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Master Smith-5화 (5/202)

Master Smith (5)

레벨이란 본인의 신체 능력에 비례해서 상승하는 강함의 기준이다. 전투에서 승리하고, 수련으로 신체를 단련하고, 경험을 쌓는 것으로 레벨을 올릴 수 있다는 소리다. 그중에서 단기간 안으로 확실한 효과를 보는 방법이 있다. 노력하는 사람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비싸고 좋은 장비를 착용하면 되는 것이다. 물론 기본 베이스가 탄탄하다면 장비효율은 더욱 높아진다. 그래서 템빨이 중요하다.

본론으로 돌아가면, 템빨에 해당하는 장비를 만드는 사람이 바로 나라는 것이다. 과정은 동일하지만 다른 대장장이와 다른 점이 있다면 경이로운 스킬 숙련도 이외에 한 가지 더 있다.

《Hidden Skill: 장인의 혼》

장인에겐 장인만의 각오와 자존심이 있다. 내가 만든 장비가 최고라는 확신, 최고이외엔 필요 없다는 의지가 최강의 장비를 탄생시킨다. 이것은 ‘자만’이 아닌 ‘자신감’이다.

‘겸손 따윈 개나 줘버려.’

고블린이 모험가를 일격에 죽일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만든 곡괭이를 착용한 탓이다. 왕실기사급 무기를 착용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곡괭이에 붙어있는 기하급수적인 공격력은 일시적인 레벨상승에 한 몫 했으나 안타깝게도 방어력 상승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때문에 강철화살이 고블린의 몸을 꿰뚫은 순간부터 죽음은 불가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꼬마가 일격에 쓰러지지 않은 이유는······.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인데, 일격에 즉사해야했던 고블린이 물리적 수치 이상으로 버텨낼 수 있었던 이유는 일시적 레벨상승으로 인한 능력치 향상덕분이 아닐까 싶다. 통상적으로 생각하면 그렇게 되지만.

‘어쩌면 감정의 힘이 작용한 것은 아닐까? 레이나를 지키겠다는 불굴의 의지가 육체한계를 뛰어넘도록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10실링과 허름한 가죽옷을 번갈아 확인했다.

이름: 찢어진 가죽옷+0

내구도: 1/5

레벨제한: 1

방어력: 1

속성: 피(皮)

특수능력: 없음

설명: 내구도가 50%이상 감소했습니다. 방어효과가 반감됩니다. 착용할 바엔 그냥 버리십쇼. 군데군데 오물이 묻어있습니다.

장비로 분류하는 것조차 민망한 능력치다. 재료 아이템으로 구분되었더라면 F-등급이라는 꼴등상중에 꼴등상이 분명하다. 그러나 내 앞에서 등급의 구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나는 마법가방 안에서 황금빛 모루를, 허리춤에서 낡은 망치를 꺼내들었다.

“뭐하려고?”

그녀의 물음에 덤덤하게 대꾸했다.

“제작.”

즉석에서 아이템을 제작하는 행위는 흔치 않다. 제작은 주변 기후에 따라서 장비옵션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믿는 구석이 없다면 바보 같은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나에겐 믿는 구석이 있다.

이름: 1000년의 추억을 이어온 낡은 모루 (등급: 유물)

내구도: 1324401/1504900

속성: 철(鐵)

특수능력: 내구도 하락수치 감소, 부정적인 영향면역, 제작등급 상승, 긍정적 옵션부여, 성공확률 증가, 실패확률 감소, 잠재능력 부여 확률 증가.

강인(레벨9)- 내구도 하락수치가 80% 감소합니다.

긍정(레벨10)- 강화, 분해, 제작, 감정 시, 외부에서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면역력이 100% 증가합니다.

행운(레벨10)- 아이템 제작 시, 강화등급이 영구적으로 3단계 상승합니다. (기본 강화와는 별개로 추가 상승)

긍정(레벨5)- 아이템 제작 시, 긍정적인 추가옵션이 부가됩니다.

성공확률 증가(레벨7)- 강화, 분해, 제작, 감정 시, 성공확률이 20% 추가 상승합니다.

파괴확률 감소(레벨8)- 강화, 분해, 제작, 감정 시, 실패(파괴)확률이 5% 감소합니다.

잠재능력 부여(레벨8)- 잠재능력 부여 시, 성공확률이 30%증가합니다.

