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Master Smith-101화 (101/202)

Master Smith (101)

오색광채······까진 아니지만 느낌 있다. 이번 롱소드는 확실하다. 나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조심스럽게 롱소드 능력치를 확인했다. 띠링─── 짧은 효과음과 동시에 눈앞에 펼쳐진 롱소드의 능력치.

길게 말할 것도 없다. 한마디로 설명하면 ‘감격스럽다.’ 정도로 끝낼 수 있다. 정확히 공격력200. 기사단장의 무기와 맞먹는 불사의 롱소드가 드디어 탄생한 것이다!

“후아아아······.”

온몸에 진이 다 빠진다. 4년 만에 한 자루. 드디어 내가 만족할만한 무기가 나왔다. 아니, 그가 만족할만한 무기가 나온 것이다. 이걸로 된 거지? 이데아트로.

‘그 영감은 집으로 돌아갔나?’

나는 방금 막 제작한 롱소드를 허리춤에 착용하고 그의 집으로 돌아갔다. 대장간에서 이렇게 가까운데 도대체 몇 년 만에 들어오는 집인 거지? 나는 색다른 감회에 휘유~ 하고, 높은 음색의 휘파람을 불었다.

“성공 축하하네.”

“알고 계셨습니까?”

하기야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대장장이 아닌가?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 이미 알고 있었으리라.

“다음 단계로 넘어가겠나?”

4년간 기다려왔다. 지금 이 순간을!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이미 알고 있을 텐데?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롱소드를 들고 마당으로 나오게.”

그는 이전과 다르게 매우 고고한 표정을 지으면서 손가락을 까닥였다. 그동안 철판때기를 두들기면서 수없이 떠올렸다. 물아일체의 경지가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오늘에서야 그 경지에 조금 다가섰다.

“나와 싸우기 전에 질문하나 하지.”

‘싸워?’

그의 영문 모를 소리에 파에톤은 머리위로 물음표를 띄웠다.

“자네가 만든 그 롱소드에 애착을 가지고 있는가?”

당연하다. 4년 동안 수만 수십만 번 실패를 거듭해서야 비로소 탄생한 무기가 아닌가? 이 녀석은 나의 보물이나 다름없다. 나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는 듯 단호하게 말했다.

“그렇습니다.”

“다행이군. 물아일체의 첫 번째. 교감일세. 자네가 이해하려고 하면 무기도 자네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네.”

‘그것 때문에 대장간 일을 시킨 거였군.’

헛된 일은 아니었다. 4년이란 시간을 들이지 않았더라면 나는 무기에 애정 따위 주지 않았으리라.

이데아트로는 두 번째로 질문했다.

“하지만 교감으로 물아일체의 경지를 이끌어낼 수 없다네. 자네가 그 롱소드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

“그건······.”

말로 설명하기 참 애매하다. 단지 4년 동안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한 나에게 화가 났고 이번에는 기필코 만들겠다고 다짐했을 뿐이다. 그 뿐이다.

“간절했던 것 같습니다.”

롱소드에게 애원했다. 최고가 되어달라고 부탁했다. 그게 정답이리라.

“그렇다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의지일세. 자네의 의지가 무기에 닿도록 하는 것이 바로 교감이지. 그럼 마지막으로 질문하겠네. 교감과, 의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한 게 뭔가?”

아리송한 그의 질문에 파에톤은 얼굴을 구겼다.

“질문이 어려웠나? 쉽게 말해서 자네가 무기와 소통할 수 있었던 직접적인 무언가가 있었을 걸세. 그게 뭐냐는 소리야.”

4년 동안 대장간 안에서 썩었다. 손에는 오로지 망치와 달궈진 쇠를 붙잡는 바이스 뿐······.

‘아!’

있다. 4년 동안 내손에서 떠나지 않았던, 과묵하게 자신의 역할을 지켜온 녀석이.

“망치. 망치가 있었습니다.”

“그래! 하지만 망치뿐만이 아니야. 자네가 들고 있는 그 롱소드를 만들기 위해서 4년 동안 함께해준 모든 도구들이 의지를 전달해준 걸세. 이해하는가?”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꼴도 보기 싫었던 망치가, 같은 과정을 수만 번 반복하면서 제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온 도구가 내가 행한 모든 일에 일부였음을.

“대장장이의 마음을 조금은 알겠는가?”

“아주 조금 정도는······.”

“우리는 제작한 물건에 남다른 애틋함을 가진다네. 제작된 물건에 생명이 깃들고 그 생명을 본인 손으로 창조했다고 믿기 때문이지. 그래서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를 수 있던 거라네.”

나는 손에든 롱소드를 지그시 바라보며 그 말에 공감했다. 내가 만든 작품. 내가 만든 생명. 지금은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누구보다 빠르고 애틋하게.’

“첫 번째 과제는 끝났네. 4년 동안 수행해온 소감이 어떤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망극하군요.”

4년. 어쩌면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너무나도 소중한 진리를 배웠기에, 나에게 숨겨진 커다란 가능성을 찾았기에,

이데아트로가 박수를 치며 냉큼 말했다.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지. 예상보다 이른 시간에 1차를 통과했지만 이번에는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네. 괜찮은가?”

나는 그가 질문하는 것 자체가 우스웠다. 문득 4년 전 내가 한 말이 떠올랐다.

