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Master Smith-58화 (58/202)

Master Smith (58)

“카스티바아~ 게르덱~ 안토니오!”

미호는 순백색 꼬리를 휘날리며 오도도도 달려 나갔다. 세 사람의 마력을 감지한 미호가 쿠샨을 짊어지고 그들을 찾아낸 것이다.

“미호? 상황은 어떻게 된 거야?”

“아주 잘 진행되고 있지~☆”

미호가 엄지를 들어 올리면서 윙크를 날렸다. 그와 동시에,

콰앙! 쾅쾅! 퍼어어엉!

“불이야~!”

“모두 도망쳐! 이 일대가 전부 파괴 될 거라고!”

미호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정정했다.

“아마도?”

한숨을 내쉬던 카스티바는 미호 등에 업혀있는 쿠샨을 보며 뒤늦게 소리쳤다.

“쿠샨? 헉! 이거 뭐야? 상처가 심하잖아!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미호는 걱정할 필요 없다며 손을 휘저었다.

“그냥 단순히 돌에 얻어맞아서 기절한······.”

“쿠샨님은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눈 좀 떠봐요! 어떤 놈이 이런 짓을······!”

미호가 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글쎄. 단순히 돌에 맞은 거라니까······.”

“형은 괜찮겠죠?”

안토니오는 불타는 마을광장을 바라보며 근심했다. 미호는 한숨을 내쉬며 지금까지의 상황을 전달했다.

“다들 이해했지? 주인님 강한 거 다들 알잖아? 알아서 잘 정리하고 돌아올 테니까 우리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돼. 혹시 모르니까 도주경로만 뚫어 놓자고.”

미호의 의견에 모두가 동의했다. 카스티바 딱 한사람만 빼고.

“나는······ 저곳으로 가봐야 돼.”

***

먼동이 트는 시간이 다가왔다. 지평선 너머로 고개를 들어 올리는 광휘의 빛이 세상을 밝혔고 은은한 새벽의 기운을 물리쳤다. 그 온화한 기운과 다르게 다잔의 풍경은 파괴와 파멸뿐이었다. 갈라진 바닥, 붕괴된 건물과 구조물, 웅장하게 자세를 잡고 있는 석상 또한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다.

그 와중에도 이곳저곳에서 충격덩어리가 터졌고 도시는 계속해서 파괴되었다. 밤새 불타던 가구들은 큰 화재를 일으켰고, 도시 주민들은 불을 진압하기위해 물이란 물을 전부 끌어왔다.

엠페러 길드의 군주와 남은 두 명의 사천왕은 바드와 무투가 에녹의 싸움을 여유롭게 구경하며 감상평을 늘어뜨리는 중이다.

“저 대장장이. 사람 여러 번 놀라게 만드는 군.”

“설마 에녹과 호각으로 싸울 줄이야. 상당한 실력자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대장장이라는 한계가 있으니 머지않아 결판이 날 겁니다.”

“그건 모르는 일이지.”

겉보기엔 에녹이 밀어붙이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유효타가 없다. 그 점에서 승부는 갈린 것이나 다름없다.

대장장이는 상대의 스피드를 온전히 따라잡았기 때문에 공격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완벽한 방어를 하기 위해선 그만한 힘과 집중력을 요한다. 결론적으로 저기 있는 듣도 보도 못한 대장장이가 에녹의 스피드며 파워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는 계산이 된다.

케르드의 예상대로 얼마못가 바드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바드는 자신의 복부로 향하는 허녹의 옆차기를 무릎과 팔꿈치를 이용하여 반격했다. 위아래로 타격점을 일치시킨 치명적인 일격. 에녹의 종아리뼈와 정강뼈에서 뚜둑. 불길한 소리가 이어지자, 그의 다리가 기괴한 방향으로 비틀렸다.

“이, 이놈이!”

“절름발이가 되셨네?”

