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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ter Smith-63화 (63/202)

Master Smith (63)

머릿속이 복잡하다. 처리할 일이 밀리고 있는데 뭐부터 처리해야할지 모르겠고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감도 안 잡힌다. 모든 일들이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한 두 개씩 걸림돌이 나타나고 있지 않은가?

이러나저러나 카스티바의 폭주는 어떻게든 해결해야할 부분이다. 그 타이머가 원인이라면 분석해보는 것이 맞겠지. 일단 카스티바의 일을 해결하는 쪽이 마음 편하려나?

“주인님, 주인님아~ 뭐 잊은 거 없어?”

미호가 주인님이라는 말을 두 번이나 반복하면서 친근하게 다가왔다. 평소에 애교가 많은 편이지만 오늘따라 더 그런걸 보니 분명 꿍꿍이가 있다.

“스톱. 다가오지 마. 목줄 가동해버린다?”

그녀 목에 걸린 목줄은 해왕석으로 제작된 특수 합금목줄이다. 지난번에 설명했으니 자세한 용도는 생략하겠다.

“그게 아니라~ 다잔에서 약속했잖아? 일 끝나면 내 부탁 들어주기로!”

“아. 그런 약속도 했었던가?”

해결할 일이 추가되었다. 임무목표는 애완동물의 부탁쯤 되시겠다.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엠페러 길드의 땅굴로 잠입하기 전에 분명히 약속했었다.

“그래서? 부탁할 일이 뭐냐?”

“있잖아~ 그때 주인이 줬던 생명의 보주가 딱 10개째였거든. 그래서 십미호로 각성할 조건이 마련되긴 했는데······.”

“서론은 집어치우고 각성하는 걸 도와 달라?”

“바로 그거지~♪”

미호가 손가락을 튀기며 별빛 윙크를 한방 날렸다. 남심을 흔드는 치명적인 윙크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부처상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좋아.”

뭐부터 해결할지 고민하지 말자. 그냥 코지 부락을 떠나기 전에 전부 끝내버리자. 그게 마음 편하다. 괜히 어중간한 상태에서 움직여서 낭패 볼 바엔 귀찮아도 하는 게 옳은 판단이다.

“으잉? 뭐야 그 반응은! 내가 예상하던 반응이 아니야······.”

미호의 눈동자가 시무룩이 주저앉았다. 나는 의문의 물음표를 띠우며 되물었다.

“예상하던 반응이 뭐였는데?”

그리고 미호가 말하길,

“귀엽다면서 머리를 쓰다듬는다던가?”

“그럴 것 같냐?”

“아니면 하루 종일 껴안고 얼굴을 부비부비 한다던가?”

“꿈 깨시지.”

“아니면······”

“스위치를 눌러버리는 게 좋을 것 같군.”

내가 목줄과 스위치를 들어올리기 무섭게 미호가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쫑긋이 세운 귀를 추욱 늘어트리고, 살랑거리던 순백색 꼬리털을 멈춰 세웠다. 귀엽다고 말해야할지 아니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울상을 지으며 울먹였다.

“주인님은 왜 맨날 나한테만 그래······ 왜 맨날 나한테만 짜증이야······.”

이 모습을 우연찮게 발견한 게르덱과 쿠샨. 더불어 안토니오까지 분개하며 봉기했다.

“바드님이 잘못했습니다!”

“바드가 백만 번 잘못했다.”

“우주가 끝장나도 형이 잘못했어!”

이것들이 단체로 미쳤나. 하여간 요괴한테 홀리는 것들이란······.

“알았으니까 그만해. 내가 언제 부탁 안 들어주겠데?”

“그럼 안아주는 거?”

파지직!

참다 참다하니까 아예 기어오르는 구나? 내가 언제까지고 참을 줄만 알았더냐?

미호는 따끔한 한방에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다소곳이 앉아서 몸을 움찔거렸다. 나는 본론으로 넘어가 질문했다.

“각성조건이 뭐야?”

“연꽃마을을 방문하는 것. 거기서 장로님을 만나는 것 정도?”

“간단해서 좋군. 연꽃마을은 어디 있지?”

