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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ter Smith-104화 (104/202)

Master Smith (104)

이야기를 마친 하네스는 그리움에 젖은 눈길로 묠니르를 내려다보았다. 친구가 남긴 마지막 물품. 그리고 그 의지를 이어가고자 했던 파에톤의 또 다른 의지가 지금은 눈앞에 바드라는 남자가 짊어지고 있다.

“그 모루하며 다른 도구들도 파에톤이 물려준 겐가?”

“그래. 목숨처럼 소중히 다루라고 노발대발 하셨지.”

여기엔 내 모든 추억과 기억이 담겨있어. 한시도 몸에서 떨어지지 않을 거야.

“자네가 본 내 친구의 무덤, 묠니르의 과거, 그리고 자네를 키워준 할아버지까지. 이야기는 다 풀린 것 같구만.”

나는 하네스의 말에 한 가지 의심쩍은 곳을 지목했다.

“잠깐. 한 가지 빼먹은 게 있다. 세계가 잊어버린 할아버지를 영감은 어떻게 기억하는 거지?”

하네스는 그저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으며 반응했다.

“그거야 나도 모르지. 현자의 돌이 쓰였을 줄 낸들 알았겠는가? 그때당시 나는 헬리오스 재건활동 때문에 인간계로 내려오지 못하고 있었다네. 내 생각엔 이걸세. 신이 거주하는 헬리오스까지는 그 영향이 끼치지 않았다는 것. 그건 중요한 이야기가 아니니 넘어가도록 하지.”

누가 누군가를 기억하겠다는데 굳이 따지고들 필요는 없었다. 나는 그의 말에 긍정했고 묠니르를 바라보았다.

“신의 강림······.”

그렇게 위험한 거였나? 묠니르와 나의 호감도는 이제야 10%정도다. 그 말은 묠니르가 아직 나를 완전한 주인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 아직 신의 강림은 턱없이 부족하다.

“번개의 신 토르를 소환해본적은 없지만 묠니르를 일깨울 수는 있다. 지난번에 묠니르의 진정한 주인인 토르를 만나게 해주겠다고 약속 받은 적도 있었는데······.”

“묠니르의 자아를 깨웠다는 소리군?”

“묠니르를 완전히 수리했을 때였지. 그 이후로는 원할 때마다 그 남자를 부를 수 있었고.”

그 순간 하네스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들어갔다. 내 말에 모순된 부분을 찾은 모양이다.

“묠니르가 남자라고? 내가 봤을 때는 여자였는데?”

“······그건 또 무슨 소리······.”

후줄근한 금발과 덥수룩한 수염에 빵빵한 가슴 근육. 말 그대로 늠름한 자태이거늘 그 모습이 여자라고? 하네스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마치 본인의 말이 진실이라는 마냥.

“내가 봤네! 이데아트로가 묠니르를 처음 만들었을 때. 그것은 인간여성의 형상을 띠고 있었단 말일세! 정 안 믿겨지면 한번 소환해 보던가!”

“하, 하지만 그런 걸로 묠니르를 불러내면 싫어할 텐데······.”

바드의 말에 격하게 공감했는지 묠니르가 웅웅! 거리면서 거세게 진동했다. 그러고는 호감도 1%가 깨알같이 차올랐다.

이에 하네스가 분노하듯 소리친다.

“묠니르는 나의 절친한 친구 이데아트로가 만든 긍지높은 무기이다! 무기에 성별이 존재하는 것이 웃기는 일이지만 본 모습을 숨기는 짓은 하지 않아! 떳떳하다면 본모습으로 모습을 드러내라 묠니르!”

그의 의지는 확고했다. 묠니르는 그의 말에 동조하여 눈부신 섬광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내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순순히 나오는 거냐? 그래도 내가 주인인데 남의 말에 너무 잘 따르는 거 아니냐고!’

“아아~ 정말이지. 이놈의 영감 때문에 다 망쳐먹었다니까.”

빛의 무더기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지금까지 본적 없었던 전혀 다른 얼굴의 여인이었다. 눈부시게 빛나는 비단결 같은 금발과 아콰마린의 깊은 푸른색을 담은 벽안의 눈동자. 원래 알던 우락부락한 근육과는 다르게 가느다란 팔다리와 적절한 배율의 몸매까지!

묠니르라고 추정되는 여인은 도도하고 위엄 있는 눈으로 하네스를 내려다보고는 어께 앞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등 뒤로 쓸어 넘기며 말했다.

“작작해라? 당신 때문에 모든 게 틀어졌어.”

“남장여자 말이더냐?”

“남장여자라니! 불결하도다!”

묠니르는 차갑고 날카로운 시선을 내 쪽으로 향했다. 역시 신을 따르는 하위존재라도 그 위압감은 장난 아니군.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흥! 대장장이가 정해준 모습을 감추고 다니다니. 부끄러운 줄 알아라. 묠니르!”

나는 두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소리쳤다.

“잠깐만. 지금 묠니르가 사실은 여자였다! 라는 소리인가? 신의 강림을 발동하기 위해서 이 녀석의 호감을 끌어올리라고?”

갑자기 부담된다. 이러면 평소처럼 편하게 대할 수가 없지 않은가? 본인은 성스러운 존재라 성별에 큰 관심이 없겠지만 나는 아니란 말이다.

“형식상의 문제일 뿐이다. 왜 달라졌다고 생각하는 거지?”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냉담하게 대답하는 것이 강인한 성기사의 느낌이 물씬 느껴진다. 순수하면서 올곧은 마음에는 경의를 표한다.

‘그래. 묠니르 말이 맞다.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내가 관심 있는 것은 토르의 힘이지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녀의 마음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호감도는 단순한 수치일 뿐. 나는 말을 정정했다.