『1, 2년? 너무나도 짧은 기간이다. 그 이상의 시간도 투자해야한다. 강해질 수만 있다면······.』

10년이란 세월이 걸린다 하더라도 이제 와서 포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나는 누구보다 빠르게 누구보다 강해지리라.

내 반응에 이데아트로는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비아냥거렸다.

“그런데 말이야~ 자네는 이미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미 도달한 것 같네.”

“예?”

“엄밀하게 따지면 검이 아니라 망치. 4년이란 고생 끝에 망치와 하나가 된 경지에 이르렀다는 걸세. 물아일체도 신검합일도 아니지만 아무튼 성공은 성공이지.”

그가 시원한 파도가 밀어치는 것만큼 시원하게 웃었다.

“하하하! 망치는 누구 좋으라고 그냥 반응해주는 줄 아는가? 검의 의지와 자네의 의지가 교감하기 이전에 자네는 먼저 망치와 교감을 했을 걸세. 알게 모르게 말이야. 이런 적이 있지 않았는가? 망치가 나인지 내가 망치인지······.”

아······. 그 지긋지긋한 순간을 말하는 건가? 확실히 그럴 때가 있었다. 망치를 집어던져 버리고 싶을 정도로. 울화통이 치미는 시기였다.

“대장장이는 물건을 단순한 물건으로 취급을 해선 안 돼. 손에 잡히는 대로 교감하고 의지로 소통해야 한다네. 모든 물건, 나아가 모든 자연만물과 소통한다면 그것이 바로 물아일체의 경지일세.”

그는 짤막한 팔을 들어올렸다.

“이제 마지막 싸움일세.”

“아무것도 들지 않는 겁니까?”

그는 콧방귀를 뀌면서 픽, 웃었다.

“초짜상대로 무기는 과분하지. 자네의 검은 내 팔을 자를 수 없네.”

확신에 찬 그의 목소리와 자신 있는 얼굴. 항상 그랬다. 그는 모든지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았다. 어쩌면 그가 이 세계 최고의 대장장이가 될 수 있던 진정한 이유가 아닐까?

‘받아두지. 그 의지.’

나는 말을 아끼고 발검자세를 잡았다. 봐줄 이유도 그럴 필요도 없다. 오로지 전력으로 그와 부딪힐 뿐.

“간다.”

파에톤은 그 어느 때보다 가볍고 민첩하게 발을 움직였다. 엄청난 파전공세가 이어지고 수차례 공격이 오갔다. 그 승부의 결과는──────

***

한밤중 건물 위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은 굉장히 아름다웠다. 신비롭고, 웅장했으며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넓었다. 4년이란 세월이 지나서야 물아일체의 끄트머리를 간신히 바라보았다. 그런데도······.

‘한 방에 녹다운이라니. 너무 심했지.’

나는 너덜너덜해진 오른팔을 보며 비참한 미소를 지었다. 뼈가 부러져서 응급처치를 해뒀지만 상처가 회복할 될 때까지 망치는 못 잡을 것 같다.

처참한 패배의 쓴 맛을 본 파에톤은 연달아 한숨을 쉬면서 허리춤에 찬 롱소드를 바라보았다.

‘이제 내가 너의 주인이다.’

‘······.’

‘기쁘냐?’

‘······.’

‘어쩜 이렇게 반응도 없냐?’

쓴 웃음을 지으며 검을 바라보고 있는 동안에도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그동안 함부로 대했던 무기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서 이 녀석에게 잘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뿐만 아니라 이 녀석이 탄생하기까지 버려진 수많은 롱소드에게도 애도하며,

“우웅────!”

반응이 왔다. 미약하지만,

“얌마. 다, 다시 한 번 해봐!”

‘······.’

또다시 침묵.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마냥 정적을 되찾아간다.

‘비싸게도 구는군.’

그날 이후 3년이란 세월이 더 흘렀다. 물아일체는 아니지만 이제는 신검합일의 경지에 가까스로 도달했다. 덕분에 훈련강도는 지옥 그 자체였다. 그러나 노력은 사람을 배신하지 않았다. 7년 전과 비교할 수 없는 강함을 손에 넣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부족했다. 완벽하게 나를 깨우지 못한 느낌이 자꾸만 잠을 깨웠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비극의 사건이 터졌다. 그것은 나와 헬리오스의 인연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리는 신호였다.

언젠가 한번 이데아트로가 내게 질문했다. 세계는 균형의 법칙이란 것이 존재하는데, +1이라는 힘이 있다면 -1의 힘이 있는 것이 세계의 법칙이다. 그렇다면 절대적 존재라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 이를테면 신에게 대적하는 존재가 있지 않을까? 세계의 창조주. 모든 것 위에서 절대자로 존재하는 신. 과연 그들에게도 균형의 법칙이라는 것이 적용될까?

정답은 [그렇다]였다. 이유는 창조주 본인이 잘 알 것이다. 세상을 균형 있게 만든 순간, 신과 대적할만한 존재가 자연스럽게 생겨난 것을. 결과적으로 신은 신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쿠르르르릉······!!!!

난데없이 하늘이 울부짖었다. 나는 온몸으로 불길한 기운을 감지했다. 나는 검을 빼어들고 집밖으로 뛰쳐나왔다. 몽환적인 헬리오스 상공은 온데 간데 사라지고 기괴한 먹구름만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이건 대체······.’

파에톤의 넋 나간 목소리가 바람에 날려 비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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