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mith (102)
대지진이 닥쳐온 것 마냥 불길한 진동이 온몸에 전율했다. 아득히 먼 창공에서 소름끼치는 비명이 들려오는 것 같기도 했다. 연달아 헬리오스의 전 주민이 집안을 뛰쳐나오며 불길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저, 저게 뭐야!”
“큰일났군! 하늘이 미쳤어. 어서 고반논님을!”
나는 이데아트로를 붙잡고 소리쳤다.
“영감님! 방금 이 소리는 뭐야! 저거 무슨 상황이냐고!” “나도 처음 본다네. 천지가 뒤흔들리는 엄청난 기운이야.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콰앙! 이번엔 하네스가 문을 박차며 튀어나왔다. 머리가 이리저리 헝클어지고 숨을 몰아쉬고 있다.
“자네답지 않게 웬 호들갑인가?”
하네스는 지금까지와 사뭇 다른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가 소리치기 전까지 나는 저 먹구름의 정체를 알아채지 못했다. 오랜 기간 평화에 찌든 탓이었다.
“모르겠는가? 저 기운을!”
그 순간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피부가 새하얗게 창백해지고 등줄기가 찌릿찌릿 아려오기 시작했다. 어쩐지 익숙하다 했다. 질리도록 대적한 기운이 아니던가? 내가 막 기사단장으로 임명되었을 때 하벨스 대륙에서 실컷 날뛰던 그 녀석들이 분명하다.
‘이 느낌을 잊고 지내다니. 나도 참······.’
다른 차원에서 넘어온 이계의 괴물. 살육에 젖어든 미치광이 존재. 몬스터와는 비교도 안 되게 강한 상상 상상의 몬스터.
‘빌어쳐먹을 마족 새끼들!’
나는 충격을 헤어 나오지 못했다. 먹구름 안에서 흘러나오는 검은색 마기에 숨이 턱 막히는 듯했다.
“파에톤. 미안하지만 자네는 이만 원래 세계로 돌아가게.”
“그게 무슨 소립니까? 저들은 마족입니다. 제가 이전에 상대했을 때보다 훨씬 강해졌단 말입니다. 이대로 갈 수 없습니다.”
“속 터지는 소리 말게. 언제 이만한 힘을 키웠는지 몰라도 이만한 마족이 하벨스 대륙에 침입하는 순간 세상은 멸망의 날을 맞이할 걸세. 자네라도 돌아가야 인간계를 지킬 수 있지 않겠나!”
속 터지는 소리? 지금이야 말로 진짜 속 터지는 순간이었다.
“이 영감탱이야! 그럼 여긴 어쩌라고! 당신들이 마족에 대해서 뭘 알아! 저 새끼들이 그냥 지나가다 들른 줄 알아? 모든 걸 파괴하고 죽일 때까지 몰려올 거란 말이야!”
그렇게 내버려두지 않겠다. 내 손으로, 내 힘으로 이곳에서 마족 놈들을 척살 시킬 것이다.
하네스는 다급히 소리쳤다.
“고반논님을 만나는 것이 우선일세! 그곳에 우리가 쌓아둔 무기가 있으니 그걸로 대적해야겠구먼!”
나는 그 말에 동의했다. 우리는 전력으로 헬리오스의 신전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마을은 이미 처참한 모습으로 폐허가 되어있었다.
‘벌써 이곳까지 피해가?’
불타고 있는 가구. 무너져 내린 건물. 사방에 튄 핏자국과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기괴한 고깃점. 불길한 기운이 내려앉은 지 불과 10분도 안 돼서 벌어진 참상이다.
‘뼈마디를 하나하나 끊어놓을 자식들!’
나는 이를 갈아 마시며 허리에 찬 롱소드를 뽑아 들었다.
“이보게! 혼자가면 위험······!”
하네스가 다급하게 경고를 내리기 무섭게 거대한 마족이 육중한 몸으로 앞길을 가로막았다. 푸른 강철의 빛을 띤 맹금의 괴수였다. 선명한 근육선과 등에 돋친 악마의 날개는 그야말로 구역질나는 자태였다.
“저리 꺼져!”
나는 손에 쥔 검을 움켜쥐고 놈을 일격에 베어내겠다는 심산으로 참격을 갈겼다. 검에 실린 묵직한 무게감이 마족의 어깻죽지 위로 떨어졌다. 오른쪽 쇄골로부터 왼쪽 옆구리를 빠져나가는 검면이 핏물을 잔뜩 머금었다.
콰드드득! 촤아악!