“좋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파트너로서 친하게 지내자고.”

“뜬금없이 초면 인사를 하는 것 같지만 알겠다.”

자연스럽게 악수. 완전히 형식적인 분위기에 하네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도 그렇고 묠니르도 그렇고 뭐가 그리 딱딱한 게야? 둘은 파트너 아닌가? 둘의 의지가 하나로 묶여야 진정한 힘을 끌어낼 수 있거늘······.”

하네스는 생각했다. 두 사람에게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진정한 파트너로서 서로의 마음을 열고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계기가 말이다.

‘지금상태라면 백년을 가도 두 사람은 강해질 수 없겠군.’

이데아트로는 묠니르와 교감하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못하는 게 없었다. 매일아침마다 말을 걸어주고 손질해주고 가끔씩 속 시원하게 빈 공터에서 한방 날려주거나 심지어 밤에는 껴안고 자기까지!

‘그렇게 해서 90%의 호감도까지 올렸네. 바드 자네는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내 친구의 의지를 이었다면 나는 자네가 가능하리라 믿네.’

묠니르는 인간의 형상을 유지할 수 없었는지, 황급히 인사를 마치고 본래 망치로 돌아갔다. 나는 하네스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고맙군 덕분에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헬리오스에 관한 이야기, 묠니르에 관한 정보, 그리고 우리 할아버지의 또 다른 과거. 할아버지가 내게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던 이유가 뭔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할아버지는 이 세계를 사랑했다는 것뿐이다.

하네스는 문득 떠오른 생각을 질문했다.

“그러고 보니 파에톤은 가족이 없다고 들었는데 자네 같은 손자가 있었구만?”

“나는······.”

굳이 라두스와 현자의 돌 이야기를 언급하면서 나의 탄생이야기를 꺼낼 필요는 없다.

“그의 손에 길러진 버려진 아이였을 뿐이야.”

“그랬군. 아무렴 어떤가? 파에톤도 자네가 이렇게 늠름하게 성장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엄청 기뻐할 걸세.”

그랬겠지. 할아버지 성격이라면 분명히.

가슴이 아련해지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게 눈망울이 흔들렸다. 벅차오르는 감정 속에서 나는 한 가지 충격적인 것을 발견했다.

‘······어?’

하네스의 등 뒤로 조용히 서있는 한 사람. 짧은 다리와 짧은 팔. 난장이종족처럼 보이는 게 하네스와 꼭 닮은 노인이다. 그는 익살스럽게 웃더니 마지막은 잔하라고 인자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그는 하네스의 등 뒤로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그 다음으로 등장한 사람은 정말이지 반가운 얼굴이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눈 한번 찡긋하고 말없이 사라졌다.

‘나 참, 몇 년 만에 보는 손자에게 윙크 한번 날리고 끝이라니. 정말이지 괴짜라고.’

“음? 왜 그런가? 내 등 뒤에 뭐라도 있나?”

하네스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빈 공간만이······.

“이데아트로?”

“흠?”

“이데아트로! 자네 살아있었는······가?”

하네스의 뒷말이 조금씩 흐리멍덩해졌다. 그것은 반가움에서 아쉬움으로 아쉬움에서 실망으로 변질한 말투였다.

“하하! 노망난 건지 죽을 때가 된 건지 이젠 헛것이 다 보이는 군. 당연히 살아있을 리가 없는데 말이야.”

얼마간의 시간이 더 흘렀다.

“이만 가보겠다.”

“그렇게 하세. 그나저나 미안하군. 헬리오스 재건은 덜 되어서 데려가 줄 수 없네.”

“이야기를 들은 것만으로 충분히 감사하고 있다.”

“대신 이 목걸이를 주도록 하지. 위험할 때 언제든 사용하게. 우리 드워프 족 자네가 곤란할 때 언제든 도우러 갈 걸세.”

금빛으로 빛나는 망치모양의 목걸이다. 나는 그 목걸이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그러고 보니 특수공격력에 대해 말해주지 않았군. 알고 있는가?”

“그러고 보니 그런 게 있었지?”

“특수공격력은 그 장비에 내포된 미확정 요소의 힘을 말하네. 수치적인 힘과는 다르게 순수한 잠재능력을 말하지. 특수공격력+1은 그 장비의 성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요소가 1개 있다는 소리일세. 묠니르는 그 잠재능력이 1개 있다는 소리고.”

“그럼 당신의 헬버드에는······.”

“+3이니까 3개 있다는 소리지. 하지만 +1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다네. 어디까지나 잠재능력이니까. 무엇보다도 묠니르는 이데아트로가 만든 무기지 않은가?”

“한마디로 각성한다는 소리군.”

“그렇지! 그나저나 다음 여정은 어디인가? 헬리오스도 못 가게 되었는데.”

“다음여정은······.”

회색현자가 있는 곳. 게르덱의 스승을 만나는 것이다. 혹은 해왕을 만나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북쪽산맥을 넘어갈 생각입니다.”

“어둠의 땅을 넘어갈 생각인가? 거기부터는 고레벨몬스터와 마족이 우글거린다고 들었네.”

“묠니르가 있으니 두려울게 없지.”

본인의 칭찬이 맘에 들었는지 묠니르가 “우웅······.” 하고 미약한 진동을 보냈다.

“그래. 내가 사람을 너무 붙잡았군. 고추장이 일어나기 전에 어서 가게나. 붙잡히면 한동안 불꽃을 빨려야 할게야.”

“그건 사양하지. 그럼 이만······.”

나는 쏜살같이 하네스의 집을 뛰쳐나갔다. 고추장이 깨지 않게끔 신속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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