설명: 10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이 모루는 여러 거장의 손을 거쳤습니다. 부가효과가 뛰어나며 그들의 의지가 이어질수록 대장장이의 능력은 더욱 더 향상 될 것입니다.

할아버지가 쓰셨던 이 모루는 가보와 다름없는 물품이다. 남들에겐 한낱 물건일지 몰라도 이 안에 담긴 의지와 역사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역사야 어쨌든 나와는 아무런 관계없지만 말이다.

‘이번에는······.’

이제는 없는 용감한 고블린의 의지도 짊어지게 되었다. 내 두 손에, 내 망치에 고블린의 의지가 달려있다.

까앙-!

맑고 고운 쇳소리가 울창한 숲속으로 울려 퍼졌다. 고블린이 착용할 장비라고 가벼운 마음으로 만들 생각 없다. 장비를 제작한다는 것 자체가 내게는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거야말로 장인정신 아니겠는가?

까앙-!

나는 시뻘겋게 가열된 주괴를 내려치기 시작했다. 제작한 철판으로 판금갑옷의 형태를 잡고 갑옷이 단단해질 때까지 경화시간을 두었다. 그동안 찢어진 가죽옷을 새로이 무두질하기 시작했다. 생가죽보다 가공된 가죽이 훨씬 가볍고 강도가 있기 때문에 좋은 옵션을 띄우려면 가공작업이 필수다.

길지 않은 시간이 흘러서 장비가 완성 되었다. 레벨제한도 낮아 보이고, 좋은 능력치가 부여되었다고 보기엔 조잡한 모양새다. 하지만 이 갑옷으로 말할 것 같으면 흡수된 충격을 탄성력으로 반사시키는 반사철 갑옷이다. 반사철을 가공할 수 있는 대장장이는 대륙 전체를 뒤져봐도 손에 꼽을 정도이리라.

레이나는 난생 처음 보는 영롱한 빛에 취해서 떨리는 손으로 전신갑옷을 살폈다.

이름: 고블린의 의지+0(+3)

내구도: 200/200

레벨제한: 없음

방어력: 170+27

속성: 철(鐵)

특수능력: 반사, 방어력 증대, 즉사면역, 무게경감

반사(레벨10)- 받은 데미지를 1000% 추가 데미지로 되돌려줍니다.

방어력 증대(레벨1)- 방어력이 10% 추가로 증가합니다.

즉사면역(레벨10)- 즉사수준의 공격을 받으면 즉사를 면하고 5초간 무적상태가 됩니다.

잠재능력: 고블린의 의지

고블린의 의지: 나약한 그들에게도 의지가 있습니다. 누군가를 지켜주겠다는 강인한 의지가 장비의 능력을 향상시킵니다. 능력치 상승에 한계는 없습니다. 나약한 그들이 강인한 투지를 보일수록 상대는 더욱 무기력해 집니다.

“이, 이게 뭐야?”

그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판금갑옷을 쳐다보았다. 허름한 가죽옷으로 만든 장비치고는 너무 사기적인 능력치가 잔뜩 부여되었기 때문이다.

“괜찮네. 강화하면 쓸 만하겠어.”

“이 방어력. 수호기사들이 착용하는 장비세트와 버금가는데?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수호기사? 그건 뭔데? 먹는 거냐? 수호기산지 뭔지 거창한 이름을 하고 있어도 허접한 방어구만 착용하나 보네.”

그들이 어디서 뭘 입든 내 알 바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만한 방어구라면 크라켄의 공격을 수차례나 버틸 수 있다는 것이다.

“끼에엑?”

“몸에 딱 맞춘 거니까 입어봐.”

“께엑!”

고블린은 번쩍거리는 갑옷이 마음에 들었는지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갑옷을 착용했다. 동시에 머리위로 떠오른 10이라는 수치가 바뀌었다. 그걸 본 레이나의 표정이 싸악 굳어졌다.

“미지수?! 장난이지? 미지수는 본인의 레벨보다 50이상 높아야 표시되는 거잖아! 장비하나 착용했다고 50넘게 레벨이 올랐다니, 말도 안 돼!”

“일시적인 레벨상승은 남들도 다 하는 거잖아.”

장비의 성능에 따라 레벨이 변동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껏해야 2~3이지. 50이나 올라가는 건 격이 다른 변화다.

바드는 고블린의 레벨을 확인했다.

