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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ter Smith-45화 (45/202)

Master Smith (45)

범죄의 도시라고 하더니 틀린 말 하나 없다. 설마 선의를 베푼 사람의 눈앞에서 대놓고 코 베어갈 줄이야! 이거 너무한 거 아닙니까!

“꼬마야 거기 서! 그 지팡이는 비싼 것도 아니란 말이야!”

“이 사람아! 어째서 꼬맹이 하나 못 잡고 헉헉거리는 거야!”

게르덱의 뒤를 바짝 따라붙은 카스티바가 답답하다는 듯이 언성을 높이더니 날렵한 발놀림으로 빠르게 도약했다.

“으자아앗!”

카스티바는 남성적인 함성과 함께 꼬마의 등을 덮치는데 성공했다. 그대로 몇 번 땅바닥을 구르고 먼지를 뒤집어쓴다. 자욱한 먼지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카스티바는 불만부터 내뱉었다.

“콜록콜록! 내가 왜 이런 꼴을 당해야하는 거냐구! 내 지팡이도 아닌데!”

“카스티바님 괜찮으십니까? 왜 그렇게 무리한 짓을 하고 그래요?”

“당신이 꼬맹이하나 못 잡으니까 그런 거 아니야! 당신 얼마나 저질체력인거야! VIT(체력)스텟 좀 올려두란 말이야!”

“저, 저는 마법사거든요? 마법사 인생 조질 일 있습니까?”

게르덱은 자신이 마법사라는 사실을 특히 강조하면서 반박했다. 그녀는 말을 말자며 되찾은 지팡이를 게르덱에게 넘겼다.

“그럼 이 꼬마는 어떻게 한담? 혹시 기절했나?”

꼬마를 들어 올린 카스티바가 아무반응이 없는 꼬마를 탈탈 흔들었다. 역시나 기절한 모양. 일단 정신 차릴 때까지 보살피는 것이 좋으리라. 어차피 좀도둑에 불과할 테지만 이대로 놔두면 다른 범죄자의 손에 해코지 당할 가능성이 있다.

카스티바는 꼬마를 집어던지며 말했다.

“일단 데리고 있어 봐요. 간단히 먹을 것 좀 사가지고 올 테니까요. 바드가 대기하라고 했던 붉은색 지붕위에서 만나요.”

“잠깐만요 카스티바님! 돈은 가져가셔야죠!”

하지만 뒷주머니를 뒤적이는 게르덱의 안색은 급변했다.

“뭐해요? 빨리 줘요.”

“아아. 그게 말이죠······. 돈이 없네요?”

능청스럽게 웃어 보이는 백발의 마법사가 뒷머리를 긁적이기 시작했다. 잠깐! 그 말인즉슨?

“설마 실링까지 소매치기 당한 거냐! 이 바보 마법사야아아!!”

“죄, 죄송합니다. 고의가 아니잖아요! 일부로 잃어버린 것도 아니고요!”

머리를 감싸 쥐고 애처럼 울먹이는 게르덱을 카스티바는 눈곱만큼의 자비도 없이 강렬히 매도했다.

“미안하면 다냐고! 바드가 언제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앞으로 밥은 어쩌려는 건데!”

안 그래도 하루 종일 쫄쫄 굶었는데 정말 답도 없는 상황이잖아.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은 적자생존뿐! 이곳엔 이곳만의 법이 있는 법 아닌가? 그렇다면 이쪽에서도 훔쳐 주지!

“훔친다고요? 안 돼요 카스티바님! 저희는 도둑이 아니란 말이에요!”

“그럼 당신은 굶어 죽든가! 여기선 어리광은 통하지 않아요. 계속 그런 식이니까 꼬맹이한테나 소매치기를 당하는 것 아니냐고요!”

카스티바가 냉혹한 현실을 정확하게 바라보며 주장했다.

‘훔치는데 걸리면 끝장. 하지만 훔치지 않으면 굶어죽는다.’

식탐을 향한 카스티바의 결심이 시멘트마냥 단단하게 굳어지는 순간이었다.

