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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ter Smith-65화 (65/202)

Master Smith (65)

될 대로 되라. 밑져야 본전 아닌가? 묠니르를 사용해보고 실패하면 묠니르를 소환하면 된다. 그 근육빵빵 아저씨라면 공간을 깨트리는 것쯤이야 손쉬운 일이리라. 그래도 실패하면 그때 계단을 오르면 되는 것이다.

나는 묠니르를 꺼내들어 계단을 겨냥했다. 절대로 저 계단을 일일이 오르지 않겠노라! 그렇게 다짐하며 ‘토르의 가호’를 활성화 했다.

토르의 가호는 전기속성에 대한 모든 면역력이 100%로 증가되며 모든 감전 데미지가 300% 증가. 뿐만 아니라 모든 능력치에 대해서 긍정적인 상승효과를 부여한다. 그야말로 최강의 버프!

“뒤로 물러서. 지금 날려버릴 테니까.”

손아귀에서 청백색의 스파크가 사납게 융기하기 시작했다. 어지간한 파라미터여도 들어 올리는 것조차 불가능한 신의 망치를 들고서, 나는 목 터져라 소리치며 묠니르를 휘둘렀다.

“뼈! 빠지게! 우랴아아아아아아아아!”

무식한 충격파가 공간을 덮쳤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마력폭풍이 휘몰아 쳤고, 모든 것을 파괴하는 돌풍이 공간을 때렸으며 어마어마한 천둥번개가 크게 성을 냈다.

“또 나를 불렀군.”

망토를 두른 코스프레 아저씨. 부른 게 아니라 그냥 휘두른 거였는데······. 아무튼 이렇게 나와 주니 내심 든든하다.

미호는 식은땀을 흘리며 잔뜩 긴장했다.

“다들 인사해. 내 파트너라고 소개해두지. 우리를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녀석이다.”

“아, 안녕하세요.”

미호가 머리 숙여 인사했다. 유일하게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소리 때문인지, 아니면 묠니르의 마력이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은 탓인지 모르겠다.

“이곳은  마을로 이동하는 통로군. 네가 구미호냐?”

“네. 10개의 생명의 보주를 흡수하여 이젠 십미호가 되려고 해요. 이곳, 방황의 계단을 빠져나가야 하는데 묠니르님이 도와줄 수 있을까요?”

미호가 저렇게 정중하게 나오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평소에 나에게나 잘할 것이지, 나는 1도 무섭지 않다는 건가? 돌아가면 두고 보자.

“방황의 계단정도야 시간만 들이면 통과할 수 있지 않은가?”

“그렇긴 하지만 시간이 많지 않아서요. 최대한 빨리 가고 싶어요.”

묠니르의 시선이 내 쪽으로 향했다. 마치 “내가 쓸데없는 일로 부르지 말라고 했을 텐데?” 라고 말하는 눈빛이다. 하지만 별 수 없다. 믿을 건 묠니르 뿐이니까.

“후우~ 바드의 부탁이기도 하니까 들어주기로 하지. 다음부터는 절대로 귀찮은 일에 나를 부르지 않도록 주의해라. 내가 화나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줄 테니까.”

나는 묠니르를 달래는 어투로 말했다.

“호감도를 생각해서라도 그렇게 할 생각이었어. 도와줘서 고맙다.”

“엥? 호, 호감도? 당신 그런 쪽 취향이었어?”

잠깐, 이건 무슨······.

“바, 바드? 호감도라니?”

“오해야.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카스티바. 레이나 너도.”

묠니르가 무심한 눈길을 보내며 말했다.

“그래서. 내가 도울 일은 뭐지?”

“호족의 장로에게 가고 싶어. 네 힘으로 꼬여버린 공간을 되돌릴 수 있겠지?”

묠니르가 무슨 소릴 하는 거냐며 눈살을 찌푸렸다.

“왜 그러지?”

“너야말로 무슨 소리냐? 네가 할 거 다해놓고 뭘 도와달라는 거지? 저기 뚫려버린 공간을 봐라. 꼬여버린 공간을 되돌리기는커녕 공간 자체를 통째로 잡아 뜯은 흔적이다. 네놈의 무식한 힘으로 벌인 일이지.”

“그럼 저 구멍으로 들어가면?”

“ 마을로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조심해라. 호족의 장로는 본인 주위에 호위 분신을 남겨두니까.”