녀석의 입에서 나오는 대답은 실로 심플했으며, 내 손가락이 스위치를 누를만큼의 충분한 동기가 되었다.

“몰라.”

······지금 장난 똥 때리나. 각성조건을 알면서 연꽃마을의 위치를 모르면 방법이 없잖아. 그걸 왜 나한테 도와달라고 하는 건데? 내가 무슨 지식이 있다고? 천년 묵은 여우아줌마야. 나는 20년이 넘도록 외딴 섬에서 갇혀 지내왔어. 연꽃마을이 어디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아느냔 말이야.

“그냥 더 맞고 싶다고 말을 하지 그러지?”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자, 잠깐만 주인님! 내 말 좀······!”

미호가 필사적으로 팔을 허우적거리며 도리질 쳤지만 이미 목줄에선 사나운 스파크가 일어나고 있었다.

“흐그그극!”

한바탕 전기쇼크에 정신이 혼미해졌으리라. 게르덱 외 다른 2명이 분노의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지만 무슨 상관이람? 이건 단지 펫과 펫마스터의 사적인 일이다. 굳이 말하자면 ‘훈육’정도가 되시겠다.

“그게 아니라! 연꽃마을은 실체가 없어서 찾아가는 그런 곳이 아니라고!”

“그럼 그렇다고 진작 말을 했어야지 멍청한 짐승 같으니라고. 그럼 어디로 가야되는데?”

그녀가 진지하게 대답했다.

“보름달.”

“달?”

“그래, 달!”

“너 좀 맞자.”

농담도 정도껏 해야지. 안 그래도 카스티바 일 때문에 골치 아파 죽겠는데 펫이라는 녀석이 주인의 속을 썩여도 고등어순살조림마냥 썩히냐?

“달로 간다는 소리가 아니라. 보름달이 뜨는 날에나 연꽃마을로 갈 수 있다는 소리야. 그 날이 바로······.”

“보름달은 내일 뜨잖아?”

말을 가로챈 사람은 언제부턴가 옆에서 경계의 눈초리를 쏘아 보내던 레이나였다. 어째 안절부절 못하는 눈치이다.

“맞아. 내일 연꽃마을로 갈 수 있는 문이 열려. 그런데 길을 모르겠어.”

“그러니까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고요.”

미호가 말했다.

“연꽃마을로 향하는 안개의 길은 순도 높은 마력으로 공간이 꼬여있어. 어쩌면 그 안을 빙빙 헤맬지도 몰라. 무슨 말인지 알겠지?”

한마디로 이거네. 마을로 들어가기 위해선 미로를 뚫어라.

“구미호 주제에 그런 것도 못 하는 거야?”

“그, 그렇게 쉽게 말하지 마! 외부인이 쉽게 들어오지 못 하도록 만든 거니까. 게다가 장로님은 같은 호족(狐族)이라도 본인구역에 방문하는 걸 꺼려하신단 말이야!”

“그거 참 까다로운 장로네.”

나는 빈정거리면서도 수긍해야만 했다. 하기야 십미호조차 굽실거릴 정도니 어느 정도 이해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각설하고, 내가 도와줘야할 부분은?”

“안개의 길을 헤매면 1년이란 시간이 훌쩍 넘어가 버려. 혹은 그 이상 걸릴 수도 있지. 하지만 주인님의 무식한 대량마력이라면······.”

“비틀린 공간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다?”

“잠깐만! 만약 실패하면? 우리는 1년, 혹은 그 이상을 기다려야 된다는 거야?”

아니나 다를까 레이나가 극구부인하며 소리쳤다. 어쩐지 아까부터 경계한다 싶더라니 이런 상황을 직감적으로 예감한 모양이다. 나는 레이나에게 기회를 주었다.

“불안하면 같이 가던가.”

“나는 주인님이랑 단 둘이 가고 싶은데?”

미호가 그리 말하자 레이나가 총기가득한 눈으로 입바르게 말했다.

“결코 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니야. 그냥 당신이 하도 어설프니까 보호차원에서 같이 가주는 거야. 알아들었지?”