***

청파에서 백파의 시체를, 백파에서 청파의 시체를. 그리고 완장까지 남겨둔 상황. 트랩은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지만 한바탕 큰 소동을 일으켰으니 모든 작전을 들킨 것이나 다름없다.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최선이긴 한데, 사실상 전면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은 쿠샨이다. 보물창고를 전부 털었으니, 전설의 재료 제작서가 보관된 장소로 이동해야한다. 길 안내는 당연히 쿠샨이 할 테니······.

“······그건 그렇다 치고. 좀만 떨어져있으면 안 될까 미호야?”

“싫어 싫어~ 춥단 말이야. 이대로 껴안고 잘래! 따듯하잖아 응?”

땅굴이다 보니까 공기도 차갑고 싸늘하긴 하다. 그보다 추우면 날 껴안지 말고 네 꼬리를 껴안으면 되잖아! 그게 훨씬 따듯하다고.

“이러고 있으면 엠페러 길드의 기습에 대항하기 어려워.”

“괜찮아. 내 마력으로 공간을 왜곡시켰으니까. 이 공간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말씀! 그러니까 이런 짓 저런 짓해도······.”

미호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꺄아아~! 비명을 질렀다. 아무래도 오늘밤 내내 끌어안을 심산인 모양.

“냉큼 자지 않으면 꼬리를 전부 잘라버릴 테다.”

“치이~ 알았다구요~”

팔팔한 구미호의 마력으로 만든 결계라면 적들의 기습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우리 쪽도 적들의 동향을 살필 수 없다는 것이 흠이지만.

그러고 보니 슬슬 일이 터질 때가 되었다. 청파든 백파든 양쪽이 보초를 교체할 시간이 왔기 때문이다. 이미 엠페러 길드 내부에서 우리를 찾고있을지도 모른다.

‘상관없겠지. 미호의 결계를 뚫을 리도 없겠고. 지금은 푹 쉬어둬야겠군.’

“흐규우웅······.”

미호는 벌써부터 숨을 고르며 꿈나라로 빠져들었다.

‘태평한 녀석. 아무리 결계에 자신 있어도 그렇지 여긴 적진 한 가운데라고. 조금 긴장은 해야 하는 거 아니야?’

피곤하긴 하네.

‘아, 몰라. 나도 잘란다.’

눈꺼풀이 닫히고 어둠이 찾아온다. 그러나 그 편안함도 오래가지 않았다. 생각 의외로 아침이 빨리 찾아왔기 때문.

‘빌어먹을. 밤새 잠만 설쳤네.’

땅굴인데 아침인건 어떻게 아냐! 하고 태클을 걸까봐 미리 얘기해두는 건데, 나는 일어나는 시간이 항상 아침6시에 고정되어있다. 잠을 일찍 자든 늦게 자든 상관없이 말이다.

“슬슬 미호를 데리고 결계 밖으로 나가야······.”

내가 곯아떨어진 미호를 짊어지고 바깥 경계의 앞으로 나선 순간이었다. 외부로부터 느껴지는 상당수 인파들. 아마 내가 생각하는 ‘그것’이 맞을 것이다.

‘내부분열? 아니면 우릴 알아채고 탐색을 펼치고 있는 건가?’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결국 계획범위 안에 들어있는 상황이니까.

나는 마법가방 안에서 모루와 망치를 꺼내들었다. 간만에 시도하는 장비제작. 그러나 평생 익혀온 감이 녹슬었다는 소리는 아니다.

약품처리 된 가죽과 고급스런 천을 꺼내들어 제단하고 옷 두벌을 제작. 한 벌은 청파의 경갑. 또 다른 한 벌은 백파의 경갑이다.

‘왼쪽 가슴에 황금색 왕관 무늬가 새겨져 있었지?’

바로 전날에 스쳐본 것만으로 엠페러 길드 청파와 백파의 옷을 눈에 익혀둔 바드는 본래것과 싱크로율 100%의 옷을 제작했다. 다만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제작된 장비의 옵션이었다.

“모루의 효과로 +3강인가? 빛이 나긴 하지만 크게 눈에 띄지는 않군.”

