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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 미소녀를 따먹는 방법-87화 (87/93)

혜지는 평소 이현의 취향을 위해 야한 옷을 자주 입었지만 그렇다고 늘 야한 옷만 입는 건 아니었다.

애초에 이현과 사귀기 전에도 여자로서 살았던 기간이 꽤 있던만큼 평범한 옷에 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혜지를 따라 도착한 곳은 평범해보이는 여성용 의류점이었다. 야하다기보다는 무난한 차림의 옷들로 가득한 곳.

이현으로서는 처음 와보는 장소인지라 절로 기가 죽었다.

그동안 혜지의 옷을 골라주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인터넷 쇼핑몰이었고, 같이 옷을 보러 나왔더래도 이렇게 본격적인 여성용 의류점은 아니었던 탓이다.

게다가 지금 둘에게는 시선마저 쏠리고 있었다. 지금 혜지가 입은 옷은 그나마 무난한 차림이지만 이현은 여전히 크롭티에 핫팬츠 차림이었으니까.

솔직히 말하면 혜지도 그나마 무난한 차림이지, 야하지 않은 차림은 아니었다. 저 몸으로는 어떻게 입어도 야할 수밖에 없다.

“근데, 굳이 이런 곳으로 올 필요가 있어? 그냥 츄리닝 하나 사면 되잖아.”

이현이 작게 중얼거렸지만 혜지는 곧바로 대답했다.

“음, 그래도 되긴 하는데. 일단 가슴이 너무 커서 브래지어 안하면 힘들걸? 아프기도 하고 어깨도 자주 걸리고. 근데 츄리닝 샀다가 속옷매장 가면 조금 그럴 거 아냐. 여기는 둘 다 한꺼번에 살 수 있으니까.”

과연 안쪽을 보았더니 여성용 속옷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혜지 나름대로 배려를 해준 것이리라.

그 사실을 알고도 뭐라 투덜거릴 수는 없었다. 이현은 입을 다물고 혜지 뒤만 졸졸 쫒아다녔다.

“오, 이거 괜찮다.”

그러던 와중 혜지가 고른 옷이 있었다. 대학 새내기가 입을 법한 산뜻한 옷이었는데, 은근히 여성스러움을 뽐내는 듯하면서도 중성적인 의상이었다.

어쨌건 피부가 많이 노출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이현은 만족했다. 바로 탈의실에서 시착해보았다.

속옷은 입지 않은 채로 크롭티에 핫팬츠를 입고 있었으므로 갈아입기는 어렵지 않았다. 애초에 상의 한 장과 청바지 하나로 이루어져있어 입기 어려운 게 더 이상한 일이다.

“음….”

그래서, 입은 후의 감상은?

가슴이나 엉덩이가 꽉 낀다는 점이나, 허리가 제법 남아버려 헐렁하다는 점을 차치하고서도 불만스러운 점이 있었다.

외형이 너무 야했다.

분명 피부를 다 가리는 평범한 상의에 긴 청바지인데 어째서? 그 이유는 몸이 너무 야한 탓이었다.

혜지와 비슷하게 커다란 가슴과 넓직한 골반은 어떤 옷을 입어도 야하게 만들어버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혜지를 보는 건 즐거웠지만 정작 자신이 이런 상황이 되니 영….

어쨌건 쭈뼛거리면서 밖으로 나왔다. 일단 크롭티에 핫팬츠보다야 건전한 의상이 확실하니까.

다른 옷을 둘러보던 혜지가 시선을 향했다.

빠른 스캔, 그리고는 만족스러운 미소.

심지어는 다른 손님들, 심지어 직원들까지도 힐끗거리며 이현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마음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저게 저렇게 야한 옷이었나?’라고 말하는 듯 보였다.

“되게 예쁘다. 엄청 잘 어울리는데?”

이현은 아주 작은 목소리로 혜지에게 말했다.

“근데, 너무 야하지 않아?”

“뭐, 그거야 몸이 원래 야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혜지로서는 이보다 더 건전한 옷을 찾아주기도 힘들었다. 이현도 머리로는 그 사실을 이해했지만 어쩐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살짝 짜증이 나서 해소하기로 했다.

구석진 곳, 남자일 적 그랬듯 혜지의 몸을 만지작거렸다.

여자가 되었더라도 테크닉이 완전히 죽은 것은 아니었다.

혜지는 미약하게 신음을 냈고 그걸로 끝이었다.

“어?”

이현으로서는 당황스러운 결과였다. 하다못해 헐떡이는 수준으로 만들어주려고 했는데, 혜지가 의외로 잘 참고 있었다.

아니, 잘 참는 게 아니라 손이 작아진 탓이다. 크고 단단한 손에서 작고 여린 손으로 변해버린 나머지 같은 테크닉으로도 똑같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없었다.

당황한 나머지 능력마저 사용했다. 물론 변화가 생기지는 않았고 혜지만이 이현의 생각을 보게 되었다.

‘어? 이게 진심으로 괴롭힌 거였다고?’

혜지로서도 많이 당황스러웠다. 뭐랄까, 이정도 자극은 자신이 혼자 하면서도 느낄 수 있었으니까.

이현이 괴롭히는 건 이보다는 자극적이고, 정말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자발적인 복종심이 솟아나는 기분이었는데.

이건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어쨌건, 열심히 옷 골라줬는데 그런 짓을 하려 했다 이거지?’

사실 그정도 문제로 혜지가 짜증을 낼 리는 없었다. 자신의 몸을 이현이 마음대로 가지고 논들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하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괴롭힘을 받고, 그 생각마저 읽어버린 탓일까? 혜지는 여자가 된 이현을 보며 예전이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생각을 했다.