분신체라······ 역시 쉽게 넘어가는 일이 없다. 미호보다 뛰어난 호족의 분신체이니 방심은 금물이다. 어쩌면 레이나와 카스티바가 위험할지도 모른다.

“알았다. 여러 가지로 고맙군.”

“내 역할은 끝난 것 같군. 재차 말하겠는데 다신 똑같은 일로 부르지 마라.”

묠니르가 한줌의 빛이 되어 사라졌다. 카스티바는 기가 차다는 식으로 말했다.

“공간을 허물어 버릴 정도라니······. 당신 진짜 괴물 아니야?”

“묠니르를 사용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야. 괜히 전설의 무기는 아니라고.”

나도 생각지 못한 상황이다. 공간을 잡아 뜯다니? 이제껏 그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공격력만 따지면 파천도가 한수 위일 텐데.

“다들 대열 맞춰. 출발하면 어디로 튀어나올지 몰라. 최악의 경우 장로의 분신과 곧장 싸워야 돼. 전방은 내가. 왼쪽은 카스티바. 오른쪽은 미호가. 후방엔 레이나가 선다.”

각 인원의 특징을 살린 기초대형. 내가 전방에서 공격을 받아내고 좌, 우측에서 카운터. 후방에 있는 레이나는 마법으로 지원할 수 있는 대형이다. 당연 카스티바와 미호의 역할은 레이나를 지키는 것도 포함된다.

“출발한다.”

플로스티아 길드의 첫 승부수다. 어디 한 번 볼까? 우리 길드님들께서 얼마나 성장했는지 말이야······.

바드는 보랏빛 균열 안으로 몸을 던졌다.

***

정신 차리고 주위를 돌아봤다. 복숭아나무가 만개한 도원 한가운데 떨어진 모양이다. 코를 찌르는 단내와 눈에 아른거리는 분홍빛이 정신을 어지럽힌다.

“에고, 허리야. 갑옷이 무거워서 큰일 날 뻔했는데 당신이 아래쪽에 있어서 다행이야.”

“당장 나오지 못해?”

그나저나 꽤 멋진 곳으로 떨어졌군. 이곳이  마을인가?

휘날리는 꽃잎이 강물처럼 흘러가고 실하게 차오른 복숭아가 달달한 향기를 풍긴다. 나무위에서 봉숭아를 따고 있는 근육덩어리의 거대한 원숭이까지.

“······가 아니라. 사이즈가 낯선데?”

거칠게 일어선 엄니와 투박하고 두꺼운 손. 온몸을 뒤덮은 적갈색 털 위로 빨간 조끼를 착용하고 있다.

“정지.”

아예 못 싸울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숫자가 너무 많다. 되도록 싸움은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빠직!

“얼라리?”

“키끽? 캬캭! 캬야아악!!”

“여기서 나뭇가지를 밟아주는 센스라니 미호 너는 정말······.”

그녀가 멋쩍은 듯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웃음기 빠진 원숭이들은 순식간에 나무에서 내려와 우리를 에워쌌다.

첫째도 둘째도 백만 번째도 도망치고 싶다. 적당한 숫자라면 몰라도 수백 마리라니? 포지션으로 효율을 이끌어내는데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진퇴양난이군.”

레이나는 몸을 떨었다.

“몬스터가 이렇게 많이······.”

“정신 차려. 이제껏 괜히 수행한 게 아니잖아?”

그녀가 다리를 떨며 소리쳤다.

“아, 알고 있지만 발이 마음처럼 안 움직인단 말이야. 나도 잘 해보고 싶다고······.”

“끼에엑!”

그녀가 움직이지 못하면 다른 포지션이 몇 배는 더 힘들어진다. 전투불가능인 레이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카스티바와 미호가 훨씬 더 많이 움직여야 하리라.

“바드. 놈들이 몰려오고 있어. 어떡하지?”

어떡하냐고? 답은 하나다.

“레이나는 내가 포커싱한다. 두 사람은 이쪽에 신경 쓰지 말고 싸워.”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상대가 마족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런 하급 몬스터라면 카스티바 혼자서도 몇 마리고 충분히 대적할만하다. 내가 공격을 받아내는 동안에 두 사람이 확실하게 개체수를 줄여놓으면 승산이 있다.