빛은 둘째 치고 장비옵션의 수준이 원본보다 3배가량 높아져 있음을 바드는 전혀 개의치 않는 모양이다.

나는 잠들어있던 미호를 흔들어 깨운 뒤 청파의 옷을 내밀었다.

“일단 이 옷으로 갈아입은 다음에 청파의 무리 속에 섞여있어. 싸우지는 말고 적당히 눈치 보다가 빠져나와. 우리가 만날 곳은 어딘지 알고 있지?”

북쪽땅굴과 남쪽땅굴. 그 사이에는 엠페러 길드가 약탈한 각종 아이템을 보관하는 보물창고가 있으며, 더욱 아래로 내려가는 지하엘리베이터가 배치되어있다. 그곳이야말로 엠페러 길드의 고위 직책들이 모이는 중점적인 장소.

전설의 재료를 만드는 제작서도 그곳 어딘가에 보관되어 있을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오늘은 엠페러 길드의 공작급 이상의 계급이 모여서 회담을 갖는 날이다. 쿠샨이 말하길 엠페러 길드의 공작급 인물과 그 위의 세력인 군주의 수호신 사천왕이 최종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이런 자리에서 전설에 관한 이야기가 안 나올 수가 없지.

필시 그곳에 모인 사람 중 엠페러 길드에서 가장 높은 직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전설등급 재료의 제조법을 알고 있으리라. 그 우두머리만 교섭한다면······.

“주인아. 이 옷 불편한데 꼭 입어야 돼?”

미호가 나풀나풀한 의상의 청색 치마를 입고 등장했다. 미호의 외모가 어딜 가는가? 어느 남성에게나 먹힐 얼굴이기에 존재감을 가릴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그녀는 옷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어린애 같은 인상을 지으며 뺨을 부풀렸다.

“어쩔 수 없잖아? 이런 계집애 같은 옷이 청파의 옷인걸. 동양풍의 느낌이라서 제법 어울리는데 영 불편하면 그냥 벗어라.”

“어, 어울려?”

바드의 칭찬에 순식간에 입꼬리가 올라가는 모습. 정말 단순한 바보다. 칭찬 한마디에 없던 의욕마저 태우는 절세미녀가 아자! 하고 소리치더니 그녀의 주위로 보이지 않는 정열의 불꽃이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나 이대로 출동할게. 주인님!”

“안 돼. 옷은 제대로 입고가야지. 꼴이 그게 뭐야······.”

거의 전라상태로 후줄근하게 입었잖아. 네 임무는 지금부터 은밀하게 위대하게 행동하는 거다. 그렇게 몸을 드러내고 다니면 은밀하게는 커녕 눈에 띄어서 쓸데없는 일에 휘말릴걸?

나는 미호의 청색 저고리를 단단히 조여매고 어께 아래까지 흘러내린 옷을 바로잡아 모양을 내었다. 청파의 견장을 다는 것은 필수!

“이렇게 보니까 진짜 청파의 일원 같은데?”

“내 제작 실력을 무시하지 말라고. 모양을 따라하는 것쯤이야 누워서 떡먹기니까. 아무튼 두건은 절대 벗지 마. 얼굴을 가리지 않으면 의심을 받을 테니까.”

작전이 성공에 가까워 졌다한들 최우선은 안전이다. 미호의 힘을 염두에 두면 크게 걱정할 일도 아니지만 만에 하나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돌다리도 두드려봐야지 안 그러면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나는 백파의 옷으로 갈아입고 미호와 함께 결계 앞에 나란히 섰다.

“놈들이 우리의 작전을 이미 알아차렸을 수도 있으니까 나가자마자 상황부터 빨리 알아차려. 청파와 백파가 싸우고 있으면 청파에 가담해서 백파놈들부터 쓸어버리고 말이야. 나는 눈치 봐서 하층부로 내려갈 테니까.”

“알았어요~ 그럼 출발!”

한껏 의욕이 넘치는 미호와 최종결산을 위해 머리를 굴리는 바드. 다잔에서의 둘째 날이 힘차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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