뼈까지 송두리째 분쇄해버리는 일격이었다. 마족은 그로테스크한 비명과 함께 포효하며 주저앉았다. 한순간에 벌어진 광경에 하네스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이럴 수가!”
파에톤의 무기가 아무리 최상급 무기라 하더라도 발현할 수 있는 데미지에는 한계가 있었다. 쉽게 말해 무기를 사용하는 사람이나 무기자체의 성능이 너무 차이가 나면 제대로 된 데미지를 입힐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하네스는 보았다. 그가 초보모험가나 쓸법한 기본 롱소드로 마족 한 놈을 대번에 골로 보낸 것을.
“이데아트로. 자네 설마!”
“어때? 상당한 솜씨 아닌가? 저게 7년 만에 이뤄낸 성과일세.”
“신검합일이군. 검과 마음이 하나로 통일되는 경지! 그 경지를 고작 7년 만에 완벽하게 통달했단 말이야? 자네가 잘 가르친 건지 아니면 저자가 말도 안 되게 천재인건지 모르겠군!”
“둘 다일세. 고작 4년 만에 롱소드의 공격력을 200까지 끌어올렸고 3년이란 수행기간동안 그는 검과 진정으로 하나가 되는 경지를 마스터 했어. 내가 30년이나 걸렸던 그 경지를 말이야.”
강해지고 싶다는 집착만으로 부족하다. 진정 강해지는 것만을 바라보고, 살을 째고 뼈를 비트는 통곡의 기간을 참지 못하면 불가능했다.
이데아트로는 착잡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독한 녀석이야. 7년 만에 합일신검의 경지. 엄청난 재능과 소질이지.’
하네스와 이데아트로는 파에톤의 뒤를 따라가기 바빴다. 파에톤은 한순간도 속도를 늦추지 않고 돌격. 돌격. 무한 돌격이었다. 중간에 끼어든 마족들은 그야말로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나방 꼴을 면치 못했다.
“꺼지란 말이다!”
우우웅────!
검은 고조되는 감정에 공명했다. 칼끝에는 보이지 않는 기운이 몇 센티 뻗어 나와 나의 분노를 이미지화 되었다. 일반적으로 레벨300이상의 마족 한 마리를 쓰러트리기 위해선 비슷한 레벨의 친위병사들이 최소 5명은 붙어야했다. 하지만 이 강함은 뭐란 말인가? 인간의 힘으로 구현해낼 수 있는 힘이 맞는가?
나는 넘치는 힘을 억제하지 않고 있는 힘껏 뿜어냈다. 무한하게 싸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몇 놈이 와도 절대지지 않을 것 같았다.
정신 차려보니 우리는 헬리오스 신전에 도달해 있었다. 신전 안에는 불길한 기운으로 가득했고 파에톤은 지체하지 않고 신전 안으로 몸을 던졌다.
‘안쪽에서 고반논의 기운이 느껴진다.’
그런데 태양신의 기운이 고작 이정도? 아니, 이건 그가 약한 것이 아니라 약화 된 것이다. 도대체 어떤 말도 안 되는 놈을 상대하고 있기에?
‘신이 버거워 할 정도의 괴물이 나타났다는 건가?’
“고반논님!”
하네스의 절규가 신전 안에 울려 퍼졌다. 그 절규에 답하듯 불길한 목소리가 신전 안을 가득 채운다.
“어리석은 날파리가 기어들어왔구나.”
목소리는 매우 날카로웠고 어두웠다. 이전에 고반논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만큼이나 매우 무거웠다.
‘괴물은 맞나보군.’
정신 차리자. 놈과 대적할 정도의 강함을, 지난 몇 년 동안 죽기 살기로 단련해오지 않았는가?
파에톤은 치를 떨며 소리쳤다.
“네놈은 마족인가? 느닷없이 헬리오스에 쳐들어온 이유가 뭐지?”
어둠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한껏 고조된 목소리로 되물었다.
“호오! 인간인가? 헬리오스에 인간이라! 나름 인연이니 좋다! 알려주도록 하지. 우리는 인간계로 내려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마계와 인간계 사이에 위치한 헬리오스를 거쳐야 하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곳의 조무래기가 그 길을 허락하지 않아서 말이야······. 별 수 없이 공격하는 수밖에 없었다.”
“조무래기?”
하네스의 눈썹이 꾸물거렸다.
“그래! 네놈들이 그렇게 숭배하는 대장장이의 신. 고반논 말이다! 나는 이 놈을 죽이고 마계의 문을 열 것이다. 인간계로 향하는 문을 말이지!”
