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Master Smith-14화 (14/202)

Master Smith (14)

《강림모드에 돌입합니다. 지속시간 1분. 몸에 지속적인 무리가 옵니다. 지속시간을 넘기면 몸이 붕괴하기 시작합니다.》

게르덱의 정신이 봉인되기 전에 나타나는 알림창이다. 게르덱의 의식은 천사의 내면으로 빨려들고 말았다. 이제 그의 몸을 움직이는 것은 인간이 아닌 성기사 미카엘. 그가 쥐고있는 거대한 성검은 둔기에 가까웠다. 육중한 바스타드소드가 날카로운 예기를 번뜩이며 공기를 가른다. 땅이 일직선으로 갈라버리는 압도적인 검풍에 멀쩡한 집 한 채가 콩가루가 되었다.

“어, 엄청나다!”

“저 마법사 갑자기 변신이야?!”

강림에 대한 지식이 없는 그들이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게르덱이 엄청난 무언가를 했다는 것은 예상할 수 있었다.

한편 스켈레톤의 녹아내린 두개골의 일부가 재생되어 머리의 형태를 다시 잡는다. 그것은 모든 이들에게 절망을 안겨주는 시초가 되었다. 그 누구도 레벨202에 육박하는 거대 몬스터에게 대적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정말로 다시 되살아났어······.”

“괘, 괜찮을 거야. 우리에겐 저 남자가 있잖아? 어떻게든 해주겠지!”

그들에게 있어서 실보다 가느다란 희망은 다름 아닌 천사의 모습을 하고 있는 미카엘이었다. 성기사 또한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날개를 활짝 펼치고 천공사이를 빠르게 활강했다. 그 모습에 다시 한 번 감탄성을 내지르는 마을주민들이었지만 상황을 가장 냉정하게 보고 있던 이사벨라는 불안한 얼굴로 아랫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강림이라면 녀석을 물리칠 수 있어. 하지만 인간의 육체로 강림은 큰 리스크를 안겨줘. 소모하는 힘도 수십 배에 달할 테고. 제한시간을 넘겨 몸이 붕괴되기 시작한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지. 그는 죽는다.’

까짓것 마을을 버리고 도망치면 되잖아.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킬만한 가치가 있다는 소리야? 게르덱의 속내를 이해할 수 없던 이사벨라가 심란해진 마음을 추슬렀다.

‘일단 구해야 겠네.’

그의 목숨을 구할 정도의 의리는 없으나 내 쪽에서 호기심이 생겼다. 강림을 사용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 한번쯤 들어보고 싶기 때문이다.

‘죽는 것은 그 이후로도 충분하지. 나도 이미 무리하는 거라지만······.’

“같이 해보자고.”

그녀가 축소된 눈동자에 분노를 담으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어느 마법사든 매개체로 쓰려고 하지 않는 ‘그것’을, 이사벨라는 한사코 쥐어짜냈다. 이사벨라의 거대한 신성력은 강림까지는 아니라도 비등한 파괴력을 머금었다. 성기사 미카엘과 합동공격이라면 분명 일격에 말소할 수 있으리라.

“······.”

지상으로 하강하는 미카엘은 거대한 바스타드소드를 스켈레톤의 정수리로 치켜들었다. 뇌광이 함께하는 은빛 찬란한 직선의 빛이 스켈레톤의 위에서 번쩍였다. 이사벨라의 얼굴이 초조함으로 일그러졌다. 게르덱의 생존율을 높이려면 미카엘이 소모하는 힘을 조금이라도 줄여야한다. 그러나 제멋대로인 천사는 게르덱의 생명력을 전부 빨아내어 일격에 소모할 생각인 모양이다.

“쿠웨에에에에!!!”

암흑으로 가득한 스켈레톤의 입안이 보였다. 미카엘이 놈에게 닿기 전에 먼저 공격해야 한다고 판단한 이사벨라는 거대한 빛줄기를 서너 번 연달아 발사했다. 하지만 그 위력은 맨 처음보다 눈에 띄게 줄어든 상태였다. 빛줄기는 스켈레톤의 이마와 목, 가슴을 순차적으로 꿰뚫었지만 움직임을 잠깐 멈추는 걸로 그쳤다. 미카엘은 번개가 휘감긴 검을 들어 올려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대기를 찢어발겼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사벨라는 저도 모르게 혼신의 힘을 다해서 울부짖었다.

“안 돼!!!!!!!!!!!!”

“크오오오오!!!!!!!!!!!!!!!!!!!!!!!!!!!!!!!!!!!!!!”

두 사람의 절규와 오열. 그리고 울부짖음은 스켈레톤을 포함한 코지부락내의 모든 사람들의 귓속으로 똑똑히 전해졌다.

미카엘의 공격이 스켈레톤을 향해 떨어지려는 순간! 한 박자 빠르게 스켈레톤의 몸을 도륙 내버린 한줄기 섬광이 온 마을에 퍼져나갔다. 누가 봐도 미카엘의 일격이 통했다고 착각할 만한 장면이었지만······.

“케겟! 케게겍!!”

이사벨라 귓가에 들려오는 익숙한 리듬과 말투. 거기다 기괴한 히죽거림까지. 언젠가 들어본 친숙한 웃음소리였다.

