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ter Smith (4)
이름: 곡괭이+24
내구도: 50/50 → 150/150
레벨제한: 10
공격력: 10+180
속성: 철(鐵)
특수능력: 약탈, 채광속도 증가, 내구성 강화
약탈(레벨10)- 곡괭이로 몬스터를 잡거나 광물채석 시에 일정확률로 드랍되는 아이템을 추가로 받습니다.
채광속도 증가(레벨9)- 채광속도가 200% 빨라집니다.
내구성 강화(레벨5)- 내구력이 증가합니다.
왕실 대장장이가 만든 쯔바이핸더는 평균 공격력이 130~150사이를 떠돈다. 그것조차 쯔바이핸더같이 무겁고 커다란 무기여야만 가능한 공격력이다. 하지만 고블린이 착용한 곡괭이는 그만한 수준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어이. 왜 그래? 고작 고블린 공격에 쓰러지기는.”
양손 단검을 착용한 갈색머리의 남자가 비아냥거리며 붉은 머리 검사에게 다가갔다.
“에이~ 장난치는 거지? 야, 말 좀 해봐!”
죽은 자는 말이 없다하던가? 기사는 끝끝내 답이 없었다.
“필립? 너 왜 그래?”
“크르르륵······!”
머릿속이 절절 끓어오른다.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꾸물거리기 시작했다.
『그 곡괭이로 잘 지켜줘야 한다?』
그의 한 마디가 내 몸을 조종하는 것 같았다. 나는 곡괭이를 고쳐 쥐었다. 그리고 포효했다.
“크에에엑!”
도적은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간다는 것을 뒤늦게 뉘우쳤다. 고블린 머리위에 떠올라야할 레벨이, 평균 레벨10 안팎이어야 할 고블린의 레벨이······.
‘미지수?’
그는 궤변이라고 생각했다. 현실을 부정했다. 이런 현실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으리라. 일각을 다투는 순간에 고블린이 먼저 선두를 차지했다.
“크아앙!!”
‘고블린주제······ 고블린주제!’
그는 냉정함을 잃고 고블린에게 덤벼들었다. 그러나 의지와는 다르게 싸움은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고블린의 스윙이 너무도 위협적이었던 것이다. 공격은 피하기에 급급했고 맞받아칠 엄두도 안 났다.
“제기랄! 어째서 이렇게 강한 건데!?”
《채광속도 증가(레벨9)- 채광속도가 200% 빨라집니다.》
곡괭이는 두세 개의 잔상을 남기며 비정상적인 속도를 발현했다. 그 속도에 미처 반응 못한 도적은 발등과 어께에 공격을 허용했고, 뒤따라 주먹만 한 살점이 떨어져 나갔다.
“끄아아악!”
그는 비명을 지르며 온몸으로 피를 뿜어댔다. 머릿속은 타는 듯한 고통과 죽음에 대한 확신으로 가득 찼다. 그는 하복부에서 바지가 뜨듯 미지근하게 젖어오는 것을 느꼈다.
‘죽는 건가? 고블린 따위에게?’
고블린의 마무리 일격이 그의 정수리로 향하는 순간 날카로운 비명이 울려 퍼졌다.
“안 돼!”
“끄르륵?”
레이나의 눈이 말했다. 죽이면 안 된다고, 그들과 같은 존재가 되어선 안 된다고.
“게르륵······.”
고블린은 달아오른 피를 가라앉히고 곡괭이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간헐적으로 뿜어 나오던 하얀 입김이 천천히 잦아들었다. 다음으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숲속에서 날카로운 물체가 초고속으로 날아오더니,
피잉─── 퍼억!
“께륵?”
“······어?”
일순간 세상이 정지했다. 복부를 통해 엄청난 충격이 엄습했다. 몸은 강한 반발력에 의해서 1미터 이상을 퉁겨져 날아갔다. 배를 꿰뚫은 강철화살 끝에는 몇 방울의 피가 묻어나오고 있었다. 이건 분명······.
“께르륵?”
아프다. 죽을 것 같다. 내 몸으로 감당 못할 격통이 몰려왔다. 내게는 이 고통을 버텨낼 재간이 없다. 분명 동료들처럼 죽을 테지?
“케헤헤······.”
그래도 웃었다. 그녀를 지켰으니까, 곡괭이를 주고 간 남자의 약속을 지켰으니까. 덕분에 미련 없이 동료들을 따라갈 수 있으니까.
“안 돼 꼬마야······ 일어서면 안 돼······.”
복부를 관통한 강철 화살이 살을 야금야금 파먹었다. 입에서 넘쳐 나오는 핏물이 구역질 날 정도로 비릿했다. 그래도 일어서야 한다. 일어나서 마지막 한 놈까지······!
고블린은 곡괭이를 지팡이삼아 몸을 일으켰다. 힘이 남아있는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편, 숲속에 모습을 감춘 궁수는고블린이 일격에 죽지 않았다는 사실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이상하군. 어째서 죽지 않은 거지?’