“미안해. 아무런 도움도 안 돼서.”

“미안하면 스스로 일어나. 너 답지 않게 주저앉아있지 말라고.”

내게 길을 보여준 것은 다름 아닌 너잖아?

“내가 너무 앞서있다면 기다릴게. 그러니까 스스로 극복해.”

나는 정면으로 달려드는 원숭이들을 상대로 파천도를 꺼내들었다.

“COMMAND: EQUIPMENT SUMMONS SET.1”

파지천금으로 만들어진 윈드 마스터 세트가 바드의 전신을 둘렀다. 휘황찬란한 순백색 광휘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동시에 수많은 공격이 바드에게 퍼부어졌다. 그 많은 공격을 어떻게 되받아친단 말인가? 레이나의 절망어린 시선이 바드의 등을 향했다.

“도망쳐 바드.”

“이제 와서?”

원숭이들의 우악스런 주먹이 난무했지만 바드에겐 닿지 않았다. 오히려 절묘한 위치에서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피했다. 무엇보다 바드는 놈들의 주먹에 시선을 두지 않았다. 그야말로 본능적인 회피였다. 윈드 마스터의 숨겨진 힘. 바알의 숨결덕분이다.

바드는 가벼운 손짓으로 적들의 공격을 가볍게 흘려보냈다. 동작이 흐트러진 원숭이들은 자연스레 지면에 얼굴을 들이받았다.

“우캬캭!”

머리끝까지 화가 난 원숭이들의 공격이 더욱 거세졌다.

‘그렇게 감정적으로 싸우면 안 돼지.’

점점 빨라진다. 수십 개의 주먹이 빠르게 가속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바드는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뒤로 물러서는 순간 레이나가 위험해진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못 봐주겠군.”

나는 파천도를 크게 휘저었다. 매서운 섬광이 허공을 가르며 놈들의 상체를 통째로 짓이겼다. 이쯤 되면 놈들의 기세도 주춤할법했는데······.

“크르르르르······.”

“끝을 보자는 거냐?”

어디까지 싸울 의욕이 있는지 궁금하군. 한낱 분신체 주제에 끈질기다.

놈들은 레이나를 포함한 내 주위를 완전히 포위했다. 녀석들도 정면돌파는 무리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레이나. 보호마법은 쓸 수 있지?”

“완벽하지 않지만 어느 정도는······.”

“신호주면 보호마법을 전개해. 마법이 깨지기 전에 놈들을 모조리 처리해 버릴 테니까. 너만 믿고 싸운다.”

지금 그녀의 수준이라면 일순간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놈들의 합동공격이 막히는 찰나에 내가 모조리 처리할 테다.

“잠깐만! 완벽하지 않다고 말했잖아. 일이 잘못되면 어쩌려고?”

“뒷일을 생각할 여유는 없어. 난 너만 믿을 뿐이야.”

바드는 레이나에게 변명할 틈을 주지 않고 정면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놈들 또한 바윗덩이 같은 주먹을 거칠게 휘두르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실패하면 어쩌려고······. 지금 상황에서 날 믿다니 미친 거 아니야?!’

레이나가 불만을 토로했지만 더 이상 구경만 할 수도 없었다. 바드가 본인을 믿고 싸움에 나선이상 어떻게든 보호마법을 전개하는데 성공해야만 했다.

‘나조차 나를 못 믿는데 어째서 당신은······.’

나를 그렇게 믿을 수 있는 거야?

“지금이야!”

바드의 신호가 떨어지자 레이나가 몸을 일으켜 세우고 소리쳤다.

“당신은 천하에 둘도 없는 멍청이야!”

레이나의 지팡이가 노란빛을 퍼뜨렸다. 레이나의 마나는 지팡이를 거쳐 거대한 마력으로 증폭되었다. 지금껏 발현하지 못한 거대한 구체의 보호막이 펼쳐졌다. 드세게 돌진해오던 원숭이들은 보호막에 가로막혀 몇 미터를 밀려 날아갔다. 남은 잔당은 두말할 것도 없이 바드의 손에 무너져 내렸다.

‘그렇게 조금씩 다가오면 돼.’라고 바드가 생각했다. 레이나는 그의 생각을 읽기라도 했는지 신념으로 반짝이는 눈총을 보냈다. 마치 ‘그럴 생각이야.’라고 답변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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