인간계로 내려온다고? 지금까지 만났던 마족 놈들을 이끌고?
‘웃기지마라. 용납 못한다.’
어둠으로 일렁이는 목소리가 차분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다들 무서운 표정이나 짓고 있군. 오해하고 있나본데 내려간다고 말한 건 나 혼자를 말하는 거다. 내 부하들이야 이미 내려갔지.”
“!!”
놈의 목소리가 희열로 달아올랐다.
“크하하하! 아직 완전한 부활이 불가능해서 못내 아쉽지만 결국은 시간문제! 인간계로 내려간 라두스가 마계의 문을 개방했으니 지금보다 훨씬 많은 마족이 인간계로 넘어가겠지!”
더 이상은 못 들어주겠군.
“나와라. 죽여주마.”
“쓸데없는 만용으로 가득 차 있구나. 어디 이 녀석의 모습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는지 볼까?”
한순간 어둠이 물러가고 신전 안이 환하게 밝혀졌다. 그 순간 우리는 한 번 소름 돋는 공포를 체감해야만 했다. 고반논의 한쪽 팔이 잘렸다. 온몸은 피칠갑이 되어서 비릿한 철내음을 풍겼다. 그의 몸에서 엄청난 마력과 기운이 급속도로 다량 빠져나가고 있음을 나는 온몸으로 체감했다.
“고반논님!”
하네스가 비명을 지르며 허둥지둥 달려 나갔다. 나는 사색을 떨치며 온몸의 힘을 하반신 쪽으로 퍼부었다. 고밀도의 바람이 비산하자 바닥에 야트막한 구덩이가 파였다.
“하네스 영감!”
나는 폭발적으로 가속하며 하네스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그의 몸에 손이 닿는 대로 마력을 터트려 하네스를 멀찍이 날려 보냈다.
콰앙!
하네스가 달려가던 지점은 알 수 없는 어둠의 기운으로 폭발해서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끔 녹아내렸다.
“크윽!”
나는 녹아내린 오토메일을 재빨리 벗어던지고 화상을 입은 자리에 붕대를 감았다.
‘하네스를 구출하는 데는 성공했다만, 내 쪽 데미지가 크군.’
“인간의 힘으로 그 정도 속도라니. 평범한 인간이 아닌가?”
“네놈이야말로 신을 이 모양으로 만들 정도라니, 정체가 뭐냐? 단순한 마족은 아닐 테고······.”
“마족이라! 그래, 난 마족이다. 하지만 시시껄렁한 명칭은 그만둬라. 나는 마왕 아샨드다! 지금 이 자리에서 네놈의 목숨을 거둬갈 존재, 인간계와 모든 천계를 지배할 고귀한 존재란 말이다!”
내 앞으로 하나의 암영이 서서히 형체를 갖춰갔다. 머리 양쪽으로 돋아난 불길하게 생긴 산양의 뿔. 창백한 피부색과 피보다 진한 적안. 추가로 피의 안개가 그려질 법한 붉은색 안광도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마왕 아샨드. 신을 제압한 또 다른 신.’
아무리 봐도 승산이 없었다. 공포에 질려 개죽음을 당할 바에 전력으로 녀석과 맞서 싸우다 죽는 것이······.
“자네 또 일을 그르치려 하는가?”
한 팔로 내 앞을 가로막은 이데아트로가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앞으로 나섰다.
“······영감!”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변한 게 없구먼. 내가 누누이 말하지 않았는가? 한계에 도달했다고 생각되면 그 한계를 부수라고. 처음부터 가르쳐야 하는 겐가?”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잖아! 그것보다 여기서 그 말이 왜 나오는 거야!”
“가능하다네. 자네는 검과 대화 하지 않았는가? 그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되나?”
“!!”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일세.』
그는 특유의 익살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내게 웃어보였다. 그리고 마왕 아샨드를 똑바로 직시하면서 농담조로 말했다.
“에잉~ 성질머리 더러운 녀석. 느닷없이 찾아와놓고 깡그리 부숴놨구나! 네놈이 생각이 있었다면 최고급 녹차와 과자를 준비해 와야 할 것을······. 드워프 종족이 뭘 좋아하는지, 몰라도 한참 모르는 구나!”
“클클······. 웃기는 영감이군. 빨리 죽고 싶어서 환장했느냐?”
“죽는 쪽은 내가 아니라 네놈이다.”
이데아트로가 인벤토리에서 무기를 오브젝트했다. 동시에 사방에 찌릿한 마력이 넘쳐흐르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하늘에서 울려 퍼지는 거대한 소음은 맹수의 울부짖음 같았다. 이윽고 하늘을 두 쪽으로 가르는 고압의 백색빛줄기가 바닥을 내려찍었다.
