.”

“이유가 두 가지 있어. 말끝마다 그놈의 ‘님’자 붙이지 마. 그리고 좋아해 주는 건 고맙지만 난 이성에 대해 관심 없어.”

지금은 길드라는 가족이 있으니까. 그 안에서 열심히 살고 싶을 뿐이다. 나는 연달아 말했다.

“말해봐. 내 어디가 좋은데? 난 한낱 초보 대장장이라고.”

“저랑 닮았잖아요. 그리고 본인만의 매력도 있고요!”

사람들의 마음을 들었다놨다하는 연기력, 감정을 호소할 수 있는 능력, 말솜씨 하며, 명예보다 대놓고 돈을 먼저 구하는······.

‘그런 재밌는 사람 별로 없잖아요?’

내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심각하게 일그러져있다는 것은 알겠다.

“그래도 안 돼. 널 길러준 사람이 있다며? 밤이 늦었으니까 이제 돌아가. 우리길드는 단순한 길드가 아니라고. 몬스터와 싸우고 온갖 위험에 시달려야 하는 길드란 말이야.”

그 순간 리나의 눈에 유성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와아~! 모험가 길드였어요? 안토니오님은 대단한 사람이었군요! 엄청 강하겠네요? 혹시 직업도 갖고 계세요? 너무너무 멋져요!”

“님이라고 부르지 말랬지! 그리고 손 좀 놓고 말해!”

한창 낯선 이성에게 시달릴 무렵. 귓가에 희망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아침에 나가더니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돌아와요?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나 왔다.”

너무나도 사랑하는 형님의 목소리가 분명하다. 안토니오는 오른팔에 리나를 붙인 채로 제일먼저 바드를 맞이했다.

“다녀오셨어요. 형!

바드는 의문형의 신음을 내뱉었다.

“네 손을 붙잡고 있는 아가씨는 누구지?”

안토니오는 바드의 짐을 가로채듯 가져가선 적당한 구석에 쌓아올렸다.

“얘는 리나라고 해요. 오늘 우연히 만났어요.”

“그러냐?”

바드는 별 관심 없다는 듯. 의자에 앉아서 테이블에 고개를 박았다.

“피곤하다 피곤해~”

“주인님 왔어? 피곤해? 목욕물 받아놨는데 어서 목욕해!”

어디 싸돌아다니다 왔는지, 미호가 오도도도 계단을 내려와서 바드에게 안겼다.

“목욕 좋지.”

바드는 한손으로 그녀의 턱을 자연스럽게 간질였다. 그 자연스러움에 귀찮음이 잔뜩 끼어있었지만 말이다. 미호는 꺄르륵 거리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와아~ 둘이 연인인가 보다······.’

두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리나는 바드와 시선이 마주쳤다. 바드는 피곤에 지친 눈으로 되물었다.

“안토니오 친구랬나?”

“제, 제 이름은 리나에요. 이번 의상 페스티벌에서 안토니오님을 만나서······.”

“의상······ 아, 의상 페스티벌. 안토니오 대회는 어떻게 됐지?”

안토니오는 의기양양하게 상금을 오브젝트했다.

“상금 5천만 실링이에요. 우승은 못했지만 리나가 절반 나눠줬어요.”

“응? 이 아가씨가?”

바드는 덤덤하지만 매우 기쁜 얼굴로 리나의 손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나저나 왜? 이유도 없이 상금을 나눠줬을 리는 없고. 뭔가 교환이라도 한 건가? 안토니오 성격에 손해 볼 장사는 하지 않겠지만······.’

안토니오가 냉수를 목구멍으로 부어넣은 뒤 말했다.

“이유라도 있어?”

“그게 말이죠.”

안토니오는 자초지종 페스티벌에 있었던 일들을 설명했다.

“기대도 안했는데 정말 여장으로 우승까지 갈 뻔했단 말이지? 대단하군. 게다가 이 여자는 너한테 한눈에 반해서 따라왔다고?”

“그렇게 쉽게 말하지 마세요. 진지하게 따라오려고 해요.”

“그럼 곤란해. 아가씨처럼 어리고 약한 사람을 데리고 모험할 수는 없어.”

“그건 안토니오님도 마찬가지잖아요? 나이도 어리고 약하고.”

리나의 말이 안토니오의 정곡을 찔렀다. 안토니오는 황급히 반박했다.

“난 그래도 할 줄 아는 게 많거든. 산전수전공중전 다 겪은 몸이라고. 옷 잘 입는 것도 좋지만 모험에서 중요한 건 옷이 아니야.”

“그건 그렇지만······.”

리나의 목소리가 한 움큼 잦아들었다. 뭐라 반박해야할지 떠올리지 못한 탓이리라.

바드는 대충 마무리하고 돌아가라며 한 마디 내뱉고, 목욕탕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주인님~ 등 밀어줄까? 많이 피곤하지?”

“피곤해. 그리고 그 이상 다가오지 마. 씻는 도중에라도 난입하면 묵사발을 내버릴 테다.”

“헤헤~ 요즘 목걸이 작동 안 해줘서 심심했는데 같이 들어가야겠다~♪”

미호는 기다렸다는 듯이 바드를 뒤따라 욕실로 들어갔다. 그 뒤로 온갖 소음과 함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리나는 고개를 들어올렸다.

“내일 또 놀러와도 되죠?”

“알아서 해.”

리나의 표정이 그제야 밝아졌다. 안토니오도 크게 싫은 내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마그르스에서 또 다른 하루가 저물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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