‘뭐, 뭐야? 이 빛은!’

이사벨라는 눈살을 찌푸리며 빛의 무더기를 노려보았다. 그곳에는 미카엘의 그림자 말고도 또 다른 작은 그림자가 존재했다. 미카엘은 빗나간 일격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자세가 흩뜨려졌다. 그렇다면 레벨202에 육박하는 20미터 스켈레톤을 일격에 갈라버린 것은?

이사벨라의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그녀는 말도 안 되게 경악했다. 그림자는 작고 울퉁불퉁했다. 투박한 몸집은 짜리몽땅하다는 비유가 들어맞았지만 착용한 갑옷은 말도 안 되는 섬광을 내뿜고 있다. 그리고 그 그림자가 들고 있는 무기는······.

“고작 저걸로······ 스켈레톤을 갈라버렸다고?”

“그어어어어어······.”

미카엘의 투구안쪽에서 붉은 안광이 잠들어갔다. 마을주민도 뒤늦게나마 확인했다.

"갑옷을 입은 고블린이 곡괭이로 스켈레톤을 일격에 쓰러트렸다!"

어디선가 뜬금없이 튀어나온 고블린은 너무나도 작고 비약한 외견이다. 하지만 그가 휘두른 곡괭이는 하늘에서 빛의 기둥을 떨궈냈고, 무식한 파괴력으로 스켈레톤을 제압, 소멸시켰다.

'내 마법조차 통하지 않았다. 그런데 고블린 따위가 휘두른 곡괭이질 한 번에 스켈레톤이 아작 났다고?'

“······방금 봤어?”

“응. 갑옷 입은 고블린이······.”

어안이 벙벙해진 그들은 쉽사리 입을 다물 수 없었다. 그 난장판을, 그 난전을 일격에 매듭지어버린 고블린의 공격은 사상 최강 최고의 강렬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나 이제부터 고블린 안 죽일래.”

“나도. 고블린에게 반한 거 같아.”

“뭐?! 그, 그건 아니지 인마. 아무리 그래도!!”

“감정에 솔직해지라고 친구.”

“······(두근)!”

고블린의 갑작스런 등장. 마치 하나의 영화 같은 전개였다. 그러나 그의 모습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이윽고 소멸한 스켈레톤의 주변으로 방대한 마나가 터져나갔다. 그제야 마을사람들은 직감했다.

《코지부락 수호 퀘스트 완료》

“끝났다!”

어두웠던 하늘이 맑게 개였다. 몬스터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드디어 평화로운 코지부락이 돌아온 것이다! 모두가 승리에 대한 환호성을 내지르고 소리쳤다. 퀘스트가 완료됨과 동시에 전투에 가담한 모두에게 3000이라는 명성 포인트가 쌓였고 엄청난 양의 경험치가 부여되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느냐? 평균레벨120의 모험가가 100명이상 모여야 클리어 가능한 퀘스트를 평균레벨60대인 그들이 클리어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오옷! 단번에 레벨이 10이나 상승했어!”

“엄청나! 초특급 보상이라고!”

“잠깐만. 우리가 이러고 있을 상황이 아니잖아? 그 마법사는 어디로 갔지? 고블린은?!”

뒤늦게나마 일대를 뒤져보았지만 어디에도 고블린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게르덱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강림을 무리하게 이행한 탓에 의식을 잃은 상태다. 그들을 지켜보던 이사벨라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등을 돌렸다.

‘결국 한건 해결했네. 결과적으로 마법사도 살아남은 것 같고.’

그런데 마지막에 등장한 고블린은 도대체 뭐였지? 레벨10짜리 최약체 몬스터가 스켈레톤을 일격에 날려먹다니? 그것도 곡괭이 하나로!

‘아오오! 됐어.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도 있잖아? 넘어가 넘어가!’

이사벨라는 뒷짐을 쥐고 허리를 두드렸다.

“에구구~ 힘들어 죽겠네. 이제 나이에 부쳐서 못 싸우겠단 말이야.”

시계바늘이 어느새 12시를 가리켰다.

***

코지부락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숲속. 조잡하지만 영롱한 빛을 뿜어내고 있는 갑옷과 곡괭이를 착용한 LV.388이라는 슈퍼몬스터『난쟁이 고블린』들이 우글우글 몰려있다. 그들의 취미생활은 일광욕 즐기기. 부락을 떠나서도 일광욕을 하는 것은 변함없는 하루일과다. 더군다나 방금까지 거대한 해골몬스터를 상대한 탓에 기분을 전환할 필요가 있었다.

“게르륵! 케륵케륵!(레이나의 냄새는?)”

“그르르······. 케륵 게르르르륵.(찾았어······. 하지만 만나지 못해.)”

“기르르륵 기르륵.(레이나가 걱정 안 했으면 좋겠다.)”

바드가 말하길 힘의 남용은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거대한 해골이 바드와 레이나를 찾는데 방해가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기르르르르!(우리의 힘을 증명하자!)’

고블린들의 유례없는 다짐이다. 앞으로 그들 앞에 무슨 모험이 펼쳐질까? 태평하게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 고블린들은 배가 고프다.

“키르륵!(사냥이다!)”

그들은 일단 먹고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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