“꽈릉~ 꽈릉~ 정말 아름다운 소리지 않은가?”
이데아트로는 그 소리를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처럼 감상했다.
“네놈이 신과 대적할 능력을 가졌다 한들, 고반논님을 상대로 많은 힘을 소모했을 터. 두 번째 신과 연달아 맞설 수 있는지 볼까?”
“이데아트로! 그 무기는 설마? 그 무기는 안 돼.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된단 말일세!”
하네스가 겁에 질린 얼굴로 절규했다.
“하네스. 미안하네. 아무리 나라도 이 녀석을 완전히 다루지 못했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으니 빠르게 작별인사를 하도록 하지.”
그는 싱긋 웃으며 화려하고 짤막한 황금망치를 하늘높이 치켜들었다.
“그동안 고마웠네. 내 무덤은 헬리오스 바로 아래에 있는 인간계에 묻어주게나. 이 무기와 함께······.”
그것이 이데아트로의 마지막 유언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왜냐하면 그가 잿더미로 변해버리는 것은 정말로 한 순간에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이다.
“번개의 신 토르여! 지금 이 자리에 강림하사, 악의 근원을 멸하여 주시옵소서!”
그 한마디에 주변을 불덩이로 만들어 버리는 거대한 빛줄기가 신전을 뚫고 이데아트로의 몸을 관통했다. 파지지지직! 강렬한 번개와 함께 스승의 몸은 흔적도 없이 소멸했다. 뿌연 먼지가 피어오르고 주변은 어둠과 정적으로 그림자 졌다.
“제, 젠장! 빌어먹을 노인네가!”
아샨드가 울대를 떨며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잠시 후 먼지안개가 가라앉고 그 안에서 웅장한 목소리와 함께 거대한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결국 목숨을 걸고 나를 불렀구나. 이데아트로.”
대장장이의 신 고반논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마력을 머금은 또 다른 남성이 등장했다. 그는 눈부신 전신 갑주를 착용했으며 등 뒤로는 긴 금발이 빛나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이데아트로가 들고 있던 묠니르를 쥐고 있었고 그것은 이따금씩 눈부신 전광을 튀겼다.
“한낱 대장장이가 신의 강림을 어떻게!”
아샨드가 소리쳤다.
“그는 신의 무기 묠니르를 제작한 남자다. 한낱 대장장이가 아니다.”
자칭 토르라 칭하는 남자가 파에톤과 하네스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연달아 말했다.
“신의 호출에는 그만한 대가가 필요한 법. 그 대가로 이데아트로의 목숨을 받았다.”
“그, 그럼 이데아트로 그 친구는······?”
“하네스라고 했나? 그 남자는 더 이상 이 세상 드워프가 아니다. 단념해라.”
토르는 시간얼마 없다며 싸움을 재촉했다. 그는 구석에 쓰러진 고반논에게 소리쳤다.
“지금이다 고반논. 놈을 가둬라!”
“크윽! 오랜만에 만났는데 추태를 보였군 토르. 뒤를 부탁한다. 크오오오!”
고반논은 신전 주위로 신의 마력을 발산했다. 그 뒤로 반구형의 마력장벽이 생성되더니 아샨드를 포함한 거대한 감옥의 형태가 되었다.
“아직도 살아있다니, 바퀴벌레마냥 질긴 목숨이군!”
“너의 오만을 탓해라 아샨드!”
검은 인영은 반구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탈출하기 위해 몸부림 쳤지만 결계 안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역부족인 모양이었다.
“지금이다 토르! 이 안으로 네놈의 최강 기술을 쏟아 붓는 거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다. 이렇게 너와 작별하다니 기분이 묘하군.”
둘은 걸쭉한 미소를 그려냈다. 아샨드는 두 사람의 반응에 기겁을 했다.
“안 돼! 안 된다고!!!!”
눈이 멀어버릴 정도로 눈부신 광열 그 일대를 덮쳤다. 나는 하네스를 끌어안고 신전 밖으로 몸을 던졌지만 그것만으론 재앙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신전은 순식간에 가루가 되었고, 그 일대는 완전히 뒤집어졌다. 고반논의 결계가 없었다면 세상이 어떻게 되었을지 불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
나는 폭음과 충격에서 한 순간 정신을 잃었다. 그건 아마 하네스도 마찬가지였으리라.
‘미친놈들. 싸움도 적당히 싸울 것이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켰을 때, 그곳은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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