‘음, 치마 섞어서 줄까?’

이현을 놀리고 괴롭히기.

절대 하지 않았고, 할 생각조차 않았던 행위를 자연스레 떠올릴 수 있었다.

이후로도 자연스레 옷을 둘러보는 모양새가 되었고 혜지는 다음 옷을 집어주었다.

누가 봐도 여성스러움이 물씬 느껴지는 블라우스와 테니스 스커트의 조합이었다.

그야말로 청순가련의 상징.

“치마는 좀….”

“아냐. 이게 의외로 잘 어울리는….”

이현은 그 상황에 자연스레 능력을 사용했다. 이런 일이 있으면 어떻게든 생각을 읽어가며 설득하는 것이 지금까지 했던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능력은 이제 완전히 반대가 되었다. 오히려 혜지가 이현의 생각을 읽으며 설득을 시작했고, 결국에는 무언가에 홀린 기분으로 탈의실에 들어온 이현이 있었다.

“어?”

마치 자신이 혜지에게 하던 것과 비슷한 느낌.

이현은 위화감을 느꼈지만 원인을 알 수는 없었다.

어쨌건 입어보기로 했다. 이미 설득당해서 탈의실까지 왔는데 그냥 나가기도 뭐했다.

흰 블라우스와 테니스 스커트의 조합. 청순의 끝이라고 할 수 있는 조합이지만….

“너무 야한데.”

속옷도 입지 않은 채 그렇게 입어봤자 야하게만 보일 뿐이다. 가슴은 블라우스에 완전히 비쳐 유륜까지 선명하게 보이고, 스커트는 허벅지와 골반을 가리지 못해 청순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멀었다.

심지어 이번에는 나가기조차 힘들었다. 그냥 나갔다가는 가슴이 모두 보일텐데 어떻게 나간다는 말인가.

이현은 노출증이 없었고 남이 노출하는 걸 좋아했지 자신이 노출하는 걸 즐기지 않았다.

다시 갈아입어야 하나 고민하던 와중이었다.

혜지가 문을 두드리며 물었다.

“아직 못 입었어?”

“아니, 나갈 수가 없어서….”

“응? 왜?”

“가슴이 다 비쳐….”

혜지가 안으로 들어와서 상황을 확인했다.

“아, 일단 브래지어부터 사야 했구나. 그러면 이렇게 된 김에 하나 맞추지 뭐.”

그리 말하고는 직원에게 줄자를 빌려와 이현 앞에 섰다.

“팔 들어봐.”

이현은 시키는대로 따랐다. 확실히 자신이 느끼기에도 이정도 크기라면 엄청나게 아플 것이 분명했으니까.

지금도 어깨가 무거운 게 느껴지고 있었다.

“음, 잠깐만.”

측정을 마친 후에는 혜지가 밖으로 나갔다. 소리를 들어보니 사이즈에 맞는 브래지어를 찾는 모양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혜지가 돌아왔다. 손에는 속옷 세트를 든 채로.

“어… 이거?”

평범한 속옷은 아니고, 란제리처럼 보이는 화려한 속옷이었다. 누가 봐도 방금 여자가 된 사람이 입을만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혜지는 머쓱하다는 표정만 지을 뿐, 다른 속옷을 가져오지는 않았다.

대신 이렇게 말했다.

“어, 미안한데 이거 입어야 할 것 같아. 보니까 이 사이즈에 맞는 건 이런 것들 뿐이라더라구. 사이즈가 크니까….”

결국 이현은 또 넘어가버렸다.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이런 사이즈의 속옷이 많을 것 같지는 않았다.

브래지어를 자세히 보았다. 뭔가 화려한 장식이 있어서 이벤트 날에나 입을 법한 디자인….

한편 혜지는 속으로 웃었다.

사실 평범한 디자인이 없는 건 아니었으니까. 일부러 가장 야하게 생긴 것들로 달라고 했다. 어째서?

‘스트레스가 좀 쌓였나? 갑자기 이현이 여자가 된 것도 그렇고, 인정하기는 싫지만 아까 조금밖에 못 느껴서 조금 실망한 것 같기도….’

물론 몸만을 목적으로 이현을 좋아하는 건 아니었지만 거의 주인님을 모시듯 따르던 기분이 사라진 건 사실이었다.

이대로 가면 주종관계의 연인 사이에서 평범한 연인 관계로 변해버릴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금껏 지켜왔던 관계가 역전되어버릴 수도 있고.

생각해보니 후자가 제일 그럴 듯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가끔 이현의 생각도 읽을 수 있지 않은가.

게다가… 지금 처음 알아버린 사실이지만, 이현을 괴롭히는 건 은근 재미가 있었다.

예쁘게 생긴 여자가 당황하며 올려다보는 모습은 있는지도 몰랐던 가학심을 부추기기 충분했다.

‘이래서 맨날 나 괴롭혔던 건가? 지금까지는 내가 이렇게 보였을테니….’

새삼스레 그런 사실을 깨달은 가운데, 이현은 브래지어를 입고 그 위에 블라우스를 걸쳐보았다.

맨가슴이 비치는 건 아니지만 화려한 란제리 브래지어가 적나라하게 비치고 있었다.

몸과 디자인의 조화 탓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남들 앞에서 입을만한 게 아니었다. 적어도 이렇게 입고 돌아다니려면 금요일 밤 클럽에서나 입을 수 있을 법한, 그마저도 과하다며 뒤에서 욕 먹을 듯한 의상….

“되게 괜찮네. 이렇게 입고 갈래?”

혜지의 그 말에 이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완전 귀여워.’

새로운 취향에 눈 뜰 것 같은 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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