나는 그가 고통을 느낄 새도 없이 오른손 정권으로 명치를 가격하고, 잔상이 남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엘보우 스핀을 때려 박았다. 녹색 피부의 거대한 몸뚱이는 볏짚마냥 수십 미터를 날아가 건물을 붕괴시켜 2차적인 피해를 야기했다.

“끄으윽······.”

오크의 입안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침이 아닌 걸쭉한 피였다. 겁에 질린 눈동자와 불안하게 후들거리는 하체는 싸움의 승자가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가리키고 있었다.

바드는 에녹의 앞으로 다가가 얼음장 같은 눈초리를 그에게로 향했다.

“내가 이렇게까지 일을 키우는 이유가 뭔지 알아?”

“······으으으······.”

딱히 이유는 없었다. 그저 전설이라는 위치가 탐났을 뿐이다. 어차피 엠페러 길드는 역사상 최악의 범죄길드.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궤멸시킬 단체였다.

“나름 괜찮은 싸움이었다. 하지만 역시 군주하고 싸우는 게 훨씬 나을 것 같군.”

어차피 곧 쓰러질 오크였지만 나는 그의 명줄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움켜쥔 주먹에서 화염의 불길이 치솟아 봉황을 만들려던 찰나······.

터업.

“드디어 나서는 군.”

바드의 팔을 붙잡은 잿빛머리카락의 남자. 무기라곤 들고 있는 게 없었지만 눈빛만으로도 충분한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런 조무래기라도 귀중한 장기짝이거든. 죽이진 마라.”

“실컷 기어올라놓고는 이제 와서 무슨 소리지? 놔라. 네놈 손모가지부터 날려버리기 전에.”

나는 그의 팔을 뿌리치고 에녹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아니, 글쎄 죽이지 말아달라고.”

‘뭐야?’

분명 뿌리쳤다. 놈의 팔을 뿌리치고 곧바로 오크 놈을 공격했을 텐데 어떻게?

“네놈······.”

만만치 않은 놈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만한 실력을 숨기고 있었다는 건. 처음부터 나와 마찰을 일으킬 생각이었다는 건가?

나는 반대 손에 살기를 둘렀다. 그리고 총알처럼 튀어나갈 준비를 마쳤다.

“쉽게 물러설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어.”

케르드의 표정이 삽시간만에 바뀌었다. 전부 쳐부숴버리겠다는 마냥 사납게 말이다. 두 사람의 기운이 마찰하자 주변의 공기가 벌벌 떨기 시작했다. 그 위풍당당하던 사천왕마저 제대로 서있지 못할 정도의 숨 막히는 패기였다.

쿠르르릉······.

천지가 울고 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겨우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건만 다잔은 다시금 먹구름으로 뒤덮여갔다.

‘이, 자식······.’

“역시 그만둘래. 전혀 승산이 없어.”

케르드가 손에서 힘을 빼며 내 팔목을 놓았다. 만일 1초라도 같은 상황이 지속되었더라면 나는 온몸의 근육을 동원해 그의 팔을 찢어발겼을 것이다.

“아쉽게 됐군. 이제 와서 그만두다니.”

“상상이상이야. 무기 없이 이만한 힘을 내다니. 대단한걸? 싸움 구경도 시시해졌어. 우리 협상이나 하지? 그쪽에겐 파격적인 조건이 될 거야.”

이제 와서 협상? 웃기지도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뭐든 뺏을 수 있는 상황이다. 네놈 목숨을 대신할만한 가치가 또 뭐가 있다는 거지? 목숨과 동일한 가치를 지닌 조건이라도 가지고 있는 모양이지?

“들어보고 생각하지.”

케르드는 엄지로 등 뒤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곳에는 궤멸직전까지 몰린 남은 공작들과 사천왕이 서 있었다.

“내 쪽에서 바라는 조건은 엠페러 길드의 생환이다. 나를 포함해서 놈들까지 멀쩡하게 풀어줘. 네가 원하던 자원은 다 털어갔잖아? 쓸데없는 살육은 피하자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럼 내가 얻는 것에 대해서 들어볼까?