“어련하시겠어. 사제님.”

“동작그만! 레이나가 가면 나도 따라가야겠어!”

이번엔 이사벨라까지 나선다. 상황이 너무 막 나가는데? 그렇게 생각하기 무섭게 다른 사람들까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바드님!”

은발의 마법사가 발발발 뛰어와서 내 팔을 붙잡았다.

“이사벨라가 간다면 나도 간다!”

그 옆에 호랑이 기운을 쑥쑥 뿜어내며 일어선 중년남자도 공조했다. 물론 그 즉시 이사벨라의 족발당수에 얻어맞고 멀찍이 날아갔지만 말이다.

“다, 당신이 뭔데 날 따라와!”

“크어억······ 멋진 발차······기.”

쿠샨은 기절했지만 난장판의 시작은 지금부터였다. 카스티바는 영문 모를 눈초리를 보내왔고 덩달아 일어난 안토니오가 무조건 나와 함께 하겠다며 목덜미를 끌어안았다. 심지어 방금까지 곤히 주무시고 계시던 귀여운 노엘 공주님마저 눈을 부비적거리며 내 다리를 놓지 않는다.

“저, 저도 형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요.”

“바드······ 좋아······.”

이래가지곤 플로스티아 길드 전원이 연꽃마을로 향하게 생겼다. 최악의 경우 플로스티아 길드 전원이 실종으로 이어질지도······.

“다들 진정하고 앉아! 길드창설하고 하루 만에 해지당하고 싶어?”

절규하는 내 목소리에 떠들썩한 자리가 조용해졌다.

“일단 미호와 나는 무조건 간다. 본래라면 이 이상의 인력은 필요 없다고 판단한다만······.”

그래도 팀워크를 기르기 위해선 어느 정도 팀 조합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그동안 얼마나 성장했는지도 시험해 볼겸 말이다. 전투 스타일은 파티조합이 어떻게 되냐에 따라서 달라지겠다.

나는 머릿속으로 팀원의 전력을 계산하여 전투 조합을 짜보았다. 경우의 수는 이 정도.

바드, 미호, 쿠샨, 카스티바-공격형

바드, 미호, 레이나, 게르덱-방어형

바드, 미호, 레이나 쿠샨or카스티바-밸런스형

그 외에도 네크로맨서인 노엘를 개입해서 다양하고 복잡한 임무수행을 우선으로 바라보는 서포터형 조합도 만들 수 있겠다.

현재로서 이사벨라와 안토니오는 전투에 개입 불가능이다. 이사벨라의 레벨은 250정도로 꽤 높은 편이지만 레이나에게 자신의 레벨을 밝히는 것을 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토니오는 당연히 전투능력이 없기 때문에 제외했고.

“무난하게 밸런스형 조합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군. 나, 미호, 레이나, 카스티바. 이렇게 간다.”

바드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한 사람은 꽤나 많았다. 그러나 바드는 한 발짝도 밀리지 않고 그들이 수긍할 수 있는 이유를 댔다.

“팀의 조합은 공격/수비/지원형으로 나눈다. 각 조합의 팀원은 4명이 적당해. 팀워크 효과를 증대시키기에도 좋기 때문이지. 그 점에서 미루어보아, 안토니오는 전투능력이 없기 때문에 그 어떤 조합에도 포함불가능. 그건 이사벨라도 마찬가지야. 여기까지 이해했지?”

이사벨라는 레이나 앞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한다는 사실을 깨우쳤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쿠샨은······. 따라올 이유가 없어졌지?”

나는 이사벨라를 흘겨보면서 쿠샨에게 눈짓했다. 우람한 육체의 중년은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게끔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기 끝났어. 더 이상 질문 안 받아.”

나는 서둘러 모임을 끝마쳤다. 아니, 그보다 아무도 안 불렀는데 왜 다들 끼어들어서 난리야 난리는?

당장 내일부터 바빠질 것이다. 지금처럼 차근차근 하나씩 해결해 나가자. 귀찮아도 언젠가 해야 할 일이니까.

바드의 한숨이 깊어가는 밤중에 너울이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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