그는 아랑곳 하지 않고 다음 화살을 시위에 걸어 공격을 준비했다. 이번에는 다신 일어서지 못하게 벌집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다짐하는 그 순간. 궁수의 눈에서 위화감이 스쳐지나갔다.
‘이쪽을 보고 있어? 아냐. 착각이겠지.“
그렇게 생각했지만 고블린의 시선은 정확히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살의로 가득한 눈매는 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려왔다.
“크아앙!”
콰르르륵!
고블린은 숲속을 향해 곡괭이를 던졌다. 엄청난 회전을 머금은 곡괭이가 허공의 공기를 통째로 찢어발기며 날아갔다. 궁수는 날아오는 곡괭이를 보며 몸이 굳어졌다. 떨어진 거리만 해도 몇 십 미터. 위치가 발각되었다고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이, 이럴 수가!”
곡괭이는 두꺼운 나뭇가지는 없다시피 무시하며 날아갔다. 흉기는 궁수의 어께죽지를 정확하게 관통했다. 그걸로 모자라 그의 몸을 나무기둥에 완전히 못박아두었다. 그는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HP포인트를 보며 죽음을 예감했다. 비명조차 지를 수 없는 아픔에 활을 놓쳤고 믿을 수 없는 눈으로 곡괭이를 바라보았다. 기괴하게 떨리던 그의 몸은 미동도 하지 않게 되었다.
“······꼬, 꼬마야?”
“게르륵······.”
서 있는 것조차 버겁다. 피를 너무 흘렸다. 복부로부터 얼음장같이 차가운 쇳조각이 느껴진다. 이대로 죽는 건가?
레이나는 황급히 꼬마에게 다가갔다.
‘살려야 돼. 화살을 뽑고 치료주문을 읊어!’
레이나는 회복주문을 영창했지만, 벌컥벌컥 쏟아지는 붉은 핏물은 멎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으르르······.”
“어떻게 그만둬! 살릴 수 있어. 살릴 수 있다고!”
레이나의 손은 따듯했다. 그리고 부드러웠다. 그녀와 함께한 기간 동안 몇 번이고 느껴봤던 손길. 정말 좋다.
‘모르겠다. 그래도 행복하니까 됐어.’
고블린이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레이나는 오열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절망했다.
“나 같은 건······ 나 같은 건 정말 쓸모없는 년이야. 왜 아무것도 못하고 있던 건데? 왜!!!!”
“······그럼 죽어버리시던가.”
도적은 빈사상태에 가까운 고블린을 보면서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고 생각했다. 레이나는 그의 단검에 반응하지 못했다. 이를 간신히 지켜보던 고블린은 희미한 조소를 머금었다. 도적은 깨달아야한다. 이제 곧 자신이 죽을 것이란 사실을.
찰나의 순간, 도적의 등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봉두난발의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뼈! 빠지게!”
고블린의 눈에는 도적의 등 뒤에서 엄청난 분노를 품고 등장한 바드가 보였다. 도적의 목이 찢겨나갔고 레이는 살아남았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고블린은 웃으며 눈을 감았다.
“고마······스니다······. 아자씨······.”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내 손으론 그녀를 지킬 수 없었다. 나는 약하다. 결국 그의 도움을 필요로 했다. 하지만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고블린의 마지막 말은 레이나에게, 바드에게 확실히 전해졌다.
“아아······, 아아아!”
최후의 숨결과 함께 생명의 불길이 꺼졌다. 레이나가 흐느끼며 주저앉았다. 10실링과 벌레가 파먹은 가죽옷 한 장. 바드는 아이템을 주워들며 한 마디 했다.
“잘 버텼다 꼬마.”
“어째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야?”
그녀의 마음은 부서질 대로 부서졌다. 가족을 잃은 아픔을 내가 어찌 모르겠는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나는 폐인과 다름없는 삶을 살았다.
“당신이 살아남기를 바랐어.”
“하지만 나 때문에. 모든 게 나 때문에······.”
그녀가 실의에 빠져서 남은 생을 살아가는 모습은 꼴 보기 싫다. 꼬마가 목숨을 바쳐가며 지킨
“······게륵?”
살아남은 고블린인가? 표정을 보아하니 모든 걸 알고 있는 모양이다. 눈에 띄게 줄어든 동료, 여기저기 흩뿌려진 핏자국과 피비린내. 그야말로 암담한 장관이었다.
“게르르륵. 켁켁.”
“왜 자꾸 나를 보내려고 하는 거야? 나 없으면 제대로 살지도 못하면서!”
“크륵 크르릉!!”
“너희를 얕잡아보지 말라고?”
그건 불가능 하다. 벌레나 곤충만 잡아 먹고사는 최약체 몬스터를 어떻게 얕잡아보지 않을 수가 있단 말인가? 그들이 혼자서는 것은 세상이 두 쪽 나도 불가능 하다.
바드는 레이나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눈치 챘다. 그는 레이나의 어깨를 툭툭 치며 나긋하게 한 마디 했다.
“템빨이란 단어 알아?”
그 템빨. 제대로 보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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