“계속 입 털어봐.”

케르드는 품안에서 낡은 지도 한 장을 꺼내들었다. 지도는 하벨스 대륙 전체를 세밀하게 묘사한 커다란 정밀지도였다. 산과 바다, 들판과 숲, 숨겨진 동굴과 히든리스트가 전부 표시되어있었고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퍼져있는 워프게이트의 위치와 위치변경 날짜까지 기록되어있다. 그리고 이 문양은······.

“노란색 ☆문양이 그려진 장소는 엠페러 길드의 자원 보관소야. 이곳 지하에 있던 보물창고 같은 곳이지. 원한다면 언제든 가서 꺼내 쓸 수 있도록 부하들에게 보고해두겠어. 요컨대 VVIP고객으로 취급해주겠다는 소리야.”

“이 많은 문양이 전부 자원 보관소라고?”

얼핏 봐도 수백 개는 퍼져있다. 하나당 수만 명의 수하들이 지키고 있다고 생각하면 엠페러의 전력은 아직도 건제한 수준이다.

“원할 때 무엇이든 꺼내먹는 냉장고도 아니고 더럽게 많군.”

“네 상상을 초월할 수준이지. 그리고 한 가지 더 있다. 이 크리스털이 뭔지는 지난번에 설명했을 거다.”

분홍색 결정모양의 크리스털은 꽃잎에 내려앉은 서리처럼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그게 무엇인지는 딱 한번 케르드 본인의 입으로 설명들은 바 있다.

“이것도 네게 주지.”

케르드가 싱긋 웃으며 크리스털을 던졌다. 황홀한 분홍빛은 허공을 가로질러 내 손안으로 날아 들어왔다. 바드는 뭉클하게 피어오르는 의혹의 눈으로 케르드를 노려보았다.

“무슨 꿍꿍이지?”

이 크리스털은 마왕을 완전 부활시키는 일종의 촉매제이다. 이게 없으면 엠페러 길드의 최종 목적인 마왕의 완전부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

케르드의 날카로운 눈매가 한층 온화를 품으며 호선을 그렸다.

“별 이유 없어. 마왕의 부활 계획은 네가 망쳐 놓았는걸? 우리가 가지고 있어봤자 쓸모없지. 이만하면 꽤 파격적인 거래라고 생각하는데. 이제 슬슬 우리 좀 놓아주지 그래?”

“패자의 여유냐? 뻔뻔하기 그지없군.”

“그렇다고 이제 와서 우릴 죽이려고?”

“그건 아니지.”

어느 정도 대화가 마무리 되어갔다. 싶을 무렵이었다. 이제 다 끝났다 싶었는데······.

콰앙!

난데없는 화염폭발이 우리 둘 사이를 덮쳤다. 일렁이는 아지랑이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 아닌······.

‘카스티바?’

붉은 포니테일의 여검사가 발검한 상태로 나를 겨누었다. 그녀는 말없이 내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얌마! 여긴 위험하니까 어서 물러······.”

쐐액!

“!!”

살기를 담은 그녀의 참격. 지금까지와 비교도 안 되는 무게담은 공격이었다.

‘진짜로 살기를 품고 있군.’

자세히 보니 카스티바의 상태가 이상하다. 마치 영혼이 없는 빈껍데기 마냥 눈동자가 메말라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생명의 은인에게 이렇게 나오시겠다?”

도대체 미호랑 게르덱은 뭘 하고 있던 거야? 이 여자 이렇게 되기까지 구경만 한 거야?

잠시 후 카스티바가 어눌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죽여야 해······ 이놈들 전부······.”

“죽어 마땅한 놈들인 건 알고 있지만 대화 끝났어. 이만 정신 차려 카스티바.”

“방해하는 자는 망설이지 않고,”

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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