‘180. 곡괭이도 쥐어주면 쓸만하겠는데?’

나는 궁수의 시체에서 뽑아온 곡괭이를 고블린에게 넘겼다. 핏자국이 지워지지 않아 꺼림칙할 법도 한데, 고블린은 이제껏 보여주지 않은 경건한 얼굴로 곡괭이를 받아들였다.

삐리링-!

레이나가 질문했다.

“어때?”

‘······레벨388.’

LV.10 몬스터가 LV.388이 되었다. 하지만 역시나 불안하다. 반사와 즉사면역이라도 완전한 무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고블린의 HP는 30. 어지간히도 약한 공격이 아닌 이상엔 즉사수준의 체력이다. 방어구 덕분에 거의 무적에 가깝다지만 만에 하나 조금씩 피가 깎이는 상황이 온다면······ 아니다. 그 이상은 생각하지 말자. 이정도 레벨이면 이 근방에서 위협될만한 놈들은 없다.

나는 고블린에게 경고했다.

“분명 강해지긴 했지만 힘을 남용해서는 안 돼. 어디까지나 장비에 의해서 강해진 것이지 신체능력이 강해진 것은 아니니까.”

“끼르륵.”

녀석이 알겠다고 대답하는 것을 이번엔 알아차릴 수 있었다.

“네 투기가 강할수록 무한하게 강해질 수 있어. 결코 약한 마음을 품지 마. 즉사는 일격에 죽는 공격에 맞았을 때 발동되는데 너는 피통(HP Point)이 적어서 어지간한 공격엔 효과가 발동할 거야.”

그 와중에 그녀가 또 질문했다.

“하지만 장비 자체의 방어력이 있어서 즉사할 일은 거의 없을 텐데?”

“초보자들이 때리면 ‘반사’효과로 1000%가 데미지가 돌아가. ‘즉사’효과가 발동하지는 않겠지만 초보자들이 되돌아오는 충격을 버틸 수는 없겠지. 만에 하나 고블린을 일격에 죽일만한 데미지를 주게 된다면 즉사효과가 발동되어 반드시 살아남을 테고.”

바드의 친절한 설명을 납득을 했는지 레이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그럼 이 꼬마는 괜찮은 건가?”

“내 생각에는 이 일대를 씹어 먹을 최강 보스일거다.”

그 누가 감히 레벨388의 몬스터를 건드릴 생각을 하겠는가? 아무리 고블린이라 한들 사람들이 쉽사리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 곡괭이에 머리 찍혀죽기 싫다면 말이지.

“끼륵끼르륵!”

장비가 마음에 들었는지 기뻐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쯤이면 그녀도 안심하고 떠날 수 있을 것이다.

“고마워. 도와줘서.”

그녀가 가슴께에 양 손을 얹고 나지막이 인사했다. 그러다 문뜩 떠오른 한 가지 사실.

‘잠깐! 이 남자랑 동행하는 분위기로 흘러가 버렸잖아!’

바드는 레이나를 뒤로하고 새로운 광물을 꺼내들었다.

“잠깐 기다려. 다른 고블린들도 장비를 만들어줘야 할 것 같은데.”

이왕 하는 거 끝을 보자. 내 손으로 최강 고블린 군단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레이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그 뒤로 반나절이 지나서야 대규모 작업이 끝났다. 200마리 분의 갑옷과 곡괭이를 준비하느라 팔과 손이 부어올랐다. 여담으로 하필 무기를 곡괭이로 만든 이유는 고블린들이 검보다 곡괭이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내 말에 그녀가 망설였다.

“저, 정말 같이 가도 될까? 나는 레벨도 낮고 모험에 방해만 될 것 같은데. 전투에 아무런 도움도 안 될 거야.”

“당신이 좋아서 같이 다니자고 하는 건데 도움이 되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엥?”

지금 이 남자가 무슨 소리를 한 거지?

레이나가 혼란한 머릿속을 정리하며 말했다.

“그러니까. 당신이 나를?”

나는 얼른 화제를 돌렸다.

“소개가 늦었군. 이름은 바드. 보시다시피 대장장이다. 레벨은 888.”

짧고 간결한 자기소개. 레이나는 그 중에서 잘못들은 것이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레벨이 몇이라고?”

바드는 성가신 표정으로 재차 대답했다.

“888. 한 번 말